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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thly Focus ③] 인간을 대신해 전쟁하는 무인 지상 차량(UGV)의 군사적 활용 본격적인 군사작전 상용화에 맞춰 적절한 규제와 논의 필요 황성훈 기자입력 2024-10-29 10:22:51

인간을 대신해 전쟁하는 무인 지상 차량(UGV)

 

UGV의 용도와 시장 확대
무인 지상 차량(Unmanned Ground Vehicle, 이하 UGV)은 지면에 접촉해 인간이 탑승하지 않아도 기능함으로써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차량이다. UGV 유연한 로봇 시스템 응용 프로그램과 여러 응용 프로그램 및 이동성을 지원한다. 물류나 제조 업계에서 창고의 자동 반송이나 배송 시스템에 UGV를 도입하는 움직임이 가속되고 있어, 비용 삭감과 효율화에 기여하고 있다. 하지만 UGV의 주된 용도는 방위 분야이며, 물자의 수송, 감시, 폭발물의 불활성화 지원 등의 용도로 사용된다. UGV는 첨단 센서와 카메라, 인공지능을 탑재하고 있어 자율적으로 장애물을 피하면서 목적지까지 최적 경로를 판단하며, 또한 원격 조작을 통한 지원이 가능해 위험한 환경에서도 높은 안전성을 유지하면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군사적인 용도에서 UGV는 전투 지역에서의 정찰과 물자 수송 외에도 재난 구조 현장에서도 활약하고 있다. 병사와 구조대원이 위험한 지역에 진입할 필요가 없어지기 때문에 UGV 도입은 인적 위험 감소와 함께 신속하고 안전한 대응이 가능하다.


최근 들어 국내외 기업은 효율적이고 신뢰성 높은 운행을 실현하는 차세대 UGV 개발에 주력하기 시작했다. UGV의 최신 기술과 인공지능 성능의 향상으로 난이도가 높은 오프그리드(Off Grid) 군사작전에 견딜 수 있도록 설계돼 절벽, 초원, 눈, 사막, 진흙투성이의 도로 등의 다양한 지형에서 활용될 수 있다. 


세계 UGV 시장 규모는 2023년 30억 7천만 달러로 평가되며, 2024년 32억 9천만 달러에서 2032년까지 63억 5천만 달러로 성장이 예상되며 예측 기간 동안 8.6%의 GAGR이 전망된다. 군사 용도로서 UGV의 수요가 높아지고 있는 것은 그 용도가 광범위하기 때문이다. 전투 지원, 첩보, 감시, 정찰 활동, 부상자 수송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이 가능해 군사 시장에의 성장을 촉진하고 있다. 이 시장의 성장을 뒷받침하는 또 다른 요인은 각국 정부의 정책 지원이다. 미국은 미래에 여단이 UAV(Unmanned Aerial Vehicle) 및 UGV를 200여 대씩 보유하는 것을 법제화 하고 있으며,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에서는 UGV의 실증 실험이 적극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어 법 정비와 규제 완화가 진행됨으로써 실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군사작전에서의 UGV 활용 사례
미군은 대테러작전에 있어 UGV를 다수 투입했는데 그중 유명한 것은 팩봇(Packbot)이다. 팩봇은 병사가 짊어지고 운반할 수 있도록 설계된 소형 다목적 작업용 로봇이다. 최장 800m 떨어진 장소에서 원격 조작이 가능하며, 즉석 폭발 장치(Improvised Explosive Device, IED) 의 탐색 및 처리, 동굴이나 벙커 등 협소한 장소의 수색 등에 이용됐다. 미군이 개발하고 보유한 UGV에는 이러한 소형 제품부터 중화기 등이 탑재 가능한 대형 제품까지 다양하게 존재하며, 그 용도도 정찰, 감시, 장비 후송, 부상자 후송 등 다양하다.

 

UGV는 육상에서 주행의 제어를 위해 센서나 인공지능을 이용하는 등 자율주행과 기술을 공유하지만, 군용품이라는 특수성에서 비롯한 비포장 도로나 단차가 있는 장소에서의 주행, 테러리스트 등 적의 공격과 방해에 대한 대응, 병사를 따르는 추종 주행 등 용도에 따라 특수한 기능도 요구되고 있다.


이스라엘은 2009년 반자율주행 군용차를 배치해 가자 지구와의 경계 감시 임무에 투입해 왔다. 2016년에는 군용차 보더 프로텍터(Border Protector)의 배치를 개시해 군용차에 장애물 회피 기능을 갖춘 완전 자율 운전 시스템을 탑재해 운용할 계획을 진행시키고 있다. 


최근 발생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UGV의 활약에 전 세계가 주목을 하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은 비행형 드론 병기(UAV)를 도입하며 드론 전쟁의 서막을 알렸고, 양군 모두 UGV를 전개해 로봇 병기끼리의 전투에 박차를 가했다. 우크라이나는 다양한 UGV를 활용해 군사용 작전에 투입했는데, 그 중 ‘죽음의 낫’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원격조정으로 지상을 주행하며 기관총을 쏘는 모델은 약 2㎞ 떨어진 곳에 있는 러시아군을 공격하는 UGV이다. 또한 픽사 영화 월리(WALL-E)에 등장하는 로봇에 빗대어 이름 붙여진 월리(Wolly)는 자동 조준 기능을 갖춘 UGV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약 4㎞ 떨어진 곳에서 원격으로 조종하면서 진지 공격과 방어는 물론 감시와 정찰을 할 수 있는 UGV는 야간 임무를 위해 적외선 카메라도 장착돼 있다. 지뢰 부설 로봇과 자폭 로봇은 러시아의 장갑, 진지, 보급로를 위협한다. 대전차 지뢰를 탑재한 UGV는 폭발하기 전에 시속 15마일 이상으로 목표물에 돌격하거나 지상에 지뢰를 설치할 수 있다. 또한, 후방지원 로봇은 전쟁 시 직접 피해를 입히지는 않지만 인명구조나 보급 임무에 사용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의 디지털 개혁 담당 미하일로 페드로프(Mykhailo Fedorov)장관은 “만약 로봇이 인간을 대신해 싸울 수 있다면 그것을 시도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라며, “이것은 인류 역사상 가장 기술적으로 진전된 전쟁”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을 통해, 전 세계는 그 무서움과 중요성을 새삼 느끼고 알리는 계기가 됐고, 이러한 동향은 미국을 비롯해 많은 나라에서 군이 향후 분쟁에 어떻게 대비해야 할지를 재검토할 것을 촉구시켰다. 

 

국내 기업의 UGV 개발 전쟁
국내 기업들도 앞다투어 UGV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서 개발한 6륜 구동 UGV ‘아리온 스멧(Arion-SMET)’은 지난 2022년 11월 미 국방성이 주관하는 해외비교성능시험에서 국내 개발된 군용 무인 차량 중 처음으로 대상 장비로 선정됐으며, 미국 육군과 해병대가 하와이에서 실시한 현장 테스트를 통과했다. 1.8t으로 최대 550㎏의 물자 적재가 가능하며, 1회 충전에 100㎞ 이상의 주행 능력을 갖췄다. 또한 보조 통신 중계 기능이 있어 산악지형 등에서도 전파의 방해 없이 임무를 수행할 수 있고 기관총과 소총을 탑재해 원격으로 사격이 가능하며 레이더를 통해 목표물을 자동으로 조준 및 추적할 수 있는 기능도 갖췄다. 그뿐만 아니라 원격 통신이 끊겨도 스스로 복구하거나 출발점으로 돌아오는 스마트 자율복귀 기능이 특징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UGV '아리온 스멧' / 사진. 로봇기술


현대로템의 전기 구동 방식의 UGV HR-셰르파(HR-SHERPA)는 6륜 전동화 기반의 무인 차량으로 사람을 대신해 감시와 정찰, 부상병의 후송, 물자 이송은 물론 전투까지 다양한 목적으로 사용된다. 2018년 로보월드 전시회에서 콘셉트 모델을 공개한 이후 6년 이상 성능 개발에 힘써오고 있으며, 주요 특징은 인휠모터(In Wheel Motor)와 에어리스(Airless) 타이어에 있다. 휠 안에 모터가 장착된 구동 시스템으로 각 바퀴를 독립적으로 제어하며, 바퀴가 파손돼도 나머지 바퀴로 기동할 수 있다. 또한, 공기 없이 구조적으로 설계된 타이어로 험지를 이동하거나 바퀴 공격을 받아도 지속적인 임무 수행이 가능하다. 

 

현대로템의 UGV 'HR-셰르파' / 사진. 로봇기술


LIG넥스원은 미국의 군용 사족 보행 로봇 기업 고스트로보틱스(Ghost Robotics)를 인수했다. LIG넥스원의 고스트로보틱스 인수로 인해 UGV 시장에 뛰어들며 사업 플랫폼의 확장과 시너지를 내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고스트로보틱스의 사족 보행 로봇 ‘비전60’은 미국을 비롯해 많은 국가에서 이미 도입돼 성능을 입증했다. 비전60은 위험한 전투 현장이나 언덕 등 다양한 지형에 투입돼 고성능 정찰 카메라와 센서로 정찰과 탐지 등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다. 향후 LIG넥스원은 비전60을 비롯한 UGV에 모듈형으로 각종 무기체계를 탑재하는 등 군사작전에서의 본격적인 상용화 맞춰 연구 개발에 힘쓰고 있다.

 

LIG넥스원이 인수한 고스트로보틱스의 '비전60' / 사진. 고스트로보틱스

 

고민해야 하는 UGV 군사 활용
병사가 컨트롤러로 조작하며 전투하는 모습을 상상해보자. 병사가 멀리 떨어진 곳에서 무인 지상 차량을 원격으로 조작해 공격한다. 그들은 총알과 포탄이 쏟아지는 공간에 몸담지 않고 전투를 벌인다. 병사가 전투에 가담하는 것은 신체가 아닌 머리이며,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UGV를 비롯한 무인 병기가 병사들의 신체를 대신해 적을 사살하고 있다. 마치 게임과 비슷하게 컨트롤러를 조작해 전쟁을 치른다. UGV든 UAV든 결국은 전쟁 무기이며, 그 목적은 살인이다. 컨트롤러를 사용해 전쟁을 함으로써 병사는 육체를 가진 인간이 아닌 정보화된 이미지로서 적을 인식해 사살함으로써 인간이 가진 생명의 가치를 훼손할 우려가 존재한다.

 

따라서 군사작전에서의 UGV의 활용은 윤리적인 문제가 뒤따른다. 인간의 통제를 벗어나 무차별적인 공격을 할 우려도 있으며, 국가 간 개발 경쟁이 심화돼 국제 안보 불안을 야기할 수도 있다. 인공지능 시스템의 잘못된 판단으로 민간인을 적으로 인식해 공격할 경우의 책임 소재에 대한 부분도 고려돼야 한다. 따라서 UGV를 포함해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한 자율 무기 시스템은 군사작전에서의 효율성을 높이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은 분명하지만, 동시에 윤리적·국제 안보 불안을 야기할 수 있어 적절한 규제의 마련과 개발에 대한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 

 

▶ [Monthly Focus ①] 아군 생존율 높이는 전쟁의 꽃, 국방로봇

▶ [Monthly Focus ②] 미래 전략적 자산, 드론

황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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