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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바라보는 한국의 휴머노이드 로봇 기술 '(주)에이로봇' 에이로봇의 엘리스4 시연회가 보여준 가능성 정대상 기자입력 2024-10-29 09:21:29

(주)에이로봇이 2028년 휴머노이드 로봇 상용화를 선언하면서 4세대 엘리스의 시연회를 성료했다. 이 로봇은 휴머노이드 로봇 분야의 글로벌 기업들이 추구하는 인간과 상호 교류하며 사람의 작업을 대체하고자 개발됐다. 본지에서는 (주)에이로봇 휴머노이드 로봇 시연회 현장을 찾아 세계를 바라보는 토종 휴머노이드 로봇 기술의 현주소를 확인했다. 

 

(주)에이로봇 엄윤설 대표(왼쪽)와 한재권 CTO(오른쪽)가 4세대 엘리스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사진. 로봇기술


난 10월 16일(수), (주)에이로봇(이하 에이로봇)이 자사의 휴머노이드로봇 앨리스의 4세대 버전을 세상에 처음으로 선보였다. 한양대학교 ERICA캠퍼스 창업보육센터에서 열렸던 에이로봇 휴머노이드 로봇 시연회에는 산업통상자원부 박성택 1차관을 비롯해 30여 명의 기관 및 투자사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토종기술로 세계와 경쟁
이날 시연회에서 에이로봇은 2022/2023년 로보컵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3세대 엘리스(ALICE Ⅲ, 이하 엘리스3)와, 상용화를 목표로 개발된 4세대 엘리스(ALICE Ⅳ, 이하 엘리스4)를 소개했다. 
이날 엘리스3는 산업부 박성택 1차관의 패스를 받아 골대에 공을 차 넣는 시연에 성공했다. 

 

산업통상자원부 박성택 1차관이 환영사를 하고 있다. / 사진. 로봇기술


에이로봇 한재권 CTO는 3세대 엘리스에 대해 ‘대한민국 휴머노이드 로봇의 수준이 결코 부족하지 않음을 증명하는 로봇’이라고 소개했다. 


엘리스3는 전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로봇 대회인 로보컵에서 지난 2년 연속 준우승을 차지했다. 로보컵은 오는 2050년까지 인간의 월드컵 우승팀과의 축구 경기에서 승리하는 것을 목표로 치러지는 만큼, 가장 큰 규모와 어려운 난이도의 대회이기도 하다. 높은 수준의 로봇기술을 겨루는 이 대회에서 에이로봇은 2년 연속 준우승을 달성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로보컵 휴머노이드 어덜트 사이즈 리그(Humanoid Adult Size League) 준우승과 함께 로보컵 테크니컬챌린지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산업통상자원부 박성택 1차관의 패스를 받은 3세대 엘리스가 골을 넣은 모습 / 사진. 로봇기술

 

한국형 휴머노이드 로봇의 출사표
테슬라, 피규어와 같은 글로벌 톱 티어 테크 기업들이 선보인 휴머노이드 로봇은 막연하기만 했던 휴머노이드 로봇 상용화가 이제는 머지않은 미래에 실현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지게 한다. 유압 액추에이터 대신 전기모터 구동을 선택한 보스턴다이내믹스나, 강력한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유니트리와 같은 로봇기업들도 이 흐름에 참여하고 있다. 연구실에서나 어울릴 법했던 휴머노이드 로봇이 이제는 자동차 공장이나 물류 현장에서 움직이는 게 그리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다. 상징적 가치에 방점을 두고 있는 휴머노이드 로봇에 시장 가치가 더해지는 시점이다.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의 패권 다툼이 예견된 지금, 에이로봇은 엘리스4를 출시했다. 이 로봇에는 글로벌 톱 티어 휴머노이드 로봇들과 겯고틀겠다는 에이로봇의 의지가 담겨 있다. 


에이로봇은 앨리스4에 고자유도 로봇 암과 섬세한 작업이 가능한 로봇 핸드를 적용해 사람의 다양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제작했다. 여기에 LLM 기반의 사물 인식, 이족보행 및 자율 주행 기술을 접목해 휴머노이드 로봇의 완성도를 높였다.

 

엘리스4에는 엘리스3에서 검증한 로봇 암과 로봇 핸드가 적용돼 섬세한 작업이 가능하다. / 사진. 로봇기술


이날 시연회에서 ‘레몬맛 사탕’을 주문한 박성택 1차관에게 엘리스4가 노란색 사탕을 건네주는 모습에는 이러한 기술들이 담겨 있다. 레몬맛이라는 단어에서 노란색을 연상하고, 색색의 사탕들 중 정확히 노란색 사탕을 집어 종이컵에 담아 박성택 1차관에게 전달하는 엘리스4의 모습에서 에이로봇의 휴머노이드 로봇 기술을 단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 


한재권 CTO는 “정해진 애플리케이션에서 작동하는 일반적인 로봇은 그 미션을 달성했을 때 효용이 다하게 된다. 반면 휴머노이드 로봇은 특정한 목적을 가지지 않고 인간이 하는 많은 일들을 대신하기 위해 만들어진 로봇으로서, 그 가능성이 무한한 범용의 로봇이다. 이전에 없던, 범용으로 활용 가능한 디바이스는 곧 파괴적 혁신을 가능하게 한다.”라며 “휴머노이드 로봇이 범용으로 쓰이려면 로봇이 인간의 언어 및 비언어적 명령을 받아 인간이 원하는 행동을 수행해야 한다. 현재 글로벌 선두 기업들이 생성형AI을 로봇에 적용해 인간과 상호작용을 바탕으로 로봇이 행동하는 기술을 경쟁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엘리스4 또한 인간의 음성 명령을 받아 인간이 원하는 종류의 사탕을 서빙하는 시연으로 로봇용 생성형AI 기술 개발에 도전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것”이라고 전했다. 

 

레몬맛 사탕을 주문한 박성택 1차관에게 노란색 사탕을 담아 전달하는 엘리스4. / 사진. 로봇기술

 

휴머노이드 로봇 상용화의 절대과제 ‘가격’
모든 제품들은 시장을 설득할 수 있는 가격을 실현해야 한다. 휴머노이드 로봇 또한 상용화를 거쳐 시장을 열어가려면 이 명제를 벗어날 수 없다. 그런 측면에서 에이로봇이 선언한 ‘3.7만 불’이라는 가격은 충격적이다. 생산 원가가 아닌 소비자 판매 가격 기준이다. 사람과 교류할 수 있는 AI를 탑재하고, 양팔과 손가락을 지니며, 이족 보행이 가능한 자율주행로봇을 팔레타이징용 협동로봇보다 저렴하게 판매하겠다는 말이다. 에이로봇은 오는 2028년까지 이 목표를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에이로봇 엄윤설 대표와 한재권 CTO는 과거 DARPA 로보틱스 챌린지에서 ‘똘망’을 개발했던 인사들이다. 휴머노이드 로봇 하드웨어 플랫폼이 수억 원에서 수십억 원을 호가하던 시절부터 휴머노이드 로봇 전문가였다. 15년 이상 휴머노이드 로봇을 개발하고, 납품해 오면서 이들은 휴머노이드 로봇 생산가를 낮추는 기술이 곧 상용화의 핵심임을 파악했다. 


한재권 CTO는 “중국 휴머노이드 로봇 메이커의 저가 공세에 맞서기 위해 우리는 모든 부품을 직접 개발했다. 특히 주목해야 할 부분은 하체를 구동하는 리니어 액추에이터 기술이다.”라고 전했다.  


리니어 액추에이터 방식으로 휴머노이드 로봇의 하체를 구동하는 기술이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것은 2022년 테슬라의 옵티머스가 등장하면서부터다. 그러나 에이로봇은 옵티머스가 세상에 공개되기 전부터 이미 휴머노이드 로봇용 리니어 액추에이터를 개발해 왔다. 


한재권 CTO는 “그간 휴머노이드 로봇에 직선 구동 방식을 적용하는 기술은 테슬라와 앱트로닉 두 회사만 정복했던 기술이다. 우리는 약 3년간의 연구 끝에 리니어 액추에이터 개발에 성공했으며, 200~400W급 라입업을 갖추고 앨리스4에 적용했다.”라고 밝혔다. 

 

4세대 엘리스에 적용된 리니어 액추에이터 / 사진. 로봇기술

 

에이로봇, 다윗의 돌멩이 될까
휴머노이드 로봇이 사람과 같은 공간을 영위하는 시대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이를 위해서는 가장 높은 수준의 로봇 하드웨어/소프트웨어 기술 외에도 필요한 것이 있다. 인간과 로봇의 상호 작용 기술이다. 인류의 삶을 바꾼 파괴적 혁신을 실현한 제품은 여럿 있다. PC가 그렇고, 자동차도 그렇다. 그러나 휴머노이드 로봇이 만약 파괴적 혁신을 실현한다면 이 제품들과는 그 양상이 다를 것이다. 소비자의 입장에서, 자동차를 사는 것보다 반려동물을 들이는 경험에 더 가까울 수도 있다. 그래서 HRI(Human Robot Interaction)가 중요하다. 낯선 기계 장치가 나와 함께 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위화감이나 두려움을 극복하고, 공장을 넘어 상업시설이나 가정에서까지 휴머노이드 로봇이 활약하는 진정한 범용성을 지니려면 이 기술은 필수적이다. 


에이로봇의 가장 중요한 경쟁력이 여기에 있다. 키네틱 아티스트 및 로봇디자이너로 활동했던 엄윤설 대표의 인문학적 소양과 휴머노이드 로봇을 15년 이상 개발해 온 한재권 CTO의 기술 역량은 이후 엘리스 시리즈가 단순히 공장에만 머무르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게 한다. 


이번 시연회를 기점으로 에이로봇이 글로벌 거대 기업들의 틈바구니에서 ‘다윗의 돌멩이’가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정대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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