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보기

ICRA 학술대회를 통해 본 로봇연구의 동향 ICRA 학술대회를 통해 본 로봇연구의 동향 김재호 기자입력 2012-01-30 00:00:00

Present Address of Robot Technology

ICRA 학술대회를 통해 본 로봇연구의 동향

 

글로벌 학술대회에는 언제나 방대한 양의 로봇 논문이 소개되며, 이는 당대 로봇기술의 동향을 살펴보는 창이 된다. ‘국가지정기계공학연구정보센터’에서는 전문가의 분석을 통해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로봇 관련 국제학술대회인 ICRA에 출품된 로봇 논문들의 비중과 현재 로봇기술의 동향에 대한 분석 자료를 공개했다. 역대 ICRA의 논문 투고 분야 비중을 통해 현 로봇기술의 주소를 살펴보자. 

 

기술 융합으로 새로운 미래를 열어갈 로봇
로봇은 기계, 전자, 정보통신 등의 기술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메카트로닉스의 대표적인 분야로서, 다양한 작업을 인간 대신 수행해 왔다. 2000년대 이전까지의 로봇은 산업현장에서 단순 반복 작업을 정밀하고 빠르게 수행할 수 있는 산업용 로봇이 주를 이루었다. 그러나 21세기에 들어서면서 기존의 로봇 기술에 IT, BT기술과 인공지능 및 센서 등의 기술이 접목돼 로봇의 용도가 가사 지원, 교육, 의료, 국방, 오락 등 인간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제 로봇기술은 정보화 및 고령화 등 21세기 패러다임 변화에 따라서 IT, BT기술과 함께 향후 미래를 이끌어갈 주요 기술로 부각되고 있다. 


로봇공학은 다양한 분야의 기술이 복합적으로 통합되며, 이의 산물인 로봇 제품도 그 범위가 매우 넓다. 따라서 로봇의 원천적이며 미래 지향적인 연구동향과 로봇산업의 현실적인 개발동향은 상당한 차이가 있다.
여기서는 로봇공학의 학술적인 연구동향에 대해서 살펴보기로 한다.

 

로봇 기술의 트렌드를 읽을 수 있는 ICRA
50년의 역사를 지닌 로봇의 기술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고, 선진국을 중심으로 로봇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2000년대에 들어와 로봇 관련 학술대회의 수가 급증했다. 이 중에서 IEEE RAS(Robotics and Automation Society)가 주관하는 ICRA(International Conference on Robotics and Automation)는 1984년부터 시작된 가장 권위 있는 국제학술대회이다. 매년 2,000편 이상의 논문이 투고되지만, 대략 30% 전후의 논문만이 채택되어 학술대회에서 발표되고 있다. 


ICRA의 논문 발표는 대략 120개의 세션으로 구성되는데, 한 세션은 보통 6편의 논문으로 구성된다. 표1은 최근 6년 동안 발표된 세션의 수를 알파벳 순서로 나타낸 것이다. 이들 세션은 주행, 머니퓰레이션, 지능, 구동 및 센싱, 햅틱스, 로봇-인간 상호작용, 제어, 로봇 메커니즘, 생체모방 기술, 마이크로/나노 로봇 등과 같이 로봇 기술로 분류되거나, 휴머노이드 로봇, 의료용 로봇, 해저/항공 로봇 등과 같이 로봇 제품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비록 각 세션의 제목이 이러한 분류에 따르지 않는 경우도 있고, 두세 분야에 걸쳐져 있는 경우도 있어서 각 분야별 정확한 논문의 수를 알기는 어렵지만, 대략 최근 연구 동향을 살펴보는 데는 도움이 될 수 있다.


전체적으로는 주행과 머니퓰레이션과 같이 로봇의 전통적인 연구 분야가 아직도 많은 세션을 구성하고 있다. 반면에, 로봇 기구학 및 동역학 등의 분야는 그 동안 많은 연구가 진행되어 이제는 이 분야에 대한 직접적인 연구는 많이 줄어들었음을 알 수 있다. 최근 몇 년간에는 의료용 로봇, 마이크로 로봇, 생체모방 로봇 등 10년 전에는 거의 찾아보기 어려웠던 분야의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들 분야 중 몇몇 중요 분야에 대한 연구동향을 간단히 살펴보기로 하자.

 

로봇의 기술 동향, 이동로봇 주행기술이 이슈
이동로봇의 주행 기술은 지난 수십 년간 많은 연구 개발이 진행됐지만, 아직 고도의 주행 기능을 가지고 실용화된 로봇이 거의 없을 정도로 어려운 기술이다. 표1에서 보듯이, 타 분야 비해서 주행과 관련된 논문이 월등히 많이 발표되고 있으며, 이는 아직도 풀리지 않은 문제가 많이 존재하고 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다방면의 연구가 진행되고 있음을 나타낸다. 주행은 크게 지도작성(Mapping, World Modeling), 위치인식(Localization), 경로계획(Path Planning), 장애물 회피(Obstacle Avoidance) 등의 요소기술로 구성돼 있다.

 

지난 몇 년 간 미지의 환경에서 지도를 작성하는 SLAM(Simultaneous Localization and Mapping)이라는 기술이 크게 주목을 받아서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논문이 투고됐지만, 최근에는 논문 수가 줄어들고 있다. 학문적으로는 주행 기술은 컴퓨터공학에서의 알고리듬과 많은 관련이 있으며, 확률론 등의 수학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종래에 사용하던 초음파 센서는 그 성능의 한계로 인해 여러 문제점이 있었지만, 레이저 스캐너와 같은 고가의 정밀 거리센서의 출현으로 큰 기술적인 진보를 이루었다. 따라서 최근에는 센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연구보다는 레이저 스캐너를 사용해 환경과 센서의 불확실성을 취급하는 확률 기반의 알고리듬 분야의 연구가 주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주행을 위해서 잘 구조화된 환경에서만 환경인식 및 위치인식 등 실용화 가능한 수준이며, 일상 생활환경과 같이 비구조화된 환경에서는 실용화하기에 부족한 기술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과거에 주로 실내 환경에서의 주행 연구가 주를 이루었으나, 최근에는 연구의 중심이 실외환경에서의 주행으로 옮겨지고 있다.

 

단지 육상로봇뿐만 아니라, 해저로봇과 항공로봇 분야의 주행 문제도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한국은 주행의 원천 기술 분야에서는 후발 주자로 로봇 선진국에 비해서 다소 뒤지지만, 실용적인 주행 분야에서는 세계적인 수준으로 평가되고 있다. 일례로, 한국에서 생산되는 대부분의 청소로봇들은 자신이 청소하는 위치를 알고 있으며, 청소하는 환경의 간단한 모델링을 할 수 있는 등 주행 기능을 갖추고 있다. 따라서 자신의 위치를 알지 못해 랜덤하게 동작하면 청소를 수행하는 룸바를 비롯한 외국 청소로봇에 비해 훨씬 효율적인 청소가 가능하다.

 

꾸준한 진보 자랑하는 머니퓰레이션, 서비스 부분에서는 아직도 갈 길 멀다
1960년도에 근대적인 의미의 로봇이 개발된 이후로, 가장 활발하고 꾸준하게 연구된 분야가 바로 머니퓰레이션 분야이다. 지난 50년간의 연구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기술적으로 많은 문제점이 있어서, 현재도 활발히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산업용 머니퓰레이터는 오래 전부터 기술적으로 성숙되어 양산을 통한 단가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지만, 이와 비슷한 형태를 가지는 서비스로봇용 로봇 팔의 경우, 아직 시장이 형성되지 못할 정도로 기술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수십 년간 축적된 산업용 로봇의 기술이 서비스로봇에 쉽게 적용될 수 있으리라 기대하였지만, 산업용 머니퓰레이터는 고가의 서보모터와 감속기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 저가화가 매우 어려운 하드웨어라는 한계와 함께 인간과 충돌시의 안전문제, 조작대상 물체의 인식의 어려움, 물체나 환경과의 접촉시의 힘제어의 어려움, 인간과 같은 학습 및 모방 기술의 부재 등 서비스로봇용 팔이 갖추어야 할 거의 모든 기술 분야에서 낙후성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팔이 없는 서비스로봇은 그 기능이 대폭 제한될 수밖에 없으며, 움직이는 PC 역할을 벗어나기 어렵다. 그러므로 향후 서비스로봇 시장을 활성화하고,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는 머니퓰레이션에 대한 활발한 연구 개발이 매우 절실하다. 

 

 

휴머노이드, 생체모방, 의료, 마이크로 로봇의 대두
지난 10년 간 로봇 연구에서 과거에 비하여 세션 수가 괄목할만하게 증가된 분야는 휴머노이드 로봇, 생체모방 로봇, 의료 로봇, 마이크로 로봇 등이다. 주로 일본의 연구자들에 의해서 주도되고 있는 휴머노이드 로봇은 실용적인 측면에서는 상업화가 어렵지만, 많은 로봇 기술의 융합에 의해서 이루어지며, 인간을 닮았다는 상징성 때문에 많이 연구되고 있다. 과거에는 균형을 잡으면서 보행하는 기술이 주를 이루었지만, 이제는 사람과 유사한 몸 동작 및 춤을 제공할 수 있으며, 팔, 다리, 허리 등 운동기관 모두를 이용해 효율적으로 무거운 물체를 드는 동작까지 한다. 다만 최근 3~4년 동안에는 발표되는 논문의 수가 줄어들고 있는 추세이다.


생체모방(Bio-Mimetic or Bio-Inspired) 로봇의 경우에는 과거에 뱀 로봇 등 형태만 동물과 유사하였지만, 최근에는 인간이나 동물의 운동, 근육의 움직임 등을 자세히 관찰해 이를 로봇의 운동으로 구현하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단지 운동뿐만 아니라 개미의 군집 지능과 같은 동물의 지능을 로봇에 적용하는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특히, 개나 말과 같은 4족 보행형 로봇은 빠른 보행 수준을 넘어서 뛰어가는 동작이나 극한 상황에서의 운동 등의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또한, 곤충이나 동물의 뇌에 전극을 꽂아서 자극을 줌으로써 운동을 제어하는 분야의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의료로봇 분야도 최근 몇 년간 괄목할 만한 성장을 한 분야이다. 의료용 로봇은 수술보조 로봇, 수술 시뮬레이터, 재활로봇 등으로 분류할 수 있다. 과거에는 연구 차원에만 머물렀던 수술보조 로봇이 국내외의 여러 병원에서 활용되고 있으며, 특히 다빈치 시스템, 로보닥 등의 수술용 로봇은 한국에서의 적용 건수가 미국 다음으로 많다. 또한, 수술용 네비게이션, 증강현실, 햅틱기술 등의 지능형 수술시스템이 활발히 연구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캡슐형 로봇, 혈관 청소나 약물 전달에 사용되는 마이크로 로봇 등에 대한 연구도 많이 진행되고 있다.


마이크로 로봇의 경우 국내에서도 혈관치료용 마이크로 로봇을 개발한 사례가 있다. 동물의 혈관 내에서 외부 자기장을 이용해 로봇을 이동시키는 기술이 적용됐다. 주로 약물 전달에 사용하는 마이크로 로봇이 주를 이루며, 박테리아의 운동을 모사하는 인공 박테리아를 통한 약물 전달, 이러한 박테리아의 운동 경로 생성 및 제어 등에 관한 연구도 일부 진행되고 있다.


최근에는 다개체 로봇(Multi-Robot), 군집로봇(Swarm Robot)의 협동 작업을 통한 임무 완수에 관한 주제가 많다는 것이다. 이는 필드로봇 분야의 극한 작업이나 군사용 임무는 다수를 이용한 공동 작업에 의해 수행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기존에는 단순히 바퀴형 로봇을 이용한 군집로봇에 관한 연구가 진행됐으나, 최근 들어서는 군집로봇 개체는 이족보행, 다족보행 로봇 등의 구동메커니즘과 평탄 지형, 험지 등의 활용 환경에 적합하게 운용하는 방법에 대한 연구가 다각적으로 수행되고 있다. 군집로봇의 효율적인 운용 방법을 찾는 알고리듬 개발에 관한 연구, 즉 군집대형 편성, 군집/대형별 주행, 경로생성, 활용영역(Coverage), 상호 충돌회피, 대형별 임무 분담 등에 관한 연구가 주를 이루고 있다.

 

전문가 제언
지난 10년 동안 정부에서 로봇 분야에 많은 연구비를 투입했음에도 불구하고, ICRA에서 발표되는 한국 논문은 수는 정체 상태이거나 오히려 줄어드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첫째, 미국, 유럽, 일본 등 전통적인 로봇의 선진국에서도 많은 연구비가 투자되면서, 많은 논문이 투고돼 ICRA에 채택되는 논문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다는 점이다. 둘째, 한국에서의 로봇 연구는 주로 지식경제부에서 지원하는 상용화 및 실용화 위주의 과제이므로, 연구되는 내용이 너무 실용적이라 학술대회의 성격에는 맞지 않는다는 점이다. 셋째, SCI급 논문만이 우대 받는 한국에서는 저널급 수준을 요구하는 ICRA에 논문을 내는 대신, 저널에 논문을 제출하려는 경향이 있다. 특히, 논문 중복에 대한 사회적인 감시의 경향이 강화되는 최근에 와서는 학술대회 논문을 보완해 저널에 제출하는 종래의 방식이 어려워지면서, ICRA 등에 제출되는 논문의 수가 전반적으로 줄어들게 되었다. 반면에, 다른 나라의 연구자들은 동영상이나 데모를 통한 홍보 및 토론이 가능한 학술대회를 저널보다 선호한다.


전체적으로 최근의 로봇공학 분야의 연구동향을 파악해 보면, 과거의 하드웨어 개발 위주에서 현재는 지능을 포함한 소프트웨어 중심의 연구 분야로 전환되고 있는 시점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단지 학술적인 연구의 측면에서의 분석이므로, 하드웨어가 과거에 비해서 중요성이 작아졌다는 의미는 아니며, 학술적인 연구 측면에서는 연구의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줄어들었다는 의미임에 유의해야 한다. 또 하나의 특징은, 최근 논문의 주제가 타학문 분야와의 접목 및 융합을 통해 다양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일부에서는 로봇과 인문학, 교육학, 예술 등과의 결합을 통해 로봇 공연, 교육 분야의 로봇 활용 등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기계공학연구정보센터   www.metric.or.kr


 

김재호 기자
로봇시대의 글로벌 리더를 만드는 로봇기술 뉴스레터 받기
전문보기
관련 뉴스
의견나누기 회원로그인
  • 자동등록방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