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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thly Focus] 생물학과 기계공학의 융합 생체모방로봇 로봇 연구의 새로운 화두 김지연 기자입력 2018-12-27 09:13:18

생물학과 기계공학의 조화로 불리는 생체모방로봇은 일반적인 로봇보다 높은 기술적 난이도를 보여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공학자들이 생물의 운동 메커니즘을 기계공학으로 구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를 통해 비정형화된 환경에서 자유롭게 구동하고, 또한 적은 부피 또는 중량으로 큰 힘을 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본지에서는 생체모방로봇에 대해 개략적으로 소개한다. 

 

생체모방로봇은 자연 생물의 메커니즘을 모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연구이다(사진. PxHere)
 

지난 2011년 3월, 일본 관측 사상 최대인 리히터 규모 9.0의 지진이 일본 도호쿠 지방에서 발생했다. 당시 1900년 이후 세계에서 4번째로 강력한 지진으로 기록된 이 참사는 대규모 쓰나미로 인한 화재, 건물 붕괴 등으로 도시가 파괴되면서 다수의 인명 피해가 발생됐다. 
당시 일본 도호쿠 대학은 파괴된 도시의 잔재 속에서 인명을 구출하기 위해 뱀 모양의 탐사로봇 ‘스코프(Scope)’를 활용했다. 82㎝/s의 속도로 움직이는 65㎝ 길이의 이 로봇은 고해상도의 광 카메라를 머리에 탑재하고 구조대가 들어갈 수 없는 비좁은 틈을 누볐다. 
스코프는 앞서 2007년 미국 잭슨빌에서 발생했던 건물 붕괴 사고에서도 7m 깊이의 잔해 속까지 파고들어가 매몰자들의 영상을 외부로 전송하는 등 많은 생명을 구출한 바 있다. 

 

더 자유로운 로봇
스코프와 같이 특정 생물의 형태와, 이를 구동하는 운동 메커니즘에서 착안해 개발된 로봇을 ‘생체모방로봇(Biomimetic Robot)’이라고 부른다. 최근에는 초소형 서보모터 및 배터리 기술의 발달, 생물체의 근육처럼 부드러우면서도 충분한 강도를 갖는 소프트 소재 연구의 약진 등으로 이 분야에 대한 연구가 활기를 띄고 있다. 
생체모방로봇은 1차적으로 생물체의 기거나, 날거나, 뛰어다니는 행위를 기계적 메커니즘으로 구현하는 데 목적을 지니고 있다. 그렇다면 드론, UUV, 모바일 로봇 등 보다 쉽게 동일한 기능을 구현할 수 있는 로봇이 있음에도 이 분야를 연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연구의 궁극적인 목표가 단순히 물속을 유영하거나, 하늘을 날 거나, 땅 위를 주행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생체모방로봇 연구자들은 기계 구조에서 얻을 수 없는 새로운 효율과 가치를 창조하기 위해 사고의 영역을 확장한다. 예를 들어, 더 적은 에너지로 더 큰 힘을 내거나, 일반적인 형태의 모바일 플랫폼이 갈 수 없는 곳을 가도록 하는 것 등이다. 이처럼 로봇에 더 큰 자유를 부여하기 위해 공학자들은 생물의 움직임에 집중했다.  

 

서울대학교 조규진, 김호영 교수 공동연구팀의 소금쟁이 로봇(사진. SCIENCE)


생체모방로봇의 중요한 가치는 효율이다. 서울대학교 기계항공공학부 교수이자 인간중심 소프트 로봇 기술 연구센터 센터장을 맡고 있는 조규진 교수는 언론을 통해 “생체는 생존해야 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효율적일 수밖에 없다. 생존한다는 것은 극한의 기능도 필요하지만 에너지 소모도 작아야 하기 때문에 여러 가지로 효율적일 수밖에 없다. 이 같은 효율성은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좋은 요소기술이 될 수 있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더불어 또 다른 핵심가치는 비정형화된 외부 환경에 대한 로봇의 적응성을 최대화하는 것이다. 보스턴다이내믹스의 마크 레이버트 박사는 1980년대 1족 점프 로봇을 개발, 이를 기반으로 4족형 견마로봇부터 2족형 휴머노이드까지 선보였다. 생물의 ‘다리’를 본뜬 이 로봇들은 일반적인 바퀴 구동 로봇과 달리 계단이나 산길을 올라갈 수 있으며, 외부 환경의 제약에서 자유로워졌기에 백병전이나 재난 상황에서 활용이 가능해졌다. 

 

생체모방로봇 국제 포럼 국내서 열려
생체모방로봇에 대한 관심은 우리나라에서도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최근에는 지난 2018년 10월 12일(금), 킨텍스 1전시장에서 생체모방로봇 및 기술을 주제로 ‘제4회 국제로봇기술포럼’이 열리기도 했다.
이날 포럼에서는 서울대학교 조동일 교수, 박세웅 교수, 안성훈 교수, 박훈철 교수 등 국내 생체모방로봇 분야 국내 석학들과 대쉬로보틱스의 Nick Kohut CEO, 홍콩시립대 Pakpong Chirarattananon 교수 등이 참석해 다양한 생체모방로봇들을 소개했다. 
서울대학교 교수이자 생체모방자율로봇특화연구센터 센터장을 담당하고 있는 조동일 교수는 실리콘 나노와이어를 이용해 곤충 감각모의 기계 수용체를 모방한 센싱 기술을 소개했다. 실리콘 나노와이어는 종횡비가 우수하고, 표면적 대비 부피비가 높아 압저항 효과가 뛰어나며, 이에 따라 미세소관의 형태학적 구조와 고민감도를 위한 기능적 특성을 모두 모방할 수 있다. 
또한 서울대 조규진 교수는 생체모방 점핑 로봇, 크롤링 및 점핑이 가능한 멀티모달 로봇, 글라이딩이 가능한 멀티모달 로봇 등을 소개했다. 점핑과 크롤링이 통합된 멀티모달 로봇은 점프 높이, 크롤링 속도, 점프 궤도를 제어할 수 있으며 주어진 상황에 따라 크롤링 또는 점프하여 지형을 보다 효과적으로 탐색할 수 있다.
앞서 조규진 교수는 몸길이의 150배가 넘는 점프 능력을 지닌 벼룩에 착안해 소형 점핑 로봇을 선보인 바 있다. 

 

서울대 박세웅 교수는 ‘IoT Mesh for Disaster Communications with Mobile Sensor Devices’를 주제로, 동 대학 안성훈 교수는 스마트 액추에이터 및 로봇 분야에 사용 가능한 형상기억합금(SMA)과 소프트 스마트 복합 재료 등에 대한 연구들을 발표했다. 

 

대쉬로보틱스의 바퀴벌레 로봇(사진. 대쉬로보틱스) 


이 밖에 홍콩시립대 Pakpong Chirarattananon 교수는 벌을 모방한 초소형 비행 로봇에 대한 연구 성과를 공유했고, 대쉬로보틱스 Nick Kohut CEO가 6족 바퀴벌레 모방 보행 로봇을 소개했다. 대쉬로보틱스는 생체모방로봇 분야의 선도 연구 그룹인 UC버클리 론 피어링(Ron Fearing) 교수 연구실에서 창업한 벤처회사로, Nick Kohut CEO는 바퀴벌레 로봇을 개발하고 종이접기 제조 방식을 채택해 상용 장난감 제품에 적용한 과정을 전했다. 
한편 건국대학교 박훈철 교수는 이날 참석해 딱정벌레 비행을 모방한 플래핑 기반 비행로봇 KUBeetle을 소개했다. 리뷰 논문인 ‘A Review of Biomimetic Air Vehicle Research: 1984-2014, International Journal of Micro Air Vehicles(Vol. 7, No. 3, 2015)’에 따르면, 박훈철 교수가 이끄는 건국대학교 연구팀은 세계 대학 중에서 생체모방 비행체에 대한 국제학술지 논문을 가장 많이 발표했다. 박훈철 교수는 “이 분야는 아직까지 개발 여지가 많은 분야로, 그간 기초 연구를 많이 진행해왔다”라며 “최근 중국이 적극적인 정부 지원을 기반으로 생체모방로봇 분야에서 맹렬히 추격해오고 있다. 이 분야에서 경쟁우위를 잃지 않기 위한 각계각층의 노력이 필요할 때”라고 제언했다. 

김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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