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로봇교육콘텐츠협회가 로봇을 연구하는 세계의 로봇인들을 설레게 한 Carnegie Mellon University Robot Lab을 방문해 그들의 로봇기술력을 체험하고 왔다. 본문에서는 이번 현장 경험을 통해 CMU 7개 랩의 생생한 현장을 목도(目睹)한 협회 백승동 실장의 도움을 통해 세계적인 명문 로봇 연구소의 단상을 소개한다.
기고. 백승동 실장(한국로봇교육콘텐츠협회)
필자는 지난 2015년 5월 13일부터 20일까지 Detroit주 Southfield시 소재의 Lawrence Technological University(LTU)에서 열리는 유명 로봇경진대회인 World Robofest Championship 참가를 위해 미국에 다녀오게 되었다. 참가선수, 지도교사 등을 포함한 총 47명에 달하는 선수단의 미국 일정이 더욱 의미를 가질 수 있도록 대회종료 후인 5월 18일(월), LTU에서 약 297마일(475㎞) 떨어져 있는 Pennsylvania주 Pittsburgh시 소재의 Carnegie Mellon University(CMU)의 견학을 추진하게 되었다.
CMU는 세계 로봇연구의 산실이라고 일컬어지고 있으며, 특히 한국 광운대학교 로봇학부를 설립하신 김진오 교수님이 CMU에서 한국 사람으로는 처음으로 로봇공학 박사학위를 받은 분으로 알려져 있어, 그 뒤를 잇는 많은 한국인 박사 및 교수님들이 다양한 로봇 연구실에 포진되어 있다.
선수단은 5월 15~16일간 LTU에서 진행된 World Robofest Championship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후 다음날인 5월 17일 아침 약 1시간의 비행을 통해 Detroit공항에서 Pittsburgh공항으로 이동하였다. Pittsburgh는 최근 한국인 메이저리거인 강정호 선수가 소속된 Pittsburgh Pirates의 연고지로도 유명하며, 실제로 5월 17일 견학코스였던 Carnegie Science Center의 맞은편에는 홈구장인 PNC Park가 있는 것도 알게 되었다. 이 글을 읽고 계신 독자들께서 Pittsburgh를 방문하게 된다면 PNC Park도 많이 가보시겠지만 Carnegie Science Center는 꼭 방문해보시라고 추천드리고 싶다. 로봇산업에 종사하면서 국내외의 유명한 과학관/로봇전시관은 대부분 방문했었지만, 이곳은 ‘체험형 전시관’의 정점을 찍은 듯하다. 기초과학을 중시하는 일본의 과학전시관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CMU는 University of Pittsburgh와 바로 맞닿아 있고, 대학의 이름에서 연상할 수 있듯 미국의 강철왕 Andrew Carnegie가 1900년 설립한 대학이고 개교 이래 졸업생과 교수 포함 총 21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명문대학교이다. 특히 Andrew Carnegie와 그의 재단에서는 미국 내에 약 4천 개의 도서관을 건립한 것으로도 유명하여, 진정한 사회환원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이번 CMU의 견학은 SoftRobotics의 권위자이기도 한 한국인 박용래 교수님의 도움으로 총 일곱 개의 연구실을 견학할 수 있었다. 그는 “꼭 보여주시고 싶었던 연구실 가운데 견학인원이 많아 들어갈 수 없었던 곳들이 있었다”며 무척 아쉬워했다.
1. RI Introduction & Soft Robotics and Bionics Lab(Prof Yong-Lae Park)4
우리를 반갑게 맞아주시는 박용래 교수님의 환대에 학교에 들어오면서 잠시 긴장의 표정을 짓던 학생들의 얼굴이 밝아졌다. 간단히 CMU와 Robotics Institute(RI, 로봇공학과)의 소개 및 교수님께서 연구하고 계시는 고무와 같은 부드러운 재료를 이용해 로봇이나 센서, 액추에이터 등을 만드는 소프트 로보틱스와 관련된 최근 연구 동향과 여러 가지 연구 결과물들을 볼 수 있었다. 특히 액체상태 금속이나 전도체(갈륨-인듐-합금 또는 이온용액 등)를 통해 신호를 전달해서 손이나 몸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감지하는 글러브나 옷 형태의 인공피부 센서, 공기 압력을 이용한 여러 개의 인공근육들로 구성된 로봇 팔의 시연을 위해 교수님의 연구실도 직접 공개해주셨다. 이러한 인공피부나 인공근육 기술은 미래 휴머노이드 개발뿐 아니라 신체 일부를 잃어버렸거나 기능이 마비된 환자들을 위한 의족, 의수, 또는 입을 수 있는 로봇 개발에도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
2. Filed Robotics Center(Chuck Wthittaker, Field Robotics Specialist)
FRC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실외용 로봇 연구를 주로 하는 곳이다. 최근 국내에서도 각광받기 시작하는 Drone(CMU에서는 군집형태의 Drone도 활발하다)이나, 내부 구조를 알 수 없는 오래된 탄광의 내부지도를 실시간으로 만들기 위해 Laser Range Finder를 이용한 3차원 스캐닝을 수행하는 모바일 로봇(광산 깊숙이 들어가게 되면 통신이 끊어지기 때문에 한 번 들어간 로봇이 언제 돌아올지는 모를 때도 많다), 먼 바다에서는 인터넷을 이용할 수 없기 때문에 휴대전화의 통신망을 이용해 제어와 정보 수집을 하는 보트 형태의 로봇 등이 인상 깊었다.
다른 한쪽에는 Off-Road 차량형 무인로봇이 보였는데, 옆에 있는 붉은 보닛의 차량은 왠지 DARPA Robot Challenge에서 보이던 차량이 아니었나 싶다.
장소를 이동하여 Microsoft 창업자인 Bill Gates의 기부로 지어진 Computer Science 대학 건물(CMU는 로봇 외에도 Computer Science분야에서도 높은 명성을 자랑하고 있다)에서는 눈으로 보면서도 실감이 나지 않는 우주탐사(주로 달탐사)용 로봇들을 볼 수 있었다.
이곳에서는, 태양열을 얻지 못하는 지점에 낙하한 로봇이 다시금 태양열 발전을 통해 동력을 얻을 수 있을 때까지 아주 적은 양의 동력과 최단거리 내비게이션으로 이동할 수 있는 기술들을 주로 연구하고 있었다. 적은 동력으로 이동하는 로봇들은 특성상 중/대형급의 R/C 버기카와 흡사한 외형을 가졌지만 몸체를 가볍게 만들기 위하여 대부분 텅스텐 등의 합금을 사용하며, 부품 수를 최소화하여 만든다고 한다.
한켠에는 달 표면의 지면과 흡사한 환경을 만들어 새로 개발했다는 탐사로봇의 바퀴를 테스트하고 있었는데, 원통형으로 만들어진 이 바퀴는 지면에 있는 불필요한 물질이 쉽게 끼지 않고, 붙더라도 잘 떨어질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고 한다.
3. PR2(Dr. Eui-Jung Jung)
다음으로 견학한 연구실은 Search-Based Planning Lab.이다. 이곳에서는 여러 가지 탐색에 관련된 로봇들의 주행 및 운행 방법에 관해 연구를 한다. 이곳에서는 모바일 플랫폼과 Drone을 결합하여 장시간 비행이 어려운 Drone의 단점을 보완한 실내탐색용 로봇을 볼 수 있었다. 이동이나 비행능력도 중요하지만, 아무래도 탐색용 로봇이다 보니 사물인식지각능력에 대한 연구도 충분히 이루어진 듯했다.
Drone과 함께 이 연구실에서는 값비싼 안내 및 서비스로봇의 Reference(?)라고 생각되는 Willow Garage의 PR2도 볼 수 있었다. PR2는 같은 회사에서 개발된 Robot Operating System(ROS)과 함께 국내에도 여러 번 소개되었는데, 의외로 Payload가 높지 않아 이보다 우수한 국산제품의 출현을 기대하게 되었다.
4. Medical Robotics Lab(Dr. Sung Wook Yang)
Medical Robotics Lab에서는 수술용 로봇분야 외에도 실제 의사가 정밀한 수술을 할 때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손 떨림을 보정할 수 있는 로봇들을 개발 중이었다. 특히 눈/심장/뇌수술 등 고도의 정밀도를 요구하는 수술에서 손의 움직임을 읽어 불필요한 떨림이 없도록 하는 기술들은 이미 스마트폰의 카메라 손 떨림 방지 기술 등으로 우리에게도 친숙한 분야이기도 하지만, 전자현미경으로 수천 배 확대해서 본 화면에서조차 가늘었던 수술도구가 실습용 모형안구에 직접 접촉해 수술하는 시연은 정말 감동적이었다.
5. rCommerce Lab. - Baxter Robt(Dr. Byung Chul Min)
Rethink Robotics의 Baxter는 기본세트가 미화 25,000달러, 한화로는 약 2천7백만 원 정도의 초저가 플랫폼으로 눈에 보이는 성능과 재료비를 생각하더라도 재료비보다 낮은 가격으로 판매가 되고 있다고 하는데, 연구기관 외에 시각장애인용 위치안내 등의 용도로도 활용되고 있다고 한다.
특히 중력보상(Gravity Compensator/Counterbalance Mechanism)에 대한 설명은 로봇이 사람을 편리하게 해줄 수 있는, 체감할 수 있는 몇 가지 중 하나로 주로 경진대회용 플랫폼을 위주로 공부하고 있던 학생들에게는 좋은 공부가 되었을 것으로 믿는다.
6. BioRobotics Lab(Dr. Matt Travers)
이곳에서 개발된 뱀 모양의 로봇은, 무너진 건물의 잔해 등 진입경로가 일정치 않은 곳을 이동할 수 있는 목적으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오랜 기간의 개발을 통해 별도로 분리/확장이 가능한 모듈형태로 개량하게 되었으며, 한켠에서는 이를 응용하여 마치 소형 휴머노이드와 유사한 로봇도 제작되어 있었다.
여담이지만, 이날 견학 첫 시간에 학생들이 모여 있던 강의실에서 박용래 교수님을 찾던 Dr. Matt Travers를 미처 오늘 견학의 중요한 담당자 중 하나로 생각하지 못하고 조금은 퉁명스럽게 대했는데, 그가 기둥이나 사람의 몸을 타고 올라갈 수 있는 시연을 보여주겠다며 필자의 다리를 로봇으로 감고 꽉 조이는 보복(?)을 했다.
7. Legged Dynamics and Control Lab.(Seung-Moon Song, Ph.D.Student)
이곳에서는 중대형 휴머노이드 등을 사용한 보행패턴의 연구가 이루어지는 듯했다. 많이 알려져 있다시피 사람과 같은 2족보행의 보행메커니즘은 상당히 어려운 분야로, 현재는 실내에서 평지를 걷는 정도까지는 그나마 보편화가 되어 있는 반면, DARPA Robotics Challenge의 종목 등에서도 볼 수 있듯, 바닥이 조금만 고르지 못해도 로봇은 무게중심을 잡기가 무척 어려워진다. 현장 상황의 이유로 실험세트를 면밀히 관찰하기는 어려웠지만, 아마도 속도와 보행경사 등을 다양하게 설정해 연구를 진행하는 듯했다.
Epilogue
CMU로 대학 진학을 준비하고 있는 학생도 포함된 연구단은 이번 견학을 통해 40개 이상 연구소들로 운영되고 있는 로봇 공학과를 직접 눈으로 보고, 체험함으로써 조금은 우리가 생각하고 있던 미래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생각하게 됐다.
로봇공학과 건물을 나와 기념품을 사기 위해 서점에 가는 길에 CMU 상징물인 하늘을 향해 걸어 올라가는 사람들을 묘사한 조형물을 보았는데, 멋 옛날 하늘에 더욱 가까워지기 위해 쌓아올렸던 바벨탑 전설이나 원래 목적과는 반대로 인간에게 위협적인 존재로 묘사된 영화 Terminator가 떠오르기도 하였다.
하지만 대다수 로봇은 인류 행복과 편리를 위해 도움이 되는 존재가 될 수 있기를 바라며 개발·연구되고 있고, 최근에는 한국에도 한양대학교 로봇공학과, 광운대학교 로봇학부 등 학과명에 직접 로봇을 명기한 로봇 전문학과가 생기고 있는데다, 특히 국책연구기관으로써 로봇연구소도 오랜 기간 만들어져왔다. 앞으로는 더 많은 노력으로 한국도 여러 분야에서 세계최고 수준으로 발전하기를 바라며, 언젠가는 우리가 CMU 로봇공학과를 견학하며 설레었던 만큼, 다른 나라의 누군가가 한국의 대학/국책기관의 로봇연구소를 견학하며 가슴 설레이고 배우고자 하는 날이 오기를 희망한다.
* 한국로봇교육콘텐츠협회 http://world-robofes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