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패러럴, 델타, 스파이더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 병렬링크로봇 분야는 2007년 병렬형 메커니즘 로봇의 기본구조 특허 유효기간 만료 이후 현재까지 세계의 로봇기업들부터 포장·물류기업에 이르기까지 개발을 진행하며 이 시장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특허 해제 이후 병렬링크로봇 개발에 역점을 두던 로봇업계가 다양한 시행착오를 통해 최근에는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한 전략 마련에 나서는 모양새다. 이번 로봇기술 특집에서는 짧은 역사 속에서도 HOT 8한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병렬링크로봇의 진행과정과 현재 국내에서 활약하고 있는 다양한 기업들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시리얼과 다른 병렬형 메커니즘
병렬형 메커니즘은 시리얼 메커니즘에 없는 뛰어난 특징이 있다.
병렬형 메커니즘은 다자유도성과 고속성을 이용해 예전부터 항공 모의비행장치나 오락기기 등에 이용되어 왔다. 1990년대부터는 고속 로봇이나 다축고속 절삭 가공기계 등에 응용이 추진되고 있다. 그리고 병렬형 메커니즘은 대우(對偶, 조인트 또는 슬라이드 웨이)의 운동 오차가 누적되지 않기 때문에 반복 위치결정 정도가 높고 고정도 기구 실현이 가능한 특징이 있다.
특히 굴곡형 병렬형 메커니즘 로봇은 강성은 떨어지지만 가동부의 질량이 적고 동작하는 특징이 있다. 식품의 패키징 등 고속으로 소형 대상물의 고속 픽 앤 플레이스 작업에 최적이다. 고속으로 움직이는 컨베이어에 무작위로 놓인 제품을 카메라로 인식한 후 이를 픽업해 다른 컨베이어 위에 잘 정리해 놓는 작업이 가능하다.
로봇 매니퓰레이터에서 비교적 경량인 작업물의 고속 핸들링, 중량물의 다자유도적인 핸들링, 고강성이 필요한 가공, 완벽하면서도 정밀도가 요구되는 정밀기기·마이크로 머신, 동작 범위의 제약이 있는 것을 역으로 이용해 인간과 공존하는 매니퓰레이터 등 향후 많은 응용 가능성을 열어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생산성 향상을 위한 병렬링크로봇의 다양한 연구
병렬링크로봇은 기어를 사용하지 않고 모터에서 직접 암을 구동시키는 방식으로, 고속 반송을 목적으로 하는 델타형 구조이다. 3자유도와 Z축 주위의 회전축에 1축 추가한 4개축으로 구성되고 있다. 또 다른 구조의 병렬링크로봇으로는 파나소닉이 개발한 Hexa형 타입이 있다. 복잡하면서도 섬세한 작업이 가능하고 6자유도의 동작을 실현할 수 있는 것으로 이 구조는 가동부에 회전축을 추가하지 않고 XYZ축 주위의 회전축에 3자유도를 추가할 수 있다.
병렬링크로봇과 관련해 생산성 향상을 도모하기 위한 다양한 연구가 시도되어 왔다. 개발된 로봇이 작업을 할 수 있는 제품의 크기는 200㎜ 이하이며, XY 평면에서 Ø400㎜, 높이 150㎜의 동작범위를 스펙으로 결정하고 이동 범위를 결정하는 암의 길이 등 기구 치수로 설계했다. 서보 모터는 큰 토크, 저 회전수이고 직결 구동으로 암을 구동하는 형식이다.
이 로봇의 첫 번째 사용용도는 노트형 PC 생산 공장의 이형부품 삽입조립 일관라인의 사례이다. 이 공정은 부품 삽입, 납땜, 납땜검사, 기판분할, 팔레트에 납입하기까지의 공정이 일괄 라인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사람 손에 의해 작업하던 것을 자동화해 24시간 가동하는 표면실장공정과 직결함으로써 무인화, 생산성향상, 가공 재고를 줄이는 것을 시도했다.
두 번째는 유연하고 복잡한 형상의 시트(Sheet)재를 핸디 단말의 광체 내벽에 붙이는 작업의 자동화 사례이다. 시트재를 붙인 후에는 수정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기존의 인력으로 할 때는 숙련이 필요했다.
세 번째는 디지털 일안 카메라의 교환 렌즈 경통의 조립을 자동화한 사례이다. L 마운트라 불리는 경통 교환 시 고정부분의 부품을 조립하는 공정을 병렬링크로봇으로 자동화했다. 실제로 FPC라는 유연물을 취급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 좁은 틈 사이에서 단자대를 조립하는 것은 사람 손으로 한다 해도 어려운 숙련 작업이었다. 그러나 병렬링크로봇의 6자유도의 유연한 동작에 의해서 단자대를 조립해 작업자를 줄일 수 있었다.
서양 병렬링크로봇의 역사
병렬링크로봇을 처음 고안하고 특허를 보유했던 인물은 Reymond Clavel(Professor at EPFL, EcolePoly-techniqueFederale de Lausanne)이라는 교수이다. Reymond 교수는 현재의 병렬링크로봇과 거의 유사한, 3개의 링크축과 1개의 회전축을 이용한 4축 병렬링크로봇의 구조를 1980년대 초 처음 고안한 사람이다.
이 혁신적인 병렬링크로봇 구조는 1990년 미국에서, 1991년 유럽에서 특허를 인정받으면서 미국, 캐나다, 일본 및 서유럽 국가들에서 모두 공식적으로 보호를 받게 됐다.
학술적으로 인정을 받은 병렬링크로봇이 시장에 처음 상용화되어 설치된 사례는 Reymond Clavel 교수가 아닌, 스위스 태생의 두 형제 Marc Olivier와 Pascal Demaurex에 의해 1983년도에 설립된 ‘Demaurex’에 의해서였다.
Demaurex는 1987년 병렬링크로봇의 생산 라이선스를 취득한 이후 본격적으로 상용화에 돌입했다. 그들의 첫 번째 목표는 병렬링크로봇을 포장 공장에 적용하는 것이었으며, 몇 년 후 Demaurex는 새로운 버전의 병렬링크로봇을 지속적으로 출시하며 상당한 성공을 거둔다. 대략 Demaurex는 500여대의 병렬링크로봇 시스템을 출시했다. 이후 Demaurex는 EPFL(Ecole Polytechnique Federale de Lausanne)로부터 1996년 공식적으로 병렬링크로봇에 대한 특허권을 매입하게 되는데, 사실 EPFL은 Demaurex에 특허권을 판매하기 전에 이미 다른 1군데 업체에게도 라이선스를 판매했다고 전해진다.
Demaurex사가 직경 800㎜ 이하의 소형 병렬링크로봇을 생산할 수 있었던 라이선스를 보유한 반면, 스웨덴 회사 Elekta(DeeMed를 인수한 회사)는 가반하중 20㎏ 정도의 대형 의료용 병렬링크로봇 솔루션에 주력했다. 바로 이 Elekta가 사실상 ABB가 병렬링크로봇을 생산할 수 있도록 라이선스를 판매한 기업이다.
거대 다국적 기업인 ABB가 1998년 병렬링크로봇 시장 진입을 공식적으로 선언하자 Demaurex는 직경 800㎜ 이상의 대형 병렬링크로봇 생산을 위해 타 업체와의 협력(일본 Hitachi, 독일 GROB-Werke)을 모색하고 생산을 준비한다.
그러나 당시 작은 기업이었던 Demaurex는 거대 다국적 기업인 ABB와의 경쟁을 위해 새로운 파트너십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했고, 그 파트너로 스위스의 SIG PACK을 선택하면서, 1990년 후반부터 세계 병렬링크로봇 시장은 두 거대 다국적 기업 ABB와 BOSCH SIG에 의해 재편된다.

동양 병렬링크로봇의 역사
일본에서는 20년 전인 1992년 일본 로봇학회지에 처음으로 병렬형 메커니즘에 대한 특집을 다루게 되었으며, 그 이후 병렬형 메커니즘에 대한 개념이 학계, 업계에서 화제가 되었다. 병렬형 메커니즘을 활용한 새로운 로봇에 대한 기대로 연구계 그리고 업계에서 개발 및 연구가 진행됐고, 한편으로는 해외에서 일부 수입해 판매되었으나 실제로 상품화된 것은 미미한 상태였다.
JIS에서는 병렬링크로봇을 ‘베이스와 메커니컬 인터페이스 사이의 기계구조에 복수의 동력전달 경로를 갖는 로봇’으로 정의하고 있으며, 이는 간단히 말하면 ‘링크와 자유도가 병행으로 배치된 기구’이다.
병렬형 메커니즘의 대표적인 구조는 신축식 액추에이터가 조인트 중간에 있는 ‘신축형’과 회전식 액추에이터를 베이스에 고정시킨 ‘굴곡형’ 그리고 베이스에 액추에이터를 고정시킨 ‘직동형’으로 대변되고 있다. 병렬형 메커니즘은 작업 영역이 좁으며, 선단의 오차가 적고, 강성은 높으며, 가속도는 관성 하중의 누적이 없는 특성이 있다.
한편 일본의 경우, 여러 업체에서 병렬형 메커니즘을 적용한 로봇의 시제작을 시도했으나 실용화 수준에 이르지 못했고, 이후 Hitachiseiki가 안정된 식품시장에 착안해 병렬링크로봇의 제조판매권을 획득해 판매했다. 이것이 일본의 병렬링크로봇 비즈니스의 효시였다. 성공하지 못한 이 사업은 2007년 Demaurex의 병렬링크로봇 사업권을 가지고 있는 BOSCH가 승계했다.
FANUC은 고속위치 결정, 고강성을 요구하는 스폿 용접에 착안해 1998년 직동형 병렬형 메커니즘 로봇 F100i, F200i를 상품화했다. 그러나 수직다관절 구조에 친숙해진 일본 시장에는 적용이 되지 않아 결국스폿 용접이 아닌 스폿 대상물을 고정하는 지그 로봇으로 판매했다. 이후 겐코츠 로봇 M-1i, M-3i를 개발해 새로운 시장에 내놓았다. 과거 지능형 로봇의 실적을 무기로 소형대상물의 픽 앤 플레이스에 멈추지 않고 선단에 조립용 앤드 이펙터를 탑재해 소형 조립 작업을 할 수 있는 시장을 공략, 많은 업체가 경쟁에 참여하게 됐다.
한국, 병렬링크로봇 제조열풍 합류
2007년 굴곡형 병렬형 메커니즘 로봇의 기본구조의 특허 유효기간이 만료됨에 따라 제조용 로봇제조업계와 기계제조업계가 ‘병렬형 메커니즘 링크 로봇’시장에 참여하면서, 붐이 일고 있으며 향후 제조용 로봇 분야에서는 더욱더 급성장이 기대되는 기종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국에서도 병렬형 메커니즘 로봇 제조 열풍이 불고 있다. 국내에서 최초로 로픽이 토종 기술력으로 병렬링크로봇을 제조하기 시작했고, 이후 오토파워, 델타테크 등 다양한 기업들이 병렬링크로봇을 개발했다. 뿐만 아니라 동부로봇, 나온테크, NT리서치 등 다른 방면에서 활약하던 로봇기업들까지 해당 시장에 뛰어들며 점차 시장의 볼륨이 커지고 있다.
병렬링크로봇 “로봇만 만들어서는 실패할 것!”
병렬링크로봇은 사실 로봇 제작 자체로만 봤을 때 기술진입장벽이 높지 않고, 국내에서도 여러 기업들이 병렬링크로봇 개발에 성공하며 시장진입을 선언했지만, 현재까지는 시장적인 측면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가 나타나지는 않고 있다.
기존의 수직다관절로봇처럼 로봇과 이를 활용한 시스템인터그레이션이 가능한 생태계를 보유하고 있지만, 병렬링크로봇은 비즈니스 역사가 짧아 생태계 조성이 상대적으로 미약하다. 이는 곧 병렬링크구조 로봇 메이커들이 기존의 수직·수평다관절로봇메이커처럼 로봇 제작만으로 시장을 열 수 없는 상태라는 것을 뜻한다. 현재 병렬링크로봇을 개발하는 이들 역시 로봇 시스템 공급을 위한 인프라 부족과 국내 시장규모의 협소함, 아울러 고객사의 경험 부족에 따른 사양의 모호함 등을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병렬링크로봇 메이커들이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토털 시스템을 제안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목소리이다. 특히 로봇에 익숙하지 않은 병렬링크로봇 엔드유저를 감안해 제어 프로그램이 쉽고 안정화되어야 한다. 더불어 신규 업체들의 경우 이러한 부분을 해결하고도 쟁쟁한 글로벌 기업들과 경합을 벌여야만 한다.
그렇다면 왜 병렬링크로봇을 개발하나?
이미 로봇 적용 포화상태로 접어들고 있는 자동차, 전기·전자 산업 다음으로 로봇이 필요한 시장은 어디일까. 한 로봇기업 대표는 식품 산업에서의 로봇 적용이 향후 더욱 커질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최근 5년 간 한 번도 빠짐없이 일본의 식품공업전시회를 참관하면서 로봇이 점점 ‘대세’가 되어가는 것을 느꼈다”며 “식품 산업에서의 병렬링크로봇 적용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전했다. 이와 더불어 국내뿐만 아니라 중국의 식품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함으로 인해 이 시장에 대한 고려도 중요하다는 것이 업계의 이야기다.
선·후발주자들이 어우러진 국내 병렬링크로봇 시장
아직까지 국내 시장에서는 직교좌표, 수직·수평다관절로봇과는 다르게 병렬링크로봇에 대한 생태계가 형성되어 있지 않다는 약점에도 불구하고 식품, 제약, 태양광 등 픽 앤 플레이스가 필요한 분야에서의 잠재력으로 인해 많은 로봇기업들이 병렬링크로봇을 개발·공개하고 있고, 이에 따라 다양한 케이스의 병렬로봇메이커들이 치열한 눈치게임을 벌이는 중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해왔던 ABB는 최근 1,800㎜ 대형 병렬링크로봇과 토털 솔루션 기술력을 선보이며 후발주자들과의 경쟁우위를 어필했고, 겐코츠 브랜드를 통해 오랜 시간 병렬링크로봇 라인업을 선보이며 국내 시장에서 인지도를 높여온 한국화낙은 선발업체의 아성을 넘었다고 자평했다. 국내 기업으로서 성공적으로 로봇업계에 이름을 알리고 있는 오토파워를 비롯해 기존의 다른 로봇을 제조하던 NT리서치와 나온테크까지 병렬링크로봇 라인업을 공개하며 유저 선택의 폭을 넓혔다. 여기에 병렬링크로봇을 이용한 시스템 인터그레이션을 전문으로 하는 기업들까지 가세하면서 병렬링크로봇 시장은 복잡하지만 더욱 큰 폭발력을 위한 잠재력을 보유해가는 중이다.

*참고
- 楠田喜宏, ‘パラレルメカニズム 實用化の展望’, 日本ロボット學會誌, 30(2), 2012, pp.118∼122
- 大岩孝彰, ‘パラレルメカニズムを利用した3次元座標測程機’日本ロボット學會誌, 30(2), 2012, pp.139~143
- 石川 孝一郞 “パラレルリンク構造を用いた測定システム“, 日本ロボット學會誌, 30(2), 2012, pp 166-167
- 末藤伸幸 “パラレルリンクロボットによる生産工程の革新“, 日本ロボット學會誌, 30(2), 2012, pp 160-15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