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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thly Focus Interview] 카이스트 고경철 박사, 국내 수술보조로봇에 대해 말하다 메디컬, 바이오, 헬스케어 등 신산업 선점 위해 산업 선순환 구조 필요! 정대상 기자입력 2019-05-30 17:49:23

카이스트 고경철 교수(사진. 로봇기술)


Q. 국내 수술보조로봇 분야와 관련해 어떠한 일들을 했었나.
A. 의료용 로봇 분야 초기 기획의원으로서, 연세세브란스병원의 이우정 교수님과 한양대학교 김영수 교수님, 이병주 교수님 등과 함께 대한의료로봇학회를 이끌며 국가적으로 수술보조로봇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정부에 제안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의료로봇 기획팀을 만들고, 기획위원회를 통해 해마다 중요한 수술보조로봇 과련 과제를 기획·제안했으며, 국내 최초의 수술보조로봇 국가과제인 ‘최소침습 수술용 다완 수술보조로봇 시스템 기술개발 사업’부터 시작해 유수 기업, 기관, 학계가 수술보조로봇 개발에 참여할 수 있도록 산학연 컨소시엄을 구성하기도 했다. 

 

고경철 박사가 개발에 참여한 로봇(카이스트 자율이동로봇(左, 1988~1994)과

고영테크놀로지 SMT 검사로봇(右, 2002~2004)


Q. 우리나라 수술보조로봇 분야에서 정부의 역할은.
A. 국가가 큰 차세대 미래 산업을 위해 파종하고, 나아가 국민 건강을 책임진다는 국가 본연의 임무를 달성한다는 차원에서 정부의 의료용 로봇 지원 사업은 큰 의미를 지닌다. 
바이오, 메디컬 산업은 국가 미래 성장동력의 핵심 기술이자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는 산업분야로, 수술보조로봇을 국산화한다는 것은 ‘의료주권’을 지키는 것과 같다. 우리나라 외과의들이 수술보조로봇 술기 능력은 세계 최고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모두 외산 수술보조로봇을 사용하고 있다. 이는 곧 의료주권의 박탈과도 같다. 다행스럽게도 이 같은 논지를 당시 산업통상자원부에서 공감해주고, 주도적으로 나섰기 때문에 이제 우리기업들이 유의미한 성과를 내기 시작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미래컴퍼니가 세계에서 두 번째로 복강경 수술보조로봇을 상용화하는 데 성공했고, 고영테크놀로지의 신경외과 수술보조로봇은 KFDA 승인을 획득하고 미국 FDA 승인을 준비 중이며, 큐렉소도 정형외과 인공관절 수술보조로봇 신제품을 개발, 홍보하고 있다. 


각 업체들은 올해 사업원년을 맞이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큰 어려움이 됐던 임상실험 부분도 산업부를 설득해 최초로 수술용 로봇의 임상연구 비용도 정부가 지원을 해줬다. 
의료로봇은 개발, 테스트, 임상, 홍보, 효용성 검증을 넘어 최종적으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통한 의료수가 반영까지 돼야 비로소 산업화라고 말할 수 있다. 이 같은 일련의 과정 속에서 사업의 주체가 되는 기업들의 손을 국가가 맞잡고 함께 허들을 넘을 수 있도록 도와준 것으로, 참으로 잘된 일이다. 

 

사진. 로봇기술


Q. 앞서 언급했던 국내 수술보조로봇 3社의 기술수준은 어떤가.
A. 복강경 수술보조로봇의 경우 멀티포트 부분에서는 미래컴퍼니가 선도 제품 기술을 거의 따라잡았다고 본다. 다만 선도 제품인 다빈치시스템은 이미 싱글포트(단일공, 배에 하나의 구멍만 뚫는 수술)로 넘어간 상황으로, 이 같은 차세대 기술도전 또한 정부와 기업, 기관의 협력이 필요하다. 


고영테크놀로지가 개발하고 있는 신경외과 수술보조로봇 분야의 경우 ROSA 등 선도 제품이 있으나 보급대수가 미미해 아직까지 세계를 선도하는 기업이 없는 상황으로 봐도 무방하며, 그만큼 우리나라가 최고가 될 수 있는 영역이다. 핵심기술인 의료용 내비게이션 기술의 경우 현재 세계에서 유명한 마조로보틱스나 메드텍S.A의 제품 대비 고영테크놀로지의 기술이 두 배가량 정확도가 우수하다.


인공관절 수술보조로봇 분야는 복강경 분야와 마찬가지로 세계 1위와 격차가 있는 상황이지만, 큐렉소가 현대중공업지주의 수술보조로봇 기술과 인력을 인수하면서 자체 개발품을 선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고경철 박사는 고영테크놀로지의 수술보조로봇 개발에도 참여했다(2010~2015).


Q. 국내 수술보조로봇이 중견기업 위주로 성장한 이유는 무엇인가.
A. 일반적으로 대기업의 사업은 이미 큰 시장이 형성돼 있고, 이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자본을 투자해야 되는 장치산업에 적합하다. 반면 수술보조로봇 분야는 시장이 없지만, 인튜이티브서지컬처럼 안정성이나 효용성 측면에서 큰 허들을 넘으면 시장이 확장될 수 있는 벤처기업형 산업이다. 여기에 오랫동안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분야이기 때문에 차세대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데 주력하면서 일정 수준의 자금력을 확보한 중견기업이 적합하다고 본다. 


한편 수술 현장에서는 미리 예상할 수 없는 많은 변수가 있고, 이에 따라 항상 위험이 존재한다. 이로 인해 기업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점 또한 대기업이 수술보조로봇 분야에 선뜻 참여하지 못하는 이유라고 본다.  

 

사진. 로봇기술


Q. 국내 수술보조로봇 분야가 발전하기 위해 기업들이 해야 할 노력은.
A. 국내 수술보조로봇 기업들은 기술적으로 거의 90%가량의 수준까지 올라온 것으로 판단되며, 다음 세대를 위한 투자가 지속돼야 하는 시점이다. 이 과정에서 국가가 국민 건강 수호 차원에서 조금 더 지원해 주고, 기업들 또한 미래를 보고 자산을 투자해야 한다. 
올해는 각자 사업을 본격적으로 전개하면서 그간 국가가 투자해준 R&D예산을 사업화를 통해 환원해야 될 시기이다. 즉, 한시라도 빨리 의료 현장에 수술보조로봇을 투입하고, 보급해  의료로봇 산업을 활성화 하는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각 기업들은 동반자적 관계에서 함께 걸음을 내딛을 필요가 있다. 여러 음식점이 모여 상권이 형성되듯, 국내 수술보조로봇 초창기 기업들이 서로 공동의 목적을 위해 활발하게 정보를 공유하고 협력해서 해외 기업들과 경쟁해야 한다. 


Q. 로봇수술에 대한 우리나라 환경은.
A. 의료 환경이 매우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시장 자체는 미국의 1/20밖에 되지 않지만, 의료보험이 잘 구축되어 있고 로봇을 이용한 로봇수술을 시도하는 빈도가 높다. 인튜이티브서지컬코리아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높은 경제 수준은 물론 환자, 의사, 개발자들의 인식이 높아 선도 수술보조로봇 기업들이 주목하고 있는 시장이라고 한다. 


Q. 끝으로, 수술보조로봇 산업 활성화와 관련해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우리나라 의료 환경은 세계적으로 부러움을 산다. 의료 환경이 매우 좋아져 경제적인 이유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사례가 과거에 비해 점차 줄어들고 있다. 


그러나 정작 환자를 책임져야 할 의료계가 눈에 보이지 않는 곳부터 무너지고 있다. 산업적인 관점에서, 병원이 더 큰 투자를 하고 보다 첨단화돼 국민들에게 질 높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데, 대부분의 종합병원들은 어려운 첨단 장비 투자가 어려운 실정이다. 병원이 적극적으로 첨단 의료기기에 투자해야 의료기기업체들이 살아나고, 외부 투자가 유치되며, 환자들이 더 높은 질의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바이오, 헬스, 메디컬, 실버케어 등 시장규모가 거대한 차세대 선진국형 산업에서 외국 업체와 경쟁해 성공하기 위해서는 이 같은 선순환 구조 구축이 시급하다. 


영국, 캐나다 등의 나라를 살펴보면 병원이 거의 슬럼화돼 있다. 돈 있는 환자들은 모두 미국에 가서 치료를 받고 온다. 의료비 무료라는 과도한 복지의 폐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그 중간에 위치해 있어, 영국도, 미국도 부러워하는 의료 보험수가 체계를 갖추고 있다. 국민 건강 복지를 실현하면서도 영국, 캐나다처럼 병원 슬럼화가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나 조금만 더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실질적으로 국민 건강과 관련된 일반외과 분야를 기피하고 피부과, 성형외과 등을 선호하는 움직임 등을 볼 수 있다. 기업 또한 마찬가지다. 병원이 큰 투자를 못하니 의료기기 기업들이 영세화되고, 외부 투자도 유치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 같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병원이 큰 자금을 투자할 수 있는 의료 여건이 조성돼야 한다. 이를 통해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게 된다면 우리나라 수술진의 세계적인 술기가 국산 첨단 수술보조로봇과 같은 우수한 의료기기 기술을 기반으로 세계 의료산업 시장을 선도하는 그날이 올 수 있다고 본다.

정대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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