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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로봇/FA 부품 업계 '기술사대주의' 주의해야... "중요한 것은 국내 제조업계 경쟁력 높이는 것!" 제이원코퍼레이션 김현철 대표, 국산화 부품에 대해 말하다 정대상 기자입력 2023-04-26 10:44:04

캠랙 & 롤러피니언 국산화를 시작으로 로봇·FA 국산화 부품을 제조하고 있는 제이원코퍼레이션 김현철 대표이사가 국산화 부품 적용 사례가 증가하는 최근 국내 부품 업계 동향에 대한 견해를 전한다. 김현철 대표이사는 국내 소부장 산업의 중요한 변곡점이 됐던 일본의 경제 제재에서부터 최근까지의 동향을 전하는 한편, 국산 부품이든 해외 브랜드든 중요한 것은 서로 비방하지 않고 국내 고객사의 경쟁력 향상을 위해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 로봇기술

 

좋은 약은 입에 쓰다
2019년 8월 28일(수), 일본은 대한민국을 백색국가(White List, 수출절차 우대국)에서 제외하는 제도를 강행했다. 앞서 같은 해 7월 1일(월) 일본 경제산업성이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 핵심 소재 수출을 제한하기로 발표했던 제1차 경제 보복 조치에 이은 제2차 경제 보복 조치였다. 소재부터 기계 장비에 이르기까지, 일본의 경제 보복 조치가 시작되면서 국내 제조업계의 높은 대(對)일본 수입 의존도는 우리나라 산업 구조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계기가 됐다. 


올해 3월, 일본이 3년 8개월 만에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 조치를 철회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반도체 산업을 중심으로 이미 탈(脫)일본 기조가 이어지고 있어 일각에서는 “이제와서?”라는 의문부호를 표하기도 한다. 언론기사에 따르면 모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일본의 조치가 역설적으로 우리나라의 반도체 생태계를 강하게 만들었다”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양약고구(良藥苦口)라는 말이 있다. 좋은 약은 입에 쓰다는 의미로, 당시 일본의 경제 보복에 우리 제조업계는 일정 기간 몸살을 크게 앓았지만, 위기 속에서 오히려 체질 개선의 기회를 얻었다. 
이전까지 국내 제조업은 오랜 시간과 노하우가 필요한 부품·소재 산업보다 단기간에 양적 성장이 가능한 조립 기반 제조업에 집중하면서 한강의 기적이라고 불릴 만큼 빠르게 외연을 확장했다. 짧은 기간에 고성장을 이루며 바쁘게 달려오다 보니 제조업의 근간이 되는 산업, 예컨대 소재나 부품, 가공과 같이 기술 축적에 오랜 시간이 걸리고 시장의 파이가 크지 않은 분야는 상대적으로 등한시된 경향이 있었다. 민-관이 부품·소재 국산화를 차일피일 미루다보니 더 좋은 장비, 더 좋은 시스템을 만들어 수출하려면 결국 선진국 부품이나 소재를 써야만 하는 악순환이 이뤄졌다. 수억 원의 설비가 몇십만 원짜리 부품 때문에 멈추는 사태를 피하기 위해 엔지니어들은 검증된 외산 부품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고, 각고의 노력 끝에 부품 국산화에 성공한 기업들은 제품을 테스트할 기회조차 갖지 못하는 실정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의 경제 보복 사태는 정부와 민간이 소재·부품과 같은 가장 아랫단에서부터 자립화를 이뤄야 한다는 필요성에 중지를 모으는 계기가 됐다. 소위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산업의 중요성이 급속히 부각되기 시작한 시점이기도 하다. 당시 국무총리 주재로 열렸던 ‘일본 수출규제 대응 확대 관계 장관회의 겸 제7회 과학기술관계장관회의’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비롯한 관계 부처는 ‘소재·부품·장비 연구개발 투자전략 및 혁신대책’을 확정하면서 핵심 품목의 기술 자립화에 시동을 걸었다. 

 

로봇·FA 핵심 부품 국산화 
서보모터와 서보드라이브, PLC, 감속기, 엔코더 등 로봇·FA의 핵심 부품은 일본이 절대적인 강세를 지닌 분야이다. 아직까지도 구동계 핵심 부품 분야는 일본산 제품이 시장 점유율을 과반 이상 차지하는 게 당연시되고 있다. 특정 품목의 일본산 부품은 납기가 반년을 훌쩍 넘기기도 한다. 

 

에스피지가 국산화한 고정밀 로봇 감속기는 국내 대표 협동로봇 상장회사인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주요 기종에 공급되고 있다. / 사진. 로봇기술

 

그럼에도 소부장 산업 육성에 대한 정부의 의지와 국내 부품 제조사들의 뼈를 깎는 노력이 최근 결실을 맺고 있다. 로봇에 적용되는 고정밀 감속기 분야의 경우 에스비비테크가 최근 코스닥 상장에 성공했고, 에스피지와 해성티피씨, 에스비비테크 등 국산화 부품 상장 기업들이 실제 양산을 포함해 여러 레퍼런스를 확보하고 있다. 

 

에스비비테크는 최근 로봇 감속기 기술을 기반으로 코스닥 상장에 성공했다. / 사진. 로봇기술


당사(제이원코퍼레이션)에서 국산화에 성공한 캠랙 & 롤러피니언 분야 또한 국산화 성과가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는 분야이다. 제이원코퍼레이션은 이미 이차전지 장비 시장에 캠랙 & 롤러피니언을 양산 투입되고 있는데, 미국, 폴란드 등에 수출되는 배터리 장비에 우리가 제조하는 캠랙 & 롤러피니언이 스펙인되면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뤄냈고, 올해도 수주가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검증 기간이 길고 까다로운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 분야에서도 좋은 테스트 결과를 기록하면서 고객사 발주 물량에 대응하기 위해 생산 케파를 확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외산 제품을 전량 사용했던 캠랙 & 롤러피니언의 국산화 요구는 이전부터 꾸준히 있었지만, 쉽게 성공하기 어려운 영역이었다. 우리 회사는 고객사의 요구 조건을 적극 반영해 외산 제품과 1대 1 대체가 가능하면서도 품질 조건을 갖춘 제품 라인업을 구비하면서 시장을 넓혀가고 있다. 특히 설계부터 가공, 완제품 생산에 이르기까지 전 공정을 내재화하고 있어 배터리 장비사 외에 반도체, 디스플레이 분야 고객사의 검증에서도 좋은 평가를 얻었다. 


현재는 당사의 코어 기술인 제로 백래쉬 기술을 기반으로 인덱스 유닛과 같은 관련 애플리케이션 제품군까지 국산화했으며, 높은 감속비를 요구하는 분야를 타깃으로 2단 감속 사이클로이드 감속기를 연내 출시할 계획이다.


이처럼 오래 전부터 준비해왔던 국산화 부품들이 시장에서 조금씩 성과를 내기 시작하면서 국내 사용자들의 인식 또한 많이 변화하고 있다. 국내 대기업 및 장비업체들 또한 유럽, 일본 등 선진국 제품을 대체할 수 있는 국산 부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으며, 국산 부품 제조사들은 가격 경쟁력과 빠른 납기, 맞춤 사양 대응 등의 경쟁력을 차별화 포인트로 내세워 영역을 넓혀가는 추세이다. 

 

제이원코퍼레이션은 일본 제품이 독점적 지위를 지니고 있던 캠랙 & 롤러 피니언을 국산화해 이차전지 시장에 양산 공급하고 있다. 또한 이차전지를 비롯해 반도체/디스플레이 분야의 까다로운 고객사 테스트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 사진. 제이원코퍼레이션

 

중요한 것은 국내 제조업 경쟁력 향상
우리나라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등 전 세계 최고 수준의 전자 기업을 보유한 국가로, 관련 공정기술 또한 매우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그런 만큼 장비 제조사들은 높은 수준의 공정 구축을 위해 부품 선정에서부터 철저한 품질 테스트를 진행한다. 이 같은 과정을 거쳐 국산화 부품이 장비에 탑재되고, 실제 현장에서 아무 문제없이 가동되기 시작하면서 국산 부품에 대한 인식도 많이 개선됐다. 바야흐로 국내 제조업계 부품 공급 체인에 유의미한 지각변동이 일어나기 시작한 셈이다. 이러한 시장의 변화는 외산 브랜드의 부품 가격 하락 효과를 유발하면서 국내 장비 제조사의 원가 경쟁력이 높아지는 긍정적 효과로 이어지기도 했다.


국산화 부품의 약진에 대응하는 외산 브랜드들의 변화와 혁신도 눈에 띈다. 전술한 가격 경쟁력 강화 외에도 후발주자인 국내 업체들과 차별화되는 기능과 기술로 더 높은 수준의 애플리케이션 분야에서 고유의 영역을 구축하는 기업도 있다.


다만 안타까운 사실은, 이전까지 독점적 지위를 보유하고 있던 브랜드 중 국내 제조기술을 폄훼하는 업체도 극히 소수지만 있다는 점이다. 어떤 경우에는 장비 제조사, 또는 엔드유저가 가격과 품질, 납기 등을 모두 고려해 선택한 국산화 부품을 겨냥해 단순히 모방품으로 치부하는 사례도 있다. 이는 국내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영업을 하면서도 우리나라 제조기술을 손아래로 보는 ‘기술 사대주의’와 다를 바 없다.


중요한 것은 국내 제조업계가 질적·양적 성장을 하려면 부품의 국산화뿐만 아니라 앞선 기술력을 지닌 일본, 유럽 등 선진국 브랜드의 혁신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점이다. 기술적으로 앞선 선진국 브랜드가 수십 년간 같은 제품으로 국내에서 영업하며 대체 시장을 열어가는 국산화 부품과 경쟁하는 것은 소모적인 일이다. 기술을 선도하는 선진국 브랜드들은 시장을 리딩할 수 있는 기술적 차별화를, 고객사 니즈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국내 기업들은 가격과 납기, 개발 대응과 같은 빠른 대응 능력을 앞세워 궁극적으로는 고객사가 국내를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부품 공급사의 역할이다.


우리나라는 삼성, SK, LG와 같은 초일류 전자 기업을 보유한 국가이다. 고로 우리나라 제조업계에서 활약하는 국내외 부품 브랜드들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이차전지와 같이 공정기술이 중요한 여러 기간산업 분야에서 기회를 노려볼 수 있다. 그런 만큼 더 큰 기회를 차지하기 위해 지금이라도 소모적인 비방과 견제보다는 거시적인 관점에서 각자의 경쟁력을 앞세워 국내 장비사와 엔드유저의 경쟁력 향상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필자


제이원코퍼레이션 김현철 대표이사

정대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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