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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thly Focus ①] 새로운 방식의 로봇 부품 공급 자동화 '플렉시블 피딩 시스템(Flexible Feeding System)' 플렉시블 피딩 시스템이란? 정대상 기자입력 2020-09-24 10:36:26

플렉시블 피딩 시스템은 범용적인 로봇 애플리케이션 분야는 아니지만, 기존의 공급 장치로는 대응할 수 없는 분야에 적용되면서 고유의 영역을 확보하고 있다. 한 종류의 부품에 대해 전용으로 제작되는 파츠피더와 달리 다품종 부품을 공급할 수 있고, 정전기나 스크래치 등에 취약한 정밀 부품을 고속으로 픽 앤 플레이스할 수 있어 시장 잠재성이 높다. 

 

아시릴 플렉시블 피딩 시스템(사진. (주)정우코퍼레이션)
 

업 자동화 시스템에서 부품을 공급하는 것은 아주 중요한 일이다. 조립, 검사, 포장 등 모든 생산 공정은 부품을 일정한 위치로 공급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사람이 부품을 공급했던 수동 공급라인의 시대가 지난 뒤로, 부품을 공급하는 역할은 피더(Feeder)의 몫이었다. 1960년대부터 지금까지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부품 공급 장치는 볼 피더(Bowl Feeder)로, 트랙을 이용해 일정한 모양과 방향으로 부품을 정렬하는 볼 피더는 지금까지도 애용되는 파츠피더 중 하나이다. 


이 같은 형태의 피더는 일반적으로 동일한 형태의 한 가지 제품을 전용으로 생산하기 위해 제작된다. 그러나 다품종 생산으로 전환되는 제조업 구조 아래에서, 자동화 기업들에게는 다양한 부품을 공급할 수 있는 솔루션이 필요하게 됐다. 


기존에 주로 사용되던 볼 피더는 가격 경쟁력이 높고, 사용 난이도가 높지 않다는 강점이 있지만 반면 다품종 생산 대응에 적합하지 않고, 부품의 끼임 현상 등의 문제가 잦으며, 부품 공급 시 정전기로 인한 불량 또는 스크래치 발생 등의 문제가 있었다. 이 같은 이유로 비교적 강도가 높고, 품질 이슈에서 자유로운 나사 등의 부품에는 적합하지만, 반도체칩과 같이 외부 환경에 민감한 전자부품 등에는 적용이 어려웠다. 

 

정렬되지 않고 컨베이어 상에서 흘러가는 물건을 로봇이 핸들링할 수 있도록 하는 비주얼트랙킹(또는 비전트랙킹).


3차 산업이 도래하면서 제조 현장에서는 산업용 로봇과 비전을 이용한 시스템들이 주류로 자리매김하기 시작했다. 보다 다양한 부품을 공급할 필요가 있었던 기업들은 비주얼트래킹(Visual Tracking) 기술을 이용해 컨베이어 상에서 흘러가는 부품을 이미지로 추적, 피킹하는 로봇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이 같은 형태의 시스템은 이제 로봇 업계에 매우 익숙한 애플리케이션 중 하나이다. 

 

차세대 부품 공급 장치
부품 공급 공정이 수동 공급에서 볼 피더로, 볼 피더에서 비주얼트래킹으로 전환되면서 괄목할 만한 진화를 이룩한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까지 몇 가지 해결하지 못한 부분이 남아 있다. 대표적으로 불규칙하게 섞여 있거나 쌓여 있는 부품을 작업할 수 없다는 점이다. 

 

Ars의 Flexibowl(사진. Ars)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로봇 자동화 업계 관계자들은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3D비전을 이용한 빈피킹(Bin-picking)이 여기에 속한다. 비전 기술의 진보와 함께 대두되기 시작한 빈피킹은 무작위로 겹쳐진 제품을 픽 앤 플레이스할 수 있는 대표적인 로봇 애플리케이션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한편 빈피킹과 전혀 다른 관점에서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도 등장했다. 바로 플렉시블 피딩 시스템이다. 

 

정밀 부품 공급에 용이
플렉시블 피딩 시스템은 로봇과 비전, 그리고 플렉시블 피더의 세 가지 요소로 구성된다. 이 시스템에 사용되는 플렉시블 피더는 진동에 따라 정해진 트랙을 타고 부품이 이동하는 볼 피더와 달리 피더 내 플레이트(호퍼에서 공급된 부품을 담는 공간)의 진동을 이용해 원하는 방향으로 부품을 밀집 또는 산개시키거나 뒤집어서 로봇이 정확하게 부품을 피킹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피더의 역할을 진화시킴으로써 종래에 사용하던 로봇과 비전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유연한 부품 공급 작업이 가능하도록 실현한 것이다. 

 

에이아이엠이 선보인 플렉시블 피딩 시스템(사진. 로봇기술)


정렬되지 않고 쌓여 있는 부품을 로봇이 피킹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점에서 빈피킹과 그 역할이 유사하지만, 실질적으로 시스템 구성을 살펴보면 플렉시블 피딩 시스템과 빈피킹은 유리한 적용 영역이 차별화되어 있다. 가령 로봇이 핸들링해야 되는 물체의 부피가 크고, 넓은 FOV(Field Of View)의 시각장치가 요구될 경우 빈피킹이 유리하지만, 보다 작고 정밀한 부품을 고속으로 공급할 때에는 플렉시블 피딩 시스템이 적합하다. 

 

플렉시블 피딩 시스템 시장 전망
영국 소재의 세계적인 리서치 기업 ‘테크나비오(TECHNAVIO)’는 로봇과 시각장치, 피더에 대한 내용을 담은 ‘Global Robotic Flexible Parts Feeding System’ 보고서를 정기적으로 발간하며 이 시장의 잠재성에 주목하고 있다.  


테크나비오가 발표한 Global Robotic Flexible Parts Feeding System 2018~2023 보고서에서는 2020년을 기준으로 로봇, 시각장치, 피더를 포함한 전체 로봇 부품 공급 시장이 약 4,500억 원 규모를 형성할 것으로 예측했으며, 그중 피더가 약 1,604억 원, 시각장치는 약 972억 원으로 추산했다. 피더와 시각장치의 연평균성장률은 각각 6.14%와 9.67%로 전망했다.


플렉시블 피딩 시스템은 현재 유럽 자동화 업계를 중심으로 점차 인지도가 높아지고 있으며, 국내의 경우 비교적 높은 초기 도입 비용으로 인해 드라마틱한 시장 확대가 전개되지는 않지만, 관련 시스템 공급사들에 따르면 해당 시스템을 접한 사용자들의 문의가 매우 많고, 실제 적용된 특정 애플리케이션에서 대체 불가능한 솔루션으로 인정받고 있어 미래가 기대되는 분야이다. 

 

스위스 시계 산업에서 시작되다
처음 플렉시블 피더를 개발해 선보였던 회사는 스위스의 플렉스팩토리(Flexfactory)로 알려져 있다. 이 회사는 약 2008년경에 이미 플렉시블 피더를 개발했으나, 당시 시장의 주류는 플렉시블 피딩 시스템이 아닌 비주얼트래킹을 이용한 피딩 시스템이었다.

 

사진. 플렉스팩토리


이후 플렉시블 피딩 시스템이 실 수요자의 요구에 의해 공급되기 시작한 것은 스위스 기계식 시계 브랜드의 무브먼트 제조 공정에 접목되면서 부터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모 명품 시계 브랜드의 경우 플렉시블 피딩 시스템을 공정사양으로 지정할 만큼 유력하게 사용하고 있다. 


글로벌 플렉시블 피딩 메이커 중 하나인 아시릴(Asyril)의 국내 파트너사인 (주)정우코퍼레이션 관계자에 따르면, 아시릴이 플렉시블 피더를 개발하게 된 배경은 스위스 시계 브랜드의 요구에 의해서라고 한다. 아시릴의 플렉시블 피딩 시스템은 보석과 기어, 스크루, 리벳, 스페이서, 와인딩 휠, 베이스 플레이트 및 커버 등 작고 정밀한 무브먼트 부품뿐만 아니라 스프링 바 등의 생산 공정에도 적용되고 있다. 

 

명품 기계식 시계의 무브먼트는 루페를 이용해 조립해야 될 만큼 작고 섬세한 부품들로 이뤄져 있다. 플렉시블 피딩 시스템은 이 무브먼트 부품 제조 공정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사진. Rolex 공식 유튜브 갈무리).


한편 테크나비오는 Global Robotic Flexible Parts Feeding System 보고서를 통해 로봇, 비전, 피더, 시스템업체 등 이 분야에 관련된 주요 기업 28개사를 선정했으며, 그중에서 플렉시블 피더를 직접 제조하는 글로벌 4대 브랜드를 선정, 발표했다. 해당 브랜드에는 스위스의 아시릴과 플렉스팩토리, 이탈리아의 에이알에스(Ars)와 더불어 국내 기업인 에이아이엠(AIM)이 함께 선정됐다. 

정대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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