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의 전자제품 박람회인 CES에는 매년 혁신적인 로봇기술이 선보여지지만, 올해에는 그 경향이 더욱 뚜렷했다. 메타버스, 모빌리티, 리빙 & 라이프 전 분야의 기술 측면에서 로봇기술의 융합이 두드러졌고, 특히 올해 역대 최대 참가업체 수를 기록한 대한민국 기업들의 경우 그 경향이 더욱 돋보였다.

사진. CES
지난 1월 5일부터 7일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2022 국제가전제품박람회(Consumer Electronics Show, 이하 CES 2022)’가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스페인의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obile World Congress, MWC), 독일 국제가전박람회(Internationale Funkausstellung Berlin, IFA)와 함께 세계 3대 ICT 전시회로도 불리는 CES에는 매년 혁신적인 아이디어의 로봇기술들이 대거 선보여지는 자리로도 유명하다.
글로벌 팬데믹으로 지난 2021년도에는 온라인 전시회만 진행됐던 만큼, 온·오프라인 공시 개최된 올해 CES 2022 현장에 더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몰렸다.
올해 CES 2022에는 한국기업들의 참여가 특히 두드러졌다. 약 2,200여 개 기업이 참가한 것으로 알려진 CES 2022에서 한국 기업은 약 500개 업체가 참여했는데, 이는 역대 CES 중 가장 높은 참가율이다.
이번 CES 2022에서 한국 기업은 미국(1,300개사)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기업들이 참가한 국가였다. 구글과 MS, 아마존과 같은 대형 IT 기업들이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참가를 철회한 반면 삼성전자, LG, 현대차, 햔대중공업, 두산, SK, 롯데 등 국내 대기업들은 예정대로 참가해 기술력을 뽐냈다. 해외기업들의 불참과 한국 기업들의 대대적인 참여가 맞물리면서 이번 CES 2022에서는 한국 기업들의 존재감이 더욱 부각됐다.
미래 사회의 외식문화는 어떨까?
비전세미콘

CES 2022에 참가한 비전세미콘(사진. 비전세미콘)
4차 산업혁명으로 제조업계에 스마트공장 열풍이 불어 닥친 것처럼, F&B 업계에서도 푸드테크가 메가트렌드로 급부상했다.
비전세미콘은 F&B 시장에서 로봇기술이 지니는 가치에 일찍이 주목했다. 최근 많은 로봇기업들이 F&B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지만, 비전세미콘은 보다 본격적이다. 바리스타로봇이나 서빙로봇 등 매장을 구성하는 단위 로봇 기술의 확보에서부터 실제 로봇 매장을 운영하는 노하우를 확보하기 위해 로봇매장 프랜차이즈 ‘스토랑트(STORANT)’까지 운영하면서 기술과 F&B 매장 운영 노하우를 두루 확보했다.

비전세미콘은 로봇 레스토랑 브랜드 '스토랑트'를 적극 알렸다. (사진. 비전세미콘)
공급자이자 곧 사용자인 동사는 실제 매장 운용에 필요한 데이터와 사용자의 요구사항을 장기간 축적해오며 로봇 레스토랑 운영체제인 ‘SOS(STORANT Operating System)’를 개발, 지속적으로 발전시키는 상황이다.
그간 외식문화 전반에 대한 로봇의 도입을 추구해왔던 비전세미콘은 이번 CES 2022 현장에서 전 세계인들을 상대로 미래 사회의 외식문화를 구현했다. 특히 비전세미콘이 CES 2022 현장에 구축한 ‘바이러스프리존(Virus Free Zone)’은 현장 참관객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식사 중 마스크를 벗는 상황에서도 비말을 차단하는 언택트 테이블(사진. 비전세미콘)
바이러스프리존에서는 참관객이 키오스크에서 주문을 하면 로봇이 언택트 테이블 앞까지 음식을 서빙하고, 손님들이 식사를 즐긴 뒤 떠나면 살균로봇이 다가와 테이블 살균을 실시한다. 이후 바닥 청소까지 로봇이 완료하면 해당 테이블의 전원이 자동으로 꺼지며, 다음 손님이 방문했을 때 다시 테이블 전원이 가동된다. 이 일련의 과정에서 비전세미콘은 보다 높은 완성도의 체험관을 구성하기 위해 여러 기술들을 접목했다. 별도의 마커를 사용하지 않는 완전 자율주행 기반의 로봇과 약품 대신 수소수로 살균이 가능한 살균로봇을 적용했고, 무엇보다 취식하는 동안 필연적으로 마스크를 벗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도 감염을 방지하기 위해 에어커튼 기술을 이용한 비말 차단 기능을 탑재한 언택트 테이블도 새롭게 개발했다.
메타버스와 로봇, 그리고 모빌리티
현대차그룹

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이 스폿과 함께 기조발표에 나섰다. (사진. 현대차그룹)
현대차그룹의 보스턴다이내믹스 인수 소식이 발표될 당시만 해도 로봇에 대한 현대차그룹의 의중을 쉬이 가호늠하기 어려웠다. 이번 CES 2022는 현대차그룹이 왜 로봇기술 확보에 앞장서고 있는지, 그 해답을 공개적으로 알리는 자리였다.
이번에 현대차그룹이 전면에 내세운 ‘메타모빌리티’ 개념에는 로봇기술이 필수적으로 포함된다. 메타버스와 로봇, 모빌리티를 융합한 메타모빌리티에 대해 회사는 ‘인류가 한계를 넘어 움직이고, 모빌리티의 역할이 가상공간으로 확장되는 차세대 로보틱스 기술’이라고 정의했다. 로보틱스를 인간의 한계를 극복하는 차원을 넘어 모든 사물에 이동성을 부여하고, 더 나아가 가상과 현실의 경계를 허무는 매개체이자 신개념 모빌리티로 새롭게 정의한 것이다.
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은 “현대자동차의 로보틱스 비전은 인류의 무한한 이동과 진보를 가능하게 할 것이다. 로보틱스를 기반으로 미래 모빌리티 솔루션을 ‘메타모빌리티’로 확장할 것이며, 이를 위한 한계 없는 도전을 이어가며 위대한 성취를 이루고자 한다.”라고 밝혔다.
일례로 현대차그룹은 로보틱스 기술을 이용해 모든 사물에 이동성을 부여함으로써 인류의 삶의 방식이 완전히 새롭게 바뀔 수 있다는 점을 소개했다. CES 2022에서 공개된 현대차그룹의 PnD(Plug & Drive Module)는 지능형 스티어링과 브레이크, 휠 탑재식 전기 구동 및 서스펜션 하드웨어가 포함된 일체형 솔루션으로, 이 모든 기능을 단일 휠 유닛에 탑재했다. PnD는 자유롭게 회전하면서 유연하게 주행할 수 있고, LiDAR와 카메라센서로 주변 환경을 실시간으로 인지해 움직임에 반영한다.

PnD(Plug & Drive Module) (사진. 현대차그룹)
PnD의 핵심은 움직일 수 없던 물체에 이동성을 부여하는 것이다. 작은 물체부터, 큰 시설에 이르기까지 PnD를 통해 이동성을 지니게 된다면 개인은 물론 사회 전반에서도 대대적인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 현대자동차 로보틱스랩을 이끄는 현동진 상무는 “예를 들어 사무실 공간을 최적화하기 위해 책상부터 사무실 파티션까지 자유롭게 이동시킬 수 있다. 우리는 이제 공간을 재구성하는 것뿐만 아니라 공간과 공간을 연결시키며, 우리가 닿을 수 없었던 곳까지 인류의 영역을 확장할 수 있다.”라고 전했다.
세계무대 누비는 국내 스타트업
힐스엔지니어링

사진. 힐스엔지니어링
자율주행 기반 물류로봇 전문 기업 힐스엔지니어링은 이번 CES 2022에서 혁신상을 수상하면서 관심을 모았다. 이는 지난 CES 2021에서 방력로봇 코로봇(Coro-Bot)으로 수상한 것에 이어 두 번째이다.
힐스엔지니어링이 이번 전시회에 출품한 ‘헤이봇(Hey-bot)’은 AI기반의 자율 주행 소독 및 안내로봇으로, 컨벤션센터, 병원, 음압병동 등 다중 이용 시설이나 민감한 장소 등에 투입되는 로봇이다. 헤이봇은 지속적인 체온 측정과 개인위생을 위한 손소독 기능을 지원하며, 특정 지역을 소독해 바이러스를 효과적으로 살균함으로써 코로나19 대유행으로부터 사람들을 보호하는 데 최적화되어 있다. 더불어 로봇에 장착된 스크린을 활용해 안내 서비스를 받을 수 있으며, 이를 통한 엔터테인먼트와 홍보 효과도 창출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2년 연속 CES 혁신상을 수상한 힐스엔지니어링(사진. 힐스엔지니어링)
동사는 헤이봇의 탁월한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기술력을 인정받아 CES 2022 기간 동안 세계적인 유니콘 로봇기업인 UBTECH로부터 사업협력 제의를 받았고, 실리콘밸리의 최첨단 LiDAR 기술보유 테크기업인 Dream VU와 MOU를 체결하는 성과를 거뒀다. 또한 미국시장에 기반을 둔 2개의 로봇기업으로부터 스마트물류 분야의 상호협력을 위한 디스트리뷰터 협약 체결 제의를 받고 파트너십 계약을 진행하고 있다.
한편 힐스엔지니어링 윤종철 CTO는 “이번 CES2022 혁신상을 계기로 그동안 심혈을 기울여 왔던 인공지능기반 자율주행 플랫폼 소프트웨어인 ‘솔로몬(Soloman)’를 본격적으로 시장에 출시, 물류로봇과 방역로봇, 안내로봇, 도슨트로봇 등의 응용시장에 본격적으로 적용하며 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다”라고 밝혔다.
CES 2022 혁신상 7개 부문 수상
두산

두산 전시부스(사진. 두산)
로봇 비즈니스에 공격적으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두산 또한 CES 2022에서 로봇 기반의 볼거리를 제공했다. 오프라인 기준으로 이전 CES 2020에서 협동로봇을 통한 산업용 로봇 사업에 포커스를 뒀다면, 올해에는 ‘유쾌한 일상(Delightful Life)’을 테마로 로봇기술을 통한 생활의 변화를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번 CES 2022 두산 부스에는 두산로보틱스, 두산중공업, 두산밥캣, 두산퓨얼셀, 두산산업차량, 두산모빌리티이노베이션 등의 계열사들이 함께 참가해 두산의 기술이 일상에 어떻게 적용되는지 직접 체험해볼 수 있도록 꾸몄다.
이번 CES 2022에서 두산은 총 7개의 제품과 기술에 대해 혁신상을 수상했다고 발표했다. △카메라 로봇 ‘NINA(New Inspiration New Angle)’ △수소드론을 활용한 태양광 발전소 점검 솔루션 △수직이착륙 고정익 수소드론 ‘DJ25’ △완전 전동식 로더 ‘T7X’ △PFC △수소연료전지 시스템 ‘트라이젠’ △폐플라스틱 수소화 기술 등이 그 주인공이다.
그중 두산로보틱스가 개발한 카메라 로봇 NINA는 로봇 공학이나 촬영 관련 경험이 없어도 누구나 전문가 수준의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로봇이다.
두산로보틱스가 협동로봇을 활용해 개발한 영상 솔루션 NINA는 지난해 서울 광림아트센터에서 진행된 뮤지컬 ‘태양의 노래’에서 온라인 실시간 중계에 활용됐다. NINA는 360° 및 피사체 추적 촬영 등 전문가 수준의 기술을 로봇 공학이나 촬영 관련 경험이 없더라도 누구나 구현할 수 있게 한다. 방문객들은 카메라로봇에 설치된 스마트폰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촬영하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카메라로봇 NINA(사진. 두산)
지난 CES 2020에 이어 올해에도 두산은 로봇을 이용한 다양한 볼거리를 마련했다. 두산 전시관에는 수소터빈과 국악, 밥캣 소형 중장비와 피아노 연주 등 다양한 기술과 악기가 융합된 모습을 선보였고, 스마트팜에서 자란 나무에서 사과를 수확하고 포장하는 협동로봇 애플리케이션도 공개했다. 회사는 파종-관수-수확-포장-물류 등 식물의 탄생에서 배송까지 전 과정을 수행할 수 있는 로봇 시스템을 구현한다는 목표이다.
한편 두산로보틱스는 카메라 로봇을 비롯해 모듈러 로봇카페, 아이스크림 로봇, 의료 보조 로봇 등 다양한 서비스로봇으로 라인업을 확장하고 있다. 두산로보틱스는 이러한 성과와 경쟁력을 인정받아 프랙시스캐피탈파트너스와 한국투자파트너스로부터 400억 원 규모의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인류와 기술의 커넥팅 링크 ‘로봇’

(왼쪽부터) 삼성 봇 핸디와 AI 아바타, 그리고 삼성 봇 아이(사진. 삼성전자)
이번 CES 2022에서 특히 두드러진 모습은 서비스로봇 기술의 대두이다. 특히 이미 로봇사업에 진출했거나 또는 진출을 예고한 국내 유명 대기업들이 일상에서 사용할 수 있는 로봇에 포커스를 맞추면서 서비스로봇 시장 본격화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고조시켰다.
삼성전자는 가정용 로봇 ‘삼성 봇 아이’와 가사 보조로봇 ‘삼성 봇 핸디’를 이날 전시회에서 공개했다. 삼성 봇 아이는 밸런싱 제어 기술 기반의 인터랙션 로봇으로, 생생한 모션으로 생명체와 같은 움직임을 보여준다. 사용자의 곁에서 함께 움직이며 다양한 업무를 서포트해주고, 사용자와 떨어져 있을 때에는 텔레프레전스 기능으로 사용자 대신 여러 가지 일들을 처리해 준다. 또한 삼성 봇 핸디는 매니퓰레이터가 탑재된 모바일 로봇으로, 집 안에서 물체를 인식하고 능숙하게 들고 옮기거나 가사 일을 도울 수 있다. 지난 CES 2021에서 학습 기반으로 단일 물체를 피킹하는 모습을 보여줬던 이 로봇은 올해 보다 업그레이드되어 다중 물체를 인식하고 주변 환경을 고려해 집는 기술인 ‘식기 핸들링’으로 관심을 모았다.
화장품 기업으로 유명한 아모레퍼시픽도 로봇기술을 이용한 기술로 CES 2022 혁신상을 수상했다. 아모레퍼시픽은 뇌파를 측정해 사람의 감정을 분석하고, 사용자의 감정 상태에 적합한 향과 색의 입욕제를 즉석에서 만들어주는 로봇 솔루션 ‘마인드링크 배스봇’과 개인 스마트폰 카메라와 조명 거울로 매일 피부 상태를 측정해 맞춤 솔루션을 제공하는 통합 플랫폼 서비스 ‘마이스킨 리커버리 플랫폼’으로 CES 2022 혁신상을 수상했다.

아모레는 사용자의 기분에 따라 맞춤형 입욕제를 만드는 로봇 ‘마인드링크 배스봇’
(사진. 아모레퍼시픽 동영상 갈무리)
이 같은 CES 2022 내 기조는 인공지능과 비전, 센싱 등 요소기술의 첨단화에 따라 로봇이 본격적으로 인간의 삶에 유의미한 역할을 할 시기가 도래했음을 알려준다. 이전까지는 스타트업이나 로봇 전문 기업들의 혁신적인 아이디어들이 주목을 받았다면, 올해에는 주요 대기업들이 본격적인 제품을 들고 나섰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이 같은 움직임들은 산업뿐만 아니라 가정과 주방, 외식 산업 분야 등 사람들의 생활공간에서 사람과 로봇이 유기적으로 공존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으며, 이번 CES 2022는 산업용 로봇 분야에서 후발주자였던 대한민국이 이 분야에서 선구자적 위치에 서 있음을 증명하는 자리가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