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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한국형 로봇용 네트워크, 세계표준 가능성 충분 [Interview] 한국형 로봇용 네트워크, 세계표준 가능성 충분 김재호 기자입력 2010-07-08 00:00:00

Interview 한양대학교 홍승호 교수

한국형 로봇용 네트워크, 세계표준 가능성 충분

“로봇 전문가와 네트워크 전문가의 
 

의견 모을 중심이 필요해”

                               

 

한양대학교 홍승호 교수


Q 현재 로봇용 네트워크가 존재하고 있나.
로봇 쪽은 네트워크 표준 프로토콜(Protocol : 컴퓨터 간에 정보를 주고받을 때의 통신방법에 대한 규칙과 약속)이 없어서 공장자동화, 모션컨트롤 산업을 위해 만들어진 네트워크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Q 타 산업을 위해 만들어진 네트워크를 사용해도 되는 건가.

굳이 사용불가라고 할 수도 없지만, 맞지 않는 옷을 입었다고 볼 수 있다. 로봇에게도 로봇이 가장 효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로봇전용 네트워크가 필요하다.그러나 로봇 전용 네트워크 시스템이 도입되려면 표준 프로토콜 개발이 선행되어야 하는데, 이를 개발하려 하는 움직임은 아직 없다. 해외에서는 개발에 대한 소식을 들은 바 없고, 그래도 국내에서는 최근 분위기 형성이 있는 듯하다. 이후에는 국제표준으로 가져가야 한다.

 

Q 지금까지 로봇산업이 성장하며 로봇전용 네트워크가 이슈가 되지는 못하다가 최근 관심을 받고 있다. 갑작스레 네트워크가 부각되는 이유가 뭔지.
간단하게 얘기하면 네트워크를 사용하지 않으면 시스템이 굉장히 복잡해지기 때문이다. 일일이 기계와 기계를 하나하나 선으로 연결해야 하는데, 그러면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물론 유지관리에서의 복잡함은 상상을 초월한다. 고장위치 확인과 자원절약에 있어서의 효과도 크다. 예전에야 네트워크 기술이 발달하지 못한 상태라 수작업으로 와이어링할 수밖에 없었지만 표준 프로토콜이 개발되고 국제표준이 된 이상 어느 정도 규모를 갖고 있는 산업에서는 필수요소가 됐다. 로봇산업 역시 앞으로 시장이 성장한다면 네트워크에 대한 요구가 높아질 것이기에 미리 준비하자는 의미로 이슈가 되고 있는 듯하다.

 

Q 네트워크 전문가로서 이 기술이 로봇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대답하기 곤란하다. 로봇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네트워크가 로봇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없다는 언급하는 것은 어려운 문제라 본다. 그에 대한 답은 오히려 로봇전문가가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다만 기존에 아날로그 방식을 써오던 시스템보다 네트워크 시스템의 장점이 많기 때문에 로봇산업에도 자연스레 네트워크가 적용되는 것이 안정성과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분위기는 있다.

 

Q 로봇전문가와 네트워크 전문가가 협력하면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 부분이겠다.
그렇게 되면 좋겠지만 쉬운 문제는 아니다. 우선 로봇전용 네트워크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로봇전문가도 많이 있고, 이들 대부분은 아직 완성도 높은 로봇기술 개발을 위해 할 일이 많다고 생각하기에 굳이 전용 네트워크 개발까지 신경을 쓰지 못하고 있다. 그래도 3~5년 전과 달리 최근엔 로봇용 네트워크에 대한 중요성을 느끼는 몇몇 로봇전문가들을 통해 또 다른 분위기가 읽히고 있다.

Q 그럼 지금 현재 아무것도 진행된 것이 없나.
그럴 것이다. 지금 로봇산업에서 네트워크를 적용한다면 아마도 이더캣(EtherCAT) 등으로 해결할 것이다. 그러나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그렇게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언젠가 자동차, 항공, 조선 산업 못지않게 로봇산업이 성장할 것이라는 믿음으로 로봇전용 네트워크 개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본다.
앞에 예를 든 산업들은 이미 각자의 전용 네트워크가 있지만 로봇용 프로토콜은 못 들어 봤다. 아직 그들만큼 시장이 성장하지 못한 데다 로봇관계자들이 네트워크에 신경 쓰지 못한 결과다.

 

Q 프로토콜 표준화로 인한 장점이 꽤 있는데 사업이 진행되지 못한 이유는.
아쉽게도 로봇관계자들에게 당장 어떤 성과를 가져다주지 못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넓게 보면 로봇용 네트워크 기술이 적용됨으로써 로봇시장이 성장하고 더욱 성장하는 선순환 고리를 만들겠지만, 현 상황은 로봇자체의 기술도 완성도가 높은 편이 아니라 로봇기술에 포커스를 맞춘 기술개발에 주력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로봇전용 네트워크 기술도 결국엔 필요하지만 아직은 아니라는 의견이 지배적인 분위기다. 언젠가 필요하다는 것은 누구라도 알지만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와 같은 원론적 얘기일 수밖에 없다.

 

Q 자동차, 항공, 빌딩, 공장 등의 전용 네트워크 역시 뒤늦게 필요하다는 것을 느껴서 개발됐다는 것은 누구나 알지 않나. 로봇도 당연히 필요하게 될 것이라는 건 누구나 생각할 수 있을 듯한데.
일단 예로 든 자동차, 항공, 빌딩, 공장과 로봇은 그 사업규모부터 차이가 크다. 빌딩과 로봇사업의 규모를 비교해봐라. 전 세계에 빌딩이 몇 개냐. 당연히 필요하다. 빌딩용 네트워크에 투자해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조선 산업에서도 마찬가지다. 배 한척 가격이 얼마냐를 따지면 네트워크의 중요성은 더 높아진다.
그런데 로봇산업만은 그렇지 않다. 네트워크가 필요하다고는 생각하지만 막상 투자하라고 하면 살짝 빠지는 분위기다. 아직 시장이 그리 크지 않기에 나타나는 현상이라 본다.
다른 네트워크는 그 산업들이 발전하면서 네트워크가 필요하구나 하고 만들어진 사례고, 로봇 같은 경우는 아직 시장이 열리지 않았지만 다른 사례들을 보면 언젠가 네트워크가 필요하겠다는 요구가 있을 것이기에 미리 준비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Q 만약 로봇 네트워크 표준이 완료된다면 시장이 확대될 수 있는 가능성은 높나.
아직 시장이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 단순히 로봇 네트워크가 들어왔다고 갑자기 시장이 커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로봇 네트워크를 통해 더 빠르게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이다. 로봇자체에 대한 시장은 로봇 하는 이들이 만들어야 한다. 거꾸로 로봇시장이 성장하지 않고 있는 건 네트워크 기술이 없기 때문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Q 그래도 최근엔 로봇도 각 분야의 전문가와 함께 하는 분위기가 자리 잡았다.

의료로봇에는 의사가, 교육로봇에는 교육자가 포함되어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로봇용 네트워크에도 곧 네트워크 전문가가 포함될 것이라 기대한다.맞다. 최근 로봇관계자들을 만나보면 많은 이들이 로봇산업에서 네트워크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긍정적이고 바람직한 현상이다. 로봇과 관련된 기술경쟁력을 향상시키는 측면에서 아직 누구도 앞서가지 않은 네트워크 분야에 관심을 높여야 한다고 본다. 그렇게 하기 위해 기존 산업용 네트워크 시스템을 가져다 쓰는 것보다 로봇이 최상의 성능을 보여줄 수 있는 전용 표준 프로토콜 개발을 시도하는 것이 좋다.
로봇에 대해서만큼은 다른 나라에 비해 우리의 투자가 앞서가고 있는 편이다. 어떻게 보면 한국에서 주도권을 잡고 사업을 펼칠 수 있는 중요한 사업아이템인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로봇 네트워크에 대한 퓨전을 리드하는 움직임이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에 한국에서 이를 주도한다면 국제표준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은 충분하다.

 

Q 한국에서 먼저 시작하면 가능성이 있다고 했는데, 어떤 식으로 진행하는 게 좋겠나.

네트워크 전문가로서 조언한다면.로봇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이 네트워크를 모르듯, 네트워크를 전문으로 하는 사람은 로봇에 대해 모른다. 때문에 로봇 전문가와 네트워크 전문가는 함께 해야 한다. 로봇용 네트워크를 개발함에 있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로봇에서 요구하는 통신 요구사항이 무엇인지 캐치해야 하는 것이다. 이는 로봇전문가가 더 잘 안다. 이런 내용이 네트워크 전문가에게 전해지면 개발 작업에 들어갈 수 있다. 그렇게 개발된 로봇용 네트워크를 로봇전문가들이 사용해보면서 피드백하는 과정을 거쳐 가장 적합한 표준을 만들어갈 수 있다.

 

Q 필요성도 느끼고, 방법도 아는데 진행이 더딘 이유는.
지금은 서로 상대방만 보고 있다는 생각이다. 누군가가 먼저 나서서 해주기를 바라고 있는데, 로봇전문가들은 네트워크 전문가들이 만들어줬으면 하고, 네트워크 전문가들은 로봇업계의 요구사항이 뭔지 모르기 때문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아직 손을 잡지 않은 상황이지만, 이 같은 모임은 그 필요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모두가 아는 사실이기도 하지만 구심점이 될 만한 케이스가 없어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Q 정부의 지원이 절실한 분야이기도 하겠다.
요즘은 정부가 표준에 대한 중요성을 부각시켜 국제표준을 만드는데 큰 도움을 주고 있다. 그만큼 그 중요성만 제대로 알린다면 정부의 지원도 충분히 받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로봇분야에서는 이와 관련한 프로젝트가 진행되다 끝난 것으로 알고 있다. 안타까운 사실이다. 로봇용 네트워크를 선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는데, 아쉬움이 크다. 방향은 잘 잡았으나 과정이 따라주지 못했던 듯하다.

Q 그래도 로봇용 네트워크 분야는 포기할 수는 없을 듯하다. 로봇산업 발전을 위한 코멘트는.
분명 로봇용 네트워크에 관심을 갖고 있는 로봇전문가가 있다고 생각한다. 당장은 아닐지라도 관련 사업을 추진한다면 네트워크 전문가와 함께 하기를 고려했으면 한다. 어떤 형태로든지 다시 시작할 텐데, 좀 더 폭넓게 문호를 개방해 더 많은 이들과 개발해나가기를 바란다.

 

Q 한국형 로봇 네트워크를 개발했을 때, 세계에서 통할 가능성은

높은 편인가.
그렇다. 산업용 네트워크 분야에서 20년 이상 몸담고 있는데, 그동안 한국은 국내기술로 만든 프로토콜 하나 없이 다른 나라에서 만든 제품을 가져다 사용해왔다. 하지만 지금은 그 위상이 달라졌다. LS산전에서 개발한 산업용 네트워크 기술이 국제표준이 되어 오는 10월 발표되기 때문이다. 한국이 기술 하나만 갖고 국제표준이 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기에 의미도 깊다. 이러한 경험은 로봇용 네트워크 개발에도 큰 힘이 될 것이라 믿는다. 이미 경험사례도 있고, IT 기술이라는 장점도 있으니 이를 활용한 국제표준 만들기는 좀 더 수월할 것이다. 

 

 

김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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