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보다 ‘가치’가 중요한 시대
재무적인 성과만을 판단해 기업의 가치를 평가하던 종래의 방식과 달리 기업의 장기적인 성장 가능성에 영향을 미치는 ESG와 같은 비재무적 요소가 투자 의사 결정에 있어 중요한 배경으로 부상하기 시작했다.
ESG는 환경(Environmental),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을 의미하는 약어로, 2020년 1월 세계 최대 규모의 자산운용사 블랙독이 향후 모든 투자와 인수를 결정함에 있어 ESG를 검토 기준으로 삼겠다고 발표한 사례는 ESG 경영이 캠페인 단계를 넘어 경영의 핵심 화두로 부상했음을 의미한다. 마트 매장 행사 직원까지 정직원으로 운영하며 정직원 비율 99%를 달성해 ‘갓뚜기’라고 불리는 오뚜기와 물류센터 대형 화재로 안전과 노동, 환경 문제가 논란이 되며 불매 운동까지 이어진 쿠팡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이제는 기업의 이익을 위해 그간 등한시해왔던 보이지 않는 가치들이 급격히 중요해지고 있는 것이다.
ESG 경영의 중요성은 이미 유럽과 미국 등 선진국에서부터 부각돼 왔다. 선진국의 반열에 올라선 우리나라 또한 지난해 금융위원회가 2025년부터 자산 총액 2조 원 이상의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ESG 공시 의무화 도입을 예고했고, 이후 2030년부터는 모든 코스피 상장사로 확대한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주)우진플라임 ESG 경영 선언식 현장
(주)우진플라임, ESG 경영 선포
(주)우진플라임(이하 우진플라임)이 지난 2021년 11월 25일(목) 충복 보은 우진플라임 본사에서 ESG 경영 선포식을 진행했다. 이날 행사에는 우진플라임 김익환 대표이사를 비롯해 약 100여 명의 임직원이 참석했다.
우진플라임은 이전부터 기업의 영속성을 위해 중요 순간마다 공격적인 투자와 개혁을 단행해 온 기업으로, 단일 규모로는 세계 최대인 21만여 평 규모의 사출기 전용 제조 공장을 구축했고, 최근에는 대대적인 신규 설비 투자를 단행하면서 제조 능력을 극대화했다. 이 같은 맥락에서 우진플라임의 이번 ESG 경영 강화 선포는 다음 스텝을 위한 또 다른 투자임을 예측할 수 있다. 회사는 설비투자에서부터 공정 개선, 고용 안정 등 ESG 경영 강화 및 고도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투자를 진행해나갈 계획이다.
(주)우진플라임 생산 현장에선 십수 대의 하이엔드 파이버 레이저 장비가 도입돼 있으며, 지속적으로 설비가 확충되는 상황이다. 회사는 기계적 퍼포먼스와 더불어 높은 수준의 안전 시스템을 높게 평가해 이 브랜드를 선택했다.
(사진. 여기에)
이날 선포식에서 우진플라임은 환경, 사회, 지배구조 차원에서 각각의 목표를 선포하고, 기존의 경영 체계를 ESG 경영 체계로 개편 및 강화해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우선 환경 측면에서는 기후변화 리스크와 이에 대한 대응체계를 적극적으로 구축하는 한편 친환경 생산과 투자 확대, 나아가 제품 및 서비스에 대한 환경 책임 강화를 통해 2050 탄소 중립의 국가 정책에 이바지한다는 계획이다. 두 번째로 사회적 차원에서는 고령자 고용 유지 제도를 활성화하는 등 안정적인 근무 환경을 제공하고, 사람 중심의 제조 현장을 구축함으로써 임직원들이 안전하고 편안하게 근무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혁신을 타진하고, 끝으로 지배구조 차원에서는 회사 내 각 분야의 전문가를 육성해 지속가능경영위원회를 신설·운영함으로써 건전한 지배구조를 구축하는 한편 주기적인 경영 현황 설명회를 개최해 투명성을 더욱 강화한다고 전했다.
(주)우진플라임 대표직원(정승택, 김은채)들이 김익환 대표이사 앞에서 ESG 경영 선언문을 낭독하고 있다.
현장에서 출발한 기업 체질 개선
우진플라임은 이번 ESG 경영 선포식을 열기 전부터 이미 ESG 경영을 위한 기업 체질 개선에 나섰다. 일례로, 우진플라임은 지난해 가공동에 약 1억 7천만 원을 호가하는 절삭유 재생 및 자동 공급 시스템을 도입했다. 우진플라임 가공동은 기존에 절삭 가공 후 배출되는 칩을 바닥에 설치된 컨베이어로 배출해 이를 압축해 재활용하는 리사이클링 시스템을 운용해왔는데,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고가의절삭유 재생 및 자동 공급 시스템까지 도입한 것이다. 이 절삭유 재생 및 자동 공급 시스템은 현장에서 가공 작업 중 증발하는 수분이나 절삭유 원액으로 인해 농도가 달라진 장비에 자동으로 절삭유를 공급하고, 폐기물로 방출되는 오일과 폐유를 수집해 오일은 걸러내고 폐유는 전량 재사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장치이다.
(주)우진플라임 가공동에서 발생하는 칩은 컨베이어를 타고 자동으로 배출, 압축된 뒤 주조동에서 다시 재활용된다. (사진. 여기에)
한편 우진플라임은 지난해 정년을 앞둔 고경력 직원들을 전원 재고용했다. 고령자 고용 유지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우진플라임은 기본적으로 65세까지 정년퇴임을 연장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임금피크제를 적용해 현장 작업자들의 노후를 보장하는 것이다.
고령자들이 제조 현장 일선에서 활약하면 여러 이점이 있다. 고경력 작업자들의 현장 노하우는 불량률을 줄이고, 현장에 안정감을 준다. 문제는 체력적으로 고된 현장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지 여부인데, 우진플라임은 대대적인 현장 개선으로 이 문제를 해결했다. 실제로 우진플라임의 작업 현장은 몇 년 사이에 고령자나 여성 근로자도 쉽게 작업을 수행할 수 있을 정도로 변모했다. 우진플라임의 현장 곳곳에는 의자와 대차가 비치돼 있는데, 최근에 추가된 대차만 5천여 대에 달한다. 공정 또한 동선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영역으로 구분했다. 넓은 구역을 부지런히 돌아다니거나, 허리를 구부려 불편한 자세로 작업하는 모습이 우진플라임 현장에는 없다.
동선을 고려한 공정 레이아웃의 변화는 판금제관동, 스크류바렐동, 주조동, 가공동, 도장동, 조립동 등 우진플라임의 공장 전반에서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우진플라임 사출기 조립동 중 소형동에 새로 도입된 ‘하이패스라인’에서 특히 잘 드러난다.
우진플라임 조립동은 기본적으로 형체, 사출, 프레임의 3개 모듈 생산으로 구분된다. 그 중 상대적으로 작은 부피의 사출기를 생산하는 소형동의 경우 공장 중앙에 하이패스라인을 설치해 각 파트에서 완성된 모듈을 한자리에서 조립할 수 있다. 각 구역에 모듈을 두고 작업자가 이동하며 완제품을 조립하던 이전의 방식과 달리 한 곳에서 대형전동대차를 활용한 컨베이어 생산 방식을 활용하기 때문에 작업자들의 동선 낭비가 없다. 회사 관계자는 “기존에는 작업자들이 조립된 모듈로 일일이 찾아가 유압 및 배선, 조작반 등 마무리 작업을 진행했는데, 하이패스라인이 도입되고 이 같은 번거로움이 없어졌다. 또한 완성품 조립에 필요한 공구와 부품이 한 자리에 구비되어 있기 때문에 이를 찾으러 다니는 불필요한 공수도 대폭 절감했다.”라고 전했다.
‘돈 되는’ ESG 경영 모델 기대
ESG 경영이 대세로 부상하고 있지만 실제로 도입, 실천하는 것은 쉽지 않다. 중소벤처진흥공단이 중소벤처기업 1,000개사를 대상으로 진행한 ESG 대응 동향 조사를 살펴보면 응답 기업 중 가장 많은 37.0%가 ESG 경영 도입, 실천이 어려운 원인으로 ‘비용 부담’을 꼽을 만큼 적잖은 투자가 필요하다.
이런 점에서 이번 우진플라임의 ESG 경영은 주목할 만하다. 회사는 지난해 매출 기준으로 20%가량 증가한 수주를 달성했고, 영업 이익 또한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소위 ‘돈 되는 ESG 경영’이라고 불리는 성공적인 ESG 경영 모델에서 볼 수 있는 긍정적인 변화들이 성과에 반영됐음을 부정할 수 없다. 단적인 예로 앞서 언급했던 가공동의 절삭유 재생 및 자동 공급 시스템은 설치 이후 불과 8개월여 만에 초기 투자비용을 회수했다.
우진플라임은 절삭유 재생 및 자동 공급 시스템을 이용해 환경과 코스트 절감을 동시에 실현했다. (사진. 여기에)
소·중·대형 조립동이나 도장동, 스크류바렐동 등 공장동 전반에서 생산성이 향상되는 성과도 있었다. 소형 기종을 기준으로 한 달에 80여 대 생산되던 사출기가 지금은 160대 이상 생산된다. 동일 시간 동일 인력으로 두 배가량 생산성이 높아진 셈이다. 여기에 수백억 원 규모의 가공 설비 투자도 단계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지난해 3월부터 전 세계에서 가장 하이엔드 장비로 구분되는 독일 메이커의 파이버레이저 장비를 도입하기 시작해 오는 2023년까지 지속적으로 확충할 예정이다. 공정 혁신과 가공 장비의 초현대화로 시너지를 극대화한다는 전략이다.
한편 우진플라임 김익환 대표이사는 “우진플라임은 업계를 대표하는 중견기업으로서, 이번 ESG 경영 선포식을 기점으로 지속 가능한 경영을 선포하고 이를 앞장서 실천하는 선도적 경영을 위해 기존의 경영 체계를 ESG 체계로 전면 개편 및 고도화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