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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thly Focus] 협동로봇 설치 사업장 인증제도 본격 시행 국내 협동로봇 제도 정비 시작, 협동로봇, 울타리(Fence)를 벗어라 김지연 기자입력 2018-08-28 11:22:43

국내 시장에 협동로봇의 잠재성이 알려진 지 약 수년만에야 협동로봇 펜스를 걷어낼 수 있는 합법적인 장치가 마련됐다. 그간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로봇산업진흥원 및 관련 업계 관계자들의 노력이 결실을 맺은 것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중 인증에 대한 부담’이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본지에서는 협동로봇을 고려하는 사용자들이 필수적으로 알아야 할 협동로봇 설치 사업장 안전인증 제도에 대해 소개하고, 해당 제도가 업계 발전의 거름이 될지, 또 다른 규제가 될 지 현업 종사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사출성형기 취출 작업에 적용된 한화정밀기계의 협동로봇 HCR-5(사진. 나우테크닉스)

 

은 시장 잠재성으로 국내 로봇 업계의 새로운 트렌드가 됐던 협동로봇 시장이 2018년에 접어들면서 업계는 이상보다 구체적인 현실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국제로봇연맹(International Federation of Robot, IFR)이 발간하는 월드로보틱스 2017(World Robotics 2017)에 따르면 세계 협동로봇 시장 규모는 2017년 3억 1,000만 달러 수준에서 오는 2022년 32억 7,000만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전체 제조용 로봇 대비 포지션이 높지는 않지만 매년 그 성장세가 범상치 않아 세계적으로도 이슈가 되는 분야이다. 국내 시장 또한 올해 169억 원 규모로 추산되며, 오는 2022년에는 1,773억 원으로 전망되고 있다.

 

두산로보틱스의 협동로봇


전 세계의 권위 있는 보고서와 매체, 전문가들이 장밋빛 미래를 논했고, 국내 협동로봇 시장 또한 지난해 다수의 메이커 및 공급사의 등장과 대기업의 참여로 2018년 괄목할 만한 성장이 실현될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올해는 시장 확장에 앞서 꼭 필요한 제도적 정비와 이에 대한 적응으로 한 템포 쉬어가는 분위기다. 개정된 산업안전보건 기준에 관한 규칙 제223조에서는 고용노동부 장관이 산업표준화법 제12조에 따른 한국산업표준에서 정하고 있는 안전기준 또는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안전기준에 부합된다고 인정한 로봇에 한해서는 별도의 안전매트 및 방책을 설치하지 않아도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산업안전보건 기준에 관한 규칙 제223조
사업주는 로봇의 운전(제222조에 따른 교시 등을 위한 로봇의 운전과 제224조 단서에 따른 로봇의 운전은 제외한다)으로 인하여 근로자에게 발생할 수 있는 부상 등의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높이 1.8미터 이상의 울타리(로봇의 가동범위 등을 고려하여 높이로 인한 위험성이 없는 경우에는 높이를 그 이하로 조절할 수 있다)를 설치하여야 하며, 컨베이어 시스템의 설치 등으로 울타리를 설치할 수 없는 일부 구간에 대해서는 안전매트 또는 광전자식 방호장치 등 감응형(感應形) 방호장치를 설치하여야 한다. 다만, 고용노동부장관이 해당 로봇의 안전기준이 「산업표준화법」 제12조에 따른 한국산업표준에서 정하고 있는 안전기준 또는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안전기준에 부합한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본문에 따른 조치를 하지 아니할 수 있다.  <개정 2016. 4. 7., 2018. 8. 14.>

 

협동로봇 시장 확대 막던 큰 걸림돌 치웠다
시작은 산업계의 목소리였다. 실제 협동로봇을 제조 및 설치하는 현업 종사자들은 ‘안전펜스가 필요 없는 안전한 로봇’이라는 협동로봇의 기치와 모순되는 상황에 놓였다. 모 자동차 회사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던 외국계 메이커의 협동로봇이 펜스 규정으로 인해 무산된 사례는 업계 관계자들에게 경각심을 심어주기에 충분했고, 국내 협동로봇 시장 확산을 위해서는 펜스를 걷어내기 위한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이 체감적으로 느껴졌다.  

 

국내 협동로봇 시장 발전사


앞서 2016년 4월 산업안전보건 기준에 관한 규칙 제223조 개정 내용에서는 한국산업표준 또는 국제표준에 부합될 시 펜스를 설치하지 않아도 되도록 했으나 인정을 위한 명확한 안전기준이 없는 상황이었다. 이에 한국로봇산업진흥원은 협동로봇 융합얼라이언스를 통해 관련 안전점검 가이드라인을 제시했고, 고용노동부가 지난 4월 국내외 관련 표준을 기준으로 인증을 획득하면 펜스가 없어도 된다는 가이드로 화답했다. 

 

중국 아우보로보틱스의 협동로봇 공장(사진. AMICUS)


이후 진흥원은 협동로봇 설치 사업장 안전인증 제도를 마련, 7월 23일 고시 및 신청접수를 시작했다.  
이 같은 노력은 확실한 시장 반응으로 연결되는 듯한 형국이다. 국내 협동로봇 제조사 관계자는 “사실상 규제가 풀렸다고 볼 수 있는 6월부터 문의와 협력 요청이 급증하고 있다. 마치 출발 총성이 울린 듯, 그동안 많은 보고서와 지표가 예측하던 것과는 다르게 움츠러들었던 시장이 레이스에 돌입하는 상황이다. 해외도 많은 공급사가 나오고 있으나 국내는 그나마 먼저 시장을 열고 있는 동반 기업들이 많기 때문에 기대가 그다.”라며 “하나, 둘 적용에 대한 소식도 들려오고 있다. 무엇보다 수요에 맞춰 공급이 따라가면서 경험도 쌓이고 동반 성장할 수 있다고 믿는다. 이제 시작이다.”라고 긍정적인 면을 전했다.

 

유니버설로봇과 3D비전 픽잇(Pickit)(사진. Pickit)

 

협동로봇이기 때문에 무엇보다 안전해야 한다
협동로봇은 극한의 생산성 향상을 위한 완전 자동화 대신, 사람과 같은 공간에서 창의성이 필요 없는 단순반복 작업과 같은 저부가가치 작업을 대체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실제로 자동차 부품 제조사에 협동로봇 시스템을 공급하는 모 시스템업체 대표이사는 “부품에 오링을 끼우는 등 ‘개당 얼마’로 임금이 책정되는 단순작업에 주로 적용된다”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단순작업 자동화를 위해 로봇을 위한 공간을 마련하고, 안전 시스템을 설치하는 것은 협동로봇의 아이덴티티에 위배된다. 이번 협동로봇 설치 사업장 안전인증은 펜스를 벗어던지고 협동로봇 본래의 목적성을 찾아가는 첫 걸음이기에 의미가 깊다. 
그러나 안전한 로봇을 표방하는 만큼 협동로봇의 안전에 대한 대비는 더욱 중요하다. 일반적인 로봇 사업장은 아예 작업자가 접근이 금지되어 있으나, 협동로봇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협동로봇 설치 사업장 안전인증 제도 이러한 이유로 시행된다. 실제로 로봇과 한 공간에서 근무하는 작업자들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서 말이다. 

 

국산 협동로봇 제조사 뉴로메카(사진. 뉴로메카)

 

중소제조업체 위한 배려 필요
협동로봇 설치 사업장 안전인증 제도로 인해 국내 협동로봇 시장 확산의 가장 큰 골치였던 탈(脫)울타리에는 성공했다. 하지만 아직 한 고비를 넘어왔을 뿐이다.
최근 협동로봇 업계는 협동로봇 설치 사업장 안전인증 제도에 대응하기 위해 분주하다. 메이커는 물론, 시스템을 구축하는 SI업체들까지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실제 설치 사업장 안전인증을 획득해야 되는 엔드유저들에게까지는 홍보가 더 진행돼야 할 부분이다. 
한편 중복 인증 및 복잡한 인증 절차에 대한 개선과 추가 정책 마련 등에 대한 목소리도 있다. 특히 협동로봇은 특성 상 도입 업체의 절대다수가 중소제조업체인데, 이들은 로봇 도입 자체에 대한 부담에 복잡한 절차와 비용의 이중고를 겪기도 한다. 
한 협동로봇 관계자는 “현재 인증 획득에 소요되는 비용과 시간을 고려했을 때, 국내 협동로봇 시장 발전에 있어 보다 효율적인 방안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타 선진국에서 협동로봇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또한 어떻게 현장에 적용하는지를 파악해 보다 효과적인 제도가 확립됐으면 한다.”라고 말했고, 또 다른 협동로봇 관계자 또한 “현재 다른 나라의 경우 협동로봇을 설치하고 사업장에서 책임지고 관리한다.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책임 소재를 다투는 것이 이슈인데, 이 부분은 보험 등 제반 제도가 잘 마련돼야 되는 부분이라 국가기관에서 직접 관여하지는 않는다.”라고 전하기도 했다. 

 

대만 TM로봇(사진. TM로봇 한국지사)

 

협동로봇 시장, 다음 단계 논의할 때
협동로봇 설치 사업장 안전인증에 대한 국내 협동로봇 관계사들의 의견은 ‘일장일단’으로 요약할 수 있다. 본격적인 시장 확대의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기념비적인 일이지만, 중소제조업체들이 주요 수요층인 만큼 인증 획득에 대한 비용 부담을 해소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 일선에서 협동로봇 시스템을 설치하는 업체들의 설명이다. 
한국로봇산업진흥원을 비롯한 산·학·연의 목소리가 그간 국내 협동로봇 시장 발전의 큰 걸림돌을 치워냈다. 이제부터는 시장 육성 및 적용을 위한 지원 체계 구축을 더욱 확대해 빠르게 달릴 수 있는 여건을 만들 시기이다. 현재 한국로봇산업진흥원에서는 중소제조업체들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시범보급사업을 실시하고 있고, 한국로봇산업협회에서는 제조용 로봇 안전 컨설팅 사업을 통해 협동로봇 설치 사업장 안전인증 획득에 대한 컨설팅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같은 핵심 사업들을 확대 전개하고, 지속적으로 업계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면 우리 협동로봇 시장이 개화기를 넘어 등숙기(登熟期)에 접어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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