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봇의 본디 목적은 인간의 역할을 대신하기 위함으로, 따라서 로봇의 발전은 언제나 설 자리를 잃을 것이라는 인류의 막연한 두려움과 함께 해왔다. 특히 여러 로봇 분야에서 혁신이 일어나는 최근에는 이에 대한 논의가 더욱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LG경제연구원은 로봇과 인공지능 발전에 대해 인류가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고, 또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에 관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1. 로봇과 인공지능 기술의 비약적 발전
1) 로봇, 제조 라인을 넘어 다양한 산업으로
무엇보다 기계 시각인식 기능(Machine Vision)과 다기능 센서, 정밀 액추에이터의 접목에 힘입어 비정형적 업무에도 로봇이 활용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미 스페인 식료품 회사인 엘 둘찌(El Dulze)에서는 기계 시각인식 기능을 이용해 인간이 작업할 때보다 3~4배 빨리 움직이는 컨베이어 벨트에서 불량 감자, 오렌지, 양배추를 자동으로 골라낸다. 또한 의료 부문에서도 수술 로봇들의 적용 범위가 라식 수술에 이어 인공관절, 전립선암, 복강경 등으로 확장되고 있다. 로봇은 사람보다 더욱 정밀하고 오차가 적은 수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영화 현장에도 로봇이 활용되고 있다. 2013년 영화 그래비티(Gravity)에서 관람객들을 숨 막히게 만들었던 무중력 우주 공간 장면들은 인간보다 역동적이며 정교한 카메라워크를 구사하는 봇 앤 돌리(Bot & Dolly)의 카메라 로봇이 없었으면 불가능했다.
한편 위치 측정(Self-localizing) 기술, 자세 및 균형 보정, 비정규 상황 대응 알고리즘 개발은 시각 및 감지 기술의 향상과 맞물려 로봇의 이동성 증대에 큰 기여를 할 전망이다.
2) 인간과 로봇의 협업 시대
로봇 조작 인터페이스의 진화는 로봇의 유연성과 적응성을 크게 증대시킬 전망이다. 기존의 산업용 로봇들은 복잡한 재프로그래밍이 필요해 생산 제품의 잦은 변경에 쉽게 대응하기 힘들었다. 그러나 미국의 리씽크 로보틱스(Rethink Robotics)가 선보인 백스터(Baxter) 로봇은 작업자가 로봇의 팔을 잡고 동작을 시연하는 것만으로 구동시킬 수 있다. 이러한 로봇 인터페이스의 진화는 안전 기술의 보강과 맞물려 인간과 로봇의 협업을 현실화시킬 전망이다. 예를 들어 덴마크의 유니버설 로봇(Universal Robots)의 소형 로봇 팔인 UR5는 2013년부터 폭스바겐의 자동차 엔진 조립 과정에 투입되어 작업자 바로 곁에서 함께 일하고 있다. 일본 캐논사의 셀 생산방식도 로봇이 미세부품을 조립하고 장인이 이를 넘겨받아 복잡한 조립을 수행하는 머신 셀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지속적인 가격 하락도 향후 로봇 도입 확대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세계로봇연맹에 따르면 2000년대 들어 로봇 단가는 성능 감안시 연평균 10%씩 하락해 왔다. 이러한 가격 하락 추세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시각인식 기능과 4~5관절을 갖추고 정밀 작업이 가능한 산업용 로봇의 가격은 현재 10~15만 달러 수준이다. 맥킨지 글로벌 인스티튜트에 따르면, 10년 후에는 절반 수준인 5~7.5만 달러까지 떨어질 전망이다. 로봇 단가는 계속 떨어지고 인건비는 오른다면 당연히 기업들은 로봇 도입의 유혹을 느끼게 된다. 실제로 최근 중국에서는 근로자 임금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로봇 판매량이 연평균 31%씩 증가해 2012년 2.3만대에 달했다. 노동집약적 제조업으로 유명했던 중국이 이제 80년대 일본이나 90년대 한국처럼 자동화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이다. 세계로봇연맹의 예측에 따르면 세계 로봇 시장은 2010년 97.2억 달러에서 2015년 161.2억 달러를 거쳐 2020년 229.8억 달러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리씽크 로보틱스(Rethink Robotics)가 선보인 백스터(Baxter)3) 인공지능 기술의 도약
로봇이 제조 직무나 육체노동을 보완, 대체한다면, 인공지능은 서비스 업무나 지식 노동을 보완, 대체할 수 있다. 인공지능의 초기 형태인 지능형 알고리즘은 이미 일상생활의 배후에서 다양한 형태로 작동하고 있다. 구글의 검색 결과 표시, 넷플릭스의 영화 추천, 매치닷컴의 데이트 후보자 소개, 네비게이션을 이용한 길찾기 등 다양한 서비스들에 이미 고성능 알고리즘들이 활용되고 있다.
향후 인공지능 분야는 관련 기술들의 진보에 힘입어 비약적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무엇보다 컴퓨팅 자원의 저렴화와 클라우드의 보편화로 연산 한계가 사실상 무의미해지면서 압도적인 고성능의 알고리즘들이 속속 개발될 것이다.
나아가 머신 비전, 센서, 음성 인식 및 합성 등 유사 감각 기능들이 결합되고 사용자 인터페이스가 개선되면서, 인간과 소통할 수 있는 인공지능까지 등장할 전망이다.
4) 인공지능, 전문직 영역에 도전
기술 발전에 힘입어 향후 알고리즘은 단순 사무직을 넘어 전문직들의 영역까지 넘보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미 전조들은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예를 들어 최근 인공지능은 인간 지성의 최후 보루로 인식되었던 글쓰기에도 도전하고 있다.
미국의 내러티브 사이언스(Narrative Science)사는 포브스(Forbes)지에 기사 작성 알고리즘으로 작성한 기업 실적 분석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로봇 저널리즘의 가능성이 확인되면서, 최근에는 Automated Insight, Yseop, Fantasy Journalist 등 다양한 벤처 기업들이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
금융 부문에서도 최근 알고리즘의 적용 범위가 시스템 트레이딩을 넘어서 투자분석이나 의사결정, 투자자문 등으로 빠르게 확대될 조짐이다. 예를 들어 미국의 켄쇼(Kensho)사에서 개발 중인 인공지능 워렌(Warren)은 “미국 FRB가 금리를 올리면 어떤 섹터가 유망할까?”처럼 자연어로 질문을 제공하면 관련 분석 결과나 유망 종목을 제시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 또한 홍콩의 딥 날리지(Deep Knowledge) 벤처 캐피털은 생명과학 벤처 기업 대상 전문 분석 인공지능인 바이털(Vital)을 아예 투자 이사회의 임원으로 임명하고 인간과 동일하게 한 표를 주기로 했다. 나아가 퓨쳐 어드바이저(Future Advisor)사는 인공지능을 이용해 개인화된 금융 자문을 대규모로 저렴한 가격에 제공하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러한 투자자문 인공지능이 보급된다면, 고연봉의 프라이빗 뱅커 대신 다수의 텔러나 하위직들이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아 재무상담에 응할 수 있게 된다. 의료 분야에서도 인공지능의 활용이 시작되고 있다. 2009년 미국의 메이요 클리닉(Mayo Clinic)에서는 뇌를 모사한 인공신경망을 심장 내막염의 진단에 활용할 수 있음을 보인 바 있다. 또한 IBM의 인공지능인 왓슨(Watson)은 작년부터 미국 뉴욕의 MSKCC 병원 등에서 시험 이용되고 있다. 여기서 왓슨은 진료 기록으로 환자의 상태를 파악하고 의심 질환들과 관련 연구결과들을 제시하며, 인공지능이 의사 조수 역할도 충분히 수행할 수 있음을 보이고 있다.
한편 미국의 블랙스톤 디스커버리(Blackstone Discovery)사는 150만 건의 서류를 기초로 법무 자료 조사를 대행하는 인공지능을 개발해 서비스 중이다. 이는 일차적으로 법무 부분을 적용 영역으로 삼고 있지만, 다양한 영역으로 쉽게 응용될 수 있다. 이러한 조사, 분석 전문 인공지능들이 보편화된다면 로펌뿐만 아니라 많은 지식업종에서 조사역들의 수요가 감소할 소지도 있다.
2. 로봇·인공지능과의 일자리 경쟁
1) 비관론 : 로봇·인공지능의 인간 대체 위협 유례없이 심각
>> 기술적 실업에 대한 우려는 주기적으로 반복
기술적 실업이란 기계가 인력을 대체하는 노동 절약적 기술 진보 과정에서 발생하는 실업 형태이다. 기술적 실업에 대한 사회적 우려는 산업혁명 이래 주기적으로 반복되어 왔다. 19세기 산업혁명기에 대량생산 기계의 도입에 대한 반발로 러다이트 운동이 일어났다. 직물기계의 도입으로 실직한 직조공들이 조직적인 기계 파괴 운동을 벌였던 것이다. 20세기에도 1930년대 대공황, 1960년대 공장 자동화, 1990년대 사무 자동화 과정에서 실직자 증가와 맞물려 기계의 인간 대체에 대한 사회적 우려가 계속적으로 불거져 왔다.
유럽의 석학인 제레미 러프킨은 1995년 ‘노동의 종말’에서 첨단 기계와 정보기술의 노동 대체가 강화되며 결국 노동 없는 세계가 나타날 수도 있다고 예측했다.
>> 비관론은 다양한 형태로 반복 재생산
최근의 비관론자들은 기술 발전의 가속 추세에 주목한다. 즉, 구글의 무인자동차, 인간처럼 걷는 아틀라스 로봇, 퀴즈쇼에서 인간을 이긴 인공지능 왓슨에서 알 수 있듯이 이제 기술이 변곡점을 넘어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하는 상황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나아가 빅데이터를 통해 인공지능이 세상의 모든 것에 대해 알게 되고, 인공지능이 로봇에 결합된다면, 기계들은 매우 빠르게 인간 이상의 능력을 가질 수 있다. 즉 과거에 기술의 인력 대체 효과가 특정 섹터에 한정되었던 것과 달리 최근의 기술 진보는 고용 전반에 거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래 높은 실업률과 경제적 양극화가 사회 문제로 부각되면서, 이러한 비관론은 최근 2~3년간 다양한 형태로 반복 재생산되고 있다. 예를 들어 프레데리코 피스토노는 로봇 도입의 확대로 향후 산업 일자리가 크게 감소할 것으로 본다.
또한 제임스 배럿은 최근 기업들의 투자 강화로 인공지능은 빠르게 발전해 결국 인간의 지성을 앞설 것으로 예상한다. 이러한 기술 변화는 일자리 수를 크게 감소시켜 앞으로 완전 고용의 시대는 불가능해질 수 있다.
대량의 기술적 실업은 소비 여력의 대규모 감소를 가져와 결국 경제적 파국을 가져올 수 있다. 결국 기술 발전은 장기적으로 대량 실업과 경제 침체를 야기하고, 나아가 정치적, 사회적 혼란까지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나아가 비관론적 관점에서 기계의 노동 대체 효과를 구체적 수치로 제시하는 연구들도 많이 진행되고 있다. 예를 들어 옥스포드 대학의 프레이와 오스본 교수는 미국의 일자리 중 47%, 즉 절반가량이 자동화될 위험에 처해 있다고 분석했다. 기술 발전에 힘입어 로봇 및 인공지능이 다룰 수 있는 작업 범위가 비정형적, 비반복적 업무로 빠르게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분석에서는 특히 도서관 사서, 단순 경리직, 세무사, 하역일꾼, 보험심사역, 텔레마케터처럼 자동화 확률이 90%를 넘는 직종들도 170여개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아가 맥킨지 글로벌 인스티튜트는 2025년경 전 세계 제조 및 서비스 직종에서 로봇이 4,000~7,500만 명 몫의 일을 하게 되고, 알고리즘은 1.1~1.4억 명 분의 일을 담당할 것이라 예측한 바 있다.
2) 현실론 : 즉각적, 대대적인 인간 대체는 쉽지 않을 것
>> 기술 발전에는 여전히 많은 시간 소요
이들이 즉각적, 대대적인 기계의 인간 대체에 회의적인 가장 큰 이유는 무엇보다 기술 발전이 그리 쉽지는 않음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즉, 최근의 놀랄만한 신기술 사례에도 불구하고, 로봇이나 알고리즘 기술이 인간 수준으로 발전하려면 여전히 오랜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계산, 논리, 추론 등 고차원적인 지성 작업은 결국 데이터와 로직 문제로 알고리즘을 잘 구성하면 적은 연산량으로도 해결 가능하다. 하지만 열 살짜리 아이도 쉽게 하는 인지나 동작 활동은 눈, 귀, 코와 손, 발의 기민하고 원활한 협응을 수반하므로 방대한 연산 능력을 요구한다. 이는 로봇,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성을 어느 정도 모방하더라도, 인지, 감성, 동작은 여전히 따라잡기 어려움을 의미한다. 또한 로봇과 인공지능의 부분적인 개발 성과들을 한데 모아 조합, 연동하는 것은 또 다른 난제가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사실 지성의 모방도 쉬운 일은 아니다. 미국의 경제학자 타일러 코웬 교수는 로봇 및 인공지능이 ‘인간보다 열등 → 인간과 동등 → 인간을 보조 → 인간을 대체’하는 4단계 과정을 거치며 진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는 체스 인공지능의 40년 역사를 고찰해 도출된 것이다. 체스 인공지능의 경우 2단계 통과에 20년, 3단계 통과에 10년 이상이 걸렸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컴퓨터 체스가 그나마 인공지능을 구현하기 쉬운 분야라는 것이다. 게임 규칙이 간단하고, 경우의 수가 64개(가로 8칸×세로 8칸)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경우의 수가 조금만 많아져도 인공지능 개발은 크게 어려워진다. 예를 들어 바둑의 인공지능은 여전히 5~6급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바둑돌을 놓을 수 있는 자리가 361개(가로, 세로 각 19줄)에 달하고 형세나 맥 등 계량화하기 힘든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많은 로봇이나 인공지능은 현재 2단계 수준 이하, 즉 인간보다 열등하거나 부분적으로 동등한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현실 세계는 불명확한 규칙, 많은 예외, 다양한 심리적, 사회적 요인의 작용, 돌발적 변수들의 존재, 계속적인 상황 변화 등이 특징적이다. 이처럼 복잡한 현실 문제를 인간처럼 해결하는 로봇, 인공지능의 개발에는 다양한 우회 방법의 고안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 기업들은 기술 도입에 보수적
로봇과 인공지능의 확산에 시간이 걸리는 또다른 이유는 투자수익성(ROI) 문제이다. 로봇과 인공지능의 도입은 기업에게 여전히 어려운 의사결정 문제이다. 무엇보다 대규모 초기 투자가 필요한데다가, 숨은 비용(Hidden Cost) 문제까지 고려해야 한다. 예를 들어 공장에 로봇을 도입하려면, 제조 라인의 재설계, 인력의 재배치, 작업의 프로그래밍까지 필요하다. 또한 로봇을 현장에서 운용해 보며 최적화 작업을 몇 달 해야 한다. 이 때문에 실제 도입 비용은 로봇 단가의 2~3배로 훌쩍 뛰어버릴 수 있다. 인공지능도 업종별 최적화 과정에서 많은 시행착오와 비용 증가를 겪을 소지가 크다.
나아가 자동화는 사업 전체의 유연성을 저하시킬 수 있다. 생산 인력들은 취급 제품이 바뀔 때 간단한 지시나 훈련으로도 쉽게 적응한다. 한 두 명이 잠깐 자리를 비워도 다른 인력들이 즉각 일손을 메운다. 경기 상황이 안 좋아지면 잔업 감소나 휴직으로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 그러나 로봇과 기계로 자동화된 공정에서는 생산 제품이 바뀔 때마다 재프로그래밍이 필요하다. 공정 중 로봇 한 대의 고장은 전체 라인의 마비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고정비 부담이 커지면서 경기 악화시 큰 손실 부담을 각오해야 한다. 인공지능도 기존 데이터와 유사한 상황에서는 문제없이 작동하나, 상황이 과거와 달라지면 잘못된 결과를 제시할 가능성이 크다.
3) 낙관론 : 로봇, 인공지능 발전이 고용, 경제에 기여
>> 로봇, 인공지능이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 수도
로봇, 인공지능은 관련 산업에서 일자리를 창출할 수도 있다. 세계로봇연맹에 따르면 로봇 관련 산업에서 2008년까지 세계적으로 800~1,000만 명의 고용이 창출되었다. 여기에는 로봇 개발 및 제조, 관련 부품 및 소프트웨어 개발, 시스템 운용 등이 포함된다. 또한 이 전망에 따르면 향후 2020년까지 로봇과 관련해 240~430만 명의 추가 고용이 생겨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요즘 북미 지역에서는 로봇 관련 인력들이 상종가를 치고 있다. 온라인 구인 광고 분석 기관인 원티드 애널리틱스(WANTED Analytics)에 따르면 로봇 관련 구인 광고는 2014년 4월 1만여 건으로 3년 전 4,860여 건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늘었다. 한편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 등 IT 기업들은 최근 인공지능 관련 직원들을 많이 뽑고 있다. 2014년 6월 기준으로 구글 커리어에 제시된 650개의 소프트웨어 인력 채용공고 중 인공지능, 기계학습과 관련 있는 공고는 130여 개에 달한다.
흥미롭게도 로봇이나 인공지능이 고용을 파괴하는 곳에서 새로운 고용이 나타날 수도 있다. 즉 로봇이나 인공지능이 특정 인력을 대체할 때, 다른 한편에서는 로봇, 인공지능을 설계, 관리, 지원하는 사람들의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 예를 들어 무인 비행기 드론(Drone)은 베테랑 조종사를 불필요하게 만든다. 드론은 동시에 기존 비행기보다 더 많은 운용인력을 요구한다. 과거 F-16 전투기의 운용에는 100명 미만의 요원이 필요했다. 그러나 무인 정찰기 프레데터(Predator) 1대를 운용하려면 168명의 지원 인력들이 필요하다. 이중 직접 관제 요원은 55명이고, 나머지는 정비, 자료 분석 등의 임무를 수행한다. 특히 드론이 제공하는 정보량은 엄청나서 미군 전체적으로 자료의 처리, 분석 업무에만 현재 6.5~7만 명이 투입되고 있다. 한편 최근 금융 산업에서는 포트폴리오 운용, 트레이딩에 인공지능 알고리즘의 활용이 많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전통적인 액티브 펀드매니저나 트레이더 수요는 점차 감소하고 있지만, 일정한 금융공학 지식을 갖추고 알고리즘을 설계, 운용할 수 있는 이공계 출신들의 채용이 증가하고 있다.
무인 정찰기 프레데터(사진. 위키피디아)>> 대체뿐만 아니라 보완, 협업도 가능
시장조사기관 가트너(Gartner)의 예측처럼 로봇, 인공지능과 인간의 관계는 대체뿐만 아니라 보완, 협업의 형태로도 진행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직무가 비정형적이고, 이동성, 인지-조작 협응 능력, 판단/창의력, 감성적 대인 스킬 등이 중요할수록 기계의 인간 대체 가능성은 낮아진다. 한편 노동 강도, 저임금 문제로 인력 수급이 어렵거나 업무의 복잡성, 관련 지식이 지나치게 빨리 증가할 경우 인간과 기계의 협업 필요성이 높아진다. 실제로 웨어러블 로봇, 디지털 비서 서비스처럼 로봇, 인공지능은 인간의 신체적, 인지적 능력을 보강하는 용도로 활용될 수 있다. 의료용 수술 로봇의 경우도 대개 몸속으로 들어간 로봇을 인간 집도의가 조종하는 형태로 운용된다.
특히 인간과 기계가 협업하면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즉, 기계의 방대한 정보 처리량, 빠른 연산력, 인적 오류 부재 등을 활용해 생산성을 올리며, 인간의 감성과 창의성, 다기능성을 활용해 불확실성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 특히 관리직은 인공지능을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 즉, 빅 데이터로부터 새로운 사업 통찰력을 얻거나, 이상 신호를 빠르게 포착하거나, 미래 상황에 대해 다양한 시뮬레이션도 해 볼 수 있다. 연구직도 시간이 많이 걸리는 반복적 직무를 인공지능에게 맡기고 창조적 직무에 집중할 수 있다.
한편 사람들이 힘든 일을 기피하면서 로봇, 인공지능에 의존해야 하는 곳도 있다. 농업, 임업, 어업, 광업 등은 대표적인 분야이다. 호주의 광업사인 리오 틴토(Rio Tinto)가 무인 트럭이나 무인 채굴기를 도입하는 이유도 사실 오지의 노천 탄광에서 일하려는 사람들을 구하기 힘들어서이다. 이들 1차 산업의 일들은 자동화하기 쉽지는 않지만, 최근 번거롭고 힘든 반복 작업들을 중심으로 로봇, 알고리즘이 새롭게 도입되는 추세이다. 축산 부분의 사례는 무척 흥미롭다. 40~50마리의 소젖을 매일 짜는 것은 보통 힘든 일이 아니다. 이 때문에 축산 강국 덴마크에서 소젖 짜는 착유 로봇이 개발되어 세계로 최근 보급되고 있다. 또한 축산 농가에서는 일본에서 개발한 우보(牛步) 시스템도 인기를 얻고 있다. 송아지 번식을 시키려면 발정기의 암소를 제때 가려내야 하는데, 매일 축사만 들여다볼 수는 없는 노릇이다.
발정기에는 암소의 걸음이 빨라진다. 우보 시스템은 이 점을 이용해 암소 발에 채워둔 무선 만보계와 서버의 계측 알고리즘으로 발정기 암소를 거의 100% 정확하게 파악해 축산주에게 통보해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