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FL 연구팀이 개발한 마이크로 로봇 / 사진. EPFL
스위스 로잔연방공과대학(이하 EPFL)은 코뿔소 딱정벌레의 날개 메커니즘을 접목한 새로운 마이크로로봇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연구는 EPFL 다리오 플로레아노가 이끄는 연구팀에 의해 진행됐으며, 학술지 ‘Nature’에 게재됐다.
새, 박쥐 벌은 모두 날개를 펼치고 접는 데 서로 다른 근육을 활용한다. 더 작은 곤충의 경우 활용 가능한 공간이 적기 때문에 새, 박쥐, 벌과 다른 방식의 날개 메커니즘을 활용할 가능성이 존재하며, 작은 곤충들이 날개에 실제로 근육을 사용하는지 여부는 학계의 논쟁거리 였다.
딱정벌레는 딱딱한 앞날개 한 쌍(이하 Elytra)과 접을 수 있는 뒷날개 한 쌍을 가진 복잡한 비행 메커니즘을 보유하고 있다. 쉬고 있을 때 뒷날개는 Elytra의 보호를 위해 아래로 접혀 있다. 한편, 이륙 전에 Elytra는 완전히 개방된다.
최근 진행된 딱정벌레 뒷날개에 대한 연구에도 불구하고 연구에서는 뒷날개가 어떻게 구동되는지 밝혀내지 못했지만, EPFL 연구팀은 딱정벌레의 뒷날개가 수동적인 메커니즘을 통해 펼쳐지고 수축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 발견은 제한된 공간에서 날 수 있는 새로운 마이크로 로봇 설계로 이어져, 연구팀은 이륙, 비행 및 착륙을 위해 딱정벌레와 유사한 수동 메커니즘을 활용하는 마이크로 비행 로봇을 테스트했다.
EPFL 지능 시스템 연구실 다리오 플로레아노 소장은 “각 동작에 전담 메커니즘이 필요할 것이라는 기존의 가정과 달리, 이번 연구는 자연적 진화가 복잡성을 줄이고 에너지를 절약하며 회복력을 얻기 위해 제어 시너지와 물리적 상호작용을 활용한다는 것을 보여준다”라며, “이전 연구에서는 흉부 근육이 전개와 수축을 추진한다고 가정하고 딱정벌레의 뒷날개에 있는 주름을 연구해 왔다”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이 출판한 논문의 1저자인 호앙부 판은 “가장 큰 과제는 근육이 딱정벌레의 뒷날개 바닥에서 날개 전개 과정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것을 밝혀낸 것”이라고 말했다.
EPFL 연구팀은 코뿔소 딱정벌레의 뒷머리를 고정한 뒤 3개의 고속 카메라를 활용해 초당, 2,000프레임의 속도로 날개 움직임을 포착했다. 이를 통해 딱정벌레가 근육 대신 딱지날개에 미리 적재된 에너지가 뒷날개를 스프링처럼 풀어주는 반면, 날개를 완전히 펼치는 것은 날개 펄럭임의 원심력에 의해 구동된다는 것을 밝혀냈다.
또한, 연구팀은 근육이 날개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딱정벌레 뒷날개를 떼어내서 펄럭이는 메커니즘을 구현하는 크랭크에 부착했다. 해당 기기는 딱정벌레와 비슷하게 초당 약 38번의 날개짓으로 뒷날개 펄럭임을 활성화해 곤충과 동일한 상승 및 전개 과정을 보여줬다.
이외에도 연구팀은 고속 카메라를 통해 비행 후 딱지날개가 날개를 뒤로 밀어서 쉬게 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딱지날개의 한쪽을 제거하면 뒷날개가 열린 채로 남아 있어 뒤로 젖힐 수 없기에, 연구팀은 근육이 아닌 딱지날개가 날개의 뒤로 젖히는 원인임을 알아낼 수 있었다.
호앙부 판은 “이번 발견은 곤충의 이동 전략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이를 소형 비행 로봇 설계에 구현해 더욱 곤충과 유사한 로봇을 만드는 데 한 걸음 더 다가가게 한다”라고 전했다.
한편, EPPL 연구팀이 만든 소형 비행 로봇은 18g 중량으로 모터가 날개의 펄럭임과 20㎝ 너비의 날개를 수동적으로 전개해 이륙과 안정적인 비행을 구현했다. 펄럭이는 기능을 멈추면 로봇은 추가로 액추에이터 없이 날개를 빠르게 접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