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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thly Focus ①] 아군 생존율 높이는 전쟁의 꽃, 국방로봇 “국방로봇 기술 개발, 왜 필요한가?” 정대상 기자입력 2024-10-29 09:45:30

올해 5월 개최된 국방로봇체계 발전방안 토의 현장 / 사진. 국방부

 

일 전쟁 뉴스가 끊이지 않는 요즘이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중국과 대만, 이스라엘과 하마스까지, 세계 각국에서 위험한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전쟁이 장기화, 격화되면서 신문지상에서 관련 뉴스를 접할 기회가 많아졌다. 소셜 미디어에서는 실제로 미사일을 폭격하는 모습이나, 날아오는 미사일을 요격하는 모습들이 생생하게 공유되기도 한다. 전쟁의 양상이 유튜브나 인스타그램과 같은 소셜 플랫폼을 통해 실시간으로 퍼지면서 일반 대중들도 현대전(現代戰)에서 로봇기술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인지하게 됐다. 대표적으로는 드론으로 불리는 무인항공기(UAV)가 있다. 불과 며칠 전에도 이스라엘 네타냐후 총리 자택에 암살 드론 공격이 실시됐다는 뉴스가 대서특필됐다. 

 

국방로봇이란 무엇인가
러-우 전쟁이 드론전 양상을 띠면서 군 관계자가 아닌 일반 대중들도 국방력 강화를 위한 로봇기술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고는 하지만, 사실 세계 각국은 이미 훨씬 오래전부터 국방로봇 개발을 추진해 왔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대한민국 방위사업청 산하 기관인 국방과학연구소에서는 이미 2004년 「국방지상로봇종합계획」을 발표하면서 ‘대칭·비대칭 전투 환경에서 위험하고(Dangerous), 어렵고(Difficult), 지루한(Dull) 업무를 수행하면서 병사 또는 유인시스템의 대행과 획기적인 능력 증대를 위한 전투·비전투시스템’으로 국방로봇을 정의했으며, 이후 2007년 「국방로봇종합발전방향」에서는 ‘국방로봇은 로봇의 분류 중 전문서비스 로봇으로 분류, 기존의 지능형 로봇이 가지는 이동성(Mobility) 및 지능(Intelligence)을 포함하고, 군사용 목적을 고려해 군인이 수행하는 임무나 기존에 불가능했던 새로운 임무를 무인 자율 혹은 원격제어에 의해 수행 가능하게 하는 군사용 로봇 시스템’으로 그 개념을 구체화했다. 이후 합동참모본부는 국방로봇의 포괄적인 정의를 아울러 2009년 발표한 「합동개념요구능력서」에서 ‘전투의 효율성을 증대시키고 인력을 절감함으로써 기존 인간 위주의 전투체계를 보완하기 위한 무인 체계’라고 설명했다. 

 

국방로봇 체계 분류


자료. AI 과학기술강군 육성을 위한 국방 무인체계 발전 전략(2023.01.16.) / 배재대학교 차도완 교수 정리

 

전사(戰死) 위험 낮추는 국방로봇
지난 8월 대전컨벤션센터에서 열렸던 ‘MARS 2024 월드포럼’에서 배재대학교 드론로봇공학과 차도완 교수는 국방로봇을 ‘행운의 동전’에 비유한 바 있다. 제1차 세계 대전 당시 영국군 병사로 참전했던 이등병 존 트리켓은 적군의 총탄을 가슴에 맞았지만, 기적적으로 가슴 주머니에 넣어둔 1페니 동전이 총알을 위로 튕겨 내면서 생존했다. 이후 총탄에 우그러진 이 1페니 동전은 행운의 동전이라고 불리며 2019년에 경매에서 1,700파운드에 낙찰됐다. 

 


국방로봇은 이 1페니 동전처럼 우리 국군장병들의 목숨을 구하는 대안이 될 수 있다. 차 교수는 “지금 당장의 기술 수준으로 전쟁에 투입하기 어렵더라도 미래에 우리 자손들이 전투에서 생존하기 위해 국방로봇의 지속적인 개발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MARS 2024 월드포럼에서 국방로봇과 AI에 대해 발표하는 배재대학교 차도완 교수 / 사진. 로봇기술


우리나라는 저출생과 고령화로 가파른 인구절벽에 맞닥뜨린 상황이다. 전투가 가능한 병역자원 부족은 이미 시작됐다. 2040년부터는 상비군 수가 40만 명 이하가 될 거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스라엘처럼 여성도 의무 복역을 하자는 주장까지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사망이나 심각한 부상 등으로 발생하는 병력 이탈은 우리 군에 더 치명적이다. 


우리 정부가 국방혁신 4.0을 추진하면서 중점 과제 중 하나로 AI 기반 유·무인 복합 전투 체계 구축에 드라이브를 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전투에 있어 효율성을 극대화하면서도 인명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유인 체계와 무인 체계 간 상호 협력하는 유·무인 복합 전투 체계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국방로봇 공통 핵심 기반 기술
국방기술진흥연구소에 따르면 국방로봇의 공통 핵심 기반 기술에는 인식 기술과 자율화 기술, 통신 기술, 지휘통제 기술의 4개 중분류 기술로 구분된다. 인식기술에는 다중센서 정보를 융합해 전장 환경 상황을 인식하는 환경 인식 기술과 상호 위치를 공유해 집단적으로 측위 정확도를 향상하는 위치 추정 기술이, 자율화 기술에는 이동 계획 제어, 충돌회피 등 자율적인 이동과 임무 수행 기술 및 다수의 무인 체계 간 협력 기술 등이 포함된다. 또한 통신 기술에는 제어 정보 및 명령 정보를 송·수신하는 기술과 안티 재밍, 제어권 탈취 방어, 이상 징후 대응 등 네트워크 보안 기술 등이 있으며, 지휘통제 기술은 의사 결정을 빠르고 정확하게 판단하도록 보조하는 의사결정 지원 기술과 원격통제기로 무인 체계를 조종하는 원격통제 기술을 아우른다. 

 

기계적 동력 방식으로 근력을 보조하는 웨어러블 로봇 / 사진. 로봇기술

 

부국강병에 기여하는 로봇기술
우리나라는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본격적으로 국방로봇 개발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2005년에는 경계용 로봇인 이지스를 이라크에 파병된 자이툰 부대에 실전 투입했고, 2007년에는 지능형 감시경계로봇을 비무장지대에 배치했다. 2000년대 이후 국내 로봇업계에서 원격으로 유·무선 제어가 가능한 캐터필러 주행 형태의 이동형 로봇이나 4족 보행이 가능한 견마로봇, 근력을 보조해 주는 웨어러블 로봇과 같은 국방로봇들이 활발하게 개발됐다. 이 중 견마로봇은 유압 액추에이터 구동 방식에서 전기모터 구동 방식으로의 전환이 두드러지며, 웨어러블 로봇은 착용자의 안전을 고려해 기계적 동력을 사용하는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다.

 

현대로템과 레인보우로보틱스가 공동 개발한 견마로봇 / 사진. 로봇기술


한편 이 밖에도 실제 전투에서 효용성을 검증받은 무인 이동체(UAV, UGV, USV, UUV 등)의 기술 발전 또한 기대되는 부분이다. 특히 러-우 전쟁에서 큰 관심을 모았던 UAV와 UGV는 유의미한 성과가 기대되는 분야이다. 

정대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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