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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칼럼] 4종 드론 온라인 교육 유감 "취미로 드론 날리려고 들었는데 항공사 입사시험 준비하는 줄..." 정대상 기자입력 2021-03-24 10:03:15

올해 3월부터 중량이 250g 초과, 2㎏ 이하인 드론을 조종하기 위해서는 최소 4종 드론 교육을 이수해야만 한다. 현재 가장 많이 보급된 DJI 드론의 경우 매빅미니(242g)를 제외하면 가장 많이 보급된 매빅2도 중량이 900g이 넘기 때문에 사실상 대부분의 드론 유저가 필수적으로 온라인 교육을 수료해야 하는 상황이다. 사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찬반 의견이 많았지만, 드론 실명제와 더불어 무분별한 드론의 불법 촬영과 비행을 막기 위한 필수적인 선택이라는 것에는 동의하는 편이다. 이에 드론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이 최소한 숙지해야 하는 법규 등의 과정들로 구성되어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한국교통안전공단이 진행하는 4종 드론 교육 온라인 과정을 수료했다. 


그러나 이번에 처음으로 실시한 이 온라인 강좌는 항공안전법. 항공사업법. 공역 및 항공안전, 무인항공기 인적 요인, 무인 비행 장치 시스템, 비행 이론(무인 멀티콥터), 항공 기상으로 구성되어 있다. 대부분 알아듣기 힘든 전문용어들로 점철되어 있으며, 취미로 드론을 시작하려는 수강생 입장에서는 ‘내가 드론 수업을 듣고 있는지, 항공사 입사시험을 준비하는지’ 헷갈릴 정도로 애매모호한 내용들이었다. 물론 항공 관련 학과생이나 드론 관련 산업에 종사하는 경우, 또는 초경량 비행 장치를 연구하는 사람들을 위한 과정이라면 이 수업의 과정이 충분히 이해된다. 그러나 대다수의 드론 유저들이 알고 싶어 하는 내용과는 확실히 동떨어진 수업으로 느껴진다.


한국교통안전공단에서 진행하는 온라인 과정은 재시험의 기회가 다수 있고, 강의를 듣고 간단한 시험만 치르면 누구나 수료할 수 있어 이수 자체가 어렵지는 않다. 다만 그렇기에 오히려 드론 유저들이 최소한 드론을 시작할 수 있도록 하는 길잡이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필자는 실제 드론 동호회에서 회원들이 주로 질문하는 드론 관련 궁금증들을 조사해 봤다.

 

드론 동호회 회원들이 말하는 드론 관련 궁금증


드론 유저들이 당장 직면하고 있는 이 같은 궁금증에 대해 이 온라인 강좌는 과연 몇 개의 해답을 주고 있는가. 


7개로 구성된 온라인 강의를 조금 더 살펴보면, 과연 드론에 관련된 강의가 맞는지 의문스러운 교육이 몇 가지 있다. 가령 2차 강의 내용인 항공사업법의 경우 드론으로 사업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필수이지만, 실제 드론을 운용하는 대다수의 일반 드론 유저에게 꼭 필요한 내용은 아니다. 또한 4차 강의에서는 비행 안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시각이나 피로, 수면, 약물에 대한 설명을 40분이나 지속하는데, 여기서 말하는 망막의 간상체나 추상체가 과연 드론 조종과 어떤 연관이 있을까. 항공 기상을 주제로 한 7차 강의에서 다룬 지구 대기권과 기업 고도계 설정, 온난전선이나 구름의 모양 등은 또 드론과 어떤 연관성을 가질까. 

 

또한 일부 강좌 중에서도 어색한 부분들이 있다. 5차 강의인 무인 비행 장치 시스템의 내용 중 4행정 엔진, 가솔린 엔진이나 회전익 항공기의 구조 원리 등을 다루는데, 엔진이 달린 무인항공기를 조종해야 하는 사람들을 위한 별개의 강좌가 개설되어 있기 때문에 해당 강의에서는 멀티콥터의 종류에 대한 설명 정도면 충분할 것으로 사료된다. 


사실상 의무적으로 누구나 드론 온라인 교육을 들어야 한다면, 자격증이나 수료증을 받기 위한 시험이 아닌 최소한의 안전교육과 드론 조작법, 드론 촬영 및 비행 신청 등 꼭 필요한 내용이 담긴 교육이 됐으면 한다. 또한 강의의 내용 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전문용어 및 이에 대한 설명 비중을 줄이고, 10세 이상의 유저들도 이해할 수 있는 교육이 될 필요가 있다. 


현재 드론 유저들 중에는 의도된 불법행위보다는 정말로 몰라서 본의 아니에 불법을 저지르는 경우가 많다. 드론은 빠르게 업그레이드되고 있으며, 운용 시 발생할 수 있는 변수도 다양해 실질적으로 배워야 할 것들이 매우 많다. 이러한 상황에서 드론 유저에게 필수코스가 된 4종 온라인 강좌는 또 하나의 쓸모없는 규제가 될 것인지, 드론 사고를 줄이고 불법 행위를 근절할 수 있는 과정이 될 것인지의 갈림길에 서 있다. 그렇기 때문에 취미든, 사업이든 드론을 시작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더욱 필요한, 내실 있는 강의들로 채워지길 희망한다. 

 

필자


기계·로봇 연구정보센터 
정병규 연구원 / 콘텐츠 개발팀장
ariass@naver.com

정대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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