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보기

[Monthly Focus ①] ADIEU 2020! 경자년, 서비스 로봇 시대 개막 서비스로봇 관점에서 바라본 2020년 핫이슈 정대상 기자입력 2021-01-01 05:22:13

지난 2020년의 해를 바라보며 그간 국내 로봇업계의 다양한 이슈를 돌이켜 봤다. 코로나19와 제조업 경기의 하락은 제조용 로봇 시장의 위축을 가져왔지만, 반대로 예상치 못했던 서비스로봇 분야에서의 기회가 되기도 했다. 지난 2020년은 그간 차곡차곡 축적된 국내 서비스로봇 기술이 시장으로 연결되는 분기점이 된 해였다. 본지에서는 서비스로봇을 중심으로 2020년 주요 이슈를 되짚었다. 

 

이미지. 로봇기술

 

말연시에는 지난 한 해에 대한 아쉬움과 새해에 대한 기대감이 함께 한다. 2020년 경자년 한 해 또한 마찬가지였다. 


S社의 OLED 6세대 하프 컷 공정 수혜로 들썩였던 2016년도 전후를 제외하면 근 10년간 로봇업계의 연말연시는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와 위기를 타파하기 위한 다짐이 주를 이뤘다. 2018년도에는 일본발(發) 수출 규제로 핵심부품 국산화에 대한 이슈가 급부상했고, 2019년도에는 대기업의 투자 경색으로 국내 주요 로봇 시장이 위축됐다. 2016년도에 중소형 OLED 부문에서 세계 시장 98%를 차지했던 국내 대기업의 점유율이 2019년도에는 86%로 하락했고, 제2의 OLED 부흥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되던 퀀텀닷(QD-OLED)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올 연말연시에도 로봇업계의 걱정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설날 연휴가 끝나마자마자 들이닥친 코로나19 팬데믹은 2020년을 잊지 못할 한 해로 만들었다. ‘하얀 쥐의 해’를 맞이한 전 세계 제조업계가 말 그대로 ‘쥐 죽은 듯’ 몸을 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은 국내 로봇산업에도 영향을 미쳤다. 2차 전지를 제외한 주요 기간산업의 국내 투자 위축도 로봇기업의 입장에서는 난감한 일이다. 


다행스러운 사실은 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국내 로봇산업 생태계는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지속적으로 찾아냈다는 점이다. 제3차 지능형 로봇 기본 계획의 두 번째 과제로 추진된 4대 서비스로봇(돌봄로봇, 웨어러블로봇, 의료로봇, 물류로봇) 분야를 비롯해 다방면의 로봇 스타트업들이 두각을 드러냈고, 코로나19로 인한 생활상의 변화에 따른 로봇 서비스도 등장했다. 


제조업에 편중된 국내 로봇 시장 구조를 탈피했다고 보기에는 아직 이른 감이 있지만, 국내 로봇산업이 십수 년간 문을 두드렸던 서비스로봇 시장이 개화하기 시작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2020년, 국내 서비스로봇 개화기 맞아

2020년은 오랫동안 고대해왔던 국내 서비스로봇 시장의 개화기로 볼 수 있다. 서비스로봇 분야는 우리정부가 추진해온 로봇산업의 숙원과제와 같다. 우리정부는 2008년 9월 28일 ‘제1차 지능형로봇 개발 및 보급 촉진법(이하 지능형로봇법)’을 시행하면서 국내 로봇산업을 본격적으로 육성하기 시작했다. 이미 오래 전부터 규모의 경제를 실현한 독일, 스위스, 일본의 글로벌 로봇 제조사와 경쟁하기에는 늦었다는 판단 아래, 정부는 우리나라가 강점을 지닌 소프트웨어 및 IT, 콘텐츠를 중심으로 한 서비스로봇 육성에 무게 추를 두고 적극적인 지원 사업을 전개했다. 


이후 10년이 넘는 시간동안 국내에는 수많은 서비스로봇 기업들이 설립되고, 사라졌다. 당시 서비스로봇 분야는 기존에 없던 시장을 새롭게 창조해야 했던 시기였기에 오히려 재기발랄한 아이디어가 많이 등장했으나, 원천기술의 부재와 시장의 니즈를 고려하지 않은 개발자 중심의 R&D는 서비스로봇의 제품화에 큰 걸림돌이 됐다. 지능형로봇법 시행 초기 정부의 지원 또한 결과물에 긴 시간이 소요되는 원천기술 확보나 로봇 사업화 대신 단기간에 가시적 지표를 파악할 수 있는 논문 위주의 성과에 집중되면서 실질적으로 매출이 없는 스타트업의 인큐베이팅 역할에 그쳤다. 


하지만 이 같은 노력은 국내 서비스로봇 산업 육성의 중요한 자양분이 됐다. 낙엽이 썩어 거름이 되듯, 앞선 연구자들의 지난한 노력은 세계 최고 수준의 로봇 플랫폼 통합 및 애플리케이션 확장 기술로 이어졌다. 


더불어 자생 능력이 있는 스타트업들이 날개를 달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는 점도 중요하다. 1999년 설립된 로보티즈는 로봇 관절 액추에이터를 제조하는 부품 기업을 넘어 이제는 종합 서비스로봇 제조사로 발돋움했다. 부품에서부터 휴머노이드, 이제는 실외 자율주행로봇까지 명실상부 국내 서비스로봇 시장을 견인하는 한 축이 됐다.

 

로보티즈는 2020년에 실외 자율주행로봇 실증 테스트를 진행했다(사진. 로보티즈).

 

서비스로봇 시장의 개화가 성큼 다가오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서비스로봇 플랫폼 구축을 위한 요소기술들이 혁신적으로 진보했기 때문이다. 그중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 서비스로봇의 모빌리티(Mobility) 관련 기술이다. 모든 서비스로봇이 그렇지는 않지만, 대부분의 서비스로봇은 이동성을 지닌다. 서비스로봇에 있어 이동성이란 키오스크나 자판기처럼 제자리에서만 서비스를 제공하는 단말기와 차별화를 부여하는 요소이다. 2020년 주요 이슈가 됐던 개인 서비스로봇, 배달로봇, 물류이송로봇 등은 모두 자율주행 기술을 기반으로 한다.


자율주행 기술은 이미 오래 전부터 지속적으로 연구가 진행된 분야이다. 국내 로봇 기업 로보쓰리의 김준형 대표이사는 1988년에 88서울올림픽을 위한 이벤트 로봇 ‘R1’을 개발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자율주행 로봇은 공상과학영화 속에나 등장하는 미지의 기술이었다. 김준형 대표이사 또한 로봇이 파티장에서 서빙을 하는 외국 영화의 한 장면을 보고 자율주행 기술 개발을 시작했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이미 로봇이 서빙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카페나 레스토랑, 고깃집에서도 서빙로봇이 실제로 적용되고 있다. 

 

2020 로보월드에 전시된 로보쓰리의 자율주행 서비스로봇(사진. 로봇기술)


자율주행 기반의 서비스로봇이 이처럼 우리 삶에 스며들게 된 이유는 플랫폼 구축을 위한 코스트 절감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자율주행 기술의 발전이 서비스로봇 시장의 개화로 연결됐다면, 이 자율주행 기술의 발전을 견인한 것은 센서, 클라우드, 통신 등 원천기술의 혁신이다. 


자율주행 기반 로봇들은 사전에 프로그래밍되지 않은 환경을 직접 돌아다니면서 탑재된 센서를 이용해 환경에 대한 정확한 지도를 작성하고, 이를 기반으로 모빌리티를 실현한다. SLAM(Simultaneous Localization and Mapping)이라고 불리는 이 기술은 자율주행 로봇의 핵심이다. 중요한 것은, 이 기술을 로봇에 적용하려면 데이터를 습득하기 위한 센서 기술과 전송을 위한 통신 기술, 데이터 처리를 위한 소프트웨어 기술 등이 요구되는데, 배터리 기반으로 구동되는 서비스로봇이 이를 위한 부가 장치를 플랫폼에 탑재할 경우 가용 시간이 대폭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러나 클라우드 기술과 와이파이, 5G 통신 등 통신 기술의 발전, 센서의 소형화·저가화, 배터리 기술의 혁신 등 복합적인 요소기술의 진보는 더 좋은 자율주행 서비스로봇을 더 합리적인 가격에 만날 수 있도록 했다.  

 

다수의 서빙로봇을 실제로 운영 중인 안산 소재의 '늘봄가'(사진. 로봇기술)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수요자의 인식 변화

수요자 중심의 로봇 개발이 확산되기 시작한 것은 2020년 로봇업계의 주목할 만한 이슈이자, 고무적인 흐름이다. 


예전부터 서비스로봇 분야의 플레이어들은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사용자에게 로봇에 대한 개념을 우선적으로 설명해야 했다. 자동화로 인해 이미 로봇에 익숙한 제조업 종사자들과 달리 대부분의 서비스로봇 수요자들에게 로봇기술은 낯선 영역이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수요자가 생각하는 로봇에 대한 개념과 실제 로봇 제품 성능 간의 간극을 좁히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를 위해 고객을 설득하는 역할은 그간 오롯이 서비스로봇 공급자들의 몫이었다. 


그런데 4차 산업혁명이 도래하면서 이 관계에 변화가 생겼다.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하는 여러 산업 분야에서 자신들의 기술과 로봇기술의 융합을 고려하기 시작했다. 로봇 공급자가 수요자의 니즈를 ‘상상’해 만들어낸 로봇으로 그들을 설득했던 과거와 달리, 수요자가 먼저 로봇기업에 니즈를 요구하는 경우가 생기기 시작했다. 


이 같은 움직임이 가장 활발하게 일어난 분야는 단연 식품·외식 산업이다. 제조업에서 4차 산업혁명의 키워드로 스마트팩토리라는 개념이 등장한 것처럼, 식품·외식 산업에서 푸드테크(Food와 Technology를 합한 신조어)가 식품 분야 4차 산업의 핵심 개념으로 떠오르면서 프렌차이즈 관계자들은 로봇산업이 아닌 푸드테크의 관점에서 로봇기술의 가능성에 주목했다. 

이제 바리스타로봇이나 서빙로봇은 로봇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들에게도 익숙한 개념이 됐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이러한 로봇들이 이미 오래 전부터 산업박람회 등을 통해 소개되어 왔다는 점이다. 단지, 그때와 달리 지금은 수요자들이 이 로봇에서 시장의 가치를 찾게 됐다는 점이 변화된 부분이다. 약 2년 여 전부터 시작된 이 같은 움직임은 바리스타로봇을 넘어 칵테일이나 아이스크림을 만들거나 통닭을 튀기는 데까지 확대되고 있다. 

 

홍대에 소재한 로봇카페&바 느티로에는 로봇이 칵테일을 조주한다.(사진. 로봇기술)

 

한편 푸드테크 조사 전문기관 디지털푸드랩(DigitalFoodLab)은 푸드테크를 애그테크(AgTech), 푸드사이언스(Food Science), 미디어(Media), 푸드서비스(Food Service), 코칭(Coaching), 배달과 유통(Delivery and Retail)의 총 6개 항목으로 구분했다. 
국내의 경우 바리스타로봇과 같은 푸드서비스 시장은 2018년 달콤커피와 덴소로보틱스의 협력에서부터 이미 시작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반면 배달과 유통 항목에서 국내 로봇산업이 활성화된 시점은 2020년으로 볼 수 있다. 국내 배달로봇 분야의 분위기를 조성한 선도 그룹은 배달의민족 앱으로 유명한 ‘우아한형제들’로, 로봇기업이 아닌 수요기업이 주체가 됐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2018년부터 로봇 분야에 자금을 투자하기 시작했던 이 기업은 2020년 코로나19로 인한 배달수요 급증과 자율주행 기술의 확산을 디딤돌삼아 활발한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로봇사업 확대하는 대기업

 

2020년도에는 유독 대기업들의 로봇사업 진출 및 확대 소식이 잇달았다. 특히 현대자동차가 10억 달러에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인수한다는 소식은 로봇업계의 2020년 연말을 뜨겁게 달군 이슈였다. 

 

보스턴다이내믹스의 견마로봇 ‘SPOT’과 휴머노이드 ‘ATLAS’ (사진. 보스턴다이나믹스 홈페이지 갈무리)

 

지난해 KT는 현대로보틱스에 500억 원을 투자하면서 10%의 지분을 인수했고, 자동차 부품 및 공작기계 등을 제조하는 현대위아는 로봇과 자율주행을 기반으로 하는 ‘RnA(Ronobics and Autonomous)’ 스마트제조·물류 통합 솔루션 상용화에 나선다고 밝혔다. 또한 SCM 전문 기업 현대글로비스는 2020년 8월 자율주행로봇 전문 기업 트위니와 손잡고 생활 밀착형 물류 서비스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국내에서 소식이 잠잠했던 한화로보틱스 또한 2020년 11월에 지주사인 한화로 사업부가 합류하면서 2021년 국내 시장 확대를 본격화한다는 계획이다. 유수 글로벌 기업에 착실하게 레퍼런스를 구축해온 한화로보틱스는 유니버설로봇, TM로봇과 함께 유럽에서 손꼽히는 브랜드 인지도를 확보했다. 

정대상 기자
로봇시대의 글로벌 리더를 만드는 로봇기술 뉴스레터 받기
전문보기
관련 뉴스
의견나누기 회원로그인
  • 자동등록방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