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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소재산업 경쟁력의 원천과 시사점 일본 소재산업 경쟁력의 원천과 시사점 관리자 기자입력 2007-10-23 10:39:29

1. 일본 조립형 제조업은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 유지

최근 일본은 일반기계, 자동차 및 디지털 가전 등 주력 조립산업과 반도체 등 전자부품산업이 세계시장에서 양호한 실적을 올리면서 본격적인 경기회복을 이끌고 있다. DVD 리코더, 디지털 카메라, LCD-TV 등 디지털가전 분야는 출시 초창기 세계시장을 석권했으나, 일부 제품은 한국․대만 등의 추격으로 점유율이 감소하고 있다.
자동차의 경우 일본은 2006년 1,148만 대를 생산하여 1,126만대 생산에 그친 미국을 앞지르고 13년 만에 세계 1위를 탈환했다. 또한 부품 수가 2만5,000개에 달하는 대표적인 정밀기기 중 하나인 디지털 컬러복사기는 일본기업이 세계시장을 독점하고 있고, 전통적 필름카메라 분야도 일본업체가 세계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공작기계․산업용 로봇․건설기계․중전기․반도체 제조장비 등 일반기계 산업에서도 일본업체들이 세계 최대의 점유율을 차지하는 막강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2. 일본 제조업의 고부가가치 원천은 소재부문의 경쟁력

주력 제조업 분야에서 일본의 탁월한 경쟁력은 조립 대기업의 뛰어난 기술개발 능력 및 브랜드파워 등에 힘입은 바 크지만, 부가가치의 원천은 핵심소재의 혁신적 기술력과 경쟁력이다.
일본 조립산업의 중요한 후방산업인 소재산업은 기술력과 제품개발능력을 바탕으로 우리나라보다 훨씬 높은 부가가치율과 국산화율 및 낮은 수입유발구조를 가지고 있다. 일본의 제조업 부가가치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IT산업(하드웨어 부문) 공정에는 기능성 화학․금속 소재가 특히 많이 투입되고 있다. IT기기 등 최종제품의 성능은 소재의 특성에 의해 크게 좌우되는바, 일본의 경우 고기능성 화학․금속 소재가 이들 제품의 성능과 고부가가치화에 큰 역할을 수행한다.
현재 반도체와 LCD․PDP 패널 등 IT산업의 핵심소재 분야에서 일본의 상당수 기능성 화학․금속제품 및 섬유 업체들은 세계시장을 석권하고 있으며, 높은 이익률을 기록했다. 금액 기준으로, 일본의 반도체 소재 및 FPD(평판 디스플레이) 소재 업체는 세계시장의 각각 70%를 점유하고 있다. 고기능 복합소재로 각광받고 있는 탄소섬유도 일본업체가 세계시장의 약 70%를 차지하고 있다.
디지털가전의 경우 완제품(하류)에서는 일본업체의 세계시장 점유율이 낮은 편이나, 중류․상류로 갈수록 큰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이는 그동안 완제품 조립단계에서 일본업체가 특유의 제조공정 노하우에 의해 시장을 선점했으나, 한국․대만 기업 등이 급속히 추격하여 시장을 잠식당해 왔기 때문이다.
산소센서(64%), 와이어하네스(50%), 촉매담체(45%), 스파크 플러그(36%) 등 자동차산업의 주요 소재에 있어서도 일본 업체들은 세계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3. 일본 소재산업 경쟁력의 요인

가. 장기적 관점에서의 기술축적 및 신소재 개발에 전념

일본 소재기업은 오랜 역사와 전통을 지니고 장기적 시각에서 기업을 경영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특히, IT소재 업체의 경우 상위기업 중 상당수가 100년 내외의 전통기업들로서 기업기반이 확고하게 자리잡고 있다.
이들 유력 소재기업이 거액의 설비투자를 단행하는 한편 친환경 소재, 나노소재 등 첨단 신소재 개발에 주력하고 있으며, 데이진(帝人), 도레이(Toray), 미쓰비시(三菱)레이온 등 유력 섬유업체들도 IT분야의 신소재 개발에 진출했다.

① 닛폰(日本)제온(주)
- 합성고무 부문에서 신소재의 연구개시→ 출시(제품화)→ 흑자실현까지 12년이 소요
- 1988~2000년까지 400억 엔이 넘는 누적 적자를 기록, 신규사업은 2000년에 비로소 영업이익이 흑자로 전환
- 도호쿠(東北)대학 교수와의 긴밀한 산학연계 전략이 주효
- 제트폴(엔진용 타이밍벨트)은 세계시장의 70%, C5F8반도체 제조용 에칭(식각) 가스 󰡐제오로라󰡑는 100%를 각각 점유하는 등, 일부 품목에서 세계 최고수준의 특수 합성 고무제품을 개발․생산, 세계 제일의 시장점유율을 확보

② 신닛테쓰(新日鐵)화학(주)
- 휴대폰용 2층 CCL기판 󰡐에스파넥스󰡑를 개발하여 세계시장의 60% 점유
- 특수처리된 동박을 구입하여 다양한 구조의 폴리미드를 도포해 가는 지루한 작업을 반복
- 1986년 파일럿 플랜트 가동에서 1999년 흑자로 전환하기까지 13년이 소요

일본의 상당수 첨단 소재업체들은 당장에는 손해가 되더라도, 장래의 거대한 수요를 예상하고 시장선점 내지 독점을 위해 장기적 안목에서 신소재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세트(조립) 업체 및 디바이스(반도체 등) 업체들은 중소 소재업체에 대하여 개발자금을 지원하기도 한다.

나. 효율적인 수직통합형 분업구조를 통한 혁신 유도
동경대학 후지모토(藤本隆宏) 교수 등이 제창한 제품 아키텍처론에 의하면, 제품생산 아키텍처는 크게 수직통합형(조율형)과 모듈형(조합형)으로 대별된다. 팀워크 중심의 문제해결 능력이 뛰어난 조직 특성을 갖고 있는 일본의 제조업체들은 전통적으로 수직통합형 아키텍처의 제품분야에 강점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디지털가전 및 자동차의 경우, 소재․부품을 최적으로 설계하기 위하여 완제품 업체와 소재․부품업체가 상호 신뢰와 협력을 바탕으로 긴밀한 커뮤니케이션을 유지하고 있다.
일본 주력 제조업의 생산현장에서는 상류-하류 업체 간 암묵적 지식(Implicit Knowledge)의 교류를 통해 세부 공정에서 미묘한 조정을 거듭하고 있다. 이를 통해 토털시스템으로서 생산활동이 제 기능을 발휘하고 있으며, 이와 같은 수직통합형 분업구조가 일본 제조업의 부단한 혁신과 경쟁력의 원동력이 된다.

다. 넓은 저변의 공급망과 원세트형 산업구조

일본 제조업은 󰡐소형재(素形材)-고기능 소재-부품․제조장비-완성재󰡑에 이르는 넓은 저변의 공급망이 인접한 지역에 혁신적 산업클러스터를 형성하여 높은 기술력과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일본의 소형재산업은 중소․중견기업 중심으로 기업규모가 작지만, 특유의 장인정신을 바탕으로 기술력이 매우 높아 소재산업과 함께 조립부문 최종재의 경쟁력을 떠받치고 있다.
일본의 원세트형 산업구조는 상품 제조에 필수적인 요소기술(정밀 미세가공기술, 특수소재 합성기술 등)의 네트워크화를 통해 생산현장에서 신속한, 고도의 응용․조정을 가능케 함으로써, 지속적인 혁신이 발생하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일본 소재산업은 중․상류의 광범위한 산업기반과 글로벌 시장을 판로로 삼아 규모의 경제를 실현함으로써 세계 최고수준의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글로벌 경쟁이 격화되면서 세계적으로 공급과잉 사태가 빈번히 발생함에 따라, 1990년대부터 일본의 조립(하류)기업 간에 계열(系列)의 경계를 뛰어넘은 상호 전략적 제휴 또는 M&A 등이 이루어졌다. 소재 및 소형재 등 상류부문에서도 이에 발맞추어 종전의 폐쇄적이고 장기․고정적인 거래관계에서 탈피하여 좀 더 개방적이고 유연한 거래관계로 변화된다.

라. 종합상사의 글로벌 네트워크 활용

일본 내 수요기업뿐만 아니라 해외의 조립 수요기업과도 긴밀한 제휴관계를 구축, 글로벌 시장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확보하고, 종합상사 확보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함으로써 비용절감 효과를 얻었다.

4. 정책적 시사점

가. 장기적 관점에서 기업 차원의 신소재 개발 노력 강화

일본의 사례에서 보는 바와 같이, 한국의 조립 제조업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후방(상류)산업에 해당하는 소재산업의 탄탄한 기술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국내기업은 일본 등 선진국 기업과 소재분야 원천기술에서 전략적 제휴를 강화함으로써 틈새시장을 확보해 가야 할 것이다.
국내 소재부문의 대부분을 담당하는 중소기업의 취약한 기술인력․자금․정보 등을 고려할 때 산․관․학의 긴밀한 연계가 긴요하다.
적어도 IT소재 분야 등 고부가가치 유망 핵심 소재분야에서 소수기업만이라도 독자적인 기술력을 확보한 세계 유일의 최고 소재 공급기업을 지향해야 한다. 석유화학․철강금속․섬유 등 기존의 소재산업 대기업들로 하여금 구조조정 및 사업 다각화 차원에서 IT소재 등 유망 소재분야에 대한 진출을 적극 유도해야 한다.

나. 수요 대기업과 소재업체 간의 상생․협력 강화

우리나라 소재산업은 일본과 같이 신소재 개발단계에서부터 수요자인 조립대기업이 참여하여 공동으로 개발하지 않고, 소재업체가 독자적으로 개발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일본과 같이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의 차원에서 소재개발 단계에서부터 조립 대기업이 참여하여 공동으로 개발․생산하고, 생산된 제품을 수요기업이 안정적으로 구입하는 협업시스템 도입이 필요하다.

다. 산․학․연 연계 강화를 통한 개방형 혁신체제 확립

소재산업에서도 선택과 집중 원칙에 의거, 일부 유망 소재분야(예컨대, IT소재 등)에서 핵심 원천기술을 개발․확보하는 데 자원을 집중 투입할 필요하며, 이를 위해 조립 대기업이 위치한 지역에 소재기업도 입지하는 󰡐소재-조립 연계형 혁신클러스터󰡑 조성이 필요하다.
첨단소재 분야의 원천기술 개발은 기초과학 연구를 담당하는 대학과 공공연구기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므로, 국내외 대학 및 연구기관과 유기적․개방적인 산․학․연 협력체제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첨단소재 부문의 설계기술 및 원천기술 확보를 위해 적어도 5~10년 이상의 개발기간에 걸쳐 리스크가 큰 부문을 중심으로 정부가 일관성 있게 공동연구개발 등을 지원함으로써 유망 핵심소재 전문기업을 집중 육성해야 한다.

라. 종합무역상사의 글로벌 네트워크 활용

국내 종합무역상사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한 글로벌 시장전략을 추진하고, 이를 통해 물류․유통비용의 대폭 절감 실현한다. 특히, 일본의 IT소재 기업처럼 국내 조립 대기업뿐만 아니라 해외 수요기업도 염두에 두고 사업을 전개할 필요가 있다.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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