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식 그리퍼와 진공 핸들링 시스템은 로봇이 제품을 픽 앤 플레이스함에 있어 필수적인 구성요소이다. 그중 진공 그리퍼로도 불리는 진공 핸들링 시스템은 그간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주요 메이커를 중심으로 시장이 확대되어 왔다. 본지에서는 진공 핸들링 분야의 업계 현황을 개괄적으로 전한다.

(좌측부터)아이백코리아, 지매틱, 슈말츠 진공 핸들링 시스템(사진. 각 업체 제공)
똑같은 산업용 로봇이라도 그리퍼의 종류에 따라 역할이 달라진다. 일반적으로 그리퍼(Gripper)는 그 이름처럼 로봇이 워크피스를 핸들링할 수 있도록 물건을 집는 역할을 한다. 통상적으로는 집게 모양의 기계식 그리퍼가 주로 사용되지만 파지해야 하는 워크피스의 형태나 재질 등에 따라 진공패드나 포크리프트, 마그네틱 툴 등이 이용되기도 한다.
진공 그리퍼(Vacuum Gripper)로 불리기도 하는 진공패드를 이용한 진공 핸들링 시스템은 자동차, 포장, 물류, 의약, 플라스틱, 금속, 목재, 유리 등 산업 전반에서 골고루 활용된다. 집어서 옮기기 힘든 워크피스, 예를 들어 얇게 겹쳐진 판재나 부피가 큰 부품, 형태가 고정되지 않은 제품이나 표면 손상이 쉬운 제품 등을 핸들링할 때 유리하다.
진공 자동화 분야 주요 해외 기업 현황
전 세계적으로 다양한 진공 전문 기업들이 있지만, 그중 진공 핸들링 시스템 분야는 특화된 기업들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독일의 슈말츠(Schmalz)나 스웨덴의 파이아브(Piab), 프랑스의 코발(Coval)과 줄린(Joulin), 일본 컨범(Convum) 등 세계 시장에서 활약하는 진공 핸들링 시스템 전문 기업들은 상당히 오랜 역사를 자랑하며 이 시장에 집중해왔다.

주요 진공 핸들링 업체(자료. 각사 홈페이지 참조)
핑거-진공패드를 아우르는 기업들
기계식 그리퍼 기업과 진공 핸들링 시스템 기업 간의 구분이 명확했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두 영역 간의 경계가 어느 정도 흐려지는 형국이다. 더 많은 영역에서 로봇이 사용되기 시작하면서 그리퍼 기업들은 여러 공정의 고객사의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필연적으로 라인업을 확장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이탈리아 지매틱과 독일 슈말츠, 덴마크 온로봇을 들 수 있다.

지매틱이 진공 핸들링 분야 진출을 위해 진공사업부를 출범했다(사진. 지매틱코리아).
지매틱은 지난 2020년 말 공식적으로 진공사업부를 출시하고 이미 유럽에서 진공 핸들링 시스템 판매를 시작했다. 공압/전기식 그리퍼와 플라스틱 EOAT 등을 공급해온 지매틱은 진공 핸들링 시스템에 대한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몇 해 전부터 진공사업 강화를 추진했다. 진공 전문 기업 인수를 고려했던 지매틱은 기업 인수 대신 글로벌 시장에서 높은 인지도를 보유한 진공 전문 기업 출신의 연구 인력들을 채용하면서 자체 개발로 방향을 선회했다. 현재 지매틱은 올해 1월부터 아시아 시장에서도 진공 제품 라인업을 공식 런칭하고 시장 공략에 나선 상황이다.
지매틱이 기계식 그리퍼에서 진공 핸들링 분야로 사업을 확대 전개했다면, 슈말츠는 그 반대의 사례로 볼 수 있다. 대표적인 진공 핸들링 전문 기업인 슈말츠는 최근 진공과 압력을 이용한 핑거 그리퍼 ‘OFG’를 선보였다. 도넛, 초콜릿, 과일, 야채 등 손상되기 쉬운 식품을 보다 안전하게 포장할 수 있도록 개발된 OFG시리즈는 슈말츠가 흡착 대신 파지를 통해 제품을 핸들링할 수 있는 솔루션을 선보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이 밖에도 최근 협동로봇과 진공 핸들링 시스템의 결합이 새로운 시장으로 부상하면서 온로봇, 로보티큐 등 협동로봇 그리퍼로 이름을 알렸던 기업들 또한 진공 핸들링 라인업을 추가했다.

슈말츠의 핑거 그리퍼 OFG(사진. 슈말츠코리아)
국내 기업들의 약진
진공 핸들링 시스템을 포함한 국내 진공 자동화 관련 시장은 약 1,000억 원 규모로 추산된다. 이 시장에서는 국내 기업들의 강세가 눈에 띄는데, 그중에서도 아이백코리아, 한국뉴매틱, 쏠백이 국내 제조사로서는 높은 브랜드 인지도를 확보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이 진공 자동화 시장에서 선전할 수 있었던 중요한 원인은 신속한 기술지원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스펙이 수치화된 기계식 그리퍼와 달리 진공 핸들링 분야는 압축성 기체를 다루기 때문에 변수가 많고, 작은 리크(Leak, 액체나 기체가 새는 것)에도 데이터 값의 변화가 크게 발생한다. 이에 따라 자동화 시스템 구축 시 현장 엔지니어와의 긴밀한 연계나 협조가 중요하다. 이에 대해 아이백코리아 관계자는 “진공 핸들링 시스템은 모든 자동화 시스템이 세팅된 상태에서 마지막에 조율하는 항목이다. 전체 시스템에서 차지하는 원가비중은 낮지만 시스템이 준비된 상태에서 최종 조율을 진행해야 하므로 실시간 대응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얇은 비닐 포장도 핸들링할 수 있는 아이백코리아의 M/MD시리즈(사진. 아이백코리아)
또한 파지 제품에 따른 맞춤형 대응 및 개발도 중요한 부분이다. 가령 태양광 패널의 경우 패널에 손상을 주지 않으면서도 안전하게 흡착할 수 있는 진공 값을 찾아야 하고, 2차 전지는 정전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진공 솔루션이 필요하다. 핸들링해야 할 물체의 특성에 따라 각기 다른 특성의 진공 핸들링 시스템을 적용해야 하는데, 국내 기업들은 고객사와의 공동개발을 통해 문제를 해결한다.
한편 반도체 진공 핸들링 시스템 분야에서 강세를 보여주고 있는 아이백코리아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전 세계적으로 반도체 산업을 선도하는 제조사를 보유한 국가이다. 이 기업들이 업계의 트렌드를 주도함으로써 국산 진공 핸들링 기업들 또한 진보를 거듭했다.”라고 귀띔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