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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로봇특집] 2017년 협동로봇 격전지 대한민국 제조업에서 시작된 인간과 로봇의 어깨동무 정대상 기자입력 2017-10-20 10: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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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테크윈 HCR-5


2011년, 국내에 처음 소개된 UR

글로벌 로봇시장에서 처음으로 협동로봇이라는 개념을 제조업계에 알린 기업은 단연 유니버설로봇이다. 2005년 덴마크에서 출발한 이 회사는 보편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로봇을 만들기 위해 탄생된 기업으로, 2008년 상용화를 위한 제품을 개발하며 본격적으로 로봇산업에 진출하기 시작했다.

국내에 처음 소개된 협동로봇도 이 유니버설로봇이다. 공식적으로는 지난 2011년 개최된 ‘2011 오토메이션월드(Automation World 2011)’에서 비전시스템 전문기업이 처음으로 소개했다. 당시 글로벌 메이저 로봇 메이커들의 다관절로봇에 익숙해져 있던 로봇업계에 슬림하고 세련된 디자인과 유연한 움직임, 안전기능과 직접교시 기능을 구비한 유니버설로봇은 새로운 제조용 로봇 트렌드라기보다는 오히려 낯선 서비스 로봇의 느낌이 더욱 강했다.

2011년 당시에만 해도 펜스가 없는 수직다관절 타입의 제조용 로봇은 통념상 유저들에게 쉽게 와 닿지 않았다. “펜스가 없는 로봇은 안전인증을 받을 수도 없다”는 업계의 목소리와, “현장에서 사용하기에는 속도와 정밀도가 부족하다”는 일부 메이커들의 의견이 더 큰 시기였고, 시류를 반영하듯, 이 기업의 협동로봇 비즈니스는 대략 3~4년여 간 두 자릿수의 판매고도 채 달성하지 못하고 막을 내리게 됐다.

 

2014년, 재점화되는 협동로봇 시장

2014년 유니버설로봇과 에이전트 계약을 체결한 대전의 반도체 장비업체는 사실상 국내 협동로봇 분야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름이 됐다. 이 회사는 ‘반짝 이슈’로 사그라질 뻔 했던 협동로봇 분야에 다시 한 번 불을 지폈다. 2014년 숨을 고른 동사는 단박에 두 자릿수 판매를 돌파, 이후 유니버설로봇이 국내 시장에서 누적판매 100대를 돌파하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유니버설로봇 엔리코 크로그 이베르센(Enrico Krog Iversen) CEO가 방한해 기자간담회를 개최한 것도 이쯤이었다.

이후 유니버설로봇은 보다 본격적으로 한국 시장에 대한 잠재성에 주목, 국내 공식 에이전트를 확대하고, 나아가 2016년 7월 본격적으로 한국지사를 운영하며 더욱 적극적인 액션을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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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다양한 전시회에 참여하며 국내 시장 공략에 나선 유니버설로봇

 

2016년, 국내 협동로봇 춘추전국시대 티저 공개

2016년의 협동로봇은 이제 완전히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매김했다. 아직 봉우리를 틔었다고 보기는 힘들지만, 열매에 대한 기대감은 점차 고조되고 있다.

유니버설로봇과 함께 글로벌 협동로봇 분야의 양대 ‘간판스타’였던 리씽크로보틱스가 상대적으로 국내 시장에 늦게 진입했던 터라 실질적으로 2011년부터 2016년 초반까지의 협동로봇 시장은 유니버설로봇이 독보적인 지위를 보여주고 있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 시기에 국내 시장에서 유니버설로봇과 함께 선보여졌던 글로벌 로봇메이커 제품들의 경우 사양은 우수하지만 높은 가격의 벽을 넘지 못해 실질적으로 유니버설로봇과 경쟁구도를 가지기는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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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와사키로보틱스의 양팔 스카라타입 협동로봇 '듀아로(duAro)'

 

그러나 2016년 하반기를 기준으로 다수의 국내기업들이 협동로봇 시장에 출사표를 던지면서 판을 키우고 있는 모습이다. 유니버설로봇이 아닌 협동로봇을 수입하거나, 또는 국내 기술로 협동로봇을 제작하는 기업들이 개발을 완료하면서 경쟁을 위해 날을 벼렸다.
처음 국내 시장에 로봇을 소개했던 메이커는 오토파워였다. 흔히 델타로봇이라고 부르는 병렬링크로봇 전문 메이커였던 이 회사는 지난 2016년 4월 ‘2016 심토스(SIMOTS 2016)’를 통해 자사의 협동로봇 옵티(OPTI)를 선보이며 이슈를 모았고, 여기에 이어 2016년 10월 ‘2016 로보월드(ROBOTWORLD 2016)’를 통해 뉴로메카가 협동로봇 인디(Indy)를 소개했다. 이 외에 로봇용 고정밀감속기의 국산화로 이름을 알린 SBB테크가 협동로봇 전용 모듈 MR 액추에이터를 개발한 시기도 2016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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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B테크의 MR 액추에이터 모듈로 제작된 협동로봇

 

메이커의 등장과 함께 해외 유수 협동로봇을 공급하는 기업들도 등장했다. 가장 이슈가 되었던 기업은 단연 TPC메카트로닉스였다. 리씽크로보틱스의 외팔 타입 협동로봇 ‘소이어’의 국내 독점 판매계약권을 따내면서 이목을 집중시킨 이 회사의 경우, 세계 협동로봇 분야에서 높은 인지도를 보유하고 있던 리씽크로보틱스가 제조업을 타깃으로 야심차게 내놓은 소이어와 국내 공장자동화 분야에서 높은 인지도를 얻고 있던 기업이 만나 더욱 큰 기대감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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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메이션월드 2017 현장에서 커피를 나눠주는 뉴로메카의 협동로봇 인디(INDY)

 

한편 부산에서는 STR이 미국 스모키로보틱스의 협동로봇 ‘OUR’를 선보였다. 사출성형 합리화기기 전문기업을 모회사로 두고 있는 이 회사는 지역 기반의 네트워크를 강점으로 조금씩 판매량을 늘려가고 있으며, 지난 2016 로보월드를 통해 제품을 공개한 이후 본격적인 마케팅에 돌입했다. 

 

2017년, 한화테크윈 협동로봇 시장 진출

시장이 없는 곳에 대기업은 발을 담그지 않는다. 철저한 시장 검증을 끝내고, 사업성을 확인한 후에야 시장에 진입한다. 2017년 한화테크윈의 협동로봇 시장 진출의 의의는 여기에 있다. 이는 협동로봇이 단순히 틈새시장용 아이템이 아니라는 점을 방증한다.

2017년 3월, ‘2017 오토메이션월드’ 기간 중 공개된 한화테크윈의 협동로봇은 기대감만큼이나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철저하게 글로벌 시장을 타깃으로 개발된 이 회사의 협동로봇 HCR-5는 외형에서부터 기능에 이르기까지 호평을 받았고, 더불어 해외업체의 아킬레스건이라 할 수 있는 철저하고 신속한 대응을 약속하며 환호를 받았다. 이제 막 본격적인 시판이 시작된 상황에서 시장우위를 점칠 수는 없으나, 공개된 이후 이미 상당한 문의가 있었다는 후문으로, 향후 국내 협동로봇 시장을 넓혀 가는데 있어 중추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부산 소재의 일진메카닉스는 올해 2월, 굴지의 전자부품 제조사 콴타(Quanta)가 선보인 대만제 협동로봇 TM 로봇의 국내 에이전트 계약을 체결하며 새로운 협동로봇의 시장진입을 알렸다.이 로봇은 PC를 이용한 블럭 코딩 방식의 독특한 티칭 방식이 돋보이는 협동로봇으로, 비전이 내장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우수한 가격경쟁력으로 무장하고 있다.

 

로봇업계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된 협동로봇

공급자의 측면에서, 협동로봇의 시장성은 종래의 제조용 로봇이 할 수 없었던 어플리케이션 구성이 가능하다는 점에 있다. IFR이 공개한 자료에서 대한민국은 노동자 1만 명당 보유 로봇 대수, 즉 로봇밀도 세계 1위를 기록한 나라이다. 로봇 활용률이 높은 나라지만, 바꿔 말하면 로봇메이커들 입장에서는세계 최고의 레드오션인 셈이다. 여담이지만, 여기에 인구수대비 비율까지 고려해보면, 사실상 로봇메이커들의 혈전은 예상된 부분이다.

글로벌 시장을 살펴봐도 이러한 기류는 대동소이하다. 제조공정에서 로봇은 이미 극도로 고도화되어 있고, 종래의 제조용 로봇으로는 새로운 어플리케이션을 창조해내는 게 어려워졌다. 중대형 로봇을 제작하던 로봇들이 소형로봇을 만들기 시작했고, 구동부가 본체로 옮겨진 스카라 로봇이 등장하기도 했다. 하드웨어 혁신이 점차 고도화될수록 메이커들에게는 새로운 제조용 로봇의 패러다임이 필요했고, 로봇으로 대응하기 힘든 센서티브한 작업은 사람이, 사람에게 부담이 되는 작업은 로봇이 수행하는 인간-로봇 협업의 개념은 새로운 시장의 가능성을 제공했다. 현재는 쿠카의 LBR-iiwa나 ABB의 YuMi, 가와사키로보틱스의 duAro와 화낙의 CR 시리즈 등 동·서양을 막론하고 많은 메이커들이 마치 하나의 거대한 프로젝트를 수행하듯 협동로봇을 선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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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B의 양팔협동로봇 '유미(YuMi)'

 

한편 협동로봇 시장의 성장 요인을 수요자의 측면에서 살펴보면, 기존의 제조용 로봇이 대응하지 못했던 부분까지 자동화를 실현할 수 있다는 점과 더불어 로봇을 운용하기 어려웠던 중소제조업체들에게도 손쉽게 로봇 자동화를 실현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이다. 안전펜스의 불필요, 좁은 공간에서의 활용성, 잦은 잡포지션 변경에도 손쉽게 대응될 수 있다는 협동로봇의 특징들은 구인이 힘든 중소 제조업체들에게 가뭄의 단비와 같다. 한 협동로봇SI 전문기업 관계자는 “젊은 인력들의 생산현장 기피와 해를 거듭할수록 심해지는 고령화로 인해 일부 업종에서는 외국인노동자마저도 구하지 못하는 실정이다”라며 “이러한 중소기업들에게 협동로봇은 손쉬운 로봇자동화를 실현해줄 수 있는 대안”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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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소의 협동로봇 ‘코보타(COBOTTA)’

 

대한민국 로봇업계에 심어진 협동로봇 DNA

유니버설로봇과 글로벌 로봇메이커들이 협동로봇으로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지만, 우리나라 로봇메이커들 역시 최근 협동로봇들을 선보이며 약진하고 있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국내 로봇업계에서 협동로봇의 기반기술과 관련된 연구들이 오래 전부터 진행되어 왔다는 부분이 아닐까 싶다. 일례로 고려대학교 송재복 교수의 경우 유니버설로봇이 등장하기 전부터 현재까지 10년 이상 이 분야에 대한 연구를 진행해왔고, 지난 2016년에는 성균관대학교 최혁렬 교수가 10㎜의 초소형 F/T 센서를 개발하며 한국기계기술단체총연합회 선정 ‘올해 10대 기계기술’의 영예를 안기도 있다. 최 교수 역시 마찬가지로 오래 전부터 고가의 F/T 센서를 국산화하기 위해 연구를 진행해 왔다. 또한 한양대학교는 고중량 커튼윌 조립용 굴삭기 협조제어에 관한 연구에서 F/T센서를 이용한 직접교시를 통해 인간과의 협조제어를 도모했고, 한국기계연구원은 직접교시가 가능한 디버링 로봇을 제작, 선보인 바 있다. 이 디버링 로봇에는 인간-로봇 협업을 위한 콤팩트 로봇 설계/제작, 직접교시 및 재현 알고리즘, 통합 안전기술 등이 적용됐다.

이와 같이 이미 국내 로봇업계에서는 협동로봇의 기반 기술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어 왔고, 국내 기업들이 협동로봇 시장에 뛰어드는 지금 관련 기술들에 대한 산학협력 사례도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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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전시회에서 제조용 로봇에 인간이 바짝 다가서는 모습은 낯선 풍경이 아니다.

 

국내 협동로봇 시장의 분기점 될 정유년(丁酉年)

이제 더 이상 인간과 로봇의 협업은 놀라운 사실이 아니다. 4월 21일자 MBC 뉴스에서는 ‘작업을 돕는 로봇 근로자’라는 이름으로 협동로봇이 소개되기도 했다. 지난 2011년 이후 불과 6여년 만에 전문가들에게도 낯설었던 로봇이 대중에게까지 알려진 것이다. 여기에 다수의 메이커 및 공급사들이 패를 꺼내든 상황에서, 유니버설로봇 독주 체제의 시장구도가 어떻게 변화될지에 대한 부분도 주요 관전 포인트다.

마지막으로, 국내 협동로봇 시장의 개화기를 함께 열어가고 있는 모든 관련 기업들에게 응원하며, 자동차 업계의 전기자동차, 무인자동차와 같이 협동로봇이 글로벌 로봇 시장의 새로운 성장 모멘텀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정대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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