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MIT라 불리는 로잔연방공과대(EPFL)가 최근 동·식물의 생태계 연구를 위해 파충류 로봇을 개발했다고 로봇 전문매체인 로보틱스트렌즈가 보도했다.
로보틱스트렌즈의 보도에 따르면, EPFL의 ‘바이오로보틱스 연구소(Biorobotics Laboratory)’는 악어와 도마뱀 형태의 로봇을 개발했으며, 아프리카에서 야생 동물과 함께 섞여 지내는 테스트까지 진행했다. 이 파충류 로봇은 눈 부분에 카메라가 장착돼 있어 야생의 환경에서 사람이 촬영하기 힘든 동·식물의 행동과 생태계를 관찰하고 촬영할 수 있다.
EPFL은 파충류 로봇의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위해 실제 악어와 도마뱀의 움직임을 연구해 걸음걸이를 모방해 로봇을 설계했다.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위해 관절마다 모터를 설치해 총 24개의 모터가 악어와 도마뱀 로봇을 움직이게 한다. 이 24개의 모터는 로봇의 몸체 안에 있는 작은 컴퓨터와 연결되어 500m 떨어진 곳에서도 원격 제어가 가능하다. 이뿐만 아니라 알루미늄과 탄소섬유로 이루어진 뼈, 라텍스로 만든 피부를 이용해 악어와 도마뱀의 움직임을 최대한 살리려 노력했다.
이러한 파충류 로봇은 2주 동안 우간다 지역의 나일 강에서 실제 악어와 도마뱀들과 생활을 하면서 테스트를 거쳤다. 우간다의 지형은 습기가 많고 바닥이 진흙일 뿐만 아니라
먼지도 많은 편이다. 또한 온도는 로봇의 피부를 섭씨 70℃까지 올리기도 했다.
이러한 테스트를 통과한 파충류 로봇은 추후 수색과 구조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으며, 더 나아가서는 지진 후와 같은 비상상황에서 피해자를 찾아내고 구출할 수 있도록 개발할 계획이다.
바이오로브틱스연구소의 카밀로 멜로(Kamilo Melo)는 “기본적으로 로봇의 설계는 주로 생물학에서 정보를 얻고 있다”며 “생물학에서 모든 정보를 뽑아내고, 실험하고, 측정함으로써 여기서 나온 모든 데이터를 로봇 설계에 반영한다” 고 설명했다.
이어 EPFL의 토미슬라브 호르바트(Tomislav Horvat)는 “우리는 로봇 공학자들이 실험실에 잠들어있는 로봇을 깨워 밖으로 데려나오기를 제안한다”며 “통제된 환경에서는 경험하기 힘든 것들을 배울 수 있기 때문에 디자인과 소프트웨어를 크게 향상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들 로봇의 활동은 BBC의 ‘야생의 스파이(Spy in the Wild)’ 프로그램의 이야기로 방영되었다. 특히 이번 연구는 영국 방송사 BBC의 제안에서 시작된 것이며, BBC 제작자가 로봇 도롱뇽 영화인 플레로봇(Pleurobot)을 본 후 EPFL 바이오로브틱스연구소에 프로그램에 등장할 파충류 로봇을 제작해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