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보기

일본의 4차 산업혁명 대응 실태 일본 로봇 동향 이성운 기자입력 2017-01-26 15:38:51

 

독일의 인더스트리 4.0으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4차 산업혁명의 움직임이 미국, 일본 등을 중심으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일본정부는 4차 산업혁명을 주요한 신성장 전략으로 간주하고 의료 등 여러 분야에 적극적으로 도입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에 본지는 제조 강국 일본의 4차 산업혁명 실태와 대응 방안에 대해 전하고자 한다.

 

1. 일본의 4차 산업혁명 대응 실태

 

1) 일본기업의 loT 도입 및 활용 실태

일본기업들은 IoT(Internet of Things : 사물인터넷)가 자사의 제품이나 서비스에 미치는 영향을 인식하고 IoT 추진체제의 구축·정비를 시급한 과제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일본기업의 52.3%는 IoT가 3년 이내에 자사의 제품 또는 서비스 자체를 변화시킬 것으로 보고 있지만, 정작 IoT 추진체제의 전담부서를 만든 일본기업은 8%에 불과하다. 이는 전 세계의 조사 결과인 20%보다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일본 경제산업성이 기업 규모별로 IoT 기술 관련 활용 항목을 설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기업 규모가 클수록 대부분 항목에서 IoT 활용도가 높게 조사됐다. 업종별로 살펴보면 3D 시뮬레이션의 경우 일반기계가 가장 활용도가 높았으며, 특히 제품설계공정 부문이 높게 나타났다. 또한 화학공업의 경우 3D 디지털 제조 툴 활용도가 가장 낮았다. 부문 간 제휴에 대해서는 화학공업이 가장 높았으며, 전기기계, 일반기계 순으로 나타났다. 해외공장 생산프로세스 정보의 수집·활용은 철강업이, 생산라인/공정 전반의 문제 발견과 프로세스 개선과 공장 혹은 거래처 간 이력 추적관리는 비철금속이, 생산 프로세스상 숙련기능의 매뉴얼화/DB화는 화학공업이 가장 활용도가 높았다. 판매부문에서는 화학공업이 가장 높은 활용도를 보였다.

 

 

일본기업의 규모별 IoT 기술의 활용 실태 (자료. 經産省 外, 「ものづくり白書」, 2016, p.22)

 

2) 일본기업의 AI 관련 대응 실태

일본은 2015년 이후 인공지능(AI)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졌다. 일본의 AI 고도화 관련 연구는 크게 연구중심의 관주도형과 새로운 사업모델 개척형인 민간주도형의 연구로 구분된다. 일본정부는 AI연구의 한 분야인 뇌과학연구에 주력하고 있으나 규모 면에서 미국과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미국의 뇌과학연구 연간 예산은 약 5,700억 엔인데 비해 일본은 약 300억 엔에 불과하다. 일본정부는 인공지능 연구개발 지원정책의 원년으로 삼은 2016년에 경제산업성, 문부과학성, 총무성 세 곳이 공동으로 향후 10년간 1,000억 엔을 연구개발에 투자할 계획이다.

일본기업도 2015년 이후 AI 연구회사 설립 등 활발히 AI 연구 및 투자를 하고 있다. 우선, 도요타는 스탠퍼드 대학 인공지능연구소, MIT 공대의 컴퓨터 과학·인공지능연구소와 제휴를 발표하고 AI 연구소(Toyota Research Institute)를 미국에 설립해 본격적으로 자율주행 차 연구에 착수했다. 또한 도요타는 로봇용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벤처기업인 프리퍼드 네트웍스(Preferred Networks)와 딥러닝 기술 공동개발을 추진하기 위해 10억 엔을 출자했다.

둘째, 일본 주요 정보서비스 사업자의 AI 관련 투자 및 서비스 실태를 살펴보면 AI 관련 전담부서 신설, AI 활용 솔루션 체계화 등 AI 추진체제를 강화하고 있다.

셋째, 최근 일본에도 AI의 요소기술을 개발하는 벤처기업이 설립되고 있다. AI 관련 주요 벤처기업으로는 프리퍼드 네트웍스 외에 ABEJA, 크로스콤파스 인텔리전스, SOINN 등을 들 수 있으며, 이들은 주로 2012~2015년에 설립된 신설회사이다.

 

 

2. 4차 산업혁명 시대, 일본의 장·단점

 

1) 일본의 장점

① 일본 경제산업성은 2030년 미래 일본 제조업의 장점으로 ▲수준 높은 인력 ▲기술력 ▲현장력 ▲속도와 섬세함 ▲규율 ▲충실한 기반산업의 존재 ▲산업용 로봇의 강한 경쟁력을 꼽았다.

② 일본은 제품 기술혁신에서는 약한 편이나 공정 기술혁신에 강점을 가지고 있다.

③ 일본에서는 전통기술·기능과 첨단기술이 공존·융화하는 경향이 강하고 인간과 로봇이 협조해 일하는 환경도 저항감 없이 받아들여지고 있다.

④ 일본은 Machine to Machine(M2M)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M2M은 개별로 가동하고 있는 기계들을 네트워크로 연결해 상호 대처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각 기기에서 생성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통합, 제어, 활용하는 것을 말한다.

⑤ 세계 최고 수준의 로봇, 센서 등이 존재하며, 공장자동화 등의 제조현장 관련 데이터, 의료보험, 교통 등의 데이터가 풍부하다. 저출산·고령화의 선두 국가로서 풍부한 경험, 자동차 등의 높은 세계시장 점유율, 고품질 제품을 이해하고 평가하는 소비자 존재도 강점으로 꼽힌다.

⑥ 통신기술 수준이 높고 데이터 처리 및 분석 기술 수준도 양호한 편이다. 또한 세계 최첨단의 고속 데이터 통신망을 보유하고 있다.

 

2) 일본의 단점

① 가상 데이터와 빅데이터 처리 규모가 작아 상대적으로 빅데이터 구축에 한계가 있으며, AI 등을 활용한 분석에도 취약하다.

② 거버넌스(Governance)의 문제로 과감한 투자나 혁신이 어렵다. 반면, GE(General Electric Company)는 프리딕스(Predics) 개발에 10억 달러를 투입할 때, 금융부문을 매각해 자금을 조달하는 등의 새로운 비즈니스를 위한 모험 감행이 가능하다. 이런 이유로 일본에는 지난 20년간 벤처기업에서 대기업으로 성장한 비즈니스모델이 존재하지 않고 있다.

③ 일본은 하드웨어 인력보다 상대적으로 소프트웨어 인재가 부족하며, 소프트웨어나 AI 연구자와 산업계와의 유기적 관련성도 부족하다.

④ 일본의 기업문화와 경영이 오픈 이노베이션에 적합하지 않은 경향이 있다. 일본은 기술, 품질, 신뢰 등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이나 ▲장기비전의 부족 ▲사업부제·수직통합형 비즈니스 ▲소프트웨어 경시 ▲설비투자 부진 ▲리스크를 용인하지 않는 경영 풍토 ▲공장의 연결에 장기간소요 등의 경영상의 단점이 있다.

⑤ 세계적인 플랫폼 경쟁에서 일본의 존재감이 부족하다. 일본기업도 미국의 IIC(Industrial Internet Consortium)에 참여하고 있고 독일의 인더스트리 4.0 플랫폼과의 협력을 추진 중이나 플랫폼 획득경쟁에서 일본의 존재감은 크지 않다.

 

3. 일본의 4차 산업혁명 대응 추진체제 및 정책 방향

 

① 일본정부는 로봇혁명이니셔티브 협의회를 통해 로봇산업 재도약과 제조 비즈니스변혁을 추진하는 등 로봇을 중심으로 4차 산업혁명을 돌파하는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고 판단된다. 아베 총리는 OECD 각료 이사회에서 “로봇에 의해 새로운 산업혁명을 일으킬 것”을 밝힌 바 있다.

② IoT 산업화의 조기 확산을 위해 경제산업성 및 총무성 등이 지원하는 방식으로 ‘IoT 추진 컨소시엄’을 설립했다. 동 컨소시엄에는 현재 2,000개 이상의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③ 순수 민간 차원의 ‘Industrial Valuechain Initiative(IVI)’는 일본의 제조업 분야 대기업 약 60개사가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통한 제조업의 고도화를 목표로 설립됐다. 생산라인간 및 공장 간 정보공유가 가능하도록 다양한 업무 시나리오를 작성하고 있으며, 실제로 공장에서 시험운용도 시작하고 있다.

④ 일본정부는 인공지능(AI) 분야를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중요한 기술요소로 인식하고, 이를 집중적으로 육성하기 위해 아베 총리 지시로 ‘인공지능기술전략회의’를 2016년 4월 발족했다. 이는 인공지능(AI)정책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로서 경제산업성, 문부과학성, 총무성이 공동 주관하고 산업기술총합연구소(AIST), 이화학연구소(RIKEN), 정보통신연구기구(NICT) 등의 산하 연구소가 참가하고 있다. 본 회의에서 정부, 학계, 산업계 등의 긴밀한 협력을 이끌어내고, AI의 R&D 목표와 산업화 로드맵을 책정한다.

 

로봇혁명이니셔티브 협의회의 활동 개요(자료. 일본 경제산업성 제조산업국, 「IoT 사회에 있어서의 제조업」)

 

 

4. 시사점

 

① 일본이 선택과 집중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는 점을 벤치마킹해 우리도 강점·약점 분석을 기반으로 가장 강점이 있는 전략 분야를 발굴, 집중적으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 일본은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해 상황에 대한 명확한 진단을 바탕으로 선택과 집중을 통한 All-Japan 차원의 대응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일본은 로봇 중시, IoT화를 통한 효율 향상, AI, 자율주행 등 이동수단에 대한 집중 투자, 리얼 데이터의 표준화와 이를 통한 플랫폼의 국제표준화 지향 등에 집중하고 있다.

② 우리도 부처별로 분산된 AI, 로봇, 빅데이터, IoT, 스마트 팩토리, 문화 콘텐츠 등 다양한 분야의 정책을 총괄적으로 기획 조정하는 정책기구를 설치할 필요가 있다. 일본은 4차 산업혁명 관련 정책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 컨트롤타워를 신설해 정책 추진의 일관성과 효율성을 도모하고 있다. 미래투자회의를 총리 산하에 설치하거나 신산업구조비전을 관계 성청이 협의해 작성한 후, 이를 관저로 보내고 다시 환류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는 점은 부처 간 정책조정 측면에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③ 일본정부가 4차 산업혁명 관련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IoT 규격의 국제표준화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도 4차 산업혁명 추진체제를 정비해 국제표준화 움직임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가해야 한다. 일본은 소프트웨어에 강한 미국과는 IIC와 하드웨어에 강한 독일과는 인더스트리 4.0 플랫폼과의 협력 관계를 강화하는 등 IoT 국제표준화 전략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한국정부도 IoT 표준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국제표준화에는 아직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

④ 우리 중소·중견 기업에 대해 IoT 등 4차 산업혁명을 확산하는 노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중소기업의 경우 IoT의 장점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성공사례를 발굴해 홍보를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일본의 경우 IVI에서 중소기업 밀집지역의 공장들을 연결하는 실험을 하고 있다. 우선 이전부터 공정별로 협력해 공동 생산·판매하던 3~4개의 중소기업을 웹상의 네트워크로 연결하는 실험을 추진 중이다.

⑤ 4차 산업혁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데이터 활용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우리나라의 빅데이터 구축을 위한 개인정보 활용 제고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공장에서 발생하는 데이터 표준화를 위해 공유 가능한 공통 데이터와 비공개의 개별 데이터를 구분하는 기준 등을 관련 업종단체가 검토할 필요가 있다. 동시에 우리나라의 개인정보 보호를 엄격화하는 가운데 데이터 정보의 수집과 활용 차원의 규제 완화 등 제도적 장애 요인 제거 노력도 필요하다.

⑥ 4차 산업혁명의 고용 등 부정적 측면을 강조하기보다는 새로운 비즈니스 창출을 통한 시장 및 고용창출이라는 긍정적 측면에 주목해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다. 일본이 4차 산업혁명을 AI, IoT, 로봇 기반의 제조업 생산시스템 고도화에 국한하지 않고 사회 전반 및 국가 경제를 변화시키는 기회로 활용하려는 점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⑦ 향후 4차 산업혁명 관련 필요 인력 양성에 더욱 노력해야 한다. AI를 육성하기 위해 가장 핵심기술인 지능형 소프트웨어 개발과 지능형 반도체를 개발해야 할 R&D 인력이 대규모로 필요하다. 하지만 한국에는 지능형 S/W 개발이나 신경망반도체 회로를 개발할 R&D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태이다.

 

산업연구원 www.kiet.re.kr

 

필자 : 산업연구원 해외산업연구실 사공목 연구위원

 주요저서

• 일본의 4차 산업혁명 대응 실태와 정책 방향(2016, 공저)

• 아베노믹스 이후 일본 제조업의 경쟁력 변화와 우리의 대응(2015, 공저)

이성운 기자
로봇시대의 글로벌 리더를 만드는 로봇기술 뉴스레터 받기
전문보기
관련 뉴스
의견나누기 회원로그인
  • 자동등록방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