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로봇 도입과 생산 현황은 단순히 해외 산업 동향이 아니라 한국 제조업과 정책에도 직접적 시사점을 갖는다. 미국은 혁신 역량에 비해 도입과 생산이 지체돼 경쟁국에 뒤처지고 있으며, 이는 곧 글로벌 가치사슬 전반의 재편과 연결된다.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로봇 밀도를 유지하고 있으나 생산 인프라와 시장 확대 전략 측면에서는 여전히 한계를 안고 있다. 따라서 미국의 사례를 분석하는 일은 우리 산업이 향후 어떤 정책적 선택을 해야 할지, 그리고 글로벌 경쟁에서 어떤 위치를 선점할 수 있을지를 가늠하는 데 중요한 참고가 될 것이다.
사진. 게티이미지
개요
로보틱스는 AI, 양자, 블록체인 등 다른 첨단 기술에 비해 오랫동안 상대적으로 소외됐으나, 최근 다양한 기술과의 융합을 통해 차세대 핵심 범용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국방과 산업 현장에서 로봇은 생산성 향상과 효율성을 이끌며 전략적 가치가 확대되는 추세다.
현재 로봇은 생산성 개선에 이미 기여하고 있으나, 기능적 한계와 높은 비용으로 인해 잠재력이 충분히 발휘되지 못한 상황이다. 미국 경제가 생산성 저하 문제를 극복하려면 제조업뿐 아니라 물류, 조립 등 물리적 노동 전반에 로봇을 적용하는 것이 핵심 과제로 제시된다. 이를 위해서는 더욱 정밀하면서도 저비용·고효율의 로봇 개발이 필수적이다. 비록 스마트 센서나 일부 디지털 제조 기술의 구현 비용은 하락했으나, 여전히 품질·편의성·유연성 측면에서 추가 혁신이 요구된다.
국제로봇연맹(이하 IFR)에 따르면 2022년 미국의 산업용 로봇 보급률은 근로자 1만 명당 285대로 세계 9위에 머물렀으며, 글로벌 순위도 2017년 7위에서 하락했다. 반면 독일·한국 등은 세제 지원을 통해 적극적으로 로봇 도입을 촉진하고 있다. 미국은 세제 혜택이 제한적이어서 로봇 투자 유인이 낮다는 점이 도입률 부진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된다.
2022년 예상 로봇 도입률 대비 실제 로봇 도입률 비중 / 사진. 한국로봇산업협회
또한 미국은 로보틱스 기술의 선구자로 평가받지만, 실제 산업용 로봇 생산에서는 외국 기업들이 주도권을 잡고 있다. 자국 내 파운드리와 대규모 제조 인프라가 부재해 ABB(스위스), Fanuc(일본) 등 해외 기업이 주도하는 구조가 고착화된 것이다.
이에 따라 미국 정보기술혁신재단(이하 ITIF)은 국가 차원의 로봇 정책 필요성을 강조했다. ITIF는 중국이 로봇 분야에서 빠르게 우위를 확보하는 가운데 미국이 대응하지 못할 경우 심각한 경쟁력 약화를 겪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따라서 반도체과학법(이하 CHIPS법)과 유사하게 대규모 세액공제와 연구개발 투자를 포함한 입법적 지원이 절실하며, 최소한 다양한 정책적 수단을 통해 로봇산업의 발전과 광범위한 도입을 촉진해야 한다는 권고가 제시됐다.
미국의 로봇 도입 및 생산 현황
ITIF는 로봇 산업에서 제조와 도입이 동시에 발전해야 하지만, 미국은 이 두 측면에서 모두 뒤처져 있다고 분석한다. 로봇은 기업의 효율성을 높여 생산성과 생활 수준을 향상시키는 핵심 기술임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생산 및 활용 모두에서 경쟁국 대비 낮은 성과를 보이고 있다. 특히 제조업에서 로봇 밀도가 높을수록 생산량과 부가가치가 증가하는 것은 여러 사례에서 입증됐음에도, 미국은 제도적·문화적 요인으로 로봇 확산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IFR에 따르면, 미국은 2022년 기준 제조업 근로자 1만 명당 산업용 로봇 285대를 보유해 세계 9위를 기록했다. 이는 2017년 당시 7위에서 순위가 하락한 것이다. 같은 해 한국은 1,012대로 미국보다 약 3.5배 높은 로봇 밀도를 기록하며 1위를 차지했다. 독일(415대), 일본(397대), 중국(392대) 역시 미국을 상회했다. 특히 임금 수준을 고려해 예상 도입률과 실제 도입률을 비교할 경우, 미국은 예상치의 70%에 불과해 세계 13위로 나타났다. 반면 아시아 국가들은 기대치를 크게 상회하는 도입률을 보였다. 중국은 예상 대비 12.5배, 한국은 8.5배, 대만은 5.9배, 싱가포르는 5.3배 더 많은 로봇을 도입했다.
미국의 낮은 도입률은 정책적 지원 부족과 직결된다. 일부 국가는 로봇 보급을 국가 전략으로 삼고 세제 혜택을 적극적으로 제공하지만, 미국은 자본 지출에 대한 세제 인센티브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다. 이는 로봇 투자의 유인을 약화시켰고, 더 나아가 ‘로봇이 일자리를 대체할 것’이라는 사회적 우려가 정책 설계에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 많다.
그러나 여러 연구에서는 오히려 로봇 도입이 일자리 질 개선과 신산업 창출로 이어진다는 결과가 제시돼, 문화적 인식이 정책에 부정적으로 작용했음을 보여준다. ITIF의 2019년 연구 역시 각국의 로봇 도입률은 국민들이 로봇 기술을 미래 핵심으로 인식하는 정도와 양의 상관관계를 가진다고 결론지었다.
생산 과정에 로봇을 사용하는 기업 비중 / 사진. 한국로봇산업협회
이러한 배경 속에서 미국 국립과학재단(이하 NSF)이 2023년 실시한 기업 조사 결과는 우려를 뒷받침한다. 전체 산업 기업 중 단 1.3%만이 상품·서비스 생산 과정에 로봇을 활용하고 있었으며, 비제조 기업의 도입률은 1%에 그쳤다. 심지어 제조업 기업 중에서도 8.3%만이 로봇을 도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컴퓨터 및 전자제품(12.1%), 전기장비·가전(9.1%), 항공우주(14.2%) 등 일부 첨단 제조업에서는 도입률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이는 미국 경제 전반의 로봇 확산이 제한적임을 시사한다.
생산 측면에서도 미국은 한계를 보이고 있다. 다른 첨단 기술과 마찬가지로 미국은 로봇 연구와 발명 분야에서 혁신을 선도해왔으나, 대규모 생산 체계는 부재하다. 일본은 2022년 기준 세계 로봇 생산량의 46%, 수출량의 36%를 차지한 반면, 미국은 세계 경제 규모가 월등히 크지만 수출 비중이 5.4%에 불과했다. 이는 일본의 로봇 수출 집약도가 미국보다 약 20배 높음을 의미하며, 미국의 연구 성과가 실제 생산 경쟁력으로 이어지지 못했음을 드러낸다.
이 같은 구조적 문제는 미국 내 산업 생태계 부족에서 비롯된다. 미국에는 산업용 로봇을 대규모로 생산할 수 있는 파운드리가 없고, 핵심 부품 역시 일본·독일·중국이 장악하고 있다. ABB, Fanuc 등 해외 로봇 기업이 미국에 진출해 있지만, 이들 기업의 첨단 제조 거점은 여전히 해외에 집중돼 있다. 결과적으로 미국은 2022년 기준 로봇 무역 적자 12억 6,000만 달러를 기록했으며, 수출 규모는 수입의 3분의 1에도 못 미쳤다. 2024년 글로벌 무역 데이터에서도 미국의 산업용 로봇 수출액은 1억 6,900만 달러에 그친 반면, 수입액은 7억 700만 달러로 4배 이상이었다. 수입국은 일본(2억 3,700만 달러), 독일(1억 4,800만 달러), 한국(7,370만 달러), 멕시코(3,990만 달러), 중국(2,970만 달러) 순으로 나타났다.
한편, 미국의 민관 협력 구조도 경쟁국에 비해 빈약하다. 예컨대, 미국의 대표적 민관 협력 기관인 첨단로봇제조(이하 ARM) 연구소의 연간 운영비는 3,000만 달러에 불과한 반면, 중국은 AI 및 로봇 제조 기반 확장에 1,380억 달러를 투자했다. 이는 양국의 정책적 의지와 투자 규모의 격차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2024년 미국의 국가별 산업용 로봇 수입액 (단위 : 백만 달러$) / 사진. 한국로봇산업협회
다만 미국이 전적으로 뒤처져 있는 것은 아니다. 캘리포니아의 Productive Robotics사는 부품의 95%를 국내에서 생산하며 다축 협동로봇을 공급하고 있고, 일리노이주의 Ingersoll Machine Tools는 대형 3D프린팅과 CNC 밀링을 결합한 로봇을 개발했다. 또한 Rockwell Automation 같은 기업은 로봇 산업 서비스 부문에서 세계적 선두 지위를 확보했다. 더불어 미국은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구축한 강점을 기반으로 로봇 스타트업 생태계가 활발히 성장하고 있다.
ITIF는 이러한 역량을 기반으로 미국이 로봇산업의 주도권을 회복하려면, 혁신을 대규모 생산으로 연결할 수 있는 포괄적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특히 로봇 생산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 세제 지원 강화, 민관 협력 확대를 통해 경쟁국 대비 비용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점을 거듭 지적한다.
주요국의 로봇 전략
이러한 흐름 속에서 주요국들은 로봇을 국가 성장의 핵심 축으로 인식하고 전략적인 정책과 지원 체계를 마련해 왔다. 특히 고령화, 노동력 부족, 산업 경쟁력 강화라는 공통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로봇은 필수 불가결한 도구로 자리 잡고 있으며, 각국의 정책 방향은 크게 국가 전략 수립, 재정적 인센티브, 연구소 설립, 인력 교육, 도입 인센티브의 다섯 가지 틀 속에서 전개되고 있다.
1. 정책도입
먼저 일본은 가장 일찍이 로봇산업의 국가 전략을 제도화한 나라다. 2014년부터 자동화와 로보틱스의 산업적 가치를 강조하며, 농업·의료·사회 기반시설 등 생산성이 낮은 부문에 로봇을 적극 도입하는 ‘신 로봇 전략(2016~2020년)’을 추진했다. 이어 2020년에는 AI와 자율 학습 로봇 개발에 중점을 둔 ‘문샷 연구개발 프로그램’을 통해 2050년까지 10대 기술 목표 달성을 선언했다. 급격한 고령화와 노동력 부족 문제에 직면한 일본은 이러한 전략을 통해 산업용 로봇 세계 1위 제조국 지위를 유지하며, 2024년 기준 로봇 밀도 419대를 기록했다.
한국은 2008년 ‘지능형 로봇 개발 및 보급 촉진법’을 시작으로 다년간 국가 로봇 기본계획을 추진해왔다. 현재는 2024년부터 2028년까지 시행되는 ‘제4차 지능형 로봇 기본계획’을 통해 제조 및 서비스 로봇 중심의 투자와 보급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2030년까지 로봇 100만 대 보급, K-로봇 경제 구축, 글로벌 시장 진출 확대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2024년에는 세계 로봇 도입률 1위, 로봇 밀도 1,012대를 달성했다.
EU는 ‘호라이즌 유럽(Horizon Europe)’을 통해 로봇을 인간의 대체가 아닌 보완적 기술로 정의하고, 2027년까지 약 1,000억 달러를 배정해 의료·기후 변화·농업 등 분야에 투자하고 있다. 다만 로봇 밀도는 219대 수준으로 일본·한국·중국과 비교해 낮은 편이다. 이에 독일·프랑스·네덜란드 등은 자국 상황에 맞춘 별도의 전략을 병행하고 있으며, 독일과 네덜란드는 물류 및 제조 로봇, 프랑스는 연구 네트워크 중심 전략을 추진 중이다.
중국은 2014년 시진핑 주석 주도로 로봇 혁명을 선언하고, 11개 핵심 산업에 로봇 도입을 목표로 삼았다. 이어 ‘중국 제조 2025’를 보완하는 ‘제14차 로봇산업 발전계획(2021년)’을 수립해 연구 허브 설립, 보조금 지원, 외국인 투자 인센티브 확대, 해외 로봇기업 인수 등을 추진하고 있다. 그 결과 지난 4년간 로봇 밀도가 두 배로 증가해 470대를 기록하며 세계 3위에 올랐다. 현 추세라면 2026년 한국을 추월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편 인도·싱가포르·호주 등은 특정 산업에 초점을 맞춘 전략을 시행 중이다. 인도는 농업과 의료, 싱가포르는 의료·건설·환경서비스, 호주는 농업·광업·해양산업 중심으로 로봇 자동화를 추진하며 자국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도모하고 있다.
2. 재정적 인센티브
로봇산업 육성의 핵심 정책 수단 중 하나는 세액 공제, 보조금, 연구비 지원 등 재정적 인센티브다. EU는 약 1억 달러를 연구 자금으로 배정했으며, 독일은 2026년까지 7,000만 유로 현금 보조금과 함께 기업당 최대 50만 유로, 25%까지 연구개발 세액 공제를 제공한다. OECD에 따르면 38개국 중 34개국이 R&D 세액 공제를 운영하며, 영국·포르투갈·아이슬란드는 GDP 대비 가장 높은 수준의 세금 감면을 시행한다.
호주는 ‘국가 산업 성장 프로그램’을 통해 기업 규모와 R&D 집중도에 따라 8.5~18.5%의 세액 공제를 제공하고, 중소기업에는 최대 500만 달러 보조금을 지원한다. 중국은 중앙 정부 차원에서 1,380억 달러 규모의 벤처 펀드를 조성했으며, 베이징·선전 등 지방 정부도 각각 14억 달러, 6억 3,000만 달러 규모의 정책 패키지를 발표하는 등 공격적인 재정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3. 연구소
각국은 로봇 혁신을 위한 연구소 설립과 네트워크 확대에도 힘쓰고 있다. 인도는 기초·응용 연구를 병행하는 우수 센터(CoE)를 설립해 로봇 인재 양성과 기업 협력을 촉진한다. UAE의 두바이 퓨처랩은 라스트마일 배송 드론, 극한 환경용 로봇 등 다양한 분야 연구를 수행하며, 교육과 훈련까지 병행한다. 중국은 ‘Manufacturing USA’를 모델로 동관 로봇시티 등 연구 클러스터를 조성해 기업·대학·연구소를 집중 배치하고, 공적 자금을 통해 빠른 성과 창출을 유도한다.
4. 인력 교육
로봇산업의 지속 성장은 고급 인력 양성에 달려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비전 2030’과 KACST를 통해 STEM 기반 로봇 교육을 강화하고, 어린 시절부터 로봇 공학을 접하도록 했다. 대학·연구소와 연계된 교육 프로그램, 재교육 과정, 인턴십 등은 로봇 분야 전문 인재를 확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5. 도입 인센티브
기술 개발과 함께 중요한 과제는 실제 산업 현장에서의 로봇 도입이다. 싱가포르는 2024년에만 6,000만 달러를 투입해 자동화 장비 구매 지원과 함께 ‘RoboCluster’를 출범시켰다. 한국은 자동화 투자 기업에 최대 7% 세액 공제를 제공하며, 일본과 슬로베니아는 가속상각 제도를 통해 로봇 구매 부담을 줄였다. 중국은 지방정부 차원에서 대규모 보조금을 제공하며, 광둥성과 안후이성은 수백억 달러 규모의 지원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반면 영국·미국은 인센티브가 부족해 로봇 밀도가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미국 로봇산업 발전을 위한 정책 권고 분석
ITIF는 로봇산업이 향후 국가 경쟁력 확보의 핵심 동력임을 강조하며, 의회와 행정부가 로봇산업 발전을 위한 종합적인 정책 대응에 나설 것을 권고하고 있다. ITIF는 정책의 범위를 ▲데이터 및 분석 역량 강화 ▲과학 및 엔지니어링 연구 지원 ▲산업 지원 확대 ▲로봇 도입 촉진 ▲규제 환경 정비 ▲인력 양성 ▲국제 협력 및 안보 고려 등 7대 분야로 구분했다. 이는 미국이 빠르게 성장하는 글로벌 로봇 경쟁에서 주도권을 유지하기 위한 전략적 대응으로 평가된다.
1. 데이터 및 분석 역량 강화
정확한 통계와 산업 분석은 정책 수립의 기초이자 산업 발전의 방향타다. ITIF는 상무부 산하에 업계 중심의 연방 자문위원회를 설립해 로봇산업 발전 전략을 자문하도록 권고했다. 이를 통해 정부는 산업 현장의 수요를 정확히 파악하고, 정책적 지원 방향을 수립할 수 있다. 또한 국제무역국(ITA)의 분석 역량을 강화해 글로벌 로봇산업의 기회와 위험을 정밀하게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인구조사국의 연간 통합 경제 조서(AIES) 데이터 공개 일정을 단축하는 방안은 산업계의 변화에 실시간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핵심 조치다. 현재 2년 가까운 시차로 인해 데이터 활용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으며, 이는 급속히 진화하는 로봇 시장의 특성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ITIF는 이러한 데이터 갱신 주기를 단축해 정책 대응 속도를 높여야 한다고 제안한다.
2. 과학 및 엔지니어링 연구 지원
로봇산업의 근간은 기초과학과 응용기술 연구다. ITIF는 NSF에 산업적 활용도가 높은 로봇 연구에 더 큰 비중을 두도록 권고하며, 신학협력센터와 공학연구센터 설립을 통해 연구 네트워크를 강화할 것을 요구했다.
또한 의회는 NSF의 '기술 혁신 및 파트너십(이하 TIP)' 프로그램에 대한 예산을 증액해야 한다. TIP은 차세대 전략 기술의 상용화 연구를 지원하는 핵심 프로그램이지만, 최근 예산 삭감으로 로봇을 비롯한 주요 기술 분야의 지원이 크게 부족한 상황이다.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OSTP)의 범부처 조율 역할도 중요하다. 로봇 연구는 농업, 국방, 의료, 제조 등 다양한 분야와 맞닿아 있기 때문에, 기관 간 협업 없이는 중복과 비효율이 발생한다. ITIF는 국가 나노기술 이니셔티브(NNI) 사례를 참고해 로봇 연구 전담 협의체를 신설하고, 특히 로봇-AI 융합 연구를 범부처 차원에서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3. 산업 지원
산업계가 체감할 수 있는 지원책은 로봇산업 성장의 촉매제다. ITIF는 경제개발청(EDA)의 지역 혁신 허브 프로그램, 특히 로보틱스에 특화된 허브에 대한 지원을 지속할 것을 권고한다. 중국의 로봇 클러스터가 미국보다 수십 배의 자금을 지원받는 상황을 감안하면, 지역 기반의 혁신 허브 지원은 필수적이다.
또한 국립표준기술연구소(이하 NIST)의 Manufacturing USA 프로그램 확대와 ARM 연구소 지원 증액이 요구된다. ARM 연구소는 120개 이상의 로봇 프로젝트를 수행해 왔으며, 새로운 툴·센서·소프트웨어 개발에서 중요한 성과를 창출하고 있다.
특히 로봇산업의 데이터 부족 문제 해결은 시급하다. 대규모 인터넷 데이터에 기반한 AI와 달리, 로봇은 물리적 환경 데이터 확보가 어렵다. NIST는 산업계와 협력해 데이터 수집·공유 인프라를 마련하고, 실제 환경에서 로봇의 학습을 촉진하는 구조를 구축해야 한다. 이는 복합 작업 수행 능력 확보를 위한 전제 조건이다.
4. 로봇 도입 촉진
산업 현장, 특히 중소 제조업체는 로봇 도입에 소극적이다. 높은 초기 투자 비용과 ROI 불확실성, 전문성 부족이 주요 원인이다. ITIF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NIST 산하 ‘제조업 확장 파트너십(MEP)’ 내 로보틱스 이니셔티브를 구축하고, 중소기업 교육·컨설팅을 확대할 것을 권고한다.
또한 ‘로봇 모범 사례 도입 시상’과 ‘연례 로봇 어워드’를 통해 기업의 혁신적 로봇 활용을 장려하는 방안도 제안됐다. 이는 일본의 유사 제도를 벤치마킹한 것으로, 로봇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긍정적으로 전환하고, 기술 도입을 가속화하는 효과가 기대된다.
국가경제위원회(NEC)는 연방 각 기관이 로봇 활용 가능성을 평가하도록 조정해야 한다. 내무부, 교통부, 보건복지부, 국토안보부 등 다양한 기관에서 로봇이 업무 효율성과 비용 절감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잠재력이 크다. 이를 통해 로봇 도입은 단순한 산업적 선택이 아니라 공공 서비스 효율화와 국가 안보 강화의 수단으로 확장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중소기업협회(SBA)의 대출·보증 프로그램을 로봇 도입 중심으로 재조정해야 한다는 권고는, 실질적인 투자 촉진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핵심 제안이다.
5. 규제 환경 정비
규제는 산업 발전의 촉진제이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ITIF는 국립산업안전보건연구소(NIOSH)가 산업계와 협력해 로봇 관련 작업장 표준을 현대화할 것을 권고했다. 현재 OSHA 기준은 신기술 도입을 제약하고 있으며, 새로운 실험 기반 안전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
또한 반독점 규제와 관련해, FTC의 아이로봇 인수 거부는 글로벌 경쟁 구도를 고려하지 못한 결정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ITIF는 규모의 경제가 로봇산업 경쟁력 강화의 핵심임을 강조하며, 지나친 반독점 규제가 오히려 산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노동 규제와 관련해서는 최저임금 인상과 불법 이민 제한을 통해 로봇 도입의 경제적 ROI를 높여야 한다는 논의도 제시됐다. 이는 노동시장 구조 변화와 자동화 투자의 상관관계를 정책적으로 반영한 접근이다.
6. 인력 양성
로봇 도입 확산은 숙련 인력 수요를 동반한다. ITIF는 NSF의 '고급 기술 교육(ATE)' 프로그램을 통해 로봇 기술 교육 센터를 설립하고, 전문대학·커뮤니티 칼리지와 연계한 교육 네트워크를 강화할 것을 제안했다. 이는 로봇 제작·운용·유지보수 기술자를 양성하는 중추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또한 로봇 도입으로 인한 실직 인력을 지원하기 위해 기존 연방 정책을 전면 개편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된다. 기술 전환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회적 비용을 완화하는 정책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7. 국제 협력 및 안보 고려
글로벌 경쟁 구도 속에서 중국의 급부상은 미국 로봇산업에 직접적 위협이 된다. ITIF는 중국 로봇 수입 제한 조치를 통해 국가 안보 위험을 차단해야 한다고 권고한다. 중국 기업들은 보조금과 지식재산권 침해 논란 속에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으며, 이는 미국 시장을 위협할 수 있다.
동시에 한국, 일본, 독일, 스위스 등 로봇 강국들과의 국제 협력은 강화해야 한다. 특정 기술 분야에서 상호 보완적 장점을 결합해 공동 연구를 추진한다면, 미국 로봇산업의 기술적 외연은 더욱 확장될 수 있다.
사진. 게티이미지
결론
ITIF는 미국이 로봇 연구개발과 혁신 역량에서는 여전히 강점을 보유하고 있으나, 생산 인프라와 도입 촉진 정책 측면에서는 일본, 한국, EU, 중국 등 주요 경쟁국에 뒤처져 있다고 경고한다. 일본과 한국은 국가 차원의 전략과 세제 혜택, 대규모 보조금 등 재정 인센티브를 적극 활용해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으며, 중국 역시 전방위적 정책 지원을 통해 세계 최대 로봇 시장으로 성장하고 있다. 이에 비해 미국은 체계적 전략 부재로 인해 로봇 도입 속도가 더디고 산업 생태계도 취약한 실정이다.
향후 25년간 로보틱스는 인공지능과 함께 가장 중요한 범용 기술 중 하나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경제 전반에 걸친 혁신, 생산성 제고, 국가 경쟁력 확보는 결국 로봇 도입 속도와 범위에 달려 있다. 그러나 기술적 발전에도 불구하고 미국 기업들의 광범위한 도입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이며, 그 과정에서 미국의 생산성과 생활수준은 주요 경쟁국보다 느리게 개선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미국은 로봇산업을 위한 국가 전략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세액공제와 보조금과 같은 재정적 유인책뿐 아니라, 산업 데이터 체계 구축, 표준 정립, 인력 양성, 국제 협력 확대 등 제도적 기반을 다층적으로 강화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특히 ITIF는 미국이 중국에 뒤처지지 않으려면 반도체 산업에서 CHIPS법을 통해 보여준 것처럼 크고 대담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는 로봇 도입 세액공제와 수백억 달러 규모의 연구개발 투자를 포함하며, 만약 이러한 과감한 정책 추진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비용이 적게 드는 정책부터 신속히 시행해야 한다는 점도 함께 지적된다.
결국 미국이 로봇산업을 국가 경쟁력의 핵심 축으로 삼을 수 있을지는 지금 의회의 결단과 정책적 실행력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