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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기고] 수작업 중심의 박스 개봉(박스 커팅) 공정, 스카라 로봇으로 자동화 실현 별도 PLC 없이 로봇 컨트롤러로 시스템 제어 "시간당 450개 박스 커팅 처리 가능" 정대상 기자입력 2023-03-28 17:20:05

제조업이나 식품가공, 물류 등 광범위한 산업 분야에서 박스 개봉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 대부분 수작업으로 진행되는 박스 커팅 작업은 많은 노동력을 요구하는 동시에 작업자의 큰 부상을 유발할 위험이 있다. 이에 엑트엔지니어링은 일본 시바우라기계와의 기술 협력으로 시간당 450개 수준의 박스 커팅 작업을 처리할 수 있는 로봇 자동화 시스템 ‘ABC-1000’을 개발했다. 

 

스카라 로봇 박스 커팅 시스템 ABC-1000은 테스트 단계에서 시간당 500개 수준의 박스를 커팅했다. / 사진. 로봇기술

 

잠재적 상해 유발 작업 ‘박스 커팅’ 
모 프랜차이즈 커피숍에서 근무하던 A씨는 컵홀더 박스를 뜯다가 커터칼에 왼쪽 새끼손가락을 깊게 베였다. 인근 병원에서 진단한 결과 수술이 필요해 전문 병원으로 이송 후 그날 저녁 수술을 받았다. A씨는 신경과 힘줄, 인대가 끊어져 수술 후 약 4주간의 안정을 취하고 재활치료를 했지만, 결국 손가락이 굽혀지거나 펴지지 않아 재수술을 받았다. 


물류센터에서 근무했던 B씨는 박스를 자르다가 그만 커터 칼날에 손목을 베여 힘줄이 끊어지는 사고를 당했다. 물류 현장의 높은 작업 강도에 사람을 구하기 쉽지 않다 보니, 그날따라 바쁘게 밀려드는 물량을 B씨 혼자 소화하려고 서둘러 작업을 진행했던 게 화근이었다. 


박스 커팅과 같은 절단 수공구 작업은 별 것 아닌 작업 같아 보이지만, 그렇기에 큰 위험을 동반한다. 작업자가 방심하기 쉽고, 장기간 박스를 커팅하는 반복 작업을 하다보면 집중력이 쉽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물류 현장이나 저온 창고, 제조 현장 등 작업 물량이 많고 근무 환경이 열악할수록 그 위험성은 더 커진다. 박스 커터가 미끄러지거나 땅에 떨어지면서 작업자가 상해를 입는 사례는 생각보다 아주 많다. 이런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쇠그물 형태의 베임 방지 장갑을 착용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더 큰 문제는 박스 커팅 작업 시 발생하는 산업재해가 자상이나 절단 사고에만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박스 커팅 작업은 대부분 공정의 시작 단계에서 진행하기 때문에 단기간에 대량의 박스를 개봉해야 한다. 공정이 멈추지 않고 계속 이어지려면 작업자들이 지속적으로 박스를 열어 내용물을 이후 공정으로 투입해야 한다. 빠르게 반복적으로 수행하는 박스 커팅 작업은 작업자에게 수근관증후군과 같은 근골격계 질환을 유발하기도 한다. 칼날에 베이는 위험은 방호 장비나 안전 수칙을 이용해 최소화할 수 있지만, 작업자의 근골격계 질환은 인력을 더 투입하거나 공정 흐름 속도를 늦추는 방법밖에 없다. 

 

ABC-1000 측면 모습 / 사진. 로봇기술

 

물류 자동화 현장의 숙제 ‘박스 커팅’
풀필먼트 서비스의 확산으로 대형 유통사들이 GTP(Goods To Person, 작업자 앞으로 상품을 자동으로 운송하는 피킹 방식) 시스템을 본격적으로 구축하면서 작업자의 부담을 경감하고 피킹 작업의 효율을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 시장을 선도하는 대형 유통사들이 자사 유통센터에 구축한 GTP존을 영상이나 사진으로 공개하면서 대중들도 최첨단 물류 시스템을 간접적으로 접할 수 있게 됐다. 
주목할 부분은 로봇과 3D비전, 인공지능과 같은 첨단 기술이 집약된 풀필먼트 현장에서도 박스를 개봉하는 작업은 아직까지 사람의 몫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소수의 해외 기업이 로봇을 이용한 박스 커팅 시스템을 공개하 바 있다. 그러나 수억 원을 호가하는 시스템 비용, 시간당 박스 처리량 한계 등의 문제로 미국, 유럽 등 일부 선진국에서만 사용되는 것으로 보이며, 아직까지 국내 시장에서 만족스러운 박스 처리량을 달성한 솔루션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일부 전용 프로그램을 탑재한 로봇을 테이프 커팅기에 사용하는 경우가 있지만, 직교로봇, 다관절로봇 등을 적용해 한계가 있다. 직교로봇을 이용하면 높은 정밀도를 기대할 수 있지만 작업 처리 속도가 느리고, 다관절로봇은 반복 작업 시 정밀도 측면에서 효율이 낮다. 
 

ABC-1000 정면 모습 / 사진. 로봇기술


외부 PLC 없이 로봇 컨트롤러로 제어부 통합
당사(엑트엔지니어링)는 이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스카라 로봇의 고속·고정밀 특성에 기반한 박스 커팅 시스템 ‘ABC-1000’을 개발했다. 
ABC-1000 시스템은 박스를 이송하는 컨베이어와 프레임, 박스 커팅 작업을 수행하는 스카라 로봇과 커팅 툴, 제어부 등으로 구성된다. 


시스템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별도의 PLC를 이용하지 않고 로봇 컨트롤러 하나로 제어부를 통합했다는 점이다. 외부 PLC를 이용해 시스템을 통합하려면 관련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 장치, 하드웨어 배선 등 여러 부가적인 요소가 필요한데, ABC-1000은 이 같은 부담을 없앰으로써 설비 사이즈를 최소화하고, 비용 부담을 낮췄다. 기술 제휴를 했던 시바우라기계의 시스템 대비 설비 사이즈가 1/4 수준으로 콤팩트해졌다. 

 

ABC-1000은 스카라 로봇 컨트롤러가 시스템을 통합 제어하기 때문에 고속, 고정밀 작업이 가능하다.

/ 사진. 로봇기술


한편 현재 설비의 상태나 작업량 등을 체크하고 주기적으로 정보를 얻어 상위 서버로 데이터를 송신하는 것도 가능하다. 전체 설비를 핸들링하는 기업이 장비 데이터를 축적하는 PC에 랜 케이블을 연결하면 자동으로 데이터를 제공하는 기능이 탑재돼 있기 때문이다. 추후에는 스마트폰으로 설비 상태를 모니터링하는 기능까지 추가할 예정이다. 

 

박스 커팅 처리량 ‘시간당 450개'
로봇 박스 커팅 시스템의 가장 핵심은 정해진 시간 안에 사용자가 요구하는 수준의 박스 처리량을 구현하는 것이다. ABC-1000의 경우 정해진 테스트 환경에서 시간당 약 500개 이상의 박스 커팅을 실현했으며, 실제 필드 레벨의 여러 요인을 고려할 경우 시간당 450개 수준의 박스 커팅 작업을 처리할 수 있다. 이는 네 명의 작업자가 한 시간 동안 박스를 커팅하는 것과 유사한 속도로, 투입되는 노동력 대비 ABC-1000 설비 비용을 따져보면 대략 1년 이내에 초기투자비용을 회수할 수 있다. 또한 한두 시간이면 작업자의 집중력과 속도가 저하되는 수작업과 달리 작업 지속력 측면에서도 유리하기 때문에 생산성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 

 

다양한 커팅 방식과 빠른 툴 교체
현재 ABC-1000이 지원하는 커팅 방식은 약 7가지로, 박스의 종류에 따라 적합한 커팅 방식을 채택할 수 있다. 지난 SF+AW 2023에서는 테이프 커팅, 상부 커팅, 탭 커팅 등의 방식을 공개했으며, 현재 7종의 커팅 방식에 대한 특허 출원을 진행 중이다. 

 

ABC-1000은 현재 7가지 방식의 박스 커팅이 가능하다. / 사진. 로봇기술


박스 종류 변경에 따른 툴 교체도 상당히 간편하고 빠르다. ABC-1000은 여러 방식의 박스 커팅에 최적화된 표준 칼날 모델을 보유하고 있으며, ATC를 이용해 자동으로 툴 교체가 가능한 구조로 설계돼 있어 빠르게 다른 방식의 박스 커팅 작업으로 변경이 가능하다. 
ABC-1000에 탑재된 티칭팬던트는 설비의 손쉬운 운용을 지원하는 동시에 장비 모니터링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언어는 한국어와 영어, 일본어, 중국어를 지원한다. 

 

물류 자동화 시장의 NEW 솔루션
ABC-1000을 공식적으로 선보이고 나서 엔드유저, 물류 자동화 시스템 업체 등으로부터 큰 관심을 모았다. 매일 수천 개의 택배 박스를 개봉해야 하는 엔드유저나 물류SI기업들, 국내 유명 제조사 등이 해당 설비에 관심을 표했다. 특히 GTP 시스템을 턴키로 구축하는 물류SI 기업들은 그간 로봇으로 자동화하지 못했던 박스 커팅 공정까지 포함해 턴키로 유통사에 제안한다면 차별화를 실현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필자

엑트엔지니어링 최영수 대표
                   

정대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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