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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thly Focus ①] 직교를 넘어 다관절로! 더욱 다양해지는 사출성형 로봇 자동화 플라스틱 사출성형 로봇 자동화 산업 동향 정대상 기자입력 2019-02-27 16:50:25

플라스틱 사출성형업계 관계자들에게 취출로봇 또는 취출용 로봇을 물어보면 십중팔구는 직교로봇을 떠올린다. 사출기와 취출로봇은 이미 오랫동안 사출성형 업계 관계자들의 머릿속에 하나의 공식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몇 해 전부터 자동차 1차 협력사를 중심으로 다관절로봇을 이용한 보다 넓은 범위의 로봇 자동화 시장이 전개되고 있다. 이제 로봇은 사출성형 시스템에서 단순 취출 작업 역할을 넘어 시스템의 핵심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사진. 스토브리

 

플라스틱 사출성형은 대량생산을 위한 대표적인 공법이다. 제품의 형상을 본뜬 틀에 합성수지를 녹인 원료를 투입해 찍어내는 이 공법은 붕어빵을 만드는 방식을 떠올리면 쉽게 연상할 수 있다. 붕어빵기계 역할을 하는 사출기에 빵틀인 금형을 장착하고 반죽인 합성수지를 주입해 입체적인 형태의 플라스틱 제품을 찍어내는 것이다. 가래떡을 밀어내는 것처럼 압출기를 이용해 일자로 쭉 뽑아내는 일부 플라스틱 제품(호스, 튜브 등)을 제외한 대부분의 플라스틱 제품은 사출성형 방식을 사용하며, 최근 3D프린터를 이용한 적층 방식이 이슈가 되고 있으나 아직까지 파이가 미미하다. 


사출성형 시스템은 원료를 녹이고, 주입하고, 냉각하고, 꺼내고, 틀을 잘라내고, 잘라낸 부분을 다듬는 등의 여러 과정을 거치며, 이를 위한 각각의 주변기기들이 필요하다. 그중 원료 투입 및 냉각, 성형 등 사출기가 수행하는 역할이 ‘전(前) 공정’이라면, 성형된 제품을 금형에서 꺼내고, 이를 제품으로 다듬는 과정은 ‘후(後) 공정’에 해당한다. 


일반적으로 사출기는 수평사출기와 수직사출기로 구분되며, 비교적 작은 제품을 생산하는 수직사출기와 달리 대형제품까지 고루 생산 가능한 수평사출기는 직교로봇이 성형된 제품을 금형에서 꺼낸다. 플라스틱 업계에서 일반적으로 명명하는 ‘취출로봇’은 이 직교로봇을 가리키며, 대부분의 수직사출기는 취출로봇과 하나의 세트로 구성되어 사출성형업체에 공급된다. 

 

사진. 도시바기계


한편 대부분의 사출기들은 대량생산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한 사이클에 최대한 많은 제품을 생산하는 방법을 고민한다. 예를 들어, 하나의 금형에 다수의 제품 형상을 만드는 것도 이러한 이유이다. 프라모델을 보면 많은 부속품들이 연결되어 있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플라스틱 제품들 또한 처음 사출기에서 꺼냈을 때는 프라모델처럼 여러 제품들이 플라스틱으로 연결된 상태이다. 하나의 금형에 다수의 제품 형상을 파내고, 골고루 수지를 주입하기 위해 만든 여러 갈래의 길이 함께 성형되어 나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출성형업체들은 취출 후 ‘게이트’라고 불리는 이 틀을 제거하고, 표면을 다듬는 사상 작업을 함께 진행한 뒤 비로소 제품을 포장한다. 사상 작업이란 일본어 시아게(仕上げ)에서 파생된 말로, 로봇 업종에서는 디버링이라는 단어가 더욱 익숙할 것이다. 사출성형 자동화는, 이 취출-게이트 커팅-사상-포장으로 연결되는 후 공정 분야의 개선에 집중되어 있다. 

 

차이나플라스에 전시된 다관절+사출기 자동화(사진. 로봇기술)

 

대형 사출 제품 위주로 시장 확산
과거의 사출성형 자동화 공정은 직교로봇과 게이트 커팅 전용기, 사상 전용기 등으로 구성됐었다. 직교로봇이 성형품을 취출하면 사람이 이를 꺼내 직접 게이트를 자르거나 또는 전용기를 이용해 작업을 시행했다. 
그러나 몇 해 전부터 자동차 협력사 및 중견기업 등을 중심으로 직교로봇 대신 다관절로봇을 사용하는 기조가 도래하기 시작했다. 다관절로봇의 넓은 활용성을 이용해 취출-게이트커팅-사상 작업을 동시에 진행하는 것이다. 실제로 다관절로봇을 이용해 사출성형 자동화를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로봇SI기업들은 이 분야에 다관절로봇을 적용하려는 움직임이 증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중에서도 특히 사출기 톤수가 커질수록 다관절로봇 사용 빈도가 증가한다. 실제로 모 로봇회사는 자사 브랜드의 취출로봇을 900톤급까지만 제조하고, 그 이상의 중대형 사출기에는 다관절로봇 시스템을 제안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900톤 이상의 사출기를 보유하고 있고, 후 공정까지 수행하는 중견기업 수준의 사출성형업체들은 이제 대부분 다관절로봇을 사용하는 추세이다”라며 “실제로 사출기 톤수가 높아지면 직교로봇+전용장비와 다관절로봇 시스템 간 전체 투입 비용은 비슷하다”라고 밝혔다. 

 

차이나플라스에 전시된 다관절+사출기 자동화(사진. 로봇기술)


한편 사출기 톤수가 높아질수록 다관절로봇 도입이 증가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를 추론해볼 수 있다. 일단 높은 톤수의 사출기를 사용하는 기업들은 규모가 있는 경우가 많고 이에 따라 투자여력이 있는 경우가 많다. 또한 대형 사출 제품의 경우 사출성형 사이클이 소형 사출 제품 대비 여유가 있기 때문에 금형에서 물건을 취출한 뒤 다음 금형 개폐 시간 동안 후 공정을 완료할 수 있다. 


한편 업계 관계자는 “사출성형 사이클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제품을 빠르게 취출해내는 것이다. 모든 작업이 제품을 취출한 시점부터 이뤄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형 사출 제품과 같이 사이클 타임이 급박한 경우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는 다관절로봇이 취출만 수행하는 직교로봇 대비 생산성이 떨어질 수 있다. 이 경우 보통 두 대의 로봇을 운용하기도 한다.”라며 “그러나 한 번 다관절로봇을 사용한 경우 직교로봇을 다시 사용하지는 않는 듯하다. 예를 들어, 모 고객사의 경우 직교로봇을 사용하다 가반하중 25㎏의 다관절로봇으로 대체했는데 이후 공정이 바뀌어도 계속 다관절로봇을 사용한다. 초기 투자비용 부담을 이겨내고 한 번 도입해본 업체들은 다관절로봇의 유연성이 장기적으로 이득임을 알기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사출성형 자동화 기업들의 변화
현재 사출성형 분야의 다관절로봇 SI는 일반적인 로봇SI업체보다 사출성형 자동화를 전문으로 하는 기업들이 보다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우선 일부 고부가가치 분야를 제외한 사출성형 사업은 대량생산을 기초로 하는 만큼 소위 ‘십 원 떼기’라고 불릴 정도로 마진이 낮으며, 이에 따라 시스템 도입 시 가격경쟁력에 민감하다. 즉, 로봇과 더불어 사출성형 시스템에 대한 이해가 없을 경우 SI 과정에서 발생되는 시행착오 및 이에 따른 매몰비용으로 사출성형업체들의 예상비용을 맞추기 힘들다.


그러나 사출성형 시장에서 오랫동안 활약해왔던 합리화기기 전문 기업(사출성형 시스템 관련 주변기기 전문 기업)들 중 특히 직교로봇 전문 기업들의 경우 사출성형 시스템 전반에 대한 이해와 자동화에 대한 노하우를 기반으로 다관절로봇 사출성형 자동화 시장까지 진출하고 있다. 실제로 한양로보틱스, 휴먼텍, 유도, 서진테크닉스 등 취출용 직교로봇 제조사 및 공급사들은 다관절로봇 FA 분야까지 사업 영역을 영위하고 있다. 

 

협동로봇의 대두
일반적으로 다관절로봇은 시스템 구축 시 펜스 설치 등 주변설비까지 함께 구축해야 되고, 또한 프로그래밍이 어렵다는 문제도 있다. 생산제품에 따라 금형을 교체하며 작업을 해야 하는 사출성형업체의 입장에서 난해한 프로그래밍은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아울러 일부 대기업 협력사를 제외한 대부분의 중소 및 영세기업들이 포진된 사출성형업계에 다관절로봇 시스템은 큰 부담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두된 것이 바로 협동로봇이다. 

 

협동로봇을 이용한 수직사출기 자동화(사진. 로봇기술)


협동로봇은 자동차, 금속, 전기·전자, 식품, 의약품 등의 수많은 산업군에서 꾸준히 적용되고 있다. 특히 비교적 소형 사출 제품을 생산하는 수직사출기의 경우 수평사출기와 달리 별도의 취출용 로봇이 구성되지 않아 대부분 작업자가 제품을 취출하는데, 협동로봇의 가반하중과 암 리치는 이 수직사출기 취출 작업에 비교적 적합하다. 예를 들어, 특정한 사출 제품의 경우 인서트 너트를 삽입해 사출하는 방식을 적용하기도 하는데(플라스틱 업계에서는 주로 ‘인서트 사출’이라고 표현한다. 인서트를 사출한다는 의미와 혼동될 수 있어 본문에서는 이하 인서트 사출 공법으로 표기한다.) 인서트 사출 공법은 수직사출기를 사용하는 공법 중 작업 강도가 난해하고 인건비 상승이 큰 분야로, 이 분야의 기업들은 이를 해결하고 생산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고민하고 있으며, 최근 협동로봇으로 고민을 해소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TM로봇의 1차 공급사이자 부산 소재의 사출성형 자동화 전문 기업인 일진메카닉스 관계자는 “2017년도 말까지도 국내 사출성형업계에 협동로봇 적용사례를 찾기는 쉽지 않았다. 실제로 퍼포먼스 측면에서 일반 사출기에 협동로봇을 적용시켜 제품을 취출한 사례는 종종 있었으나, 고효율 사출기의 속도에는 대응이 힘들었다.”라며 “이에 당사는 협동로봇을 이용해 수직사출기의 인서트 공정 시스템을 국내에서 선도적으로 구축했다. 현재 도입 현황은 미비하지만, 한편으로 침투잠재성이 풍부한 분야”라고 전했다. 


한편 협동로봇의 경우, 펜스가 필요 없고 유연한 공정 구성이 가능하다는 강점을 앞세워 일반 다관절로봇 시스템에 부담을 느꼈던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시장이 전개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안전에 대한 법적 구축이 확실하게 선언되기 전까지 급속도로 협동로봇 시스템 확장이 이루어지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점쳤다. 그러나 어려운 경기 속에서 생존경쟁을 벌이는 중소기업들에게는 협동로봇이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할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대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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