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국으로 우리에게 친숙해진 인공지능은 제조, 의료, 교통 등 다양한 상업 분야에서 적용되기 시작했다. 유통도 인공지능이 선도적으로 적용되고 있는 분야 중 하나이다. 인공지능이 유통산업에 적용되면 유통산업의 미래를 근본적으로 바꿀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본지는 인공지능으로 인해 유통산업이 어떻게 변화될지 살펴보려 한다.
1. 유통산업에서 인공지능의 적용 분야
1) 점포 입지 선정
기업은 신규 점포를 개설할 때 입지 선정을 위해 오랜 기간 분석한다. 이 분석에 인공지능을 이용하면 효율적으로 최적의 입지 선정을 할 수 있다. 인공지능을 통해 기업은 판매액, 인구, 경쟁 점포로부터의 거리 등 데이터 입력만으로 신규 점포를 언제 어디에 개설할지를 전략적으로 결정할 수 있게 된다. 자율적으로 학습하는 인공지능은 최적인 입지 후보지들을 제시하고 더 나아가 각 후보지를 선정한 이유까지 설명할 수 있다. 미국의 홈인테리어 유통회사인 커클랜드(Kirklands)는 익스피리언(Experian)사와 함께 최적의 점포 입지를 선정하고 미래 매출액을 예측하는데 인공지능을 사용했다. 익스피리언은 미국의 가구, 기업체, 소매업체, 쇼핑센터 등의 정보를 기본 데이터베이스로 기존 점포 입지 특성, 점포 매출 및 성과, 고객 데이터 등을 연구해 신규 점포를 개설할 최적의 입지를 선정했다.
2) 채용 및 인력관리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처럼 특별한 쇼핑이벤트가 벌어지는 기간에는 이용고객이 급증해 응대 인력이 부족해진다. 이런 경우 인공지능은 과거 특정 이벤트 기간 동안의 고객 수와 판매액, 마케팅 전략 등에 관한 데이터를 활용해 이벤트 기간 동안 충원할 인력 수와 배치 위치까지 결정해준다. 이뿐만 아니라 인공지능은 일반적인 인력 채용에도 사용할 수 있다. 기존에 채용한 직원들의 데이터를 학습하고 신규 지원자의 과거 성과와 특성 정보를 활용함으로써 잠재력이 가장 큰 신규 직원을 뽑을 수 있다.
한편 일본의 통신·전자기기 종합회사인 NEC는 이력서를 검토하는 인공지능을 개발했다. 이전에 채용한 사원들의 이력서를 인공지능이 학습한 뒤, 기업이 요구하는 인재상을 분석해 그에 맞는 지원자를 선발한다. 또한, 인공지능은 기존 직원들의 평가 및 인사관리에도 활용될 수 있다. IT기업인 일본 오라클은 인공지능이 인사이동을 조언하는 시스템을 내년부터 활용할 수 있도록 개발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사원의 경력이나 근무실적 등에 관한 데이터를 기초로 최적의 부서나 직책을 정한다.
3) 매출 예측과 재고관리
매출 예측은 기업의 모든 활동에 영향을 준다. 인공지능은 기업의 제품별, 프로모션별, 마케팅별로 과거 매출 데이터를 분석하고 학습함으로써 기업의 미래 모습을 그려낸다. 어떤 제품들과 마케팅 전략이 성공했다면 무엇 때문에 성공했는지도 분석할 수 있다. 인공지능을 통한 정확한 매출 예측은 효율적인 재고관리에도 기여한다. 효율적인 재고관리를 위해서는 어떤 제품이 언제 어떤 점포에서 필요할지를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 유통기업은 인공지능을 활용해 점포별 매출을 정확히 예측함으로써 재고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일본의 소프트뱅크는 스마트폰 매출 예측에 인공지능을 활용하고 있다. 전국 약 2,600개 매장의 수주 실적, 매장 크기 및 위치, 계절 등을 고려해 점포별 최적의 재고 수량을 계산하는데 인공지능을 활용한다. 소프트뱅크는 일부 매장에서 이 시스템을 시험 도입한 결과 재고를 10~20% 줄일 수 있었다.
2. 인공지능으로 인한 쇼핑환경의 변화
1) 쇼핑 검색 및 구매 과정의 변화
인공지능은 소비자의 쇼핑 검색 및 구매 과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이미지 공유 소셜미디어인 핀터레스트(Pinterest)의 ‘비주얼 서치 서비스(Visual Search Service)’를 들 수 있다. 이 서비스는 사진 속에 있는 제품을 선택하면 제품과 관련된 각종 정보를 제공하며, 사진 속 제품을 판매하는 웹사이트로 자동 연결해 제품 검색이 구매로 연결되도록 한다.
2) 고객 맞춤형 쇼핑사이트 구현
인공지능은 쇼핑사이트의 디자인과 콘텐츠를 고객의 취향에 맞게 제시할 수 있다. 지금까지 기업은 A/B 테스트(A/B Testing)를 통해 매출을 극대화하는 사이트를 선택했다. 이 방법은 디자인 변경 시 시간이 필요하므로 쇼핑사이트의 디자인을 일정 기간 유지해야한다. 이용자의 취향이 변화하더라도 바로 사이트 디자인을 바꾸기 어렵다. 하지만 인공지능 기술 중 하나인 진화 알고리즘(Evolutionary Algorithms : EAs)을 적용하면 고객 취향의 작은 변화도 바로 반영할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아직 미래의 일이지만, 최근 이탈리아 란제리 기업인 코사벨라(Cosabella)가 인공지능 회사 센티언트(Sentient)와 함께 활용한 진화 알고리즘 을 사용한 사례는 그 단초를 보여준다. 코사벨라는 진화 알고리즘을 이용해 웹사이트 디자인을 위한 여러 대안을 매우 짧은 기간에 테스트했으며, 그 결과 매출이 35% 증가하는 성과를 거뒀다.
3) 능숙한 인공지능 판매원 로봇의 등장
인공지능 로봇이 오프라인 매장에 도입되면서 고객의 쇼핑을 다채롭게 하고 있다. 미국의 가전 전문점 베스트바이(Best Buy)는 지난 2015년 미국 뉴욕 맨해튼 첼시 지역 매장에 클로이(Chole)라는 로봇을 도입했다. 음반, DVD 등을 판매하는 코너에 설치된 이 로봇은 로봇 솔루션 기업인 파시스템즈(Par Systems)와 함께 개발한 것이다. 사람 팔 모양의 로봇 클로이는 주문이 들어오면 유리 매대 사이를 이동해가며 신속히 제품을 찾아 고객에게 전달한다. 또한 홈센터 로우스(Lowe's)도 2015년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오차드 서플라이 하드웨어(Orchard Supply Hardware) 매장에 인공지능 로봇 '오쉬봇(OSHbot)'을 도입했다. 이 로봇은 매장 내에서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찾아주고 재고현황을 파악하는 역할을 한다. 오쉬봇에는 안면인식 기술이 장착돼 있어 고객이 다가가면 먼저 환영 인사를 하고 고객이 어떤 제품을 찾고 있는지 묻는다. 고객이 오쉬봇의 터치스크린에서 필요한 제품을 검색하면 오쉬봇은 제품이 위치한 곳으로 고객을 안내하기도 한다. 이뿐만 아니라 오쉬봇은 스페인어부터 중국어, 일본어 등 다양한 언어 구사가 가능해 일반 직원이 제공하기 어려운 서비스도 제공한다.
가전 전문점 베스트바이의 판매원 로봇 클로이 (사진. BestBuy youtube)
홈센터 로우스의 오쉬봇 (사진. Lowe's youtube)
3. 시사점
유통산업에서 인공지능의 적용은 이제 시작단계에 불과하다.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 속도를 생각하면 미래에는 산업의 지형이 근본적으로 바뀔 것으로 전망된다. 유통분야에서 현재 진행 중인 변화는 한마디로 ‘고객의 마음을 읽고 그에 맞추는 것’으로 정리할 수 있다. 쇼핑환경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변화하면서, 소비자는 쇼핑에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상당 부분 넘어설 수 있게 됐다. 이제 인공지능과 같은 첨단기술 덕분에 쇼핑과정은 진정한 개인화를 이룰 수 있는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
인공지능이 이끌게 될 미래의 변화를 예견하면서 선진국의 주요 IT 기업들은 인공지능 분야에 대규모 투자를 하고 기술변화를 선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유통기업들은 개발된 기술을 다양한 분야에 적용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국내의 일부 유통기업들도 이러한 첨단기술을 도입하려 한다. 11번가를 운영하는 SK플래닛과 롯데는 자연어 처리능력을 갖춘 챗봇(Chatbot) 서비스를 도입해 제품 검색 및 추천에서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선진국의 주요 유통기업들에 비춰보면 아직 국내 기업들의 인공지능 적용 속도는 뒤처져 있다. 이에 앞으로 보다 많은 관심과 투자가 필요하다.
산업연구원 www.kiet.re.kr
필자 : 산업연구원 서비스산업분석실
김숙경 연구위원
주요저서 :
● 한·일 유통산업 구조변화의 비교·분석과 시사점(2015)
● 유통산업의 구조변화 및 경쟁력 강화 방안(2011, 공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