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분야는 로봇 분야에 있어서도 다양한 시장이 될 수 있다. 기존에 주로 사용되던 취출로봇 대신 다관절로봇을 이용해 제품의 취출뿐만 아니라 사출 후공정까지 진행을 하거나, 또는 사출된 제품을 인케이싱하는 등의 포장, 물류 분야까지, 셀 단위로 이뤄지던 사출 현장을 라인으로 구성할 수도 있다. 이번 KOPLAS 2017은 이러한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전시회였다. 예년에 비해 다양한 제조사들의 수직다관절로봇들이 사출기와 함께 시스템을 구성해 출품되었으며, 이 시장에 대한 잠재성을 더욱 고조시켰다. 이와 더불어 종래의 플라스틱 사출 시장을 이끌어온 취출로봇의 진화도 함께 확인할 수 있었다.
금형 업계가 그간 생소했던 로봇에 대해 점차 관심을 가져가는 분위기라면, 플라스틱 분야는 이미 ‘취출로봇’으로 로봇이라는 개념에 상대적으로 익숙해져 있다. 현재 이 분야 역시 수직다관절로봇 등 보다 높은 자유도의 로봇과 로딩/언로딩을 넘어 커팅, 디버링 등 후가공 영역에 이르기까지의 무인화에 대한 욕구가 높아지고 있는 시점이다. 이번 ‘제24회 국제플라스틱·고무산업 전시회(이하 KOPLAS 2017)’ 중 로봇 측면에서의 참관 포인트는 이 부분이었다. 더욱 다양해진 취출로봇 메이커와 더불어 다관절로봇 어플리케이션의 증가, 아울러 현 국내 로봇업계에 있어 초미의 관심사인 한화테크윈의 협동로봇 HCR-5가 공식 런칭에 앞서 선보여져 바야흐로 로봇업계의 플라스틱 산업 침투가 본격화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다관절로봇과 함께한 사출성형기 제조사들
쿠카로보틱스코리아(이하 쿠카코리아)는 국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다수의 글로벌 로봇제조사들 중에서도 보다 플라스틱 산업에 관심도가 높은 기업이다. 이번 KOPLAS 2017 내 LS엠트론 전시부스에서는 이러한 쿠카코리아의 성향을 여실히 보여준다.
통상적으로 사출성형기에서 플라스틱 제품을 취출하는 작업과 플라스틱 액체 주입의 흔적을 깎아내는 게이트 커팅 작업 등은 별개로 이뤄지던 작업이었다. 쿠카코리아는 수직다관절로봇 한 대로 이러한 작업들을 통합할 수 있다는데 주목했다. 이미 여러 레퍼런스를 보유하고 있는 쿠카코리아지만 KOPLAS 2017에서 실제로 이러한 작업을 시연한 것은 처음이다.
여기에 적용된 로봇은 쿠카의 로봇 라인업 중 하나인 KR60-4KS다. 이 로봇은 취출과 게이트 커팅을 한 대의 로봇으로 실현함으로써 작업시간 단축을 통한 제조과정의 효율성과 생산성 향상 가능성도 보여줬다.
Δ LS엠트론 사출기에 설치된 쿠카의 KR60-4KS
한편 LS엠트론은 쿠카코리아와 함께 또 하나의 사출성형로봇시스템을 더 공개했다. 이 어플리케이션에서는 직교로봇이 취출한 플라스틱 용기를 쿠카의 저가반하중 로봇인 사이버테크 나노(KR CYBERTECH NANO - KR10 R1420)가 컨베이어 벨트로 이송한 후 랩핑작업이 끝난 완제품을 쿠카의 소형로봇 쿠카 아길러스(KR AGILUS, KR10 R110sixx)가 박스에 넣는 작업을 시연함으로써, 올인원 턴키 라인(Turn-Key Line)을 선보였다.
Δ 쿠카 사이버테크 나노
Δ 쿠카 아길러스
국내 시장에 진입한 중국 사출기 메이커 중 화장품 시장을 기반으로 최근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JSK UWA의 전시 부스에는 가와사키로보틱스의 수직다관절로봇과 양팔 스카라 타입의 협동로봇 듀아로(duAro)가 함께 전시부스를 구성했다.
듀아로는 세계 최초의 듀얼 암 스카라 타입의 형태를 취한 협동로봇으로 전자, 전기 및 식품, 의약품, 화장품 등 다방면에서의 픽 앤 플레이스 작업에서 활용이 가능하며, 컨트롤러 박스를 이동 가능한 대차 내에 내장함으로써 이동성과 공간활용성을 모두 충족시킬 수 있다.
Δ 가와사키로보틱스 듀아로
Δ 가와사키로보틱스 듀아로
더불어 JSK UWA 사출성형기와 함께 어플리케이션을 구성한 로봇은 가와사키로보틱스의 BX200L 모델로, 200㎏의 가반하중과 2,597㎜의 리치, ±0.2㎜의 반복정밀도를 보여준다.
가와사키로보틱스의 B 시리즈는 지난 2011년 처음 국내에 소개된 케이블·호스를 내장할 수 있는 타입의 로봇으로, 설비에 있어 간섭이 적고 콤팩트한 본체와 경량화에 따른 동작 성능 향상으로 호평을 받고 있다.
국내 사출성형기 분야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름인 우진플라임은 수직다관절로봇이 아닌 협동로봇 어플리케이션으로 참관객들의 시선을 모았다. 특히 동사는 그간 베일에 싸여 로봇업계의 관심을 고조시켜왔던 한화테크윈의 HCR-5 모델을 적용해 더욱 관심을 집중시켰다. 앞서 사출기 제조사들이 수평사출기에 수직다관절로봇을 조합한 어플리케이션이었다면, 우진플라임은 저가반하중 협동로봇인 HCR-5의 특성에 적합한 수직인서트사출기 ‘VHA75RS’를 이용했다.
한화테크윈의 HCR-5는 가반하중 5㎏의 협동로봇으로, 특징적인 부분은 하나의 컨트롤러로 복수의 로봇을 제어할 수 있다는 점이다. 더불어 UI/UX 및 프로그래밍이 매우 쉽고, EtherCAT 지원으로 사용편의성을 극대화했다. 현재 공개된 HCR-5의 주요 사양은 20㎏의 중량으로 매우 가볍고, 915㎜의 작업 반경을 지원하며 ±360°의 관절범위와 ±0.1㎜의 반복정밀도 등이다.
Δ 우진플라임의 수직인서트사출기 VHA75RS와 한화테크윈의 협동로봇 HCR-5
이 로봇은 우진플라임과 더불어 최근 국내 로봇 그리퍼 분야에서 활발하게 영업을 전개하고 있는 지매틱코리아의 부스에서도 살펴볼 수 있었다. 이탈리아 기술을 베이스로 제작되는 지매틱의 전동 그리퍼 라인업들은 콤팩트한 디자인과 쉬운 적용으로 여러 협동로봇 제조사들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다. 최근 완전한 협동 기능을 구현한 그리퍼들이 유럽의 그리퍼 제조사들로부터 선보여지고 있지만, 아직까지 현장에서 대량으로 사용하기에는 비용적 부담이 만만치 않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매틱은 기존 그리퍼에 작업자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패드 등의 안정장치를 마련한 제품들로 대안을 마련했다.
한편 지매틱코리아 관계자는 “지매틱은 그리퍼를 비롯해 취출로봇의 핸드를 구성하는 EOAT 모듈 등을 함께 공급하고 있으며, 특히 올해에는 플라스틱 시장 공략에 더욱 집중하기 위해 이번 전시회에 참여했다”며 KOPLAS 2017에 참가하게 된 동기를 밝혔다.
취출로봇 제조사, 로봇SI분야까지 영역 확장
일반적으로 로봇이 현장에 공급되는 과정은 로봇 제조사들의 로봇을 시스템인터그레이션(SI) 전문업체가 현장에 구축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사출기 제조 현장 역시 유사하다. 사출현장에는 제품을 사출하기 위한 사출기와 원료를 건조하고, 이송하고, 냉각하는 등의 주변기기들이 하나의 시스템으로 구축된다. 여기에는 사출기를 제외한 제습기, 배합기, 분쇄기, 냉각기, 취출로봇 등이 포함되며, 플라스틱 업계에서는 이를 ‘합리화기기’라고 부른다. 현재 플라스틱 분야에서는 이러한 로봇SI 업체의 역할을 합리화기기 전문업체들이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사출현장의 다관절로봇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로봇 제어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일부 취출로봇기업들이 수직다관절로봇을 이용한 SI 분야까지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국산 취출로봇 제조사인 한양로보틱스가 시장창출형로봇보급사업에 선정되며 이러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한편 한양로보틱스가 사옥 이전 등의 이슈로 KOPLAS 2017에 참가하지 못했지만, 휴먼텍이 자사의 취출로봇 라인업과 더불어 야스카와전기의 다관절로봇까지 함께 선보이며 아쉬움을 달랬다.
Δ 야스카와전기의 다과절로봇과 비전시스템이 결합된 휴먼텍의 로봇시스템
휴먼텍의 취출로봇은 2차 자동화에 최적화된 고속 서보형 횡주행 타입의 HUBOT 시리즈와 1축 서보형 횡주행 취출로봇으로 콤팩트한 경량화 구조와 신뢰성 있는 내구성을 자랑하는 HBC 시리즈, 그리고 PET 프리폼 취출 전용로봇으로 생산성 향상을 위한 고속 안정성, 정밀성을 자랑하는 HUPET 시리즈로 구성된다. 그중에서도 이번 전시회에서 눈길을 끌었던 시스템은 HUBOT-250Ⅱe와 야스카와전기의 수직다관절로봇, 그리고 비전시스템이 통합된 어플리케이션이었다. 휴먼텍 관계자는 “제품이 바뀌어도 사용자가 손쉽게 시스템에 맞춰 프로그램 대응이 가능하고, 척킹 자세부의 모션을 서보모터로 손쉽게 대응할 수 있어 복잡한 금형의 제품취출에 대응이 가능하다”라며 “더불어 스마트팩토리 자동화를 위한 비전 연동 시스템으로, 비전 및 취출로봇의 시스템 통합을 실현했다”고 전했다.
국내 시장을 공략하는 더욱 다양한 취출로봇 제조사들
KOPLAS는 격년으로 개최되는 국내 유일의 플라스틱 전문 전시회인 만큼 국내 시장에서 활약하는 많은 취출로봇 메이커들이 기술력을 뽐내왔다. 올해 역시 취출로봇 분야에서 높은 인지도를 보유하고 있었던 유도썬스, 한세 등의 제조사에서부터 올해 초 새롭게 국내에 지사를 설립한 스타세이키까지 다수의 취출로봇 공급사들이 전시장을 찾았다.
새로운 이슈는 역시 스타세이키였다. 스타세이키는 과거 유도와의 기술교류를 통해 유도스타라는 이름으로 국내 시장에 브랜드를 알린 바 있다. 올해 3월 국내에 한국법인 ‘스타세이키코리아’를 설립한 이 회사는 앞서 유도썬스의 대표이사로 활약했던 송창동 대표이사가 그간 축적했던 노하우를 기반으로 일선에 나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또한 2005년 처음 국내에 소개된 이래 지난해 정식 지사로 전환된 비트만바텐필드코리아도 취출로봇을 선보였다. 취출로봇 및 주변기기 분야의 오스트리아 메이커인 비트만(Wittmann)이 사출기 메이커 바텐필드(Battenfeld)를 인수하며 ‘비트만바텐필드’라는 브랜드로 플라스틱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이 회사는 국내에서는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높지 않지만 중국, 미국 등 현재 제조공장 설립 붐이 일고 있는 주요 국가에서 높은 인지도를 보여주고 있다.
재현성과 정밀도가 높고, 사용자 위주의 UI가 돋보이는 티칭 팬던트를 자랑하는 이 회사는 이번 전시회에서 W818S, W808S 모델을 시연했다. 특히 자체 제어기를 사용해 모션 확장성이 좋으며, 동사는 이번 전시회를 통해 X, Y축이 2개인 5축 취출로봇을 시연, 특수주문 사양에서도 강점을 보이고 있음을 알렸다.
한편 기존에 이 시장에서 높은 인지도를 보여주고 있던 제조사들의 약진도 돋보였다. 일본 유신의 한국지사인 유신코리아는 높은 정밀도를 요구하는 생산현장에 적합한 승강연장 타입의 YCⅡ-150D-17 모델을 선보였다. 천장이 낮은 공장에 적합한 이 모델은 경량화를 통한 에너지 절약 및 16가지의 풍부한 기능과 예지 보전 등이 강점으로, 사용자 상황에 맞는 리드스루 티칭 기능이 장착됐다. 아울러 로봇 작업 중 상태 이상을 감시함으로써 고장으로 이어질 수 있는 징후를 검출, 예방보전이 가능하고, 에어소비량 절감을 위한 ECO 흡착 표준을 장착했다.
이 밖에도 소형·정밀 성형에 최적화된 사이드엔트리 타입의 취출로봇 SXC-40Ⅱ-HSY 모델을 비롯해 유신이라는 명성에 걸맞는 다양한 라인업을 선보였다.
다양한 라인업으로 주목받은 또 다른 취출로봇 전문기업은 바로 한세다. 한세는 올 서보 자동화에 특화된 PAS 시리즈와 PAF 시리즈, HRXⅡ-a 및 b 시리즈, HRXⅡ-i 시리즈 등 서보 타입 취출로봇 라인업들과 더불어 스윙 타입, 스풀 타입 등 형태에 따른 제품들을 선보였다.
이 회사는 약 20여년 전 일본 TAKAGI社의 취출로봇을 국내에 도입하며 취출로봇 시장에서 인지도를 쌓아나갔다. 특히 일본 내 취출로봇 트렌드가 서보방식으로 전환되는 것에 착안한 동사는 한 발 앞서 서보타입의 취출로봇을 국내 시장에 공급하는데 주력했으며, 더불어 2005년에는 일본 HARMO社와 기술 제휴 및 총판 계약을 체결, 라인업을 다양화하는데 성공했다.
더욱 유연한 사출성형 현장 기대
사출성형 현장의 로봇자동화는 아직까지 취출로봇에 절대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다. 현장 유저들의 다관절로봇에 대한 인식이 아직까지는 낯설고, 도입 비용에 대한 부담도 만만치 않다. 로봇을 이용해 다양한 공정을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다는 점은 메리트가 되지만, 엔드유저의 요청에 따라 시시각각 워크피스가 변화되고, 이때마다 티칭이 변경된다는 점은 다관절로봇의 디메리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모 로봇SI업체는 “다관절로봇을 이용한 사출라인 자동화에 성공했지만 사실상 마진이 많지는 않은 편”이라며 수주사와 공급사 간의 갭을 전하기도 했다. 자동차, 물류 등의 분야에서 로봇SI를 하던 기업들의 입장에서 플라스틱 사출 자동화는 부가가치가 낮은 분야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취출로봇 제조사들이 다관절로봇 시스템에도 기술력을 축적하며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라는 점은, 사출성형 분야를 잘 아는 주변기기 전문업체들이 함께 시장을 개척해나갈 수 있음을 시사한다. 덧붙여 잡포지션 변경으로 인한 잦은 티칭을 해소하기 위해 자유도는 높고, 티칭은 직관적인 협동로봇이 대안으로 떠오르기도 하는 상황으로, 향후 플라스틱 사출 분야는 사출기+취출로봇의 공식을 벗어나 4차 산업에 어울리는 유연한 공정으로의 전환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