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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산업, 지난 5년의 분석과 향후 5년의 과제” “로봇산업, 지난 5년의 분석과 향후 5년의 과제” 류향지 기자입력 2009-01-16 00:00:00

선문대학교 고경철 교수
2009년 기축년 새해가 밝았다.


희망찬 새해 아침에, 그저 희망에 들떠 축포를 터뜨리기에는 세계경제가 너무 암울하다. 수출경쟁력을 기반으로 성장한 우리나라의 경제도 이제 세계경제위기의 거대한 파고에 자유로울 수 없다. 그래서 더욱 더 체력을 다져 다가올 위기를 슬기롭게 대처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이런 점에서 신성장동력산업의 총아, 로봇산업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잠시 시간을 거슬러, 로봇산업이 미래 성장동력으로 떠오르며, 정부의 R&D 정책의 주요 품목으로 추진된 배경을 알아보자. 2000년대 초반 로봇전문가들이 다수 모여, 소위 국가과학기술지도(NTRM)작성에 참여하였다. 이때, 로봇산업이 2025년경이면 모든 산업기술이 RT 기술로 융합되고, 다시 RT 기술이 전 산업으로 파급되는 전후방산업으로 성장하여 자동차산업을 능가할 거대산업이 될 것이라는 지능형로봇 비전을 수립한 바 있다. 그리고 지능형로봇에 대한 신념이 강했던 진대제 전 정통부장관이 참여정부에 입각하면서, 이러한 정책비전이 탄력을 받은 것도 빼놓을 수 없는 대목이다.


이후 다소 과열이 우려될 정도로 로봇산업 육성을 위한 정부의 정책은 발 빠르게 진행되었다. 옛 정통부, 산자부, 과기부가 서로 주도권을 놓지 않으려고 다툼을 벌인 것도 주지의 사실이다. 과열경쟁은 중앙부처간 뿐만이 아니었다. 대전, 인천, 경남, 포항, 전남 등 광역단체들도 지능형로봇개발에 적극 뛰어들며, 그야말로 전국적인 로봇열풍이 불었다. 이렇게 폭발적 관심과 정책이 국가적으로 집중된 결과, 지난 5년간 로봇분야에 투입된 국가예산은 누계로 총 5천여억 원에 이른 것으로 추산된다. 이 기간 중 지능형로봇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하여, 막대한 국가지원의 혜택을 누린 로봇관련 기업들은 급성장하였고, 이중 6~7개 벤처기업이 코스닥상장에 성공하였다. KIST, ETRI, KITECH 등 주요 정부출연 연구소 또한 많은 로봇관련 연구과제들을 수탁하면서 로봇관련 연구조직이 급성장하였다. 대학연구도 풍부한 R&D예산의 혜택을 맛보며, 로봇관련연구가 활짝 피었다. 그야말로 총체적 로봇 R&D 부흥시대를 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이제 지난 5년의 로봇향연 이후, 냉정히 로봇의 현주소를 돌아보자.


우선 산업적 성과를 살펴보자. 로봇산업협회에 따르면, 2007년 말 현재 로봇시장은 1조에 못 미치는 9천여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한다. 이는 5년 전 3천5백억원 정도의 로봇시장과 비교하면, 비약적 성장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연평균 1천억원 가까이 투입된 국가 로봇 R&D 예산을 고려하면, 만족할 만한 성과로 보기 어렵다. 더욱이 이중 6천억원 정도가 국내 생산규모이고, 다시 이중 1천억원 미만이 신규로 창출된 서비스시장이라고 볼 때, 전체 예산의 대부분을 쏟아 부은 서비스로봇분야의 성적표는 더욱 초라해 보인다. 지난 5년의 대표적 결과물로서, 옛 산자부는 청소, 경비, 교육, 퍼스널, 방재로봇 등을, 옛 정통부는 정보도우미, 공공도우미 로봇 등 줄잡아 150여종 이상의 시제품들을 개발하였다. 그러나 이중 시장으로 연결된 것은 청소로봇과 교육로봇 정도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보면, 지난 성과의 빛은 바랠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서비스로봇관련 업체는 매우 침체되어 있으며, 산업 활성화를 위한 특단의 조치를 정부로부터 기대하는 형국이다. 대규모 투자에도 불구하고, 서비스로봇시장 창출효과가 미흡했다는 비난의 화살은 산업적으로 성숙하는데 인내해야할 기다림의 기간이라며 피해갈 수 있다. 그러나 동 기간 중 산업인프라 형성과 기술경쟁력 확보라는 성장의 기반을 구축했는가 여부를 면밀히 살펴보면, 과거 정책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보기 어렵다. 정부의 지속적이고 집중된 R&D 지원에도 불구하고, 산업적 육성은커녕 기술적 경쟁력도 오히려 약화되었다면, 과거 정책적 방향에 대한 뼈아픈 분석과 이에 따르는 정책의 전환이 절실하다고 본다.


특히 산업 성장을 위해 필수적으로 돌파해야 할 6대 중점기술 즉 위치인식, 조작제어, 물체인식, 자율이동 기술에 대해, 미국이나 일본, 유럽의 현 기술수준과 우리의 도달수준을 냉정히 비교해보면, 피부로 느끼는 기술격차는 오히려 심각할 정도로 벌어져 있다고 본다. 지난 5년간 추진되었던 R&D 과제의 추진실태를 살펴보면, 기술적 목표가 불분명한 사업기획, 중복과 비효율성 문제를 안고 있는 칸막이 구조의 R&D 체계, ‘기술 따로 제품 따로’의 시장을 외면한 R&D 등이 심각한 문제점으로 드러났다.


지난 정부에 이어, 현 정부도 2007년 4월, 세계최초로 로봇특별법을 제정함과 동시에, 로봇을 신성장동력 사업으로 지정하였고, 새해 들어 2009년 실행계획과 함께 향후 전개할 5개년 추진계획을 곧 발표할 예정이다.

 

그러나 우리에게 주어진 앞으로의 5년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지난 5년의 성과를 되돌아 볼 때, 쉽게 알 수 있지 않을까? 만약 이 기회를 놓치고, 또 다시 지난 정책적 실패를 되풀이 한다면, 우리나라 로봇산업은 돌이킬 수 없는 암울한 미래를 맞게 될 것이라는 것은 단순한 기우일까? 이제 우리는 대안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그 대안은 변화라고 생각한다. 또한 변화의 물결은 R&D 혁신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첫째, 국가 R&D 자금의 약 70%를 사용하는 정부출연 연구소들의 분산된 역량을 하나로 모아야 한다.  둘째, 연구를 위한 연구는 이제 지양되어야 한다. 셋째, 평가시스템이 바뀌어야 한다. 모든 기술의 목표수준은 측정 가능한 정량적인 데이터로 정의되어야 하고, 정량화하기 어려운 기술은 실패성공여부의 판단이 분명한 구체적 작업시나리오를 통해 평가되도록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현재의 나눠주기식 R&D 정책을 집중식 R&D 정책으로 바꾸어야 한다. 이를 위해 현재의 100여개에 이르는 산발적 연구과제들을 단계적으로 정비해야 한다. 그리고 선별된 과제를 대규모화 집중화해야 한다.


로봇은 하나의 산업이 아닌 국가의 미래이다. 새로운 5년의 시간을 통해, 우리나라가 미국과 일본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로봇기술 산업의 주도국이 될 것인가 아니면, 아니만 귀중한 시간과 국가적 재원을 낭비한 채, 로봇변방국으로 떨어질 것인가는 오직 변화에 대한 우리의 선택만 남았다. 

 

류향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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