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Humanoids 2025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제24회 IEEE-RAS 국제 휴머노이드 로봇학술대회(Humanoids 2025)는 로봇·AI 연구의 현주소를 보여준 기술 집약형 행사였다. 이번 학술 대회에서는 인간형 로봇의 동작·지각·언어·하드웨어 기술이 총망라됐고, 전시장에서는 액추에이터·센서·로봇핸드·배터리 등 핵심 부품 기업들이 자사의 신제품을 선보이며 실사용과 양산을 향한 구체적인 해법을 제시했다.

사진. 로봇기술
‘휴머노이드 로봇 현실화’의 기술 체크리스트 확인
지난 9월 30일(화)부터 10월 2일(목)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제24회 IEEERAS 국제 휴머노이드 로봇 학술대회(이하 Humanoids 2025)는 CoRL 2025(Conference on Robot Learning)와 동시에 개최되며 연구·산업계의 흐름을 한자리에 모았다.
이번 전시가 업계에서 주목을 받는 이유는 로봇 관련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참석하기 때문이다.
동작·손재주(Manipulation), 시각·지각, 언어 이해, 소프트웨어·하드웨어 전반의 최신 성과가 압축적으로 공유됐고, 튜토리얼·워크숍·패널을 통해 ‘휴머노이드 로봇이 어떤 작업을 어디까지 맡을 수 있는가’라는 주제를 기술·윤리·안전 관점에서 현실적으로 점검했다.
컨퍼런스의 담론은 전시장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사람과 닮은 이동·조작 능력’을 구현하기 위한 부품·모듈과 이를 통합한 플랫폼이 대거 등장했고, 신제품 공개와 함께 해외 파트너와의 상담, 파일럿 협의가 활발했다. 무엇보다 전문가 중심의 밀도 높은 관람층이 형성돼, 단순한 ‘쇼’가 아니라, 실사용과 양산을 향한 논의가 전개됐다.
주목할 만한 포인트
이번 전시 현장에서 관찰된 핵심 키워드는 ‘부품 간 통합과 실사용성’으로 요약된다. 먼저 액추에이터 모듈화가 빠르게 진행되며 관절 일체형 구동부(Joint Actuator)의 표준화가 가시화되고, 토크 밀도·소음·백래시·열관리 등 세부 사양이 기성 컴포넌트 수준으로 비교 가능한 단계에 이르렀다. 여기에 촉각·힘 센싱의 내재화가 더해져 손끝·손목·발목 등 주요 접점에서 힘·토크·압력 분포를 실시간으로 감지함으로써, 안정적인 보행 제어와 정밀한 파지 전략을 구현할 수 있게 됐다. 로봇 핸드의 다양화도 두드러졌는데, 2Finger(이하 2F) 그리퍼부터 다관절 덱스터러스 핸드까지 제품군이 확장되며 대상 적응형 파지와 반복 정밀도를 동시에 확보하려는 시도가 이어졌다. 또한 전원·배터리의 재정의가 진행되며, 작업 지속시간과 순간 출력(파워펄스)을 모두 향상시키기 위한 음극재·셀 구조 등 소재 혁신이 로봇의 성능 스펙을 좌우하기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현장성 있는 데모가 다수의 부스에서 펼쳐졌는데, 실제 생산 라인 과제를 AI조작·비전·촉각 기술로 해결하는 사례가 늘며 ‘적용 가능성’에 대한 산업계 신뢰를 높였다.
기업들의 활약 두드러져
다층적인 연구 담론이 이어진 전시장 입구에서 가장 먼저 관람객의 시선을 붙든 건 딩스코리아의 전시 부스였다. 딩스코리아는 프레임리스 모터·감속기·제어가 일체화된 조인트 액추에이터와 손·팔·직선축 구동 솔루션을 ‘플랫폼’ 관점으로 제시하며, 설계 자유도와 내구성, 제어 편의성의 균형점을 산업화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있음을 강조했다.

사진. 로봇기술
이어 에이딘로보틱스는 신제품인 손끝 택타일 센서와 발목용 3축 힘·토크 센서, 손목·관절용 6축 힘·토크 센서까지, 휴머노이드 로봇의 손과 발이 실제 환경을 읽고 반응하도록 만드는 핵심 감각 계층을 한 자리에서 선보였고 협동로봇용 센서로 다져온 독자 기술을 기반으로 휴머노이드 로봇 영역을 본격 확장하겠다는 로드맵을 분명히 제시했다.
파지의 정교함을 촉감 데이터로 설득한 곳도 있었다. XELA는 2F 그리퍼를 통해 접촉면에서 즉시 멈추고 거리를 추정하는 ‘대상 적응형’ 파지를 선보이며, 종이학·사람 손 등 미세 접촉 데모로 슬립 감지와 접촉압 관리의 성숙도를 증명했다. 이어 리파인(REFIND)는 OYMotion의 ROHand AP002를 소개하며 근전도·원격조작 등 다양한 인터페이스 결합 가능성과 힘 벡터 시각화를 통해 파지 안정성 조율 과정을 투명하게 보여줬다.
파지·촉감 레이어가 단단히 자리 잡자, 이제 남은 병목은 전원계로 시선이 옮겨간다. 네오 배터리는 바로 그 지점을 찔렀다. 실리콘 음극재 기반의 셀로 휴머노이드 로봇 운용 시간과 순간 출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겨냥하며, EV에서 축적한 소재·셀 역량을 드론·휴머노이드 로봇으로 확장 중임을 알렸다. 순간 고출력 구간의 퍼포먼스 보강은 관절 수 증가와 센서·컴퓨팅 탑재 확대로 무거워진 파워 버짓을 상쇄하는 해법으로 받아들여졌고, 배터리·BMS·열관리까지 포함한 전원계 최적화의 중요성이 전시장을 관통하는 공감대로 자리 잡았다.

사진. 로봇기술
데모가 주는 설득력은 레인보우로보틱스가 한층 더 공정 가까이로 끌고 갔다. 케이블 언플러깅과 다중 홀 동시 체결처럼 변형과 저항을 수반해 기존 산업용 로봇이 어려워하던 작업을 AI 조작과 힘·비전 융합으로 풀어내며 테스트 라인을 넘어 내년 실공정 투입 계획을 밝힌 것이다.

사진. 로봇기술
섬세한 조작의 예시는 프랑카의 협동로봇이 ‘빨래 개기’를 반복해 선보인 장면에서 확인됐다. 면직물 같은 소프트 오브젝트를 일정한 품질로 다루는 루틴은 가사·서비스 업무 자동화의 현실성을 각인시켰고, 로보티즈는 AI 워커가 관람객을 향해 환하게 인사하고 스낵을 옮기는 시연으로 현장 몰입감을 더했다. 특히 HX5-D20 계열 핸드를 적용한 파지·이동 루틴은 ‘사람 손에 가까운 자유도와 제어 품질’이 사용 경험을 얼마나 바꾸는지를 체감하게 했다.

사진. 로봇기술
현장 분위기를 단번에 달군 친숙함의 장면은 세이프틱스 부스에서 펼쳐졌다. 유니트리 휴머노이드 로봇이 정해진 타임 테이블에 맞춰 인사와 동작 시연을 선보이자 관람객 동선이 자연스럽게 멈춰 섰고, 인간과 같은 제스처·워킹 루틴이 “서비스 시나리오를 어떻게 패키징할 것인가?”라는 실무형 질문으로 이어졌다.
더불어 로아스는 유니트리·클로봇(Clobot)과 손잡고 휴머노이드 로봇 완제품 전시를 통해 ‘플랫폼 + 애플리케이션’ 구도를 강조했고, 뉴로메카는 사람과 흡사한 프로포션과 동작을 갖춘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자사 시스템 통합 역량을 드러냈다. 에이로봇은 이동성과 서비스 시나리오 확장에 초점을 둔 모바일 버전과 휴머노이드 로봇이 결합된 로봇을 선보여, 공간 적응·경로 계획·안전 인터랙션을 묶어 ‘현장 투입 준비도’를 설득력 있게 제시했다.
이렇듯 센서가 감각을 열고, 액추에이터가 움직임을 만들며, 핸드가 작업을 완성하고, 배터리가 지속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사다리가 한 호흡으로 이어지자 전시장은 더 이상 쇼케이스가 아니라 ‘파일럿 및 양산 협의의 장’으로 성격이 선명해졌다. 관람객 앞에서 손을 흔드는 친숙함이 레퍼런스 시나리오의 문을 열고, 공정 난제를 파고드는 데모가 현실성을 증명하며, 부품·플랫폼·서비스의 밸류체인이 서로를 호출하는 구조가 완성됐다. 결국 이번 현장은 ‘휴머노이드 로봇을 가능하게 하는 구체적 방법’에 대한 공통 언어를 확인한 자리였고, 기업들은 그 언어로 각각의 강점을 다음 단계의 협업과 사업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친숙함’과 ‘현실성’ 사이, 휴머노이드 로봇의 다음 과제
이번 Humanoids 2025는 일반 관람형 쇼케이스라기보다, 전문가들이 사업과 기술을 구체화하는 자리였다. 관람객 앞에서 휴머노이드 로봇이 손을 흔들고 인사하는 장면은 친숙함을 주었고, 한편으로는 케이블 언플러깅·다중 체결 같은 까다로운 공정을 실제로 다루는 데모가 현실성을 증명했다.
기업들이 달려갈 사업의 다음 단계는 작업 지속 시간·신뢰성·안전성을 높이는 통합 최적화, 그리고 부품·플랫폼·서비스로 이어지는 밸류체인의 정착이다. 이번 행사가 남긴 가장 큰 수확은 ‘휴머노이드 로봇을 가능하게 하는 구체적 부품과 방법’에 대한 공통된 틀이 생성됐다. 이제 그 틀을 기준으로, 각자의 현장에서 적용 범위를 확장하며 시장 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