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엔티로봇은 우리나라의 의료 분야 전문 서비스 로봇 시장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이름이다. (주)엔티로봇의 김경환 대표이사는 지난 2010년에 실수요자인 의료 관계자들과의 심도 깊은 논의 끝에 (주)엔티메디를 설립, 의료 및 재활과 로보틱스의 전문적인 융합을 주도했다. 본지에서는 김경환 대표이사를 만나 이번 코로나19 질병 사태와 관련해 로봇기술이 지향해야 될 방향성에 대해 들어봤다.

(주)엔티로봇 김경환 대표이사(사진. 로봇기술)
1. 멸균을 위한 로봇기술, 명확한 개념부터 시작
코로나19 사태가 발발하면서 병원균에 대항할 수 있는 로봇기술에 대한 관심이 부상하고 있다. 실제로 이와 관련해 (주)엔티로봇에도 많은 문의가 있었다. 우선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단기간에 수요자가 요구하는 수준의 멸균로봇을 개발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다만 범국가적인 세계 이슈로 인해 많은 기업들이 멸균로봇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기 위해 도전하게 됐다는 점은 긍정적인 부분이다.
균을 죽이는 로봇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로봇 애플리케이션은 수요자의 니즈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해당 분야에 대한 전문적 지식을 확보해야 한다. 그 중에서도 의료·재활 분야와 같은 전문서비스 영역은 상당한 수준의 선행지식 학습이 요구되는 분야이기 때문에 특히 단기간에 분야를 이해하고 제품을 개발하기가 쉽지 않다.
균을 제거하는 방법을 면밀하게 살펴보면 멸균 또는 살균(Sterilization), 소독(Disinfection) 등이 있다.
멸균은 유익한 세균과 유해한 세균을 모두 제거해 무균 상태를 조성하는 방법을 말한다. 물체의 표면 또는 그 내부에 분포된 모든 세균을 완전히 말살하는 가장 안전한 형태의 제균 방법이다. 이에 비해 살균은 물리적, 화학적 방법으로 모든 형태의 미생물을 제거해 무균 상태로 만드는 것을 의미하는데, 유익한 균은 가능하면 남기고 유해한 것만 선택적으로 제거하는 방법을 의미한다.

사진. 로봇기술
소독은 물체의 표면 또는 그 내부에 있는 병원균을 죽여 전파력 또는 감염력을 없애는 것으로, 미생물의 포자는 제거되지 않으며, 주로 미생물의 오염을 방지하는 데 사용된다.
전문서비스 로봇을 개발할 때 해당 분야의 명확한 용어를 인지하고, 이에 맞는 역할을 부여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이 부분이 선행되지 않으면 고객과의 기본적인 커뮤니케이션에서부터 차질을 빚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가령 최근 많이 사용되는 용어인 멸균로봇만 해도 혼선의 여지가 있다. 단순히 멸균로봇으로 명명했을 경우 이 로봇이 균을 죽이는 용도의 로봇(Germ killing Robot)인지, 또는 운용에 있어 멸균 상태를 유지하는 로봇(Germ Resistant Robot)인지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전자의 경우 현재 이슈가 되고 있는 자율주행로봇 기반의 제품을, 후자의 경우 무균 챔버 내에서 항암제를 조제하는 로봇 등을 포함할 수 있다.
2. Germ killing Robot, 균을 죽이는 로봇
1) 멸균을 위한 방안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것은 균을 죽일 수 있는 로봇, 즉 Germ Killing Robot이다. 여기에는 상당히 다양한 방법과 단계가 존재한다.
가장 먼저 파장이 짧은 자외선(UV-C)를 활용하는 방법이다. UV-C를 비추어 균을 소멸시키는 방법은 병원뿐만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도 자주 찾아볼 수 있다. 미용실이나 식당, 가정에서도 자외선 소독기는 빈번하게 사용된다.
균의 종류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매우 세분화되어 있다. 이에 따라 Germ Killing Robot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효과적으로 바이러스를 박멸할 수 있는 파장대의 UV-C램프를 선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진. 로봇기술
Germ Killing Robot에 사용되는 UV-C는 바이러스를 가장 효과적으로 박멸할 수 있는 최적의 UV-C 파장대를 고찰해 개발된 제품들로 볼 수 있다. UV-C 연구자들과 기업들의 연구에 의하면 대략적으로 240~270㎚ 파장대의 자외선을 조사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으로 균을 죽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실제로 여러 메이커의 Germ Killing Robot들은 유사한 범위 내에서 각기 다른 파장대를 지니고 있다. 이 파장대에 따라 멸균성의 차이가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으며, 파장대와 더불어 UV-C 조사 강도나 방향 등의 요인 또한 고려 요소이다.
로봇기업의 입장에서는 이 점을 염두에 두고 타깃으로 한 병원균에 적합한 UV-C램프를 공급받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로봇기업이 병원균과 UV-C의 상관관계에 대해 파악하고, 전문성을 함양해야 한다.
Germ Killing Robot에 적용될 수 있는 또 다른 멸균 방안은 과산화수소수와 같은 멸균액을 사용하는 것이다. 호스로 물을 뿌리듯 분사하는 게 멸균 효과는 우수할 수 있으나 배수와 용량 등 여러 가지 해결해야 될 문제가 있기 때문에 미스트(Mist)를 분무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이 밖에도 플라즈마를 이용한 멸균 방식도 있다.
2) 로봇과 인간의 명확한 역할 구분 필요
일반적으로 방역작업에 사용되는 방식은 여러 멸균 방안을 수행하는 장치에 바퀴를 달아 작업자가 수동으로 이동시키며 마치 청소기처럼 운용하는 것이다. 현재 코로나19 사태와 더불어 세계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Germ Killing Robot은 이 같은 구조의 이동성을 로봇으로 대체하는 콘셉트인데, 이 로봇이 고객사의 마음을 움직여 시장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중요한 과제가 해결돼야 한다.
우선 로봇과 인간의 명확한 역할을 구분하고, 이를 사용자에게 충분히 주지시키는 것이다.
로봇이 자율적으로 이동하며 방역 작업을 실시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UV-C를 조사하든, 멸균액을 분무하든 직접 빛이 조사되거나 액체에 닿는 부분은 멸균이 가능하나, 실제 Germ Killing Robot이 사용될 대부분의 장소에는 바닥이나 침대 밑, 커튼 뒤 등 사각지역이 존재하기 때문에 로봇만으로 완벽한 방역 작업을 수행하기는 쉽지 않다. 현재 Germ Killing Robot의 베이스 플랫폼으로 사용되는 SLAM(Simultaneous Locailzation and Mapping) 기반 AMR(Automated Mobile Robot)은 장애물과 사람을 회피할 정도로 높은 수준에 도달했으나, 플랫폼 자체의 부피가 크기 때문에 협소한 공간이나 가구 아래 등의 공간에 멸균작업을 수행하는 데 한계가 있다.
주요 메이커의 Germ Killing Robot들이 정해진 시험 환경 하에서 병원균을 99.99% 박멸하는 데 성공하고 있다. 그러나 병원 환경에서 멸균 작업을 전수 조사한 모 병원에 따르면 실제 로봇에 의해 죽는 병원균은 65%가량으로, 나머지 35%는 사람이 직접 멸균작업을 시행해야 한다고 한다.

Germ Killing Robot이라는 용어의 대중화를 이끈 XENEX의 방역로봇(사진. XENEX)
실제 운용 환경에서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로봇이 사전에 멸균 작업을 수행하고, 사람이 보조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다. 로봇기업은 현장의 협소지역 및 사각지역에 대해 잘 이해하고, 고객사에 실제 현장에 적합한 운용 방식을 제안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만 고객사의 공감을 효과적으로 이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일본 후지중공업의 실내 업무용 청소로봇 성공 사례가 좋은 참고가 될 수 있다. 이 회사의 경우 로봇이 어떠한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정확하게 파악하고, 인간과 로봇의 역할을 명확히 구분함으로써 현재 실내 업무용 청소로봇을 대량 생산·판매하고 있다.
3) 안전 기능 구축은 필수
이용원에 가위를 보관하는 소독기를 살펴보면, 문을 열었을 때 자외선이 꺼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사람이 자외선에 직접 닿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멸균을 위한 UV-C나 플라즈마는 인체에 유해하다. 이에 따라 사람이 접근했을 때 즉각적으로 전원이 꺼져야 한다. 사람의 안전을 완전히 보장하기 위해서는 로봇이 사람을 인식하고 전원을 차단하는 것이 아닌, 사람이 다가오기 직전에 UV-C를 꺼야 한다. 너무 빨리 전원이 꺼지면 방역 작업에 지장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작업의 효율을 저해하지 않는 선에서 작업자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방법을 구현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3. Germ Resistant Robot, 균에 저항하는 로봇
병원균에 대항하는 로봇은 비단 균을 박멸하는 용도의 Germ Killing Robot만이 전부는 아니다. 무균 환경에서 로봇을 운용하는 바이오산업의 경우 균이 생겼을 때 효율적으로 이를 제거할 수 있는 로봇, 즉 Germ Resistant Robot이 중요하다.
Germ Resistant Robot을 말할 때 많은 사람들이 혼동하는 것 중 하나가 멸균성과 방수·방진이다. 산업용 로봇의 멸균 작업을 시행할 때 주로 사용되는 것은 멸균액을 통한 세척인데, 멸균액에 포함된 산성 때문에 일반 방수 로봇의 경우 패킹이 녹는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

멸균 세척이 가능한 덴소의 VS-050S2(사진. 덴소코리아)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산성에 대한 내성이 강한 멸균 세척 전용 로봇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초창기에 Germ Resistant Robot을 개발한 기업은 일본의 가와사키중공업이다. 가와사키중공업은 로봇 본체에 스테인리스 소재를 적용해 우수한 내산성을 확보했는데, 문제는 스테인리스의 재료가 비싸고 가공이 어려워 로봇 단가가 높다는 점이다.
이후 후발주자인 덴소가 스테인리스 대신 알루미늄을 사용하되, 3중 코팅을 적용한 Germ Resistant Robot을 선보였다. 여기에 로봇 외관에 패인 부분이나 볼트 체결부가 없도록 설계함으로써 멸균액이 고이지 않도록 했고, 이탈리아의 지매틱과 협업해 그리퍼까지 멸균 세척에 대응할 수 있도록 했다.
4. 질병 관련 로봇 시장 개척을 위한 제언
1) 전문 영역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때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질병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 많은 사람들이 손을 더 자주 씻고, 필수적으로 마스크를 착용하는 시대이다.
이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에서 마스크는 방한 용도나 황사 대응용으로 주로 사용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까지만 해도 ‘KF94’와 같은 전문 용어는 많은 사람들에게 생소했다.
질병과 공중위생에 대한 인식의 대대적인 전환은 의미 있는 변화이다. 비(非)대면이 중요해진 요즘 같은 시기에 로봇이 공급되고, 피드백을 받아 더 업그레이드될 수 있다면 로봇산업의 입장에서 중요한 터닝포인트가 될 수도 있다.
다만 전문서비스 시장은 로봇기업들이 익숙하지 않은 기술과의 융·복합이 필요하기 때문에 보다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특히 전문지식에 대한 허들을 극복하기 위해 전문성 함양을 위한 노력이 필수적이다. 단순히 로봇기술만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각은 지양해야 한다.
또한, 전문서비스 로봇 분야의 경우 각각의 영역마다 비즈니즈 문화가 다르기 때문에 고객사와의 교류에 있어 이를 먼저 이해할 필요가 있다.
2) 전문서비스 로봇 개발, 기능을 우선 고려할 것
표준화된 기성 로봇을 이용해 시스템을 구축하는 산업용 로봇과 달리 전문서비스 분야의 고객은 자신이 필요로 하는 작업에 특화된 전용 제품을 원한다.
로봇을 전문적으로 개발하는 연구자 중에서 이따금 기구적 측면에서 제품 개발에 접근하는 경우가 있다. Germ Killing Robot을 예로 들면, 로봇의 자율주행 기술 관점에서 제품의 콘셉트를 완성해나가는 방식이다. 그러나 이 분야의 경우 기구적 콘셉트를 구현하기 전에 이 로봇의 기능적 구현을 우선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실제로 이 로봇이 현장에서 멸균을 할 수 있는지, 없는지에 대해 면밀하게 검토하고, 이후 기능을 구현하기 위한 로봇의 제원을 파악하는 것이 유리하다.

사진. 로봇기술
3) 로보틱 기능이 접목된 솔루션
사스, 메르스에 이어 코로나19까지, 유행성 질병은 공백을 두고 꾸준히 발발하고 있으며, 이와 관련된 제품의 수요는 향후로도 지속적으로 발생할 것이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앞으로 10년간 로보틱(Robotic) 기능이 가미된 관련 제품의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상황에서, 로봇기업들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서는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전략을 구축해야 한다. 그중 하나가 로봇 프로덕트가 아닌 로보틱 프로덕트를 고객에게 제안하는 것이다. 한국의 모 벤처기업이 수백 대의 기립 기능이 있는 ‘전동 휠체어 로봇’을 제품화해 몇 대 밖에 판매하지 못한 사례가 있다. 이 프로젝트가 실패한 핵심적인 이유는 로봇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1930년에 개발된 휠체어의 유구한 역사에 급격하게 로봇이라는 새로운 종(種)이 편입되기란 쉽지 않다. 만약 이 회사가 휠체어 로봇이 아닌 ‘로보틱 휠체어’를 개발했다면 결과는 달랐을 것이다.
로봇에 익숙하지 않은 사용자들에게 새로운 로봇을 도입시키기란 쉽지 않다. 이들이 로봇에 요구하는 허들이 너무 높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이유로 의료용 멸균 분야에서 로봇기업들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로보틱한 기능이 접목된 멸균솔루션을 우선 시장에 공급하는 것도 하나의 전략이 될 수 있다. 이를 통해 시장에 대한 이해와 노하우가 축적되고, 관련 연구가 선행된다면 더욱 성공적인 로봇 프로덕트 시장 창출이 가능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