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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러 앱’ 발굴과 기술혁신 ‘킬러 앱’ 발굴과 기술혁신 김재호 기자입력 2010-04-29 00:00:00

돈이 되는 로봇

‘킬러 앱’ 발굴과 기술혁신

 

반도체에 이어 21세기 대한민국의 ‘먹거리’로써 부각되고 있는 로봇산업. 정부의 적극적 지원 아래 로봇산업의 시장 규모 역시 해를 거듭 할수록 커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양적인 성장 이면에는 로봇기술을 대표할만한 히트상품은 물론 시장조차 미흡한 것이 서비스 로봇산업의 현실이다. 본 지면에서는 두 분의 전문가를 통해 이러한 문제의 원인과 로봇산업의 시장 창출과 수요 확대를 위한 해법을 살펴보고자 한다.

 

연재순서

1. 용도에 맞는 감성의 전달 & 용도를 만족하는 기능의 완성도 추구

2. 핵심기술 확보와 완성도 높은 상품화 기술

3. 적합한 레벨의 인공지능

4. 인지과학적 인터페이스 기술

5. 부품기술의 혁신

6. 효율적인 기술혁신 추구

 

용도에 맞는 감성의 전달

 

과거의 소비자들은 새로운 상품이 출시되거나, 기존의 상품에 새로운 기능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면 비교적 쉽게 상품을 구매하였다. 반면 지금의 소비자들은 상품에서 특별한 가치를 느낄 수 있을 때에만 구매를 결정한다. 시장이 공급자 중심의 시대에서 수요자 중심의 시대로 주권이 이동하였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소유의 개념이 중요하였다면 지금은 경험의 개념이 중요해졌다. 만약 그 상품이 지능형로봇이라면, 용도에 맞는 감성의 전달이 있어야 구매를 결정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소비자들의 마음속에 숨어있는 구매의 결심을 자극해야만 한다. 특히 인간과 공존하는 로봇이라면 상품과 시장에서 감성을 통한 접근방식이 더욱 필요할 것이다. 소비자들은 감정으로 구매를 결정하는 빈도가 높기 때문이다.

 

몇 년 전, 소니의 애완용 강아지 로봇 아이보(Aibo)는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에게 높은 관심을 끌며 시장에 출시되었다. 그러나 실제 애완용 강아지에서 느끼는 촉감과 다양한 감성적 교감이 아이보에서는 한계로 지적되었다. 아이보는 실제 강아지를 대체할 수 없는 요소가 많았기 때문이다. 시장출시 후 일정기간이 지나자 흥미를 느끼는 소수의 소비자와 로봇 동호인들을 제외하고는 구매하기를 주저하였다. 강아지 로봇이 가끔 엉뚱하게 반응하자 어린이들은 짜증이 난 나머지 로봇을 내던졌고, 이를 본 부모들은 강아지 로봇의 상품가치에 불만을 터트리며 마침내 불매운동을 벌이기까지 하였다. 강아지 로봇 아이보는 감성을 표현하는 지능의 미달로 인하여 감정의 전달을 가능하게 하는 인터페이스(Interface)의 소통 부족 때문이었다.

 

심리치료용 로봇 파로(Paro)는 노인이나 환자에게 감성적 교감을 통하여 정서적 안정을 제공하는데 효용이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물개가 가지고 있는 감성 중 인간에게 전달할 수 있는 감성이 다른 동물보다 단순하기 때문이다. 이정도의 감성을 표현하는 지능과 주변기술은 아이보에 비하면 비교적 쉽게 구현할 수 있다. 파로는 시장은 비교적 작지만 지금도 꾸준하게 판매되고 있다고 한다. 동물학자들은 이미 동물도 인간처럼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많은 연구결과들을 축적하고 있다. 동물도 인간과 같이 뇌에서 분비되는 신경전달물질이 감정을 유발한다고 알려져 있다. 지능을 가진 뇌가 동물에게도 감성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로봇이 지능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환경을 인식하여 학습과 추론하는 능력을 가져야 한다. 지능수준을 높이기 위한 개발자들의 노력은 계속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많은 기술적 장애요인들이 이를 가로막고 있다.

 

인간과 같은 수준의 감성적 지능을 갖는 것은 대단히 어렵고 오랜 시간이 걸리는 일이다. 어쩌면 기술적으로 영영 불가능한 일이 될지도 모른다. 지금 구현이 가능한 지능 수준으로 인간과 소통할 수 있는 낮은 단계의 가치를 제공하는 용도의 로봇을 발굴하는 것이 더 현명한 일이 될 것이다. 지능레벨이 높은 대상에 현재 구현 가능한 지능을 탑재하면 그 로봇은 또 소통에 실패할지 모른다. 당분간 이를 극복할 대안으로 감성적 교감이 낮거나 지능적 결정을 인간이 할 수 있는 로봇이 거론되고 있다.

 

멀리 있었던 로봇에서 가까이 있는 친구 같은 로봇이 가능하여야 성공하는 로봇이 될 수 있다. 소비자가 원하는 필수품 로봇은 그것을 소유하면 만족의 경험과 경쟁력의 우위를 확보해 줄 수 있어야 한다. 기본적인 지능을 똑같이 제공하되 개인의 활용에 따라 감성이 향상되고 기억을 축적하는 로봇이 될 수 있도록 학습능력을 부여해야 한다. 로봇이 나만을 위한 특별한 존재가 될 수 있도록 차별적인 구현성을 소비자에게 부여하여야 한다. 사고와 행동이 같은 사람은 하나도 없는 것처럼 로봇도 훈련에 따라 지능이 달라질 수 있는 것을 소비자들은 원한다. 로봇의 지능은 로봇상품이 인간의 감성과 접속이 가능하고 교감할 수 있는 창조적 소통의 수단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어려운 기술의 상품이나 서비스라 할지라도 지능이 미달되어 인간의 본성과 배치되고 감성적이지 않다면 실패하기 십상이다. 로봇에 대한 인간의 상상력은 소비자의 기대치를 매우 높아지게 하였다. 지금 가능한 지능의 로봇으로 그 기능이 무엇으로도 대체가 곤란한 로봇을 찾아내야만 한다. 또한 소비자의 감성적 불만을 청취하여 지속적으로 성능과 서비스 개선에 노력해야 한다. 지능과 함께 감성적인 만족과 변화를 주는 ‘킬러 콘텐츠(Killer Contents)’의 개발도 감성을 제공하는 성공요소이다. 다양한 콘텐츠는 사용자로 하여금 지루함과 식상함을 덜어줄 것이다. 유치원에서 교육용으로 사용되는 유아용 로봇은 소형 컴퓨터를 내장하고 유아들이 좋아하는 콘텐츠를 탑재하였으나 바퀴 달고 이동하는 미니컴퓨터라는 비아냥을 들어야만 했기 때문이다.

 

용도를 만족하는 기능의 완성도 추구

 

새로운 기술과 발명이 가져다주는 혁신적인 용도를 이해하거나 기능을 예측하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다. 과거 산업발전의 역사에서 새로운 도구는 기술의 진보를 거듭하며 가치와 실용성을 더욱 높여가고 있다. 슘페터는 ‘창조적 파괴란, 끊임없는 혁신을 통하여 이루어지는 기술진보’라고 하였다. 상품으로서의 도구는 초창기 시장을 키우고 산업으로 성장하여 경제발전과 인간생활을 풍요롭게 하였다.

 

로봇은 인간의 상상에서 시작된 상품으로 인간을 그 모토로 시작하였다. 때문에 최초의 지능을 가진 로봇은 인간과 닮은 모습이었으며 아시모(Asimo)와 같은 휴머노이드 로봇이 먼저 개발되기 시작하였다. 로봇은 인간과 동등한 수준의 높은 기술력을 필요로 하였기 때문에 지능을 가진 로봇은 접근이 어려운 상품이다. 로봇은 처음부터 기술의 수준보다는 상상의 기대에서 출발하였기 때문이다. 적당한 용도와 기능의 로봇을 발굴했다면 그것이 현재의 기술로 구현 가능한지를 면밀히 살펴보아야 한다. 상품화된 로봇의 기능은 인간이 그동안 경험한 수준이거나 또는 그 이상의 수준을 실제 행위로 나타낼 수 있어야 한다.

 

현재 시장에서 판매되고 있는 로봇은 소비자가 만족할만한 수준으로 기능을 구현하는 것이 미흡하다. 대부분의 로봇이 흥미롭기는 하지만 현실에서의 실용성은 떨어지고 있다. 청소로봇은 사람수준의 청소에 미달되고, 강아지 로봇은 실제 강아지와 같은 수준의 감성적 소통이 어렵다. 안내용 로봇은 컴퓨터의 안내시스템과 비교하여 특별한 차이점을 발견하기 어렵고, 승마로봇은 실제 승마와 같은 정서적 체감을 주지 못하고 있다.

 

청소로봇을 예를 들어 분석해 보자. 청소로봇은 용도의 적합성은 합당하였으나, 기능의 구현이 국내 생활환경에서는 소비자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였다. 청소로봇은 카펫의 청소에는 기능이 충족되었으나 장판 위의 청소에서는 소비자를 만족시키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장판청소의 수준을 만족시키기 위한 기능을 기술적으로 완성하는 것은 많은 난제가 따른다. 완성된 제품의 크기와 무게 그리고 제조비용의 측면에서 상품화가 곤란하기 때문이다. 히트상품이었던 스팀청소기라는 대체재의 시장도 이미 존재하고, 기능도 중첩되어 있어 경쟁적 요소도 안고 있다. 청소로봇이 스팀청소기에 비하여 소비자가치의 우월성을 기술적으로 제공하기 어렵다

 

국내 소비자들은 이미 스팀청소기의 성능을 경험해본 기억이 있다. 스팀청소기는 뜨거운 증기를 분사하여 바닥의 찌든 때 청소는 물론 세균까지도 제거하여 준다. 유아라도 있는 가정이라면 스팀청소기의 필요성은 안성맞춤일 것이다. 기업들은 스팀청소기를 능가하는 혁신적인 물걸레 청소로봇을 시장에 내놓지 못하였고 결국 국내 소비자들은 점점 청소로봇을 외면하고 있다. 소비자들에게 청소로봇과 스팀청소기를 동시에 구매하기를 원하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일 것이다. 소비자들은 현금을 지불할 때에는 매우 까다롭고 현명해지기 때문이다. 2006년 청소로봇을 로봇시범사업으로 국내 일반가정을 대상으로 시험한 결과 청소로봇의 필요성을 느낀 가정은 23%에 불과하였다. 누구든지 손으로 닦는 수준을 요구하는 수요자의 니즈를 고려하지 않고 해외에서의 성공사례를 답습한 공급자 위주의 사업전개에 문제가 있었던 것이다.

 

용도의 발굴이 적합한 경우에도 소비자의 기대수준을 기술적으로 완성하여 기능을 만족할 수 있는 로봇이 될 수 없다면, 그 로봇은 시장에서 성공하기 어렵다. 로봇의 기능에 관하여 ‘인간은 어떻게 어디까지를 원하는가?’를 기술로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기술혁신이 제품의 혁신을 낳고 로봇상품을 통해 일을 혁신할 수 있어야, 멀리 있었던 로봇에서 가까이에 있는 친구 같은 로봇이 될 수 있다. 기술과 시장이 서로 상승효과를 분석하여 제품에 적용되는 최적의 기술을 생성하고 로봇에 효과적으로 적용하기 위하여 노력을 다해야만 한다.

 

핵심기술 확보와 완성도 높은 상품화 기술

 

원천기술과 핵심기술의 보유여부는 기업과 국가의 발전과정에서 결정적인 성장요건이 될 수 있다. 국내 로봇기술은 전반적으로 원천기술의 확보가 미흡하고 상품화 위주의 단편적인 기술개발에 치우쳐 있다.

 

로봇은 원천기술과 핵심기술의 튼튼한 기반위에서 상품화기술에 집중해야 한다. 원천기술과 핵심기술이 취약한 상태에서 추구하는 상품화기술은 상품의 기술적 완성도를 높게 달성하기 어려워 상품의 가치경쟁력을 떨어지게 한다. 국내 로봇산업의 짧은 역사에 비추어 볼 때, 상품화기술에의 집중은 어쩌면 당연한 선택일 수도 있다. 한편으론 상품화 기술이 없는 원천기술은 무의미하다고도 할 수 있는데, 시장성이 없다면 그 기술은 필요 없기 때문이다.

 

일본, 미국 등의 로봇 선진기업들이 등록한 특허의 만료시기가 수년 내 다가오는 것을 고려한다면, 지금부터라도 새로운 핵심기술의 확보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원천기술과 상품화기술의 환상적인 융합은 소비자의 소구를 결정짓는 핵심적인 요소다. 로봇은 새로운 산업으로 창조적 기술혁신이 특별히 요구되는 분야다. 상품에 필요한 기술을 개발하고 저비용으로 실행하며 소비자의 선호도를 위주로 기술을 고도화해야 한다. 인공지능·인식·인터페이스·부품 등의 기초기술력은 상품의 가치를 증가시키는 핵심적인 요소다. 이런 기초기술들이 적절하게 융합되어 상품화기술을 완성하게 되고 제품을 가치 있게 마감하게 된다.

 

그러나 기술성을 강조한 나머지 다루기 어렵고 난해한 부가적 용도를 탑재하는 것은 오히려 상품성을 해칠 우려가 있다. 기능을 더하는 것보다 필요한 기능을 위주로 단순화된 조작기능을 부여하고 모든 계층의 사용자가 쉽게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 상품구매의 목적에 맞는 완성도 높은 상품화기술은 소비자들로 하여금 구매를 결정하게 하는 라스트 포인트다.

 

상품화기술은 소비자가 로봇을 대하는 순간 그것을 소유하고 싶다는 끌림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소비자가 상품에 몰입할 수 있도록 유인해내는 촉매제의 역할도 해야 한다. 여기에는 로봇의 용도에서부터 기능의 섬세한 동작과 운용의 편의성을 주는 기술들이 절묘하게 혼합되어야만 한다. 각 요소기술들의 절묘한 조합이 상품화기술의 완성도를 높게 달성할 수 있다. 디자인의 중요성은 이미 많은 분야에서 입증되고 있는 상품화기술의 하나이다.

 

디자인 하나 바꿨는데 인기가 높고 낮음이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이제 디자인도 과거 눈으로 보는 디자인에서 미래에는 청각·미각·촉각·후각까지 고려한 디자인이 환영받을 것이라고 한다.

 

로봇의 디자인을 보면 용도와 기능을 알 수 있는 것이 최고의 디자인이다. 기능주의 미학을 고려하여 상품 자체가 갖는 어포던스(Affordance)*가 높기 때문이다. 로봇의 용도를 고려한 디자인으로 로봇의 감성을 살리고 상품가치를 극대화하여 상품의 완성도를 더욱 높여야 한다. 완성도가 높은 상품화기술은 소비자에게 상품에 대한 독특하고 여운이 긴 인상을 줄 것이다.

 

상품화기술의 핵심은 로봇의 용도를 달성하는 기능의 완전한 구현에서 시작된다. 상품의 전체가치를 고려하되 핵심이 되는 기능은 높은 수준으로 달성해야 한다. 청소로봇은 청소기능을 높게 달성하는 것으로부터 상품가치가 시작된다. 군사용 로봇은 로봇의 운용목적에 따라 주어지는 임무를 완전하게 달성해야 한다.

3D 용도의 로봇은 주어지는 환경에서 사람을 돕거나 임무를 완수하는 것이 핵심이다. 심리치료용 로봇은 심리의 전달이 명확하여 인간에게 위안과 정서적 안정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수술용 로봇은 수술의 과정에서 높은 운용성으로 인간의 수술보다 분명하고 뛰어난 결과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애완로봇이라면 애완동물 수준의 감성이 제공되는 동작과 재미가 뒤따라야할 것이다.

 

감성로봇의 예를 들어보자. 인간의 감성과 교감할 수 있는 감성로봇은 의외로 시장성이 큰 분야다. 우선 감성로봇은 인간에게 줄 수 있는 감정과 정서의 전달이 있어야 한다. 용도에 맞는 레벨의 지능기술이 필요할 것이다.

 

감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디자인도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 동작에 필요한 로봇기술들이 적절하게 가미되어 감성로봇의 핵심 상품화가치가 완성될 것이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의외로 히트상품이 된 감성로봇이 없었다. 상품이 소비자에게 주고자하는 핵심가치의 구현이 미흡하여 완성도가 낮았기 때문이다. 완성도 높은 상품화기술로 마감된 감성로봇의 출현이 크게 기대된다

김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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