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술, 문화의 조화를 위해… ‘산업과 문화의 만남 콘퍼런스’
“로봇산업, 바야흐로 문화와 한바탕 어우러질 때”
“21세기 각국의 승패는 문화산업에서 결정될 것이고, 이는 최후의 승부처 산업이다”라며 문화산업의 중요성을 천명했던 오스트리아의 경제학자 ‘피터 드러커(Peter Drucker)’의 말처럼 이제는 모든 산업이 문화와 결합되고 있다. 상상, 그 이상을 창조하기 위해 개최된 ‘산업과 문화의 만남 콘퍼런스’에서 당당히 일석을 차지한 로봇산업의 새로운 지표를 살펴보자.
취재▶▶정대상 기자(press2@engnews.co.kr)
융합, 시너지를 위한 첫걸음
지난 2월 24일 오전 9시, 서울 양재동에 위치한 엘타워 그랜드볼룸에서는 각계각층의 산업, 문화, 콘텐츠 관련 인사들이 한자리에 모인 가운데 산업과 문화의 융합을 주제로 한 콘퍼런스가 개최됐다. 지식경제부와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산업융합협회·한국산업융합학회와 전자신문이 공동 주관한 이번 콘퍼런스는 전 세계적으로 집중 받고 있는 문화와 산업의 융합에 초점이 맞춰졌다. 이상철 한국산업융합협회 회장의 개회사로 시작된 이번 행사는 딜로이트 컨설팅의 김경준 대표와 KIST 원광연 교수의 기조연설을 필두로 산업과 문화의 전반적인 상호협력에 따른 시너지 효과와 업계활로의 모색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가 됐다.
로봇, 인간의 감성으로
원 교수의 기조연설이 끝나고 난 뒤 곧바로 진행 된 ‘로봇산업과 문화예술의 융합’을 논점으로 한 첫 번째 발표에서는 KIST 산업디자인학과의 김명석 교수가 ‘로봇디자인, 인간을 생각하다’라는 제목의 주제를 통해 인간 감성과 공학의 융합을 발의했다. 미래, 모든 제품의 로봇화를 겨냥한 김 교수는 소위 호모컨버전스(homoconvergence)라 명명되는, 전반적인 분야를 아울러 조화로운 사고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디자이너의 양성을 제언했다. 또한 로봇이 어떻게 사고하고, 구동하는지의 로봇 중심 관점에서 벗어나 인간에게 로봇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파악하는, 인간 중심의 관점에 대해 말하며 로봇디자인에 대한 중요성을 설명했다.
김 교수는 2000년에 제작되어 2006년 영국의 ‘제15회 로맨(Ro-Man) 콘퍼런스’에서 학생 로봇디자인 부분 대상을 수상한 애완용 쥐 해미(Hamie)를 통해 로봇이 인간과 인간의 소통을 위한 도구가 될 수 있음을 설명하며, 그 중심에는 로봇디자인이 자리 잡고 있음을 역설했다. 이날 김 교수는 “개발된 기술, 문화적 역량, 콘텐츠가 올바로 융합된 로봇이 인간에게 적용되는 사례에 로봇융합연구센터의 디자인이 일조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융합이란 자신의 기술만을 고집하며 타인의 기술을 차용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기술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자세가 있어야지만 가능하다”고 말했다.
로봇산업의 새로운 시장, 문화콘텐츠
로봇과 문화콘텐츠산업의 융합은 이미 시나브로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꾸준히 증가하는 전문/개인서비스 로봇 분야임에도 그 시장은 협소하다면 협소하다 할 수 있다. 김 교수의 뒤를 이어 발표한 KIST의 지은숙 교수는 향후 광범위하게 확장될 것이라 예상되는 서비스 로봇시장의 중요성을 설명하며, 산업용 로봇이 78%가량 점유하고 있는 국내 로봇시장에서 문화콘텐츠산업과 로봇산업의 융합이 가져올 파급효과를 전망했다. 지 교수는 제조 기반에서 지식 기반으로, 나아가 콘텐츠 기반으로 다변하는 사회에서 로봇시장 역시 대중의 니즈에 어울리는 문화콘텐츠를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서 로봇의 국악공연, 대중음악 콘서트, 연극, 뮤지컬 공연과 교육 보조 로봇, 의료와 실버세대 복지 로봇 등 다양한 전시 및 여가용 로봇들의 실제 사례들을 소개하며 로봇과 문화콘텐츠 융합의 무궁한 가능성을 피력했다. 이날 지 교수는 개발자 위주의 기능 중심 로봇 개발과 수요 집단을 위한 콘텐츠 및 로봇·문화콘텐츠 융합 전문가의 부재, 하드웨어·콘텐츠 간의 선순환적 발전 구조 미확립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또한 지금까지의 모든 산업이 그래왔듯, 로봇 역시 10%의 수요층을 확보하면 수요층 증가는 가속적, 폭발적이 될 것이라며 ‘정책적 지원을 통한 10% 저변 확보’를 통해 로봇산업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로봇산업 新지표
두 교수의 강연이 끝난 후 좌장 김명석 교수의 진행 아래 간담회가 펼쳐졌다. 앞서 발표했던 지은숙 교수와 한호기술의 김경근 대표, 63왁스뮤지엄의 김혁 대표가 패널로 참석해 로봇시장의 새로운 발전가능성을 함께 모색했다.
김경근 대표는 로봇시장이 좀 더 넓은 산업화를 이룩하기 위해서는 전문엔지니어가 아닌, 일반 대중과 지금 자라는 세대의 로봇에 대한 인식이 확장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김혁 대표는 로봇 전문가들이 문화, 예술을 툴로만 보지 않을 때, 진정한 융합이 가능하며, 기술순혈주의의 관점에서 고압적 자세를 취하면 대중과 섞일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로봇산업 역시 인문학적 소양과 대중적 감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특히 작년 세계에서 세손가락에 꼽힌 해리포터 테마파크를 예로 들며 로봇과 상상력, 문화가 융합된 산업의 성공과 가능성을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