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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조동일 교수팀, 알에스오토메이션과 지능형 서보 제어기 개발 “로봇 제조 강국으로 나아가는 길, 바닥부터 다진다” 김지연 기자입력 2019-01-29 15:46:18

로봇 제조 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핵심기술의 내재화가 선행되어야 한다. 서울대학교 조동일 교수와 알에스오토메이션이 함께 개발한 지능형 서보 시스템은 성공적인 산-학 협력 사례이자, 대한민국이 진정한 로봇 제조 강국으로 나아갈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한다. 이번에 개발된 지능형 서보 제어 시스템은 기존 방식을 답습하지 않고 새로운 콘셉트의 기술로 완성됐다는 점과 더불어 적용된 핵심기술들의 우수성이 돋보이는 성과이다. 
 

서울대학교 공학대학 조동일 교수(가운데)와 연구원들(왼쪽부터 한지석 석·박통합과정, 김태일 박사과정,

오태호 석·박통합과정, 김영석 석·박통합과정)

 

Q. 로봇과 관련해 어떠한 연구들을 진행했나.
A. 1980년대 대학원 시절, 비선형 제어 기법 중 하나인 슬라이딩 모드 제어(Sliding Mode Control, SMC) 기법이 개발되기 시작했다. 박사 학위 논문으로 자동차 엔진과 트랜스미션에 슬라이딩 모드 제어 방법을 적용하는 연구를 했고, 이후 프린스턴대학교 조교수를 역임하면서 실제 자동차의 전자 제어 장치에 슬라이딩 모드 제어를 적용한 바 있다. 슬라이딩 모드 제어는 종래의 PID 제어 방식 대비 파라미터 변화에 둔감하고, 외란에 강인하며, 추종 성능이 우수한 비선형 제어 방법이다. 특히 1990년대부터 서울대에서 개발한 외란 보상기와 함께 적용할 시 시스템의 강인성(Robustness)을 보장할 수 있다. 해당 이론은 우수한 논문으로 출판되었을 뿐만 아니라 다수의 미국 및 국내 특허로 등록되어 있다. 
또한, 제어 기술을 연구하면서 센서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센서의 원천기술인 MEMS 분야를 오랫동안 연구함으로써 IEEE JMEMS 및 IFAC Mechatronics Journal의 시니어 에디터의 역할도 겸하고 있다. 꾸준히 새로운 분야를 연구한 결과, 제어 및 MEMS 관련 기술 분야에서 해외 저널 논문 120편 이상을 게재했고 30건 이상의 해외 특허 및 80건 이상의 국내 특허를 등록했다.

 

Q. 최근 알에스오토메이션과 협업하게 된 배경은.
A. 2009년 경 알에스오토메이션 측에서 엔코더 개발을 문의했다. 당시 회사의 매출 규모로는 시도하기 힘든 예산이 필요했지만, 이후 정부 과제 등을 통해 엔코더 개발에 착수했다. 

 

조동일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과학식 고분해능 엔코더(사진. 서울대학교 나노/마이크로시스템 및 제어연구실)


2011년 본 기술 개발에 착수할 시점에 국내에서는 대부분 외산 17비트(bit) 분해능 엔코더가 주로 사용됐고, 21비트급의 경우 군수용으로 활용되기 때문에 미국에서 수출금지 품목으로 지정되어 있었다. 이에 우리 컨소시엄에서는 과감하게 23비트 광학식 엔코더 연구를 추진, 개발에 성공했다. 특히 주목할 만한 부분은 외경 사이즈를 유지하면서 비트를 높였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 기존에 사용되던 아날로그 방식에서 벗어나 디지털 신호와 아날로그 신호를 융합한 새로운 콘셉트의 엔코더를 개발했다. 디지털 옵토일렉트로닉 펄스 방식을 이용해 기존 제품들 대비 보다 적은 면적을 실현함으로써 서보의 소형화 및 경제적 사용에 기여했다. 개발된 엔코더는 알에스오토메이션에서 양산 라인을 구축해 적용되고 있다. 
한편 그간 광학식 엔코더는 독일과 일본을 비롯해 공업이 발달한 일부 국가에서만 생산되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 산-학 협력을 통해 한국이 기술 자립을 실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해당 기술은 로봇을 비롯해 많은 군수용 제품에 사용되고 있으며, 이 같은 고급 기술을 보유한 국가는 세계적으로도 한 손에 꼽을 수 있다. 

 

Q. 최근 알에스오토메이션과 지능형 서보 시스템을 개발했다. 해당 시스템에 대해 소개하자면. 
A. 고성능의 지능형 서보 시스템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고분해능 엔코더의 구현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미 23비트급 엔코더를 성공적으로 개발해 생산하는 등 중요한 핵심기술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번에 개발된 지능형 서보 시스템은 제조, 검사 등 많은 분야의 산업용 장비에 활용된다. 이 같은 장비들은 주로 서보모터에 볼 스크루, 벨트 및 풀리, 캠, 링크, 감속기 등의 구동 부품들이 조합되어 있어서 기계적 공진요소를 지니고 있다. 서보 시스템의 성능을 향상시키기 위해 게인을 높였을 때, 이 공진요소들이 진동과 소음을 발생시키고 내구성에 문제를 일으킨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동 공진 억제 기술’이 적용됐다. 이는 서보 제어 시스템에서 발생되는 공진의 성질을 자동으로 파악해서 공진을 억제함으로써 제어 성능을 최대한 높이는 기술이다. 공진 주파수를 자동으로 추정하고, 공진상쇄필터를 자동으로 설정하는 이 방식은 다수의 논문으로 발표됐고, 여러 건의 특허를 획득했다.

 

지능형 서보시스템을 개발하기 위해 연구팀이 개발한 서보모터(서울대학교 나노/마이크로시스템 및 제어연구실)


한편 지능형 서보 시스템에는 자동 공진 억제 기술과 슬라이딩 모드 제어 기술을 통합한 고성능 무튜닝 서보 제어 기술이 적용됐다. 기존의 제어 방법들은 원하는 성능을 달성하기 위해 숙련된 엔지니어가 오랜 시간동안 수많은 파라미터를 수동으로 조율해야 했다. 수십 축의 서보 시스템으로 구성되는 장비를 일일이 조율함으로써 발생되는 시간과 비용의 소요 및 성능의 증가를 명확하게 파악할 수 없다는 점은 현장의 큰 불편 중 하나였다. 이에 자동 공진 억제 기술의 편의성과 슬라이딩 모드 제어 방법의 우수한 성능 및 강인성을 바탕으로 손쉽게 원하는 성능을 얻을 수 있도록 하는 고성능 무튜닝 서보 제어 기술을 개발, 전문가의 조율 과정이 필요 없고 성능을 이론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서보 시스템을 완성했다.

 

지능형 서보시스템을 개발하기 위해 연구팀이 개발한 서보드라이브(서울대학교 나노/마이크로시스템 및 제어연구실)

 

Q. 지능형 서보 시스템의 개발로 기대할 수 있는 효과는. 
A. 우리나라의 로봇밀도는 수년간 세계 1위를 유지하고 있으나, 실제 제조용 로봇 시장은 해외 선진 기업들이 장악하고 있다. 한국의 로봇 활용 능력은 우수하지만, 로봇을 직접 제조하는 능력은 부족한 상황이며, 센서, 제어기, 구동기 부품 등 핵심부품의 국산화율 또한 낮다. 

 

엔코더팀 테스트 장비(서울대학교 나노/마이크로시스템 및 제어연구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로봇 원천기술 연구가 이 같은 핵심부품의 국산화뿐만 아니라, 나아가 국내 로봇 제조기술 향상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 보람을 느끼며 연구하고 있다. 또한 선진국의 대부분이 경쟁사들의 고전 제어 기술을 기반으로 한 제어기를 사용하고 있는 반면, 한국에서 과감하게 비선형 제어 기술을 기반으로 한 선행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이 같은 기술을 바탕으로 단순히 선진국을 따라가는 것이 아닌, 이를 넘어서는 기술을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산-학 연구로 개발된 엔코더 센서, 자동 공진 억제 기술, 고성능 무튜닝 서보 제어 기술이 모두 상용화돼 로봇 부품 및 제어기 기술 분야에서 본격적인 국산화가 시작됨으로써 국내 업체들의 많은 호응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능형 서보시스템을 적용한 CNC조각기의 결과물 디테일 차이(서울대학교 나노/마이크로시스템 및 제어연구실)

 

Q.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
A. 산-학 협력을 통해 꾸준히 기술을 개발할 계획이다. 현재까지 개발한 기술들에 대해 지속적인 적용 지원은 물론 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한 서보 제어 기술, 생체를 모방한 근육형 액추에이터 등 미래지향적 연구도 고려하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 기술은 단순한 지능이 아닌, 수학적인 최적화 기법과 연계함으로써 서보 드라이브의 성능을 극대화 시키는 것이 목표이며, 생체 근육형 액추에이터는 향후 의료, 재활 등 다양한 서비스 로봇 분야로 적용이 기대된다. 
이처럼 과감하게 선행기술을 연구·개발해 선진국의 기술을 넘어서는 핵심기술을 보유하고, 이를 토대로 대한민국이 로봇산업을 선도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겠다.

김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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