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로봇기술
글로벌 경기가 둔화되고 코로나19로 인한 반도체 수요 특수가 잦아들면서 반도체 업계가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반도체 제조사 재고 보유량 증가와 불확실한 업황에 주요 기업들이 투자 규모를 축소하는 상황이지만, 그럼에도 지난 2월 1일(수)부터 4일(금)까지 코엑스에서 열린 세미콘코리아 2023 현장에는 발 디딜 틈 없이 사람들이 몰렸다. 반도체 분야를 겨냥하고 있는 로봇기업들 또한 새로운 제품과 기술로 참관객을 맞이했다.
반도체 산업 전망
메모리 반도체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가 발표한 ‘2023년 반도체 산업 수출 전망(2022. 12)’ 보고서에 따르면, 메모리 반도체 분야는 반도체 기업들이 공급과잉 해소를 위해 CAPEX 하향 조정, 웨이퍼 투입량 축소 등을 발표하는 가운데 수요 위축과 가격 하락, 높은 재고 수준 등으로 전년 대비 17%의 역성장이 예상된다.
D램은 2023년 상반기까지 재고 누적 등으로 가격 하락세가 예상(연평균 -35%)되나, 한·중 간 기술격차가 상당해 한국의 기술적 우위가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낸드 플래시는 2023년 3분기부터 수요 증가에 힘입어 가격 반등이 기대되나, 연평균 가격은 전년 대비 -11%가 예상되고 있으며, 한·중 간 기술격차가 점차 축소되고 있으나, 미국의 제재로 인해 중장기 기술격차는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주요 기업을 살펴보면 SK하이닉스와 미국 마이크론이 올해 CAPEX 규모를 전년 대비 절반가량 줄이겠다고 밝혔다. 반면 재고 물량 50조 원을 돌파한 것으로 알려졌던 삼성전자는 당초 계획했던 투자 축소를 철회하고 전년과 유사한 수준의 투자 규모를 유지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자회사인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20조 원의 자금을 수혈받았다.
시스템 반도체(비메모리 반도체)
비메모리 반도체라고도 불리는 시스템 반도체 시장은 5G, IoT, AI, 자동차 등의 수요 증가로 올해 전년 대비 4%의 성장률이 예상되고, 특히 디스플레이 구동칩(DDI)과 이미지센서 등에서 성장이 기대된다.
DDI 시장 규모는 디스플레이 수요 감소 등으로 2023년 13%의 역성장이 예상되는 가운데 국내 주요 DDI 기업의 매출액은 OLED 패널 수요 등으로 2023년에도 증가하나, DDI 가격 하락 등으로 매출 증가세는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
모바일 AP(Application Processor) 분야는 2023년 저가 스마트폰 시장 확대와 경쟁 심화 등의 영향으로 전년 대비 2%의 역성장이 예상된다.
2023년 이미지센서 시장은 전년 대비 4% 성장하면서 전년의 역성장(-7%)을 벗어나는 가운데 삼성전자는 고부가 제품 개발과 수요처 다변화 등에, SK하이닉스는 중저가 스마트폰 중심의 사업 강화 등에 주력할 계획이다.
또한 2023년 파운드리 시장은 주문 감소에도 불구하고 공정 수요 증가로 전년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도체 수출 전망
2022년 반도체 수출은 상반기 공급망 훼손 우려로 인한 재고축적과 파운드리 경쟁력 제고 등에 따른 시스템 반도체 수출 호조(전체 반도체 기준 38% 비중 차지) 등에 힘입어 역대 최고 실적(1,292억 달러)을 달성했으나, 2023년 반도체 수출은 전년 대비 11.5% 감소한 1,159억 달러 규모로 예측된다. 메모리 반도체의 수요 위축과 가격 하락세, 반도체 생산업체들과 수요기업들의 높은 반도체 재고 등에 기인해 반도체 수출은 상당 폭의 감소가 예상된다.
반도체 수요 산업 전망
국내 반도체 산업 수출 동향
국내 반도체 수출은 지난 2020년 7월부터 2022년 7월까지 25개월 연속 전년 동월 대비 증가, 2021년 5월부터 2022년 9월까지 17개월간 월간 반도체 수출액 100억 달러 달성이라는 대기록을 세웠으나, 현재는 장기간의 상승세가 꺾이며 감소세로 전환했다.
2022년 8월, 우리나라 반도체 수출이 전년 동월 대비 감소로 전환한 이후 감소폭이 확대 중이다. 글로벌 경기 둔화로 인한 소비심리 위축과 개인용 IT 기기 교체 시기가 늦어짐에 따라 반도체 수요가 감소하고 있으며, 코로나19 팬데믹 영향으로 급격하게 성장한 반도체 수요산업이 위축되기 시작한 것도 반도체 수요 감소의 한 원인이다. 여기에 2022년 상반기까지 큰 폭의 성장세를 이어온 기저효과도 작용해 수출 감소폭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세미콘코리아 2023서 살펴본 로봇기술
글로벌 경기 둔화, IT 기기 교체 수요 연장, 코로나19발 특수의 종식과 같은 여러 요인들로 반도체 업황이 악화되면서 반도체 제조사들이 투자 숨고르기에 들어선 상황이지만, 반도체 공정 혁신을 위한 요소 기술 개발은 끊임없이 지속되고 있다. 이는 지난 2월 1일(수)부터 4일(금)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열렸던 ‘세미콘코리아 2023(SEMICON 2023)’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금번 세미콘코리아 2023 현장에는 코로나19로 전시장을 찾지 못했던 반도체 관련 업계 종사자들이 대거 몰리면서, 입장 행렬이 코엑스 전시관을 빙 두르는 이례적인 모습도 연출됐다.
옴니엣지를 탑재한 삼익THK의 리니어 액추에이터 / 사진. 로봇기술
로봇기업들 또한 그간 축적해온 기술력을 바탕으로 문전성시를 이룬 참관객들을 맞이했다. 부품 및 모듈부터 자동화 설비까지 폭 넓은 기술력을 보여주고 있는 삼익THK는 이번 전시회에서 IoT 기술을 활용한 예방보전 솔루션까지 공개하면서 기업의 더 넓어진 제품 볼륨을 자랑했다. 이날 삼익THK의 부스에서 주목해야 할 신제품은 ‘옴니엣지(OMNIedge)’였다. 회사는 옴니엣지를 탑재한 직교 로봇과 유니버설로봇, 그리고 형상기억 그리퍼를 이용해 예방보전 애플리케이션을 선보였다.
옴니엣지로 취득한 정보는 온/오프라인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다. / 사진. 로봇기술
옴니엣지는 기존 장비에 브라켓을 이용해 쉽게 장착하는 것만으로 장비의 IoT화를 실현할 수 있다. LM가이드나 볼 스크루, 회전베어링 등의 진동 주파수를 감지해 설비의 메인터넌스 주기를 사전에 관리할 수 있다. 옴니엣지가 취득한 정보는 현장에서 오프라인으로 확인하거나, 클라우드를 통해 모바일 기기 등에서 확인할 수 있다. 모니터링 인터페이스에서는 장비를 구동하면서 축적된 데이터의 트렌드를 확인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장비 이상이 발생하는 주기를 예측하고, 사전에 메인터넌스 부품을 구비하거나 엔지니어 스케줄을 조율해 다운타임을 최소화할 수 있다.
훼스토의 공압 협동로봇 ‘훼스토 코봇’ / 사진. 로봇기술
공압 기술 분야에서 선도적인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공장 자동화 기업 훼스토(FESTO)의 전시 부스에는 독특한 형상의 협동로봇이 전시됐다. 훼스토가 ‘세계 최초의 공압 협동로봇’이라는 타이틀로 전시한 6축 협동로봇 ‘훼스토 코봇(FESTO Cobot)’은 인간과 로봇 간의 협력 작업을 위한 기능을 제공하고, 비상 정지/해제 버튼을 탑재한 핸드 모듈을 보유하고 있다. 로보틱 스위트(Robotic Suite)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직관적인 프로그래밍 및 시운전을 지원하며, 제어를 위한 별도의 컨트롤박스가 필요 없어 시스템에 쉽게 통합 가능하다.
훼스토의 공압 협동로봇 ‘훼스토 코봇’ / 사진. 로봇기술
기존 협동로봇의 가격 부담을 증가시켰던 관절 모듈의 변화도 눈에 띈다. 서보모터와 감속기, 엔코더 등을 하나의 모듈로 구성해 총 6개가 탑재되는 종래의 협동로봇과 달리 훼스토 코봇은 공압식 다이렉트 드라이브와 압력 조절 장치로 관절을 구성하고 있다. 로봇이 외부 요인과 접촉했을 때 공압 드라이브 압력 챔버에서 예상치 못한 압력 변화를 감지하고, 안전 전자장치가 대상 및 실제 압력 사이의 편차를 감지해 컨트롤러에 오류를 보고하면, 컨트롤러에서 모든 관절에 정지 신호를 전송해 작업자의 안전을 보장한다.
훼스토 관계자에 따르면 “구체적인 판매가를 결정할 단계는 아니지만 종래의 협동로봇 대비 확실한 가격 메리트를 지닐 것으로 예상한다. 올해 중 출시를 예정하고 있으며, 훼스토 홈페이지를 통해 훼스토 코봇의 업데이트 정보들을 실시간으로 고객에게 공유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오토닉스는 세미콘코리아 2023에서 다양한 세이프티 제품군을 공개했다. / 사진. 로봇기술
이번 세미콘코리아 2023에서는 국산화 기술의 선전도 주목할 만한 관람 포인트였다. 자동 제어기기 전문 기업 오토닉스는 최근 산업 안전이 강화되고 있는 반도체 분야를 겨냥해 그간 개발 및 레퍼런스를 확보해온 세이프티 제품군을 전시했다. 이날 회사는 유니버설로봇 데모와 라이트 커튼과 도어락, 슬라이드키, 비상정지스위치 등 세이프티 라인업으로 데모 시스템을 꾸렸다.
오토닉스는 세미콘코리아 2023에서 다양한 세이프티 제품군을 공개했다. / 사진. 로봇기술
오토닉스 세이프티 제품군의 중요한 특징은 그간 국내 시장에서 주류를 이루고 있던 외산 수준과 동일한 안전인증 검사를 통과했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외산 제품의 납기로 고민하던 국내 고객사를 대상으로 활발하게 대체시장을 열었다. 현재는 반도체, 2차전지, 자동차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으며, 지난해부터 세이프티 제품군의 매출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오토닉스 관계자는 “외산 제품과 동일한 수준의 퍼포먼스를 구현하면서도 신속한 납기를 구현한 것이 주효했다. 이미 필드에 납품된 제품들이 고객들로부터 신뢰를 얻으면서 오토닉스 세이프티 제품군의 수요가 더욱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한 대의 티칭펜던트로 다수의 장비를 제어할 수 있는 다인큐브의 DTP-P / 사진. 로봇기술
국산 제어기 전문 기업 다인큐브도 이날 신제품 DTP-P를 공개했다. DTP-P는 티칭펜던트 한 대로 여러 대의 장비를 제어할 수 있는 다인큐브의 신제품이다. 회사 관계자는 “DTP-P는 한 대의 티칭펜던트로 한 대의 PC만 제어했던 종래의 문법을 탈피한 혁신적인 제품이다. 랜 허브를 이용해 하나의 티칭펜던트로 여러 대의 PC 제어가 가능하며, PC에서 원격 데스크톱 방식으로 화면을 가져오기 때문에 별도의 프로그래밍이 필요 없다.”라며 “간단한 프로그래밍과 한 대의 티칭펜던트로 여러 장비를 제어할 수 있다는 장점을 인정받아 고객사로부터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으며, 실제 발주로 연결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 밖에도 이번 세미콘코리아 2023에서는 진공 로봇 및 진공 반도체 장비 분야에서 국산화 시대를 연 라온테크 등 다양한 로봇기업들이 참가해 기술력을 뽐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