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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승 교수, 국방로봇 분야의 선진 전투실험시스템 도입 “로봇기술 적용된 국방 어플리케이션에 대한 고민 필요" 정대상 기자입력 2014-07-30 15:2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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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 이원승 초빙교수 & (예)육군준장


Q. 귀하에 대한 소개.
A. 1978년 육군사관학교를 34기로 졸업한 이후 1998년 미 육군교육사령부 교환교수, 2000년 27사단 참모장을 거쳐 육군본부 정보화기획처장, 육군교육사령부 전력발전부장을 지냈고, 현재 KAIST 초빙교수로서 강단에 서고 있다. 
KAIST에서 국방로봇과 관련해 집필했던 저서 『그때는 거북선 이제는 로봇(2010/시대고시기획)』을 중심으로 학생들에게 강의하고, 다양한 국방로봇 관련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KAIST와 풍산그룹이 함께 설립한 미래기술연구센터에서 로봇기술이 적용될 수 있는 여러 국방 어플리케이션 개발에 관여하고 있다.

Q. 로봇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A. 임관하던 첫 해 DMZ 수색정찰 중 지뢰사고가 있었다. 당시 3명의 장병들이 목숨을 잃었고, 나 역시 몸에 4개의 지뢰 파편이 박혔다. 방탄복과 철모가 벌집처럼 뚫렸음에도 기적적으로 목숨을 건졌지만, 아직까지도 몸속에는 3개의 지뢰파편이 박혀 있다. 
매해 120여 명의 장병이 지뢰사고로 목숨을 잃던 그 당시에는 전문가라 할 수 있는 공병 병장도 지뢰사고로 유명을 달리했을 정도였으며, 이는 기계적인 문제, 즉 당시 과학기술의 문제라고 판단했다. 
이때부터 장병들의 목숨을 살리기 위한 방법을 고심하게 됐다. 
개인 적금을 깨서 크고 무겁지만 성능이 좋았던 민수용 고철탐지기를 보다 콤팩트하게, 그리고 경량화시켜 사단에 보급했고, 이러한 노력이 지금의 국방로봇 분야에까지 이어지고 있다. 소령 시절 무기체계 연구에 집중했고, 특히 대령 때 미 육군교육사령부 교환교수로 근무하며 선진 국방시스템의 국내 도입에 주력했다. 

Q. 미 육군교육사령부 교환교수 시절 어떠한 일이 있었나.
A. 1998년 6월부터 2000년 6월까지 2년 간 미 육군교육사령부에서 교환교수로 근무했다. 
당시 미군과 관련된 모든 기관들을 직접 방문하며 선진화된 국방 시스템을 직접 눈으로 보고, 겪었다. 주·야간 전투실험 등 미군의 시스템을 현장에서 모두 참관하며 사진, 동영상, 보고서 등으로 문서화했고, 이를 국내에 적용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2001년 911테러 이후 미 국방 정책이 폐쇄적으로 바뀌면서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미군의 전투실험체계를 경험하게 됐다.

Q. 당시 미군을 통해 어떠한 점을 느꼈나.
A. 미군의 가장 큰 장점은 사용자 맞춤형이라는 점이다. 업체나 정부는 수요자가 필요로 하는 로봇을 개발하고, 공급해야 한다. 미국 DARPA 로봇 챌린지를 예로 들어보자면, 필요로 하는 로봇을 개발해오면, 상금을 지급한다. 이는 군에서 사용되는 돈, 즉 세금을 가장 효율적으로 쓰기 위한 방안이다. 각종 기술개발 사업에 천문학적인 액수의 자금을 지원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1999년도에 미군의 선진 전투실험 시스템의 필요성을 절감해 구축했지만, 이 시스템을 체험한 사람이 나밖에 없어 활성화가 어려웠다. 이에 2006년부터 2009년까지 3년간 육군교육사령부 전력발전부장을 역임하며 전투실험시스템을 산·학·연에 알리는데 총력을 기울였다.

Q. 다수의 국방로봇이 개발되고 있다. 우리 군이 국방로봇을 사용하는 메커니즘은 어떻게 되나.
A.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선택과 집중’이라 할 수 있다. 
전투실험시스템이란 로봇을 비롯해 실제 전투를 위해 필요한 모든 장비를 공급하는 업체들의 시제품을 군이 직접 지형, 온도, 계절, 주·야 등의 상황에서 적용해 군이 요구하는 스펙을 만족하는 제품만을 선정하는 시스템이다. 해당 장비를 통해 쌍방 교전을 실시함으로써 각각의 업체들의 로봇에 대한 장점과 단점, 개선점을 모두 평가해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다. 
군이 요구하는 성능에 부합되지 못할 경우 필요한 부분에 대한 피드백을 해주고, 가장 먼저 이를 개선하는 업체를 선정하는 시스템이다.
즉 실전적으로 사용한 후 적을 더 많이 섬멸하고, 아군을 더 많이 보호하는 로봇을 채택하는 것이 ‘선택’이라면, 해당 로봇을 개발한 업체의 로봇을 구매하는 것이 ‘집중’이라 할 수 있다.

Q. 전투실험시스템을 통해 도입된 로봇에 대한 레퍼런스가 있다면.
A. 얼마 전 400억 원 규모의 공급계약을 체결한 유콘시스템은 앞서 언급했던 전투실험시스템을 통해 군납을 하게 된 사례이다. 이 업체 역시 처음에는 카탈로그와 동영상 자료를 기반으로 제품을 홍보했지만, 개인적으로 카탈로그와 동영상 자료를 믿지 않기 때문에 즉시 전투실험에 적용했다. 그 결과 실전 상황에서 군이 요구하는 능력치에 부합되지 못했다. 하지만 사용자가 직접 개선 방향을 피드백하고, 업체는 이에 맞춰 개발을 진행, 결국 유종의 미를 거두게 됐다. 400억 원 규모의 공급계약과 함께 향후 파생되는 메인터넌스 수익, 더불어 해외시장 판로까지 확보하게 된 것이다.

Q. 끝으로, 국방로봇과 관련해 산·학·연 등 로봇업계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아직도 전쟁이 진행 중인 이스라엘의 경우 남녀를 구분하지 않고 18세가 되면 필수적으로 군대를 다녀온 후 대학에 진학한다. 우리나라 학생들이 초, 중, 고, 대학교의 교육과정을 이수하는 것처럼 군 복무가 하나의 교육체계로 자리잡은 것이다. 즉, 이스라엘의 로봇개발자들은 모두가 실전 경험을 가지고 있고, 진짜 군에 필요한 로봇이 무엇인지를 알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에는 사용자의 요구는 모른 채 군납이라는 꿈만 좇는 경우가 있다. 진정으로 국군이 쓸 수 있는 국방로봇 개발을 위해서라면 이러한 부분을 고치기 위해 우선 노력해야 한다. 이미 국내에서도 많은 로봇기술들이 개발된 상태이기 때문에 진정으로 군이 사용하는 로봇을 만들기 위해서는 군이 요구하는 로봇을 개발해야 한다. 이를 위해 현역에서 복무 중인 장교, 혹은 전역한 고급 장교들을 통해 “이 로봇기술들로 무엇을 만들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할 필요가 있다. 설계도 없이 집을 지을 수 없는 것처럼, 로봇기술은 있지만 개발 방향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리지 못해 시간과 예산을 낭비하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특히 국방로봇은 전투실험시스템을 통과해야지만 공급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러한 노력이 필요하다. 

정대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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