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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thly Focus] 웨어러블 로봇, 연구 단계를 넘어 시장 태동기로! 사람이 컨트롤러가 되는 로봇기술 ‘웨어러블 로봇’ 김지연 기자입력 2018-09-27 14:40:14

최근 국내 웨어러블 로봇 분야에 대한 관심이 높다. LG전자가 이 분야에 대한 사업 투자를 결정했고, 2015년 웨어러블 로봇 관련 특허를 획득했던 삼성도 출사표를 던지는 모습이다. 국내는 연구소와 대학을 중심으로 2000년대부터 진행됐던 웨어러블 로봇 분야가 드디어 하나의 로봇 시장으로 개화하는 분위기다. 이에 본지에서는 웨어러블 로봇에 대한 내용들을 개략적으로 전한다.

 

파나소닉 사내 벤처 아토운의 모델 Y(사진. 아토운)


류의 의복은 각 지역별로 기후나 자원, 기술 또는 문화 등 다양한 요소에 의해 발전되어 왔다. 예를 들어 아열대 또는 열대 지방의 전통 의복은 허리에 둘러 입는 스커트인 로인클로스(Loincloth) 형태가 두드러지고,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 일본 등 누에 원단을 사용하는 문화권에서는 카프탄(Caftan) 형태의 의복이 발달했다. 비가 많이 오는 지역에서는 판초가, 해가 강한 나라에서는 스카프가 발전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문명이 근대에 접어들면서 의복이 개성의 표출과 치장의 도구로 활용되기 시작했지만, 본질을 들여다보면 시대를 막론하고 의복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기능성이다. 배의 돛에 사용되던 천으로 바지를 만들어 입은 선원이나, 천막용 천으로 바지를 만들어 입은 광부들의 모습은 의복의 역할을 단적으로 대변한다. 골드러시 시대에 천막으로 청바지를 만든 ‘리바이 스트라우스(리바이스 창립자)’의 일화는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최근 재활병원이나 군대, 산업 현장에 ‘제2의 리바이스’를 꿈꾸는 로봇 기업들의 노크 소리가 커지고 있다. 웨어러블 로봇(Wearable Robot) 기업들이다. 웨어러블 로봇은 착용형 로봇, 로봇 수트, 외골격(Exoskeleton)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형태적으로 분류하자면 영화 리얼스틸의 아톰보다는 엣지 오브 투모로우의 엑소슈트나 아이언맨의 수트와 유사하다. 


웨어러블 로봇은 오래 전부터 연구가 진행되어온 분야 로봇 분야 중 하나이다. 이 로봇은 착용자가 움직이려고 하는 의도를 센서로 포착해 로봇 제어부로 전달하고, 이를 통해 실제로 로봇 관절을 움직이는 원리로 구동된다. 이를 위해서는 관절부 구동을 위한 액추에이터 및 관련 부품, 신체의 미세한 동작을 감지하는 센서 및 제어 알고리즘 등 다양한 로봇기술들이 집약돼야 한다. 사람이 얼마만큼 움직이려는지 판단하고, 그 의도만큼 움직이도록 하는 기술에 대한 개발이 관건으로서, 이와 더불어 인터페이스, 장시간 작동을 위한 배터리 개발, 고속 계산 능력의 소형 컨트롤러 개발 등이 필요하다. 

 

웨어러블 로봇은 옷처럼 입는 로봇을 의미한다(자료. 아토운).


미 해군에서 시작된 웨어러블 로봇
웨어러블 로봇은 1960년대 미 해군이 군사 용도로 처음 개발한 것이 시초이다. 무거운 포탄이나 무기 등을 옮길 때 주로 사용됐으며, 이후 인류가 초고령사회로 진입하게 되면서 재활 및 보조 기술 분야에서도 사용되고 있다. 
세계적으로 웨어러블 로봇은 일본과 미국이 기술을 주도해왔다. 일본 쓰쿠바대학 연구팀은 상징적인 웨어러블 로봇 할(HAL)을 개발하고 교내 벤처인 사이버다인을 창업했다. 미국 UC버클리대 연구팀은 2004년 군인용 다리 로봇 ‘블릭스(BLEEX)’를 공개했다. 당시 일본의 할은 전기모터를 사용한 방식으로 세밀한 제어가 특징이었고, 블릭스는 유압 액추에이터를 구동원으로 삼아 강력한 출력을 내는 것이 특징이었다. 블릭스의 퍼포먼스는 자체무게 50㎏에 32㎏의 짐을 포함한 82㎏의 무게를 단 2㎏의 무게로 느낄 수 있는 수준이었다고 한다. 이후 미국 방위산업체인 록히드마틴의 웨어러블 로봇 헐크는 90㎏의 짐을 지고 시속 16㎞의 속도로 행군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2013년 김성완 서울대 의공학과 교수팀이 뇌파 감지 기술을 활용한 외골격 로봇 논문을 발표하면서 본격 연구가 시작됐다고 포털 지식백과에 등재되어 있지만, 이미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대학과 연구소를 중심으로 연구가 시작되고 있었다.
2009년에는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로봇기술연구부 장재호 박사팀이 웨어러블 로봇 ‘하이퍼(HyPER, Hydraulic Powered Exoskeletom Robot) 1호’를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하이퍼는 생기원 고유사업인 SEED형 과제로 추진된 ‘Super Soldier/Labor 구현을 위한 고출력 외골격 로봇 슈트 개발 사업’의 성과이다. 

 

국내 웨어러블 로봇 발전사
하이퍼1이 개발됐을 당시 로봇업계는 웨어러블 로봇에 대해 첨단 기술의 복합체이자 기술적 파급효과가 큰 분야로 인식했다. 특히 미국 등 당시 로봇기술 선진국에서 관련 연구가 시작되던 상황에서 하이퍼의 개발은 기술 및 시장 선점 효과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됐다. 


이 시기에 가장 주목해야 할 기업은 2011년 설립된 헥사시스템즈였다. 2006년 NT로봇(당시 NT리서치)이 소방관, 중공업 작업자들을 대상으로 근력증강용 웨어러블 로봇을 개발하기도 했지만, 헥사시스템즈는 오롯이 웨어러블 로봇만을 전문으로 한 기업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한양대학교 첨단로봇연구실의 창업기업인 헥사시스템즈는 한양대 교수 겸 헥사시스템즈 대표이사인 한창수 대표이사가 2005년부터 웨어러블 로봇을 집중적으로 개발하기 시작하면서 설립된 전문 기업으로, 30개 이상의 웨어러블 로봇 관련 특허를 획득한 선도적 기업이다.

 
이후 국내 웨어러블 로봇 분야는 산·학·연에서 꾸준히 연구개발이 진행됐다. 2013년 4월에는 대우조선해양이 본사 로비에서 전기식, 유압식 2개 타입의 하반신형 웨어러블 로봇 개발 결과를 시연했다. 2014년에는 현대로템이 웨어러블 로봇 분야를 신성장 동력 사업으로 지정, 집중 투자하면서 웨어러블 로봇 개발 붐을 이어갔고, 2015년에는 현대자동차가 웨어러블 로봇과 트레드밀이 결합된 모닝워크를 공개했다. 같은 해 삼성이 웨어러블 로봇 관련 특허를 획득하면서 기대감을 고조시켰다. 
하이퍼1 개발 이후 국내 로봇업계에서는 이처럼 꾸준히 웨어러블 로봇에 대한 관심을 높여왔다. 그 관심은 올해 삼성과 LG의 웨어러블 로봇 사업 참여로 이어졌다. 


웨어러블 로봇의 시장을 견인하는 의료·재활
웨어러블 로봇은 중증 장애인의 보행을 보조하거나 재활을 돕는 의료산업, 무거운 제품을 운반해야 하는 제조업, 육체 활용도가 높은 국방산업 등 시장 확장성이 우수하다. 특히 의료·재활 분야의 웨어러블 로봇은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는 시점에 들어서면서 차세대 시장 동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개인용 웨어러블 로봇 리워크 퍼스널 6.0(사진. 리워크 로보틱스)


IBM 산하연구소 원터그린서치는 ‘재활로봇 시장전망 보고서(Rehabilitation Robots, Active Prostheses, and Exoskeletons - Market Shares, Strategies, and Forecasts, Worldwide, 2014 to 2020)’에서 약 451억 원(433만 달러) 수준이었던 재활로봇 시장 규모가 2020년까지 약 1조 8,763억 원(18억 달러)까지 급격히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재활로봇 시장 규모가 성장하면서 이 분야의 웨어러블 로봇 시장에 대한 기대감도 고조되고 있다. MarketsandMarkets가 발표한 ‘Medical Exoskeleton Market by Component(Hardware(Sensor, Actuator, Control System, Power Source), Software), Type(Powered, Passive), Extremities(Lower, Upper) & Mobility(Mobile, Stationary) - Global Forecast to 2023’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의료 웨어러블 로봇 시장은 2018년 1억 1,670만 달러에서 오는 2027년 371억 6,000만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신체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점차 증가하고, 이에 따른 효과적인 재활에 대한 요구 증가에 기인한다. 또한 보고서에서는 웨어러블 로봇 기술 개발을 위한 기업, 연구기관 간 협약 및 협력이 증가하는 이유에 대해 다양한 국가에서 웨어러블 로봇에 대한 보험 적용 범위가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시장 측면에서는 북아메리카가 2018년 기준 가장 큰 시장을 점유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큰 폭으로 성장하는 노령인구 및 척수 부상(SCI) 환자의 증가, 높은 지역 내 뇌졸중 발생률 등의 요인 때문이다. 
이 분야에서 인지도를 얻고 있는 기업으로는 미국의 Ekso Bionics Holdings와 Parker Hannifin, 이스라엘의 ReWalk Robotics, 캐나다의 Bionik Laboratories와 Rex Bionics, 일본의 CYBERDYNE, 스위스의 Hocoma, 이탈리아의 Wearable Robotics SRL, 스페인의 Gogoa Mobility Robots, 러시아의 ExoAtlet 등이 있다.


한편 헥사시스템즈의 한창수 대표이사는 “의료 분야를 살펴보면 해외에서는 의료기기 인증을 받은 제품들이 하나둘씩 실제 환자에게 활용돼 재활 효과를 입증하고 있으며 다른 측면으로는 가벼운 로봇을 착용해 운동능력을 향상시키는 로봇들도 점차 연구되고 있다. 기존에 모터와 링크가 달린 웨어러블 로봇뿐만 아니라 부드러운 소재를 활용하는 시도도 진행되고 있으며 웨어러블 로봇에 착용돼 사용자의 상태를 읽을 수 있는 센서들도 많이 개발되고, 콘퍼런스 등에 발표되는 상황이다.”라며 “요즘 국내·외 웨어러블 로봇 시장을 보면 이전에 스마트폰이 사람들에게 알려지고 비슷한 종류의 다양한 제품과 관련 부품이 쏟아져 나오던 시대와 유사하다. 현재 웨어러블 로봇 시장이 그때와 같은 태동기로 판단된다.”라고 설명했다. 

 

웨어러블 로봇 테스트 현장(사진. NT로봇)


안정성과 착용성이 중요
다각적인 시장에서 활용이 가능하지만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의료·재활용을 제외한 웨어러블 로봇 활용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도 있었다. 근력 증강을 목표로 하는 웨어러블 로봇의 경우, 사용자가 본래 힘 대비 무거운 물건을 들고 있을 때 로봇에 이상이 발생된다면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웨어러블 로봇의 안전성에 대한 기술적 화두가 대두됐다. 
한창수 대표이사에 따르면 웨어러블 로봇의 안전은 하드웨어적인 방법과 소프트웨어적인 방법으로 나눌 수 있다. 하드웨어 측면의 경우 로봇이 사람의 신체가 움직일 수 있는 ROM(Range of Motion) 내에서 움직이도록 설계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실제 모터에서 오작동이 발생하더라도 기계적인 장치로 범위 이상으로 움직이는 것이 불가능하도록 만들어 두는 것이다. 또한 이상이 발생했을 때 긴급 정지시킬 수 있는 버튼도 필수적이다. 소프트웨어적으로는 HRI(Human Robot Interaction) 기술을 통해 사람과 로봇 사이의 데이터를 항상 주고받으며 착용자의 상태 정보를 꾸준히 체크한다. 이러한 정보들을 이용해 상태 판단 알고리즘을 통하여 이상 발생 시 대응할 수 있는 제어 전략을 세워둔다.


웨어러블 로봇의 또 다른 이슈는 착용성(Wearability)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로봇을 이루는 재료, 기구, 제어의 모든 부분이 발전해야 착용성이 획기적으로 좋아질 것이다. 웨어러블 로봇은 신체를 구속하기 때문에 안전성이 중요한 것은 말할 것도 없다.”라며 “소재의 발전으로 인한 프레임의 경량화와 유연성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또한 심플하면서도 유려한 디자인도 중요시되고 있다.”라고 입을 모은다. 

 

외골격이 아닌 속옷 형태의 웨어러블 로봇(사진. Seismic)


선택과 집중으로 제품화 충분
NT로봇 김경환 대표이사는 ‘인간의 로봇화’라는 단어로 웨어러블 로봇을 표현했다. 그는 “로봇기술의 발전 방향에는 로봇이 인간화(지능화)되는 방향과, 인간이 로봇화되는 방향이 있다. 웨어러블 로봇은 인간의 로봇화를 촉진하는 기술로 이해할 수 있다. 고난도의 로봇기술이 필요하지만, 로봇의 용도와 기능을 한정한다면 특정 분야에서 제품화가 충분히 가능하다. 그래서 많은 국내외 회사들이 웨어러블 로봇 시장에 뛰어드는 것”이라며 웨어러블 로봇 분야에 집중되는 관심의 원인을 분석했다. 또한 그는 “지난 수년간 많은 아이디어들이 논문이나 특허로 나왔다”라며 “이른바 ‘State of the Art’를 높여서 안심하고 쓸 수 있는 제품이 나와야 한다. 사람이 착용하는 만큼 중개연구나 사용성 평가 등도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김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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