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싱크탱크인 브루킹스 연구소는 최근 ‘로봇이 오고 있다(The Robots are Coming)’라는 주제로 일련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들은 로봇공학의 발전에 따른 사회·문화적 영향과 기존의 법제도 및 정책에 대한 새로운 화두를 던져주게 됐으며,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은 그중 「Our Cyborg Future: Law and Policy Implications」(2014. 9.) 및「The Case for a Federal Robotics Commission」(2014. 9.)의 주요 내용을 정리해 공개했다.

1. 로봇공학 전담부처의 신설 필요성
1) 현황과 문제 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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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의 고도화 속도를 기존의 법적·행정적 체계와 대응 여력이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2008~2009년 미국 내에서 도요타 자동차의 급발진 사고가 발생하자 미 교통부(DOT) 산하 고속도로교통안전국(NHTSA)이 사고의 원인을 조사했다. NHTSA는 액셀레이터 페달이 매트 사이에 걸리는 기계적 결함을 발견했으나 일각에서는 문제가 컴퓨터 제어 시스템에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의회는 DOT에 대해 전자적 오류가 있는지를 조사하도록 요구했다.
그러나 NHTSA는 복잡하게 얽혀있는 자동차제어 관련 소프트웨어를 조사해 사고 원인을 밝혀낼 수 있을만한 능력을 갖추지 못해 결국 항공우주국(NASA)에 도움을 요청했다.
2011년 2월 NASA는 보고서를 통해 NASA의 최우수 엔지니어를 투입해 도요타 자동차의 전자시스템을 조사한 결과 의도되지 않은 급발진의 원인이 될 만한 전자적 문제를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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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사례는 점차 복잡해지는 기술, 특히 소프트웨어 기술의 발전에 대해 기존 행정·정책 체계의 대응 능력이 가지는 한계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현대사회는 정보를 감지하고 처리하며 스스로 작동하는 물리적 시스템, 즉 로봇이 점차적으로 일반화 되고 있는 상황으로, 구글이나 테슬라 등의 업체가 공개한 무인카들은 기존 자동차보다 훨씬 정교하고 복잡한 소프트웨어를 활용하고 있고, 아마존은 배송을 위한 드론을 사용할 수 있도록 요구하고 있는 등 로봇은 우리 시대에서 이미 구현되고 있는 차세대 혁신 기술이라 할 수 있다.
로봇공학은 인간이 경험하지 못한 고유의 형식이며 기존의 법 및 정책이 전제로 하고 있는 가정에 대한 중요한 도전이 되고 있는 상황으로, 여기에서 제기되는 이슈는 기술의 집합체로서 로봇공학이 가진 새로운 효용과 잠재적인 위험을 대처하기 위한 새로운 연방부처가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그간 미국의 경우 과학의 발전이 정부 부처의 구성에 큰 영향을 끼쳐왔다. 미국 내에서는 간헐적으로 새로운 부처가 만들어졌으며, 연방부처의 명칭이 수십 년간 그대로 유지된 경우에도 부처의 업무나 구성은 기술의 발전에 대응해 크게 달라졌다. 예를 들어 라디오의 발명에 따라 정보의 대량 전파가 가능해지면서 1926년 연방라디오위원회가 조직됐고, 이는 후에 연방통신위원회로 발전했다. 또한 철도시대의 도래에 따라 연방철도청이 만들어져 후에 교통부로 발전했으며, 백신의 도입과 더불어 설립된 해양병원서비스는 질병예방관리센터로 발전, 후에 보건복지부의 기반이 됐다.
로봇은 라디오나 기차와 마찬가지로 새로운 경험의 가능성과 더불어 새로운 과제도 함께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2) 법과 로봇공학
로봇공학은 우리 사회를 변혁시킬 수 있는 위치에 있다. 로봇공학 시스템의 가치는 우리가 중요하다고 인식하지 못했던 임무나 불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는 점으로, 로봇공학에 대해 군과 민간이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으며 매체나 다른 사회, 문화, 경제 단체들도 이에 대해 큰 관심을 쏟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로봇공학은 운영자가 사전에 예상할 수 없는 시급하며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현재 미국에서는 주(州) 차원에서 상대적으로 빠르게 로봇공학의 발전에 대응하고 있다.
일부 주는 무인운행 자동차에 대한 법률을 제정하고 있으며 또 다른 일부 주는 드론의 사용에 대한 법률을 정비하고 있다. 버지니아 주에서는 원격 의료로봇의 비용을 충당하기 위한 보험을 규정하는 법률을 제정한 바 있다.
또한 드론의 사용과 관련된 청문회가 빈번하게 열리고, 최근 증권시장에서 활용되는 고속거래 알고리즘(Market Robot)이 의회에서 주목을 받는 등 연방정부도 로봇공학에 대응하고 있다. 의회는 연방 항공청에게 2015년까지 국가 우주계획 내에 드론을 포함하도록 요구하고 있고, 연방 식품의약국(FDA)은 로봇수술을 승인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NHTSA는 유인 자동차의 소프트웨어 결함 문제뿐 아니라 무인자동차 이슈에도 적극적으로 대처하며 이에 대한 정책 가이드를 공표했다.
이러한 연방정부 및 주정부 차원의 대응은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으나 아쉽게도 부분적인 대책에 그치고 있다.
정부부처, 주, 법원, 기타 주체들은 서로 이와 관련된 주제에 대해 대화를 하지 않고, 정부기관 사이에서도 유사한 기술에 대해 서로 가진 정보와 경험을 연계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임시처방식의 접근으로 인해 정부기관들은 서로 중첩되는 과제들을 내놓는 등 많은 것을 잃고 있다. 현재 존재하고 있는 소프트웨어봇의 2가지 예는 불법행위 귀속 문제를 판단함에 있어 발생하는 어려움을 잘 보여주고 있다.
첫째는 아마존에서 임의의 구매활동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인데, 만약 어떤 이용자가 이 도구를 이용해 거주지에서는 불법적인 제품을 거래가 합법적인 지역에서 구매할 경우 이 도구의 개발자가 불법행위로 기소될 수 있는지가 불분명하고, 두 번째 예로는 특정 사이트에서 활용하는 영화 감상평만을 수집하는 트위터봇이 특정 대상을 비방하는 글이 포함되어 있을 때 책임소재가 불분명하다.
로봇은 기존의 다른 기술에 비해 우리에게 ‘사회적’인 느낌을 강하게 준다. 사람들이 로봇에 대해 의인화된 대상으로 반응한다는 점은 많은 연구자들도 동의하고 있다.
앞서 제기한 현상의 정책적 시사점으로는 우선 로봇공학은 서로 상이하지만 상호 연관되어 있으며 기존의 법·정책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들을 제기하고 있는 점이다. 두 번째는 이러한 과제를 다루어야 하는 공적 기관들이 그것에 대해 전문성을 갖추지 못하고 있으며 기존 기관들이 새롭게 정비하고 있는 전문성도 매우 느린 속도로 갖춰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이에 따라 법률이 현상을 따라잡도록 도움을 줄 수 있는 일반적 제도의 구조에 대해 논의를 시작해야 할 시점이다.
3) 연방로봇위원회 구성의 필요성
현재 로봇공학에 대한 미국 정부의 대응은 단편적인 것에 머무르고 있으며 불만족스러운 결과를 낳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문제에 대한 대안으로 로봇공학을 육성하고, 이로부터 배우며, 그것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자문하는 독립적 부처로 가칭 ‘연방로봇공학위원회(FRC)’를 창설하는 방안이 있다.
FRC의 임무로는 로봇공학 분야에서 여전히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기술적 과제 해결을 위한 기초 로봇공학 연구 자금 지원의 창구, 정부 사업에 비협조적이 될 수도 있는 유능한 기술자의 영입, 로봇공학에 대한 대처와 관련해 다른 연방부처에 대한 자문, 관련 법률 및 정책 자문, 산·학·연·관 등 국내외 이해관계자들과의 토론 등을 예상할 수 있다.

2. 결론 및 시사점
로봇 시대가 빠르게 전개되면서 기존의 관념이나 법제도, 정책으로 다루기 어려운 과제가 등장하고 있다. 특히 인간과 기계를 이분법으로 구분하고 있는 현재의 법체계나 유사한 본질의 과제를 여러 정부 부처가 독립적으로 대처하고 있는 현재의 대응 체계는 새로운 시대의 도래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에 로봇시대에 적극적으로 대처함으로써 글로벌 경쟁에서 앞서 나가기 위해서는 사회·법·정책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전담 정부부처의 신설이 필요하다.
빠르게 진행되는 로봇 및 첨단기술 시대의 도래에 따라 기술발전이 미치는 영향에 대한 범정부 차원의 조사와 대처가 필요하고, 산업정책이 단순히 특정기술 개발이나 생산 확대를 중시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해당 부문이 사회적·문화적·법적으로 끼칠 수 있는 영향까지 고려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에 우리도 로봇이나 바이오 분야를 비롯해 새로운 패러다임을 요구하는 기술 트렌드에 발맞추어 해당 부문의 육성 및 규제를 담당할 수 있는 전문적 역량을 확충해나갈 필요가 있다.
*본 내용은 지면상의 이유로 재편집되었습니다.
출처
「KIAT 산업기술정책 브리프 2014-51호」‘로봇시대의 도래가 법제도 및 정책에 주는 시자점’ 中 일부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