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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thly Focus] 가장 느린 스키선수들이 가장 앞선 로봇기술로 세계를 놀라게 하다 필자. 2018평창동계올림픽 로봇지원단 박현섭 감독 정대상 기자입력 2018-02-01 16:23:51

이번 2018평창동계올림픽에는 세계인들의 올림픽 관람을 지원하는 로봇 외에, 동계올림픽 종목과 연계해 개최되는 스키로봇경진대회가 함께 펼쳐진다. 오는 2월 11일(일)부터 12일(월)까지 웰리힐리파크에서 개최되는 스키로봇경진대회는 2018평창동계올림픽 속 로봇들과 함께 우리 로봇기술을 세계에 알릴 이슈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본지에서는 2018평창동계올림픽 로봇지원단 박현섭 감독의 기고를 통해 스키로봇경진대회를 소개한다.

 


로봇을 통한 평창올림픽 성공개최 지원
'16년 5월, 2018평창동계올림픽(이하 평창올림픽) 성공적 개최를 위한 관계부처 회의에서 산업통상자원부는 대회 중에 로봇을 운영하는 ‘기술시연’과 스키로봇경진대회, 청소년 대상 글로벌 로봇 캠프 등 ‘국제행사’를 안건으로 올렸다. 기술시연은 올림픽 베뉴에 로봇이 활용되는 것으로서 올림픽 조직위 업무의 일부로 추진되는 반면, 국제행사는 올림픽 베뉴 밖의 부대행사 성격이다. 
방안 추진을 위해 '16년 7월 ‘평창동계올림픽 로봇지원단’이 발족되어, 총감독에 KAIST 오준호 교수, 단장에 로봇산업진흥원장 그리고 감독으로는 필자가 위촉됐다.

 

‘제12회 로봇인의 밤’에서 소개된 스키로봇들

 

세계 최초의 스키로봇경진대회
동계올림픽 경기는 크게 빙상, 설상 및 슬라이딩으로 나눠지는데, 설상 경기 종목 중 뒤꿈치가 고정된 바인딩을 장착한 스키를 타고 슬로프를 내려오는 알파인 스키가 로봇에 가장 적절해 보인다. 알파인 스키에는 다시 11개의 세부 종목이 있는데, 활강 속도와 회전기술이 모두 요구되는 대회전(Giant Slalom) 방식이 채택됐다.


로봇축구, 로봇 마라톤, 로봇 격투기 등 국내외에 다양한 종목의 로봇 대회가 있으나, 스키로봇경진대회는 세계 최초로 시도되는 것이라 대회를 치루기 위한 준비는 모든 것을 새롭게 만들어 가는 과정이었다. 우선 참가팀의 수준을 정하는 일부터 시작했다. 스키로봇에는 스키 조종이 가능한 로봇구조 및 제어, 그리고 기문 인식을 위한 고급지능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에 대학을 포함한 기업 및 연구소가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다음으로는 국가대표 스키선수의 자문과 국제스키연맹 규정집 등을 참고해 경기 방식 및 운영규정을 마련했다. 인간형 로봇으로 한정하고, 키는 로봇 어깨까지 50㎝ 이상, 출발 이후 활강은 로봇자율로 하고 스키는 일반 상용품을 사용하는 등 참가 로봇의 기준이 마련됐다. 경기장은 길이 80m, 폭 20m의 크기에 기문 5개를 설치하고, 경사는 스키장 초급코스로 정했다. 전반적으로 4~5세 어린이 수준에 맞추어진 것 같다.

 

경기장 구성

 


재원 마련도 중요한 일이었다. 최근 각국의 로봇 R&D에 경진대회 방식이 도입되고 있어, 이를 참고로 한 김경훈 로봇PD의 기획을 통해 산업부의 로봇 R&D 과제로 구성됐다. 예산 규모는 1년 단기로 총 18억 원이며, 2억 원씩 배정되는 8개 팀을 지원하고 나머지는 실제 경기 준비 및 운영에 배정토록 했다. 추가로 소요되는 본 대회경기의 운영 예산은 한국로봇산업진흥원의 재원을 사용하게 됐다. 


경진대회인 만큼 시상내용을 정하고 적절한 상금을 별도로 마련하기로 했다. 다행히 로봇기업의 관심이 높아 후원을 통한 재원 조달이 가능했다. 
한편, 막상 과제를 만들고 나니 과연 지원팀이 얼마나 될까 우려가 됐다. 스키로봇 관련 기술개발의 가치를 어떻게 볼지, 로봇의 특성상 기구, 전장, SW, 인공지능 등 다양한 분야 기술이 동시에 요구되는데 이러한 팀 구성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고, 요소기술 개발이 아닌 스키경기 완주라는 임무달성 형태라 선정되면 전담팀을 운영해야 하는 부담이 있는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다행이 우려와 달리 대학 6개, 연구소 1개, 기업 1개 팀이 선정됐는데, 어떤 의미에서는 이들은 스키로봇 국가대표팀이라 할 수 있겠다.

 

국가대표 스키로봇팀 소개
스키로봇 개발은 새로운 기술에 대한 도전이라 할 수 있다. 보행 로봇의 경우에도 다리 관절 구조가 사람과 달라 로봇에 특화된 걸음형태를 갖고 있다. 스키 로봇도 유사하게 스키를 타는 사람의 동작을 참고로 하지만 로봇의 관절 형태, 길이, 전체 무게 등 로봇마다 적합한 방식을 찾아야 한다. 또한 겨울철 눈 위에서 사용되는 조건이라 저온과 습도에도 안정적으로 동작하도록 고려돼야 한다. 특히 눈 위의 야외 환경에 의한 다양한 조명조건 변화와 복잡한 주위 배경 속에서 기문을 인식하는 것은 기존의 비전기술 한계를 넘어야 하는 부분이다. 이와 같은 문제에 대처하는 각 팀의 전략, 해결 아이디어 등 서로 다른 8개의 스키로봇 개발 과정을 살펴보는 것은 의미가 있을 것이다.

 

*다음의 사진들은 2018평창동계올림픽 로봇지원단에서 제공받았음을 알려드립니다. 

• ALEXI(Anthromorphic Lightweight EXtreme Biped) / 경북대학교 

 


필드로봇 연구에 많은 경험이 있는 경북대학교 이학 교수팀은 스키로봇의 핵심을 로봇 부품 성능 개선으로 보고 있다. 2017년에 만들어진 연구실로 현재 연구 환경을 만들어 가는 중이지만, 학교의 특별 배려로 CNC 가공기를 비롯한 다양한 장비를 구입해 직접 로봇 부품을 제작하는 등 개발 기간 단축에 노력하고 있다. 또한 특성화 사업단(CK) 등으로부터의 지원을 통해 많은 학부 학생들에게 Alexi 개발 및 스키로봇경진대회 직접 참여라는 소중한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로봇의 특징으로는 안정적인 하체 동작을 위해 평행 구조의 구동기 구조를 채택했고 인간의 다리 근육처럼 탄성요소를 추가해 충격 흡수를 고려했다.

 

• RoK II(Robot of Kookmin II) / 국민대학교

 


휴머노이드 기술을 추구하는 국민대학교 조백규 교수팀은 스키로봇 기술을 휴머노이드의 연장선에서 보고 있다. 경험과 성장을 목표로 과감하게 학부생 중심의 팀을 구성했다.
스키를 타는 데에는 많은 하체 힘이 필요하기 때문에 모터 힘을 최대한 사용할 수 있도록 했고, 스키 대회 이후의 활용을 고려한 로봇 플랫폼을 구상했다. 로봇 경량화를 위해 다리 부분에 탄소섬유를 적용했으며, 기문 인식 성능을 높이기 위해 5만여 장의 이미지로 학습을 시켰다. 의상학과의 도움을 받아 로봇에 특별한 스키복을 디자인하기도 했다. 
한편 학교차원의 관심과제로 향후 홍보를 위해 개발에서 대회에 이르는 전 과정을 영상으로 기록하고 있다.

 

• MHSRP(명지대 휴머노이드 스키로봇 플랫폼) / 명지대학교

 


명지대학교 이범주 교수는 제어부분 기술 보강을 위해 아주대학교 홍영대 교수와 한 팀을 이루었으며, 이들은 명지대에 모여 최근 몇 달 째 주말도 잊은 채 밤낮으로 연구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고성능 로봇 제어를 위해 각 관절마다 고출력 3상 모터, 증분형 엔코더, 토크센서, 절대 엔코더를 탑재했으며, 인간의 신체 비율과 외형에 근사한 형태로 개발되어 인간과 유사한 동작범위를 보유하고 있다. 

 

• 태권브이 / (주)미니로봇

 


교육, 오락용 로봇 기업인 (주)미니로봇의 이석민 이사는 사실 다양한 로봇 경진대회에서 많은 수상 경험을 갖고 있고 자연히 스키로봇경진대회에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로봇개발에 부품 및 가공체제가 갖추어져 시간을 줄일 수 있다는 기업 특유의 장점이 있지만, 당장의 사업 연계가 불분명한 스키로봇경진대회에 참가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던 것 같다. 
기업팀답게 실용적인 로봇 개발이 두드러지는데, 단신일수록 스키에 유리하다는 판단으로 출전팀 중 가장 단신의 로봇을 개발했다.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구동기로는 출력이 부족해 새롭게 구동기를 개발·적용했는데, 이러한 신제품과 스키로봇이 향후 회사의 신규제품으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해 본다.

 

• 루돌프 /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여덟 팀 중 최장신, 최고 중량을 자랑하는 로봇은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김영석 교수팀의 ‘루돌프’이다. 뒤에서 밀어도 절대 넘어지지 않게 설계됐다. ‘상체에 눈이 튀어 기판이 망가지는 일이 없을 것’이라는 콘셉트로, 커버나 스키복 등 방수를 고려하지 않았다. 기존 성인 사이즈의 스키복도 맞지 않거니와, 로봇의 금속 몸체를 그대로 드러내 비주얼적으로 압도하고 싶다는 또 다른 이유도 있다.


• TIBO / KAIST

 


한국수력원자력과 공동개발한 재난구조용 휴머노이드 ‘트러스트’를 보유하고 있는 KAIST의 김수현 교수팀은 180㎝의 로봇 크기 때문에 스키에 적합한 소형로봇을 새로 개발했다.
초등학교 1~2학년 정도의 신장으로 줄였으나, 고성능 토크모터를 채택함으로 인해 43㎏을 넘게 되어 이동과 실험이 어려웠다. 현재 사람과 유사한 스키 동작을 구현하고 스키에지를 제어 하는 등 기계적인 제어 성능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 SKIRO / 한국로봇융합연구원

 


한국로봇융합연구원의 정현준 박사팀은 스키로봇을 개발하는 환경면에서 제일 불리한 것 같다. 눈이 별로 없는 포항에 위치해 있어 로봇을 실제 눈 위에서 테스트해볼 수 있는 부천 실내 스키장이나 횡성 스키장까지의 이동 거리가 참여 팀들 중 제일 멀기 때문이다. 출장비에 많은 예산 지출은 물론 로봇과 실험 장비들을 들고 이동해야 하는 참여연구원들의 고생이 많았을 것이다. 
하지만 한국로봇융합연구원을 대표하는 인간형 로봇을 만들 수 있는 좋은 기회라 생각하면서, 연구원 차원에서 높은 관심과 팀원들의 열정을 바탕으로 즐기면서 연구를 하고 있다.

 

• Diana / 한양대학교

 


국제재난로봇대회(DRC)에 한국대표 3개 팀 중 하나로 출전한 경험이 있는 한양대학교 한재권 교수팀은 부인인 숙명여대 엄윤설 교수가 로봇 디자인 부분을 담당하고, 전 스키 국가대표 문정인 선수가 로봇의 스키 동작을 코치하는 등 팀 구성은 물론 로봇 개발 과정에서도 에피소드가 풍성하다. 
스키로봇경진대회가 Competition이 아닌 Challenge인 이유는 기술의 한계를 극복하고, 연구의 지평을 넓히기 위함이라 생각해 로봇의 이름을 Diana로 지었다. 여성이자 다리가 하나뿐인 장애를 극복하고 전설적인 스키어가 된 다이애나 골든처럼 로봇이 주어진 모든 한계를 극복하고 훌륭한 스키로봇이 되기를 바라는 소망과 함께.
참가팀 중 유일하게 지난 2017년 8월, 뉴질랜드 현지에 로봇 시운전을 다녀오기도 했다. 어렵게 무료로 대여해 주는 스키장을 찾았고, 이후 스키장에는 ‘로봇이 스키를 타는 스키장’이라는 자랑거리를 선물로 주었다.
전지훈련에서 쌓은 데이터에 따르면 로봇을 전면 개조해야할 판인데 예산이 거의 소진된 상태였다. 고민 끝에 로봇연구가 연구자의, 대학의, 혹은 정부 지원의 영역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평범한 소시민들의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큰 의미를 갖는 것이라는 생각으로 스토리펀딩을 활용하게 됐다. 3일 만에 목표 금액을 채웠고, 이러한 모금성공은 ESC(Engineers & Scientists for Change) 크라우드펀딩 위원회를 통한 매칭 펀드로 연결되었으며, 또한 한양대(에리카) 로봇공학과의 발전기금 지원이 더해져 새로운 다이애나가 탄생할 수 있었다.
또한 결정적으로, 인공지능 학습 속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우수한 GPU가 필요한데, 비트코인 열풍으로 GPU 가격이 ‘부르는 게 값’이 돼버렸다. 그래서 GPU 대표 제조사인 NVIDIA에 후원을 요청했고, NVIDIA 미국 본사에서도 평창올림픽에 맞춰 열리는 스키로봇경진대회에 관심을 보여 좋은 GPU를 대여받았다. 이러한 후원이 아니었다면 로봇 학습에 지금 보다도 훨씬 긴 시간이 들었을 것이다.

 

기대되는 세계 최초의 스키로봇경진대회
이제 2018년 2월 12일(월) 오후 1시부터 웰리힐리파크 스키장에서 세계최초의 스키로봇경진대회가 개최된다. 열정적으로 로봇을 개발해 온 각 참가팀은 물론 개발팀이 연구에 전념할 수 있도록 로봇테스트 환경과 대회 제반사항을 준비해온 한국로봇산업진흥원 사무국, 오준호 총감독 중심의 기술위원회가 함께 이룬 결실이다. 평창 동계올림픽에 맞춰 ‘가장 느린 스키선수’들이 ‘가장 앞선 로봇 기술’로 세계를 놀라게 할 것이다. 그 동안의 홍보를 통해 국내 대표 방송/언론사는 물론 일본 NHK, 미국 NBC 등에서도 취재가 예정돼 있다. 


우려 반 기대 반으로 진행된 스키로봇경진대회 과정에서 가장 놀라운 점은 참가팀의 성장을 지켜보는 것이었다. 휴머노이드 연구는 대규모 연구 예산과 다양한 융합기술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연구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과 1년도 채 안 되는 기간 안에 각기 다른 다양한 형태의 로봇 8종이 만들어 지고, 스키를 타게 됐다. 우리가 연구자들에게 목표와 동기를 어떻게 부여해 주는가에 따라 결과가 확연히 달라질 수 있음을 확인하는 계기였다.


어쩌면 이제 막 시작이라 볼 수도 있다. 대회에서 어떤 기술을 선보이고, 누가 우승을 하던지 지속적인 연구지원이 필요해 보인다. 적어도 2~3회 연속으로 스키로봇경진대회가 지원된다면 한 번 더 도약적인 기술발전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정대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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