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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분야에 로봇을 접목한 BAT 로봇이 만드는 건축물의 아름다움 이성운 기자입력 2017-06-26 17:56:09

 

인간의 역할을 로봇이 대체하는 흐름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파도이다. 제조업에서 단순하고 반복적인 작업에만 사용되던 로봇은 기술의 발달로 좀 더 복잡하고 다채로운 작업이 가능해졌다. 로봇 관련 전시를 찾아가 보면 로봇이 커피를 타주거나 그림을 그리는 어플리케이션은 이제 낯설지 않다. 이러한 시대의 흐름 속에서 로봇을 이용해 건축과 조형물을 제작하는 곳이 있어 이목을 집중시켰다.

취재 이성운 기자(press7@engnews.co.kr)

 

 BAT 신동한 공동대표(左)와 고민재 공동대표(右)

 

오늘날의 로봇은 인간이 하기 싫은 일 또는 인간이 할 수 없는 일, 인간이 하기에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일 등을 대신하기 위해 오늘도 어디선가 쉬지 않고 움직이고 있다. 기술의 발달로 로봇의 활용 폭은 나날이 넓어지고 있으며, 이제는 건축 분야까지 로봇이 진출했다.
건축 및 디자인 분야에서 활동하면서 이 분야와 관련된 로봇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는 BAT의 작업공간은 다른 사무소들과 조금 다르다. 사람 대신 로봇이 벽돌을 쌓고, 인테리어에 들어가는 조형물(테라코타)을 로봇이 빚는다. 건축 시공현장이라 하면 햇빛에 그을린 구리빛 피부의 시공자들이 구슬땀을 흘려가며 작업하는 모습을 상상하지만, BAT의 시공현장은 로봇만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 BAT에서 로봇을 이용해 시공한 벽돌벽

 

건축 및 디자인 분야의 콜럼버스, BAT
BAT는 건축과 인테리어 제작 과정에 제조용 로봇을 비롯한 각종 첨단 장비들을 활용해 관련 기술을 연구하고 이를 실제 현장에 적용하고 있는 사무소이다.
로봇을 이용한 건축 기술은 외국사례를 찾아봐도 드물며, 로봇을 이용한 조형 기술 또한 아직 일부 예술계에서만 사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렇듯 시장이 형성되지 않은 미개척
지를 BAT는 느리지만 한 걸음씩 개척해나가고 있다.
직원 수가 4명뿐인 작은 회사 BAT는 직원들 모두가 건축 전공자이다. 직원들 가운데 누구도 로봇을 전공한 사람이 없다. 로봇을 가지고 사업을 하면서 로봇전공자가 없는 상황이 아이러니하지만, 그들은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건축분야에 맞는 로봇 제어 소프트웨어 ‘GERTY’를 개발하고 소비자가 만족할만한 결과물들을 만들어 내고 있다.
BAT 신동한 대표는 “실제로 사업을 하는데 로봇전공자들이 없어 어려움이 많다”며 “관련 기술을 하나 개발하려면 부가 모터와 로봇과의 연동을 위한 시스템 빌드까지 다 공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어려움이 있지만, 로봇을 가지고 건축을 한다는 것 자체가 재밌어서 지금까지 해왔고 앞으로도 계속 할 생각이다”라고 말하며 자신에 일에 대한 강한 애정을 내비쳤다.

 

건축 전공자가 로봇을 다루기까지…
BAT의 출발은 건축을 전공한 신동한 대표가 건축 디자인 프로그래밍을 배우기 위해 영국에서 유학생활을 하던 시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영국에서 석사 논문을 준비하면서 로봇
을 접하게 되었고,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되었다. 그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로봇에 대한 흥미를 느끼게 되었고 한국에 돌아와서도 계속해서 연구를 진행했다.
신 대표는 한국으로 돌아와 지도교수와 함께 로봇분야의 유수기업 ABB의 문을 두드려로봇에 대한 지원을 받았다. 이후 로봇을 활용한 건축을 연구하기 위해 워크샵을 진행했고, 워크샵에서 지금의 공동대표 고민재 대표를 만나게 되었다.
신 대표는 “고민재 대표가 워크샵 당시 설계 소프트웨어를 굉장히 잘 다뤄서 눈여겨봤었다”며 “워크샵이 끝나고 1~2년 후 고민재 대표와 건축 쪽으로 특화된 두 명의 동료들이 모여 함께 BAT를 설립했다”고 BAT의 시작을 밝혔다.

 

▲ 로봇의 밀링작업으로 제작한 조형물

 

건축가가 만든 로봇 제어 소프트웨어 ‘GERTY’
로봇을 이용한 건축은 아직 대중화되지 않은 분야인 만큼 연구가 쉽지 않다. 실제로 해당 연구 및 건축에 필요한 기능을 보유하고 있는 로봇 제어 소프트웨어가 없었다. 이에 BAT는 직접 로봇 제어소프트웨어 ‘GERTY’를 개발해 건축 시공에 사용하게 되었다.
‘GERTY’는 라이노(3D 모델링 소프트웨어) 기반의 에드온(특정 소프트웨어에 덧붙여 사용되는 프로그램 형식)으로 로봇을 시뮬레이션하고 제어하는 소프트웨어이다. 기존에 ‘GERTY’와 같은 역할을 하는 로봇아이오, 할, KUKA┃prc, 스콜피온 등의 에드온들이 존재했지만, 가격적인 측면에서 부담이 됐고, 결과적으로 BAT가 필요한 기능들이 부족했다.
이러한 이유로 개발된 GERTY는 타 소프트웨어에비해 밀링(절삭 가공법 중 하나)에서 특히 강점을 보인다. 다른 소프트웨어의 경우, 밀링 시뮬레이션 작업 시 포인트 개수가 1~2만 개를 넘으면 시스템에 부하가 걸린다. 반면 GERTY는 100만 포인트까지 입력이 가능하다. 또한 기구학적 측면에서 BAT만의 아이디어를 접목해 밀링뿐만 아니라 모든 작업에 있어 더 안정적으로 시뮬레이션을 돌릴 수 있다.
신 대표는 “BAT의 로봇을 이용한 공정은 모두 GERTY를 통해 이루어진다”며 “벽돌을 쌓는 단순한 공정부터 스티로폼을 절삭하는 공정, 점토를 적층하는 방식으로 구조물을 빚는 공정 등에 모두 GERTY가 사용된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GERTY는 사용편의성 부분에서 아직 미완성이기 때문에 정식 출시되지 않았지만, 향후 수정과 보안을 통해 정식 출시할 계획이다”고 덧붙였다.

 

▲ BAT에서 자체개발한 ‘GERTY’

 

새로운 도전을 위한 프로젝트 팀 ‘테크캡슐’
BAT의 신 대표와 고 대표는 회사 외적으로 사업인프라 조성과 기술 공유를 위해 ‘테크캡슐’이라는 프로젝트 활동도 병행하고 있다.
테크캡슐은 오는 9월에 개최되는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를 위한 프로젝트 그룹으로, 생산도시라는 주제로 세운상가 리모델링 작업을 맡고 있다. 이 리모델링 작업에 ‘클레이프린터(클레이익스크루더)’라는 다소 생소한 방식이 사용된다. 클레이프린터는 건축에 사용되는 부재 또는 조형물을 다품종 소량생산하기 위한 기술로, 다관절로봇에 노즐형태의 엔드이펙터를 탑재해 점토(粘土)를 짜내며 적층하는 방식이다. 적층으로 완성된 조형물은 도자기처럼 가마에서 구워지며 강성을 갖게 된다.
클레이프린터는 조형물을 빚기 위한 인력에서 발생되는 비용과 시간을 상당히 절감시킨다. 건축에사용되는 조형물의 경우, 그 형태가 일정하지 않고 복잡하기 때문에 제작하기 위해서는 고급인력과 상당한 시간이 요구된다. 이러한 부분을 클레이프린터가 해결해주며, 이 작업에도 BAT가 개발한 GERTY가 사용된다.

 

▲ 클레이프린터를 이용해 제작 중인 조형물

 

묵묵히 새로운 길을 개척해나가는 BAT
“매년 두 가지 정도의 새로운 가공 패키지를 개발해 건축분야에 활용하고 싶고, GERTY의 사용성을 다듬어 출시할 계획이다”라고 앞으로의 계획을 밝힌 신 대표는 “우리만의 건축부재나 가구를 하나씩 만들어나가 하나의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는 큰 꿈을 품은 채 오늘도 새로운 길을 걸어가고 있다.
새로운 길은 험난함과 끝을 모르는 불안감 때문에 그 길을 선택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 BAT가 걷는 길은 험난하고 외로운 길이지만, 인내하고 걸어간다면 후발주자들에게는 선구자가 될 것이다. 대한민국 로봇 건축분야의 선구자 BAT의 앞날을 기대해 본다.

이성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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