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용 로봇의 메인 스트림이라 할 수 있는 산업분야의 시장이 포화에 달한 시점이 도래하며 유수 로봇메이커들은 새로운 시장을 찾기 위해 보다 다양한 라인업과 어플리케이션으로 무장하기 시작했다. 특히 로봇자동화율이 현저히 낮은 공작기계와 뿌리산업 분야는 로봇메이커들이 집중적으로 주목하고 있는 분야로, 이제는 제조용 로봇메이커들이 주목을 넘어 직접적으로 문고리를 잡고 두드리는 형국이다. 이에 본지에서는 공작기계산업 및 뿌리산업과 로봇의 현재를 살펴본다.
<사진. 나치후지코시의 로봇을 이용한 유도로보틱스의 로봇시스템 / 이노시스템이 선보인 로봇 절삭가공 시스템>
자동차, 반도체, FPD, 식품, 의약… 로봇기업들에게 익숙하고, 중요한 비즈니스 타깃이다. 이미 오래 전부터 로봇기업들의 집중 공략 대상이었던 이 산업군들은 어느덧 높은 로봇자동화율을 달성했고, 이제는 레드오션으로 자리매김했다.
상황이 이러하다보니 로봇기업들의 새로운 먹거리 찾기는 당연한 수순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새로운 먹거리는 어디서 찾아야 할까. 간단하다. 시장은 크고, 로봇자동화율은 낮은 분야. 이를테면 ‘공작기계’나 ‘뿌리산업’ 같은 분야 말이다.
Mother Machine & Root Industry
1) 공작기계
기계 산업의 마더머신(Mother Machine)이라 불리는 공작기계는 시장 측면에서도 상당한 규모를 차지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작기계 분야의 로봇 자동화율은 타 산업에 비해 상당히 저조하다. 이에 유수 로봇메이커들은 공작기계의 로봇자동화를 목표로 로딩, 언로딩 등 단순 핸들링을 넘어 보다 다양한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물론 목표는 ‘시장 개척’이다. 특히 한국의 로봇시장을 공략하는 로봇메이커들은 더욱 공작기계 분야를 주목할 수밖에 없다. 매해 6조 원가량의 생산량을 보이는 공작기계 산업은 우리 경제를 든든하게 받치고 있는 효자산업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이미 몇 해 전부터 주요 중·대형 로봇메이커들이 소형 다관절로봇까지 라인업을 확장하며 어플리케이션의 다양화를 꾀하고 있었고, 이 소형 다관절로봇은 전기·전자 시장뿐만 아니라 공작기계 분야에 있어서도 경쟁력이 있는 제품이었기 때문이다.
한 글로벌 로봇메이커 관계자는 “현재 공작기계 분야의 로봇자동화 중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부분은 공작기계의 작업물을 로딩, 언로딩하는 어플리케이션”이라며 “이러한 부분에 있어 대형 로봇보다는 소형 다관절로봇이 접근하기가 용이하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이미 몇 해 전부터 진행됐다. 공작기계 관련 전시회에 참여하지 않던 로봇메이커들이 몇 해 전부터 다관절로봇을 선보이기 시작했고, 로봇 관련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참가 역시 눈에 띄게 증가했다.
공작기계 산업의 강자 한국화낙(주)을 차치하더라도 지난 SIMTOS 2014를 통해 본격적으로 공작기계 시장을 노크하고 있는 쿠카로보틱스코리아(주)는 최근 개최된 INTERMOLD KOREA 2015에까지 참가하면서 공작기계 업계에 ‘얼굴도장’을 찍었고, 근래 사업부 통합과 더불어 위상을 제고한 스토브리코리아(주) 역시 어플리케이션의 다변화를 추구하며 공작기계 분야의 시장 경쟁에 출사표를 던졌다.
이제 로봇은 공작기계의 작업물을 들었다놨다 하는 수준을 넘어 작업물의 버를 제거하고, 폴리싱하며, 불량을 검출하거나 작업물을 다음 공정으로 이송한다.
한 로봇기업 관계자는 “공작기계 분야에서 소형모델이 매해 엄청난 판매율 상승을 보이고 있다”며 “특히 한국은 금형, 공작기계 산업이 세계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임에도 불구하고 로봇의 적용률이 낮기 때문에 충분히 어필할 만한 시장이다”라고 밝혀 이 분야에 대한 로봇기업들의 노크가 지속적으로 이어질 것임을 암시했다.
이처럼 로봇메이커들의 어플리케이션이 다양화되면서 이제 로봇기업들의 시장공략을 위한 노력은 더욱 가시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사진. 유진엠에스의 주조공정용 로봇 시연>
2) 뿌리산업
뿌리산업은 금형을 비롯해 주조, 용접, 표면처리, 소성가공, 열처리 등 부품 혹은 완제품을 생산하는 기초 공정산업을 일컫는다. 말 그대로 제조업 경쟁력의 근간(根幹)이 된다는 의미이다. 뿌리산업의 경쟁력은 한 국가의 기계산업의 경쟁력과도 연결된다. 뿌리산업은 이를테면 완성된 기계를 제조하기 위한 기계산업의 기반, 혹은 인프라라고 볼 수 있다. 최근 산업통상자원부는 뿌리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우수한 뿌리기술을 이용해 수요기업이 겪고 있는 제품의 품질과 원가, 디자인 등의 애로사항을 해소시켜 뿌리기업과 수요기업 간에 서로 상생할 수 있는 22개 기술협력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3월 3일 대표적인 수요기업 5개 사 및 뿌리기업 5개 사가 참여한 가운데 ‘뿌리기업·수요기업간 기술협력 협약식’을 개최함으로써 뿌리산업의 첨단화·고도화를 도모한 것이다.
특히 6대 뿌리업종별로 자동화·로봇화와 정보기술(IT)화를 접목한 스마트공장 시범공장 8개를 구축해 뿌리기업으로 확산시키는 등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으며, 이미 로봇업계 역시 (주)유진엠에스의 주조공정용 로봇, (주)로봇밸리의 단조로봇 등 뿌리기업에 로봇기술을 적용한 성공적인 사례를 만들어가고 있다.
뿌리산업의 경우 대부분의 공정이 단순하면서도 힘들고, 위험하며, 시설이 낙후되어 있어 로봇의 적용이 시급한 분야로 손꼽혀 왔지만 대부분의 수요기업들이 영세해 로봇의 도입이 여의치 않은 상황이었다.
그러나 산업부에서 시행한 중소제조업용 로봇시범사업추진을 통해 2012~2014년까지 총 500억 원가량(2012~2013년 최종실적 및 2014년 예상실적 합산)의 공급처 총 누적예상매출액을 기록하며, 지속적으로 뿌리기업에의 로봇 적용 확대를 도모하고 있는 상황이다.
더불어 이러한 뿌리기업의 첨단화는 향후로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국가 경쟁력의 지표가 금융위기 이후 다시금 제조업으로 넘어오면서 각 국의 제조업 부양 정책이 확대되는 가운데, 우리나라 역시 주력 제조업의 위기극복과 재도약을 위한 ‘제조업 혁신 3.0’을 내세우는 상황으로,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제조업의 근간이 되는 뿌리산업의 첨단화·고도화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정부 역시 “뿌리산업의 첨단화·고도화를 통해 뿌리산업의 고부가가치화뿐만 아니라 주력제조업의 혁신역량도 적극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이 분야에 대한 로봇기업들의 시장 창출 노력이 가속화될 것으로 점쳐진다.
뿌리산업은 주조, 금형, 소성가공, 용접, 표면처리, 열처리 등 ‘공정기술’을 활용해 사업을 영위하는 업종(「뿌리산업진흥법」 제2조)으로, 자동차·조선·IT 등 他산업의 제조 과정에서 ‘공정기술’로 이용되며, 최종 제품의 품질경쟁력 제고에 필수적인 요소이다.
뿌리산업은 나무의 뿌리처럼 겉으로 드러나지 않으나 최종 제품에 내재되어 제조업 경쟁력의 근간(根幹)을 형성한다는 의미로, 역사적으로 보면 청동기시대 무기류·장신구 제작을 위한 주조에서 시작, 제조업의 발전과 함께 산업의 양분 역할을 담당해왔다.
뿌리산업은 크게 제품의 형상 제조공정(주조·금형·용접·소성가공)과 소재에 특수기능 부여공정(열처리·표면처리) 등 2가지로 구분된다.
오랜 전통과 기술력을 갖춘 뿌리산업의 장인 기술은 그간 제조업과의 융·복합을 통해 세계적인 명품의 탄생을 견인한다. 스위스의 시계, 독일의 칼, 이탈리아의 자전거 및 영국의 만년필 등 세계적인 명품은 모두 튼튼한 뿌리산업의 토대 위에서 탄생했으며, 세계시장 점유율이 높은 조선·자동차·IT 등 국내 주력산업의 성공도 주조, 금형, 열처리 등 뿌리산업의 뒷받침 없이는 불가능하다.
Robot Application
1 로딩/언로딩
공작기계 분야에서 가장 활발하게 적용될 수 있는 로봇 어플리케이션이다. 기존의 갠트리로봇에서부터 수직다관절로봇까지 다양한 로봇이 적용되고 있으며, 이미 여러 전시회를 통해 오래전부터 선보여진 어플리케이션이다. 몇 해 전부터는 글로벌 로봇메이커들이 소형로봇을 필두로 이 시장을 공략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2 디버링/폴리싱
최근 로봇을 이용한 디버링 시스템은 상당히 관심도 높은 분야 중 하나로, 이미 다수의 기업들이 레퍼런스를 확보하며 시장을 열어가고 있는 상태이다. 모든 절삭가공품은 버를 제거하는 후공정을 거쳐야만 하는데, 디버링 로봇 시스템이 등장한 이후 상당한 작업효율개선이 이뤄졌다. 단적인 예로, 자동차 부품과 같은 3차원 형상에 대한 디버링의 경우 통상적으로 하나를 수작업할 때 2시간가량이 소요되는 반면, 이루FA의 로봇 디버링 시스템은 동일한 제품을 개당 180초 만에 작업할 수 있다.
3 검사/측정
검사와 측정 분야에서 로봇 적용은 이미 모든 산업군에서 진행되고 있으며, 유수 측정기 업체들이 자사의 제품에 로봇을 컨버전스함으로써 더 높은 활용도와 기능을 제공할 수 있음을 어필하고 있다. 최근 INTERMOLD KOREA 2015에서 체결된 스토브리코리아(주)와 자이스코리아의 MOU는 이러한 단면을 보여준다. 양사는 검사/측정 등의 분야에 대한 자동화 솔루션 구축을 위해 상호 간의 장비 지원, 효율적인 시장 개척을 위한 정보 교류 등에 초점을 맞추고 정기적인 세미나 및 공동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등의 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4 가공
앞선 어플리케이션들이 로봇을 이용한 공작기계 후가공이라면, 쿠카로보틱스코리아(주)가 선보인 KUKA.CNC는 로봇이 직접 공작기계의 역할을 수행하는 어플리케이션으로서, 지난 SIMTOS 2014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SEMATEK GmbH 등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적용되고 있는 이 어플리케이션(월간 로봇기술 2014년 12월 46페이지 참고)은 국내에서도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